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지난주 코엑스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창비의 [창작과 비평]을 정기구독하게 되었다. 정기구독을 하면 창작과 비평 뿐 아니라 창비에서 출판된 책을 한 권 준다고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분좋은 것은 구독 기간 중에 창비에서 간행된 책이 무조건 50% 라는 사실이다. 그 때, 한 권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런 책을 만날 때면 나는 항상 감사한다. 지금까지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글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것을 보고 읽어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 우리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경험의 차이는 바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게 한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위의 그림처럼 겉표지는 다들 웃는 모습의 일러스트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이 그림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저렇게 다들 웃고 있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표지의 그림을 살펴보면 그들은 책 내용 속에 등장하는 소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반대인 다수에 의해서 침혜되는 소수의 권리에 대해서 인권에 대해서 책의 이야기는 진행되어 진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화의 내용을 기반으로 내용이 전개되다 보니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고 읽는 내내 이상하게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동안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 역시 인권침해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침해되는 소수의 사례는 어떠한 경우가 있는가? 나 역시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책에 나오는 대상들을 잠깐 소개하려 한다.
[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차별의 종착역 제노싸이드 ] 표지 처럼 밝지만은 않은 주제들이다. 각각의 소주제들 안에서도 여러가지 생각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 그냥 읽어내려가면서 무언가 나를 건드린 내용에 대해 잠깐 정리해보려 한다.
27만 5천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도 점령지구 내에서 훨씬 잔혹하게 살해된 비독일인 장애인들을 제외한 순수 독일인만의 수치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장애인만 살해대상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1차 대전에 종군하여 부상을 입은 장애인들도 희생되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전쟁 수행에 비생산적인 사람은 모두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장애에 대한 각종 편견에 맞서 켐프가 쟁취하려고 했던 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정상이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은 언제나 장애인이 정상인에 비해 뭔가 '비정상적'이며 '불완전'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상적이고 완전한 상태를 먼저 정의한 후,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모두 비정상으로 정의하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장애인을 드는 것이지요. 에범 켐프를 비롯한 장애인 운동가들은 장애인도 정상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최대한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결국 그 대상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개입된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불타오르는 나무 위에 흑인젊은이가 목매달려 있고, 그 주변에 백인 군중들이 모여 있는 사진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1930년대의 린치 장면입니다. 죽어가는 흑인남성은 불에 타서 옷이 그슬리고 온몸은 상처투성이며 얼굴은 피가 철철 흐르는 상태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백인 남성, 여성, 어린아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넘쳐흐릅니다 .플래시가 터진 사진 프레임 안에는 기껏 수십명이 있을 뿐이지만, 어둠 속에 보이는 보자들의 그림자로 미루어 볼 때 훨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르완다 제노싸이드에 대해 흔히 90만명이 사망한 하나의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합니다. 하지만 제노싸이드는 하나의 사건이 아닙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르완다 제노싸이드는 한 명이 죽은 살인사건이 90만개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피해자와 가해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고, 죽음을 맞이한 상황도 모두 다르며, 지역에 따라 학살의 모습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제시한 것은 위의 여러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 중 장애인과 인종갈등에 관련된 몇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 책의 표지가 너무나도 잔인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지르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사람은 한 명, 한 명 모두 하나의 우주이다. 세상의 어떤 일 보다 내 생각이 존재하고 사유할 수 있는 내가 존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나의 상실은 바로 모든 것의 끝이요. 우주의 소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감히 누가 그러한 우주를 마음대로 건드린단 말인가! 정말 무섭다. 이런 일을 바로 다수라고 불리우는 평범한 나같은 사람들이 저지른 것이다. 소름끼친다.
우리 인간들은 DNA가 99.95%가 동일하고 단, 0.05% 만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이 0.05% 라는 이 사소함이 99.95%를 과감히 배척하고 차별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 단 말인가! 얼마 전, 신문에 'SKIN'이라는 책 소개를 보았다. 내용은 이러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역사가 바뀌었고 인종간의 살육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피부색은 단지 햇빛에 노출될 경우 피부를 보호하기위해 멜라닌 양이 서로 다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 라고 생각하고, 서로 공존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한 사람이 모두 하나의 우주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직도 인권은 이 시간에도 유린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사람은 살고 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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