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소중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맹목적인 노력만이 가치의 척도는 아니다.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성찰이 먼저 필요하고,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에 대한 분노도 필요하다. 가장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건 '노력해야 성공한다'를 넘어서 '성공한 이들은 다 처절하게 노력했기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만큼 노력하여 성공한 이들이니까 괴팍하고 못되게 굴 만하다', '강한 것이 아름답다' 등으로 끊임없이 가지를 치는 스톡홀름증후군이다. 스티브 잡스가 매혹적이라 하여 그의 괴팍함과 못된 점조차 찬양할 필요는 없다. 훌륭한 점과 비판받아야 할 점은 냉정하게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대체로 성공에는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사회에는 그저 우연히 부모 잘 만나서 과분한 기회를 누리며 사는 이들도 많다.
'성공한 이들은 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착각에 빠진 대중은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 무릎을 꿇고 모욕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인구의 2퍼센트에 불과한 지배계급인 영사(영국 사회주의) 내부 당원들이 13퍼센트의 실무자 중간계급을 동원하여 85퍼센트의 노동자 계급을 사육하는 동물처럼 지성적인 사고의 싹을 잘라내며 온갖 선전선동과 공포의 조작으로 통치하듯 말이다.`
-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中
우리는 어쩌면 지금도 문제는 '노력'이 부족해서 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노력' 부족이면 당연히 답은 '노력'을 더 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또 다시 노력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래도 부족하답니다. 결국 또 다시'노력' 부족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까, 나이를 먹어보니까, 사회에 찌들어 보니까 그런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분명 나보다 노력하는 것 같지 않은데 누군가는 잘 되는 거 같습니다. 태어날 때 부터 부의 차이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평등하다고 하지만, 결국 기회는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자식들은 추운 겨울 휴전선을 앞에 두고 손발을 비벼가며 근무를 서고, 누군가는 코너링이 좋다는 이유로 경찰 고위직의 운전병이 됩니다. 이유를 가져다 붙여도 그런 걸 가져다 붙이니 더 화가 납니다. 멍청한 놈이 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복 받쳐 오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성적표는 말 그대로 양가집안입니다. 양과 가가 수두룩 합니다. 그런데 자기 능력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당시 입학을 맡았던 이들은 청문회 자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국정청문회 대답이 서로 다릅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이 대학을 이끌고 있습니다. 화가 납니다. 너무나 화가 나네요.
2016년 사람들이 스스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사람들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름 힘을 발휘해서 서로 이권을 주고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해왔으니까요. 그런데 하나씩 들어나는 전황들을 살펴보니 지금 당신들이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나름 의미있게 살아가는 자신들의 삶에 너무나 큰 회의감이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힘든 하루를 보내도 그래도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만으로 하루하루 더 노력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너무나 크게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아니 분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많은 것이 변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래도 저 같은 사람이 하루하루 노력하는 삶을 살게 하는 동력마저 잃게 만들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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