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2014년도의 마지막이자 2015년도의 시작이 함께 있는 한 주이다
지난 1년 동안에도 너무나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정리를 하는데 역시나 문학의 비중이 확고하게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에는 평소에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이해하기를 원했지만독서 편향이 한 쪽으로 집중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자기가 잘 아는 부분이나,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휩싸이고 자만에 빠지기 마련이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면서 생각이 변화하고 좀 더 포괄적인 생각과 통찰력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매년 자신에게 새롭고 낯설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된다그래서 내년에는 올해에 소홀했던 경영/경제, 사회, 과학, 예술 분야의 독서에 좀 더 신경쓰고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동시에 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좋은 작품들은 찾아 읽고, 글쓰기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읽어야 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워 본다.

올 한 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나름 인상이 깊었던 책들을 선정해 본다. 번호의 순서가 순위는 아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책들이 너무나 좋았지만 모든 책을 추천하기에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해서 그 중에서 내 관점에서 좋았던 10권의 책을 선정해 보았다. 내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몇 일동안 고민해보고 나름의 책 목록도 만들어 봐야 겠다.






#1. 《소년이 온다》, 한강
-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읽은 기억이 난다. 한강 작가의 저음의 느린 그러면서도 깊이있는 목소리처럼 글 속에도 짙은 아픔과 슬픔이 묻어 나게 하는 작품이다.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 광주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얼마 안되어 광주시청 앞 분수가 다시 가동될 , 벌써부터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전화통화가 생각난다. 이번에 알게 된 작가인데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그녀의 예전작인 《희랍어사전》을 팟캐스트로 잠깐 들었는데 이것도 너무 읽어 싶어진다그녀 만의 문체가 있다. '한강'을 알았던 것만으로도 올해는 큰 수확이다.

#2. 《인간의 조건》, 고미카와 준페이
-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노동수용소의 노무관리자, 일본군인, 패전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 동안 주인공 가지가 겪게 되는 상황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고수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동안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많은 소설과는 다르게 일본인이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낌이 달랐고자신의 국가와 가치관이 다른 한 개인의 고뇌가 짙게 베어 난다.
작품의 마지막에 고향에 가는 도중 쓰러진 가지, 그리고 그 위에 눈이 쌓여서 조그마한 구릉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생각난다. 앞으로의 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작품이다.

#3.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이다.  해 읽은 책 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책이었다. 한 가족의 몇 대에 걸친 삶이 지속되면서 두 개의 이름이 반복되어서 자손들에게 사용되어지고 이름에 따라 그들의 성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독특한 소재가 등장해 마치 홀린 듯 책을 읽었다. 흙을 퍼먹고, 하늘로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예언에 따라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 읽을 때는 이름도 헷갈리고 이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작품이다.

#4.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오주석
- 2005년에 삶을 정리해서 그의 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는 유홍준과 오주석의 우리 문화에 관련된 책에 흠뻑 취했었다. 여러 책 중에서도 특히 오주석의 이 작품은 작품의 해설과 그림의 선정이 탁월해서 보고, 읽으면서 빠져 버렸다. 우리의 옛 그림의 여백의 미와 수묵화의 독특한 매력은 앞으로도 더 알아야 할 나의 관심 분야가 되었다. 이런 즐거움으로 올해는 <간송 미술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회화 전시도 다녀오면서 보는 즐거움을 조금 알아버렸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오주석 작가와 같은 분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이다.

#5. 《미생》, 윤태호
- 올해는 '미생'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웹툰을 보지는 않았고,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하여 그 전에 세트를 구매했다. 배송이 된 후에 이틀 동안 9권의 책을 읽어 버렸다. 바둑과 종합상사를 바탕으로 직장인의 삶을 그려낸 미생은 만화인 동시에 직장인들에게 삶의 철학 역시 가볍지 않게 건드려 주었다읽으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과연 나는 만화 캐릭터에서 어떤 사람과 비슷한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상깊은 만화였고, 마지막에 결국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가는 오차장과 그곳에 들어가는 장그레가 생각난다. 결론은 나가는 것이라니~! 씁쓸하기도 했고, 10~15년 후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6. 《소금》, 박범신
- 이 책을 읽을 때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같이 읽었다두 작품 모두 주요 소재는 '아버지' 였다
작년에 겪은 개인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 소재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특히 박범신의 <소금>을 읽으면서는 깊은 저녁 혼자 서재에서 눈물을 떨구며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고리오 영감'보다는 <소금>이 더 깊이 다가왔다. 왠지 정말 우리 시대의 아버지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아버지가 어느 날 사라지고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큰 줄기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자식 된 입장에서의 죄송함이 밀려오고, 아버지가 된 입장에서의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깊이 느끼게 했던 작품이다.

