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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조 공정] 박막 공정

by Broaden 2013. 5. 11.

반도체의 나노 건축술, 박막(Thin Film) 이야기

 

반도체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등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반도체는 점점 더 작아지면서도 성능은 더욱 강력해져야 하는, 어찌 보면 모순적인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공정 중 하나가 바로 박막(Thin Film) 공정입니다.

아주 얇은 막, 박막이란 무엇일까요?

어린 시절 비눗방울을 불어본 기억, 욕조 물 위에 떠 있는 무지갯빛 비눗물, 혹은 양파 껍질을 한 겹씩 벗겨냈던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이 모든 것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박막'의 예입니다. 박막은 이름 그대로 매우 얇은 막을 의미하며, 무언가를 감싸거나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코팅 용지(Laminating Film)가 원본 종이를 구겨짐이나 오염으로부터 보호하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반도체에서도 이러한 박막은 회로를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복잡하게 얽힌 회로와 회로 사이를 구분 짓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두께가 워낙 얇기 때문에 '박막(Thin Film)'이라고 불리는 것이죠.

반도체 회로의 도로공사: 박막 공정의 두 가지 핵심 역할

일반적으로 '막'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덮거나 경계를 이루는 것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도체에서 박막의 역할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중요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1. 도전체 (Conductor) 역할: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듭니다.
  2. 절연체 (Nonconductor/Insulator) 역할: 전기가 흐르지 않도록 막아 길을 구분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선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전기가 흐르는 구리선(도전체)과 이를 감싸서 감전이나 누전을 막는 고무 피복(절연체)이 있죠.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제 역할을 해야 안전하고 효율적인 전선이 되는 것처럼, 반도체도 전기가 통하는 길과 통하지 않는 길을 정교하게 쌓아 올려 원하는 동작을 구현합니다. 바로 이 도전체와 절연체 층을 만드는 작업이 박막 공정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박막 공정은 크게 두 가지 세부 공정으로 나뉩니다.

  • 금속 배선 (Metallization):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층을 만들어 신호가 이동하는 통로를 형성합니다.
  • 유전막/절연막 (Dielectric): 전기적으로 분리시키는 절연체층을 만들어 각 회로 간의 간섭을 막고 보호합니다.

이제 각각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Thin Film - Metal: 전자의 길을 만드는 금속 배선 공정

전기 신호가 원활하게 흘러야 반도체 회로가 제대로 동작할 수 있습니다. 전기 신호를 교통 시스템에 비유한다면,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가 없다면 소통이 불가능하겠죠? 마찬가지로 반도체 내의 수많은 소자들(셀, Cell) – 저항(R), 캐패시터(C), 트랜지스터(Tr) 등 – 사이를 전기 신호가 원활히 오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금속 배선(Metallization) 공정입니다.

사람과 물류가 오가기 쉽도록 다양한 도로(인도, 차도, 고속도로, 철도)를 만드는 것처럼, 반도체 내부에도 그 용도와 형태에 따라 Metal1, Metal2 등으로 불리는 여러 층의 금속 배선이 깔립니다. 엘리베이터처럼 수직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는가 하면, 일반 도로처럼 수평으로 넓게 퍼진 길도 있습니다. 이러한 길들을 통해 워드 라인(Word Line), 비트 라인(Bit Line) 등으로 0과 1의 디지털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죠.

금속 박막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PVD (Physical Vapor Deposition, 물리 증착법): 마치 눈이 내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듯이, 진공 상태에서 금속 덩어리(타겟, Target)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충돌시켜 떨어져 나온 금속 입자들이 웨이퍼 표면에 쌓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순도가 높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치 산 정상이나 바위 위에는 눈이 잘 쌓여도 깊은 골짜기나 구덩이에는 눈이 잘 쌓이지 않는 것처럼, 굴곡진 부분의 모든 면에 균일하게 막을 입히기 어려운 오버행(Overhang) 현상과 이로 인한 갭필(Gap Fill) 특성 저하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 CVD (Chemical Vapor Deposition, 화학 증착법): 박막을 구성할 원소가 포함된 특정 가스(화학 용품, Chemical)를 웨이퍼 표면에서 화학 반응시켜 원하는 박막을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 화학 물질을 웨이퍼에 증착시킵니다. PVD에 비해 박막의 균일도가 높고, 넓은 면적에도 적용하기 용이하며, 미세한 패턴 형성에도 유리하여 반도체 공정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 EP (Electro Plating, 전해 도금법): 전해질 용액에 웨이퍼를 담그고 전기를 흘려보내 원하는 금속 이온이 웨이퍼 표면에 달라붙게 하여 박막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도금의 원리를 반도체에 적용한 것이죠. 갭필 특성이 매우 우수하지만, 주로 사용되는 구리(Cu) 배선의 경우 환경 규제 및 후속 공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아직은 적용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회로가 더욱 미세화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어떤 금속을 사용할까? 전기를 잘 통하게 하는 능력(도전율)은 은(Ag) > 구리(Cu) > 금(Au) > 알루미늄(Al) 순입니다. 하지만 금과 은은 너무 비싸고, 구리는 우수한 도전율에도 불구하고 식각의 어려움과 환경 문제로 인해 사용에 제약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주로 알루미늄(Al)이나 티타늄(Ti), 텅스텐(W) 또는 이들의 화합물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회로 선폭이 계속해서 좁아지는 극한의 미세화 추세 속에서, 기존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전기를 더 좁은 길로 원활히 흐르게 하기 위해 구리(Cu)와 같은 새로운 배선 물질의 도입이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탈 공정의 숙명이자 사명입니다.

2. Thin Film - Dielectric: 전자의 차선을 명확히! 절연막 공정

금속 배선이 전자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공정이라면, **절연막(Dielectric, 유전막)**은 이 도로 위에 차선을 긋고 중앙 분리대를 설치하여 교통사고를 막는 역할과 같습니다. 즉, 전기가 흐르지 않는 물질로 금속 배선과 금속 배선 사이를 물리적, 전기적으로 완벽하게 분리하고 절연시켜주는 것입니다. 상행선과 하행선, 차도와 인도를 명확히 구분해야 사고 없이 원활한 교통 흐름이 가능하듯, 반도체 내부의 복잡한 배선들도 절연막을 통해 서로 간섭 없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절연막 물질로는 실리콘산화막(SiO2), 실리콘질화막(Si3N4), 실리콘산질화막(SiON) 등이 있으며, 각 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절연막을 형성하는 주요 공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PE-CVD (Plasma 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tion, 플라즈마 강화 화학 증착법): 챔버 내부에 플라즈마를 형성하여 화학 반응을 활성화시키고 증착을 돕는 방식입니다. 가스와 플라즈마를 이용해 웨이퍼 위에 필름을 만드는 건식 방법(Dry method)입니다.
  • Spin-Coating (스핀 코팅): 액체 상태의 절연 물질을 웨이퍼 위에 떨어뜨린 후, 웨이퍼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원심력에 의해 얇고 균일한 막을 입히는 습식 방법(Wet method)입니다.

마치며: 보이지 않는 나노 세계의 건축가, 박막

지금까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마치 섬세한 건축 작업과도 같은 박막 공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전기가 흐르는 길을 만들고(금속 배선), 그 길들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분리하는(절연막) 이 과정은 매우 얇은 막을 다루지만, 반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회로의 선폭이 점점 좁아지고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더욱 얇고, 더욱 균일하며, 더욱 뛰어난 특성을 가진 박막을 만드는 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나노미터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 정교한 '박막 건축술'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첨단 기술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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