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을 보면 손오공이 선두콩 한 알을 먹으면 10일 동안이나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 때는 정말 저런게 빨리 발명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을 만들고 먹고 즐기는 삶의 큰 즐거움을 하나 잃어버린다고 생각해보니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중국요리를 주문할 때 고민에 빠지는 짜장면 vs 짬뽕, 회식에 찌든 몸을 위한 아침의 뜨끈한 국물의 해장국, 저녁에 식구들과 동료들과 함께 구워 먹는 삼겹살, 가끔 가다 한 번씩 생각나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TV를 보고 영화를 볼 때 저절로 손이 가는 스낵과 팝콘, 사람들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술 ...
음식은 곧 삶이고 살아가는 재미다. <음식잡학사전>은 먹는 즐거움에 더해 음식에 스며있는 뜻밖의 이야기들을 소개해준다. 우리가 다 아는 음식들인데 하나하나 이렇게 만들어진 사연과 유래를 알게 되니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편집도 하나의 음식에 몇 페이지씩 흥미롭게 배치되어 있어 가독성도 좋다. 이 책은 내 책상 앞에 놓아두고 가끔 하나씩 다시 읽어보려 한다.
이 책은 총78가지의 음식에 대해 소개한다. 그 중 마파두부, 포테토칩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려주려 한다.
그 외에도 다들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니 이렇게 '잡학'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마파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의 맛과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루는 전형적인 중국의 쓰촨요리다. 마파두부를 그대로 풀이하면 '곰보 아줌마네 두부'라는 뜻이다. 원래 곰보 아줌마가 만들어 파는 두부요리였는데 이것이 요리이름으로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이 요리를 처음 만든 이는 19세기 중반의 온교교라는 아가씨였는데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얼굴이 살짝 얽은 곰보였다. 교교는 성이 진씨인 사내에게 시집을 가서 진교교가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진씨 곰보 아줌마'라는 뜻으로 진마파라고 불렀다. 지금도 중국 쓰촨성 청뚜에는 진마파두부라는 음식점이 그대로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마파두부를 먹을 때 곰보아줌마를 생각해 보시기를 권한다.
포테토칩이 만들어진 유래는 황당하고 재미있다. 뉴욕 부근에 위치한 사라토가스프링스라는 곳에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조지 크럼(George Crum)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크럼은 다혈질에 화를 잘 내고 특히, 손님이 음식에 대해 불평을 하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이상한 음식을 내놓았다. 어느 날 레스토랑을 찾은 한 손님이 주문한 감자튀김이 너무 두껍고 잘 익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자 크럼은 괴짜버릇이 발동해서 주방장에게 포크로 감자를 찍을 수 없도록 최대한 얇게 썰라고 시켰다. 그런 다음 냅킨에 싸서 30분 동안 얼음물에 담가 놓았다가 뜨거운 기름에 튀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크럼은 그 위에 소금을 잔뜩 뿌린 다음에 손님 식탁으로 보냈다.
그런데 화를 내야 하는 손님은 맛있다며 더 달라고 주문을 하게 되었다. 크럼은 실망했지만 이를 계기로 '포테이토 크런치'라는 메뉴로 내놓았다. 후에 그 주방장이 독립하여 손님들 식탁에 포테이토칩을 올리게 되었고 그 때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사라토가 칩'이라 했다. 그리고 1920년대 이후에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포테이토칩'으로 바뀌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맛 뿐만 아니라 음식의 향과 시각적인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하나 더 '이야기'를 더한다면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포테이토칩을 먹으면서 주방에서 화가나서 감자를 얇게 썰고 소금을 확 뿌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어쩜 혼자 웃을 수도 있고, 마파두부를 먹을 때는 곰보아줌마가 두부에 매운 고추기름과 고기를 넣는 게 떠오를지 모른다. 이게 음식을 먹는 재미요. 이야기의 즐거움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음식에 관한 재미있는 책은 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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