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사에 남해왕과 북해왕 사이에 '혼돈' 이라는 이름의 혼돈왕이 있었다. 어느 날 혼돈왕은 남해왕과 북해왕을 초청해서 잔치를 거하게 열었다. 그때 인간에게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혼돈왕에게는 몸에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 잔치로 기분이 좋았던 남해왕과 북해왕은 잔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혼돈왕에게 하루에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런데 혼돈왕에 일곱 개째의 구멍을 뚫는 순간, 그만 혼돈왕이 죽어버렸고, 혼돈이 사라져버렸다."
우주 근원의 시점에서 볼 때 음과 양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혼돈의 상태, 즉 그 자체로 조화로운 상태인 혼돈의 상태야말로 우주의 가장 완벽한 상태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혼돈왕의 시대가 사라지면서, 남해왕과 북해왕만 남게 되면서 중간이 사라진 음과 양의 개념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음과 양의 개념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음양의 개념이 너무 고정된 것, 절대적인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음과 양을 정해진 무엇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명리학의 세계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만의 틀에 갇히게 된다.
일반적인 음양의 분류를 보면,
□ 음(陰): 여자, 어둠, 끝, 물, 공간, 부드러움, 좌
□ 양(陽): 남자, 밝음, 시작, 불, 시간, 단단함, 우
심리학자 칼 융(1875~1961)이 정립한 아니마(anima: 남성이 지니는 무의식적인 여성적 요소)와 아니무스(animus: 여성이 지니는 무의식적인 남성적요소) 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만 봐도 남성이 남성성만 지닌 것이 아니고, 여성이 여성성만 지닌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음양을 이해하기 위해 조금 더 나아감 개념이 바로 '태극(太剋)' 이다.
태극은 음양이라는 개념을 입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태극은 우주의 본체라고도 하고, 천지가 아직 열리지 않고 음양의 2기가 나누어져 있지 않을 때 존재했던 단 하나의 존재라고 사전에는 설명이 되어 있다. 동양에서 모든 사유 체계의 근원이 되었던 이 태극은 우리 선조인 동이족에게서 나왔다. 태극은 중국의 한족이 원조가 아니라,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다.
태극은 음과 양을 구분하지 않는다. 태극이 가지고 있는 개념의 핵심은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되고,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닥에 금을 그어 놓고, 그어진 금을 기준으로 왼쪽은 음, 오른쪽은 양이라고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과 양이 둘이면서 하나이고,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국기 한가운데 있는 태극문양의 기본개념이, 음양설의 핵심이다.
- 출처: 명리 운명을 읽다 (강헌)/돌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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