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부스의 달걀]
콜럼부스의 달걀은 발상전환의 전형적 일화입니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결코 경쟁에 이길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메시지로 오늘날도 변함없이 예찬되고 있습니다. 아무도 달걀을 세우지 못했지만 콜럼부스는 달걀의 모서리를 깨트림으로써 쉽게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발상 전환의 창조성이라고 하기보다는 생명 그 자체를 서슴지 않고 깨트릴 수 있는 비정한 폭력성이라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감히 달걀을 깨트릴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달걀이 둥근 모양인 것은 그 속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모 지지 않고 둥글어야 어미가 가슴에 품고 굴리면서 골고루 체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원형의 모양으로 만들어 멀리 굴러가지 않도록 하거나, 혹시 멀리 굴러가더라도 다시 돌아오게 한 것 모두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고뇌의 산물입니다. 그러한 달걀을 차마 깨트리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것을 서슴없이 깨트려 세울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단지 발상의 차이가 아닙니다. 인간성의 차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것은 콜럼부스 개인의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그것을 천재적인 발상전환이라고 예찬하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콜럼부스가 도착한 이후, 대륙에는 과연 무수한 생명이 깨트려지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생명이 무참하게 파괴디는 소리는 콜럼부스의 달걀에서부터 오늘날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음이 사실입니다.

[자유]
자유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관해난수 觀海難水]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말하기 어려워합니다.
큰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팽이가 꼿꼿이 서있는 때를 일컬어 졸고 있다고 하며
시냇물이 담을 이루어 멈출때 문득 소리가 사라지는 것처럼
묵언은 선한 것을 위하여
자리를 비우는 내성의 고요함이며 겸손함입니다.

[중지동천 衆志動天]
"많은 사람들의 뜻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중지가 곧 하늘의 뜻이라고 읽어야 옳습니다.
왕보다는 사직이, 사직보다는 민이 더 중하기 때문입니다.

[한 발 걸음]
우리 방에서 가장 빠른 20대의 청년과 50대의 노인이 달리기 경주를 했습니다.
청년은 한 발로 뛰고, 노인은 두 발로 뛰는 공평한 경기였습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50대 노인이 거뜬히 이겼습니다.
한 발과 두 발의 엄청난 차이를 실감케 해준 한 판 승부였습니다.
징역살이에서 느끼는 불행의 하나가 바로 이 '한 발 걸음'이라는 외로운 보행입니다.
실천과 인식이라는 두 개의 다리 중에서 실천의 다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실천을 통하여 외계의 사물과 접촉함으로써 인식을 갖게 되며
이 인식을 다음 단계의 실천에 적용하고,
그 실천 과정에서 인식의 진리성이 검증되는 것입니다.
실천은 인식의 원천인 동시에 그 진리성의 규준이 됩니다.
이러한 실천이 배제된다는 사실은 곧 인식의 좌절, 사고의 정지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우슈비츠의 양심]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받은 충격은 차라리 허탈에 가까운 것입니다.
인간의 양심에 대한 최후의 신뢰가 무너지는 허탈감입니다.
그것은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자행한 만행이라는
일회적 사건에 대한 분노나 충격을 넘어
인간성 그 자체에 대한 좌절이라고 해야 합니다.

[통 通]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 사상의 핵심입니다.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며,
열려 있으면 오래 간다는 뜻입니다.
양적 축적은 결국 질적 변화를 가져오며,
질적 변화가 막힌 상황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열려 있을 때만이 그 생명이 지속됩니다.
부단한 혁신이 교훈입니다..

[정체성의 기본은 독립입니다]

국가의 경우든 개인의 경우든
정체성의 기본은 독립에 있습니다.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지 않고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으며
자신의 아픈 역사와 현실을 자부심으로 껴안는
치열한 독립의지가
정체성의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간디의 물레]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Progress is Simplification.

[충무공 이순신 장군]
광화문 네거리에 서 있는 충무공 동상 속에는
이순신 장군이 없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무거운 구리 옷을 벗어 버리고 한산섬 앞바다에
서 있었습니다. 바람에 옷자락 날리며 수많은 사람들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인간 이순신의 생환입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 우상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진정한 천재와 위인은 사람들의 한복판에 서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한 사람이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며,

가장 현명한 사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릇을 깨트리고]
성공은 그릇이 가득 차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공은 가득히 넘치는 물을 즐기는 도취임에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그 자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트린 축에 속합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제 저녁에 덮고 잔 이불 속에서
오늘 아침을 맞이하는 법이지만
어제와 오늘 사이에
밤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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