#7. 《쓰잘 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 왠지 도정일 작가라기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은 분류하자면 인문에세이 혹은 산문 쯤이 될 것이다.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풀어내고 때로는 쓴 소리도 뱉어내는 그런 글이다. 정치와 인문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생각이 펼쳐지는 그 통찰력이 느껴진다. 많은 책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렇게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조용히 나를 둘러싼 환경과 흐름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바람직한 나의 길과 주관을 지켜나가야 함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글이었다.

#8.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 가장 어두웠던 작품이었다. 색으로 표현하면 짙은 회색과 같은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그의 깊은 내면과 고뇌를 드러낸다. 때로는 슬프고 우울할 때, 더 깊이 빠져들어 한 번 깊게 울어 버리면 그 기분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아마 그런 작품인 듯 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고 그의 단편도 하나씩 접하고 있는데 그 내공과 깊음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읽어야 그의 단편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즐거운 뿐이다.

#9.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 서정적인 문체를 지니고 중간중간의 수묵화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쉽게 읽힌다. 내용은 작가 이미륵의 유년시절이 담겨 있어 서정적이지만 3.1운동과 자신이 태어난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은 결코 가볍게 흐르지 않는다. 중국을 거쳐 프랑스, 독일로 1900년대 초반에 걸어서 배를 타고 1년이 넘어서야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독일어로 이 작품을 출간하였고 역으로 번역되어 발표된 것이다. 서정적이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의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부모애가 깊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이상하게 이 작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10. 《토지》, 박경리
- 아직 전체 20권 중에 5권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때로는 길상이 되고, 때로는 용이가 되면서 작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생활상이 머리 속에 펼쳐지면서 하동의 최참판댁, 용정의 거리들이 이미 내 머리 속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토지는 서희와 길상, 용이 등이 주요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야기의 주연으로 하나의 주인공으로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이게 대하소설의 큰 힘이요. 박경리의 힘인 듯 하다.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진행된다. 소설은 허구라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15권이 남아있다. 언제 읽을까 하는 걱정과 동시에 그만큼 남아있음이 감사할 뿐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번호 제목 저자 출판사 대분류 중분류
1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문학 국내
2 혁명1 김탁환 민음사 문학 국내
3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창비 문학 국내
4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문학 국내
5 혁명2 김탁환 민음사 문학 국내
6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문학동네 문학 국내
7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문학동네 문학 국내
8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도정일 문학동네 문학 국내
9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은행나무 문학 국내
10 백의 그림자 황정은 민음사 문학 국내
11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서해문집 문학 국내
12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문학 국내
13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문학 국내
14 소금 박범신 한겨레출판 문학 국내
15 동주 구효서 자음과 모음 문학 국내
16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문학 국내
17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창비 문학 국내
18 갑신년의 세 친구 안소영 창비 문학 국내
19 은교 박범신 문학동네 문학 국내
20 홍길동전 허균 민음사 문학 국내
21 차남들의 세계사 이기호 민음사 문학 국내
22 촐라체 박범신 푸른숲 문학 국내
23 산다는 것 박범신 한겨레출판 문학 국내
24 고산자 박범신 문학동네 문학 국내
25 토지1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6 토지2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7 토지3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8 토지4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9 소소한 풍경 박범신 자음과 모음 문학 국내
30 토지5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31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문학 국내
32 희랍어시간 한강 문학동네 문학 국내
33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다림 문학 국내/독일
3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더 클래식 문학 독일
35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 도스토에프스키 민음사 문학 러시아
36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민음사 문학 러시아
37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문학 미국
38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문학 미국
39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민음사 문학 미국
40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 더 클래식 문학 미국
41 동물농장 조지오웰 민음사 문학 영국
42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민음사 문학 영국
43 1984 조지오웰 민음사 문학 영국
4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문학 영국
4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거서 크리스티 해문 문학 영국
46 인간의 조건3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7 인간의 조건4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8 인간의 조건5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9 인간의 조건6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50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문학 일본
51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문학 일본
5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문학 일본
53 만년 다자이 오사무 도서출판b 문학 일본
54 백년의 고독1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 문학 콜롬비아
55 백년의 고독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 문학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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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두레 문학 프랑스
58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문학 프랑스
59 고리오 영감 오노래 드 발자크 민음사 문학 프랑스
60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더 클래식 문학 프랑스
6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민음사 문학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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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역사평설 병자호란2 한명기 푸른역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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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다산옥당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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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국보순례 유홍준 눌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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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 이택광 아트북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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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THE ONE THING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비즈니스북스 경영/경제  
87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쌤앤파커스 경영/경제  
88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책벌레 경영/경제  
89 스핀잇 조성문 알투스 경영/경제  
90 트렌드 코리아 2015 김난도 외 미래의 창 경영/경제  
91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동녘 교양  
92 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 양운동 휴머니스트 교양  
93 똑똑한 식스팩 이미도 dh 교양  
94 여덟 단어 박웅현 북하우스 교양  
95 커피는 원래 쓰다 박우현 e-square 교양  
96 여기, 핀란드로부터 김은정 라이온북스 교양  
97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홍섭 김영사 교양  
98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걷는나무 교양  
99 미생1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0 미생2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1 미생3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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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모두 독일어로 되어 있고 한국보다 독일에서 더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번역의 과정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 우리네 삶을 다루고 있고 제목 또한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1946년에 출간된 그의 자전 소설인 이 작품은 독일 문단과 독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독일의 잡지인 <플레엔스 타케블라트>는 "어느 저명한 독일의 잡지사의 조사에 의하면, 금년도에 독일어로 발간된 서적 중 가장 훌륭한 독일어로 된 책은 어느 외국인이 섰는데, 그분이 바로 이미륵 씨다." 라는 기사를 실었다.


