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을 만나라

 - 구본형,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中

 

나에게는 스승이 있어

늘 물어보았어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스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러면 보여주었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 않아

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윽한 달빛 아래 앉으셨지

스승은 명령하지 않아

사람마다 다르니

이건 되고 저건 안 돼라고 말하지 않아

제자가 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이따금 말을 하지

여기에 암초가 있고 저 너머엔 해협이 있다

여긴 바닥이 깊으니 냅다 달려라

이 넓고 넓은 곳은 외로움이니

물결과 이야기하고 

홀로 고기를 잡아먹고

햇빛에 심장을 그을려야

망망대해를 지날 수 있다

두려워 마라

스승은 연꽃처럼 웃고

암시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뻔한 삶은 삶이 아니고

싱싱한 모험만이 살아 있게 하니

결국

나의 삶이었고

못 견디게 아름다웟다 할 것이니

네 길을 가라

네 길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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