서재 그림을 찾아보았다. 이런 저런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가진 것들도 많고 마치 서재 자체가 자유로운 영혼인냥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서재도 눈에 띄었다. 그 중에 내 시선을 잡았던 그림이 바로 이것이었다. 첫번째는 방안 위쪽에서 들어오면 빛이었다. 그로 인해 갈색톤으로 된 쇼파와 검은색인 듯한 책장이 왠지 운치있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서재가 저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무언가 사람냄새나면서, 때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면 따뜻하고 눈부신 태양을 느끼기도 하고,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도 느낄 수 있는 바로 그런 서재를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남자한테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책에서는 "건축의 기본이 자기가 슬플 때, 무언가를 잡고 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어야한다" 는 것이다. 집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 말보다 집의 조건을 마음에 다가오게 설명한게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그런 공간이 나 역시 서재가 되었고,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즐겁게 한다.
사실 서른살이 넘었지만, 내가 책과 서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2 년에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빠져든 책의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중독적이었고 결코 헤어나오기가 싫은 그런 것이었다. 책을 통해서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았다. 건축 관련 책을 읽으면서 평소 자주 가던 도서관이 성곽의 모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천편일륜적인 아파트의 모습에 실증이 나기도 했다.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지금까지 제목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느꼈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고 30년동안 관심이 없었던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거리에서 낙엽이 떨어지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로 그것을 찍어본다. 출근길 아침의 물안개에 신기해하고 일출과 일몰에서 이보다 아름다운게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겨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삶이 풍부해졌다. 사람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 뿐이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음파의 아주 적은 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은 정말 너무나 보잘 것 없이 적었지만, 나는 나야.. 라는 오만함으로 세상에 대해서 알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 주변에는 온갖 것들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변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평생을 살면서도 그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조금 더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 시간이 없어서 일을 잘 안하게 되지 않을까.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는데 그 반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생하는 아내의 마음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것을 주는 것이 그들에게 보물이 되어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가게 할 수 있을까? 라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제 처음으로 1년에 책 100권 읽기 라는 올해의 목표 달성을 했다. 사실 몇 권 읽었냐 라는 수치적인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서른한살이 되어서야 새해에 목표를 세웠던 것 중에 하나라도 이룰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 자신이 뿌듯하다. 아마 이 하나의 목표 달성이 인생 전체에 있어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면서 인생이 변하는 계기가 몇 번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문과/이과를 선택하는 것, 대학입시 때 학과를 선택하는 것, 취업, 어학연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 아이를 갖게 된 것, 물론 부모님에 대한 모든 것은 항상 바탕에 깔려 있다. 이렇게 살면서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되는 사건들이 있다.
나는 책읽기, 글쓰기 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알게 된 경험이 위의 사건들 만큼 크게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듯 하다.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까? 어떤 책을 읽을까? 책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울까? 라는 고민은 많이 있다.
조금 더 한 분야를 깊이있게 들어가볼까, 실무에 관련된 것을 읽을까, 인문학에 대해서 알아볼까..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이는 내 마음이 끄는 대로 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나는 단지, 내 마음에 충실히 따라가고 결코 책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목적이 있는 삶, 남기고 가는 삶, 의미있는 삶, 세상의 모든 것을 느끼는 삶, 사랑하고 즐기는 삶, 감사하는 삶, 실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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