작가 이미륵은 과연 어떤 사연으로 그 시대에 우리땅이 아닌 독일에서 독일어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작품 속에 그 사연이 있으며, 우리의 뼈 아픈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며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요동시킬 수 있는지 안타깝게 보여준다. 안타까움과 함께 잘 표현하지 않지만 아들 미륵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나 역시 아버지로서의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이미륵은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1남 3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의경인데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부처님의 뜻으로 얻은 귀한 아들이라 집안에서 미륵이라 불렀다. 어렸을 때 같은 집에 살았던 사촌 수암과의 따뜻한 추억과 아버지와 훈장에게서 천자문과 한학을 배우는 모습이 소박하게 드러난다. 



미륵과 수암은 집에 어른들이 없을 때 아버지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서랍이 많이 달린 약재함을 보고 일단 열어보고 맛을 본다. 수암은 검은 환약이며 하얀 알약을 많이 먹었다. 그러더니 주저 앉아 버렸다. 소암은 자기가 죽을 거라 생각한다.

"미악, 물 좀 갖다줘!"

"미악, 내 목 좀 들여다봐줘!"

그는 슬프게 부르짖으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목구멍은 빨개졌고 부어 있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그는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으, 죽겠어!" 하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글씨를 쓰라고 준 종이를 연을 만들기 위해 다 써버려서 혼이 나기도 한다.


1916년에 미륵의 아버지는 미륵을 당시 신식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그동안 한학을 배워오던 미륵에게 수학, 물리, 화학을 배운다. 새로운 학문을 대하는 낯설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당시 일본의 강제적인 한일합방으로 인한 일본어와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미륵은 후에 경성 의과 전문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1919년 3월 1일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륵은 오랜 고민 끝에 3.1운동에 참여하고 전단을 나누어주고 태극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 후, 그의 친구들의 몇 명은 경찰들에게 잡혀 갇히게 되고 미륵 또한 쫓겨 고향으로 오게 된다. 미륵의 아버지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미륵에게 유럽으로 떠나라고 한다. 미륵은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이 저렸지만 일제 경찰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고 그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톈진으로 그리고 다시 난징으로 간다. 그리고 거의 한 해를 기다리고 상해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한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옮겨가며 결국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이미륵이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에서 출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이런 역사적 아픔이 서려있다.



미륵의 아버지와 어머니


작품 속에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미륵의 아버지였다. 때로는 호되게 혼을 내지만 동시에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미륵의 아버지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가 미륵에게 처음 술을 주는 장면이다. 어머니는 술을 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잔을 빼앗으셨다.

"너무 그러지 마시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부탁하셨다.

"한두 잔 정도의 술은 해롭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외로운데 친구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좋아요. 하지만 오늘 뿐이에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술잔을 채우셨다.


아버지가 신식학교에 미륵을 처음 데리고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버지, 학교에서 천문학을 배운다는 게 사실입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구나."

아버지가 대답해 주셨다.

"언제든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주의 깊게 들어 둬라. 천문학은 아주 고급한 학문이다."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언제나 정신이 맑아야 한다."
.

,

아버지는 나를 한 번 더 보지도 않고 가 버리셨다. 교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맡겨 두었던 것이다.



소박한 수묵화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아픔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다 보면 막힘이 없이 그대로 읽힌다. 꾸밈이 없이 담백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의 두께도 그다지 두껍지 않다. 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아픔이 퍼져나온다. 지금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이 많지만 1920년 당시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고 중국의 많은 도시를 거쳐 프랑스로 그리고 다시 독일로 향한다. 작가 이미륵의 그 초조함과 불안함은 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나 뿐인 아들을 평생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을 믿어주고 묵묵히 지켜보고 자신이 먼저 올바른 본보기를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는 뜨거운 감동과 아픔이 동시에 밀려오기도 했다. 어떻게 이 작품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기분좋은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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