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그래픽 노블을 한 권 읽었습니다. 그래픽 노블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만화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내용이 풍부해서 일반 만화책 보다는 글밥이 많이 있습니다. 만화책인지 알고 집어든 첫째 아이가 '아빠 이거 글씨가 너무 많어~!' 하더니 살며시 내려 놓더군요.
그래픽 노블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중 나치 수용소의 모습을 담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 와 스페인 내전 당시를 묘사하는 안토리오 알타리바와 킴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여러분은 '팔레스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테러', '난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각날 것입니다. 왜 이런 이미지들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에 각인이 된 걸까요? 그리고 어떤 배경에서 '테러', '난민', '분쟁'이 발생하는 걸까요? 예전부터 언론에서 관련 해외 사건 보도가 나올 때마다 생각했던 질문입니다. 뒤늦게야 『팔레스타인』이라는 책을 만나고 그 궁금증을 조금 해소해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비극의 시작 - 맥마흔 선언과 벨푸어 선언
비극의 시작은 영국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중동은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는 땅이었습니다. 오스만 제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던 영국은 중동의 아랍인들을 설득해 오스만 제국에 반란을 일으키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때 전쟁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아랍인들의 독립을 약속합니다. 바로 1915년의 맥마흔 선언입니다. 하지만 영국은 똑같은 땅을 두고 또 다른 약속을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내 유대인들의 영향력과 재원을 활용하기로 합니다. 그 조건으로 영국은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약속을 합니다. 1917년의 벨푸어 선언입니다. 바로 영국의 이중계약이 지금의 비극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은 이 문제를 UN으로 넘깁니다. 유엔은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서 유대인 국가와 아랍인 국가를 세우는 것을 통과시킵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팔레인스타인으로 모이게 되고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됩니다. 하지만 2000년이 넘는 동안 그 땅에 살고 있던 이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 중동 지역은 화약고로 변하게 됩니다.
▲ 지역적 위치
▲ 되풀이되는 중동의 비극 끝낼 방법 없나 - 중앙일보
■ 이스라엘과 그 뒤의 미국
▲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 위원회 (AIPAC - The American Israel Public Affair Committee)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어떻게 아랍 연합국이라 할 수 있는 국가들을 어떻게 국가의 틀을 만든지 얼마 되지 않는 나라가 이겨내는 것일까요?
이스라엘의 뒤에는 든든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내 유대인은 전체의 3%를 차지하는 많지 않은 수 입니다. 그런데 이 소수가 미국의 금융, 석유, 식량, 경제, 연예계, 학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미국의 양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에 엄청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는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 위원회(AIPAC)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선 후보는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 위원회에서 연설을 합니다. 이들이 누구 편에 서냐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위원회는 워싱턴의 1,2위를 다투는 로비단체입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지지하게 만들고 공적인 토론에서 이스라엘이 비판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묘사되기 위한 전략을 세웁니다. 또한 AIPAC 의 의견과 반대되는 후보들이 나오면 그 반대 정당을 지지하면서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을 낙마시킵니다.
이런 결과들이 이스라엘을 중동의 한 가운데에서 가장 강력한 화기를 갖춘 국가로 만듭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4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976년 이후 언제나 미국 해외 원조의 최대 수혜국이며 수혜국 중 유일하게 원조액을 사용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는 국가입니다. 미국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공유하지 않는 정보까지 이스라엘과 공유를 하며 다른 동맹국들에게 판매하지 않는 무기까지 판매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1960년대 이스라엘이 비밀 핵무기 개발하는 것 까지 용인해 줍니다.
1982년 이래 유엔 아보리에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결의안을 통과를 막으려 미국은 33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엔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불법 정착촌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에는 찬성 115, 반대 2표 였습니다. 2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었습니다.
■ 가려진 이야기
우리가 해외 언론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소식을 들을 경우 거의 대부분은 팔레스타인들의 이스라엘 테러 관련된 소식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인식에는 팔레스타인에 조금은 더 부정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이스라엘이 선(善)이고 팔레스타인이 악(惡)일까요? 한 번 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시선은 상당히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보도의 정확성-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사례연구> 라는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보다 이스라엘 어린이 사망기사 통계상 30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망하는 빈도는 그 반대입니다. CNN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CNN 간부는 하루 수백 통의 불만 메일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비판적 보도를 한 NPR(공영라디오방송)은 100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 번 걸러진 소식들이 우리들에게 들어옵니다. 언론에서 관련 소식을 듣는 다면 이제는 한 번쯤은 다른 각도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영토변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토에 대해서도 조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지도처럼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영토에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거주하고 있다면 문제는 덜 할 것입니다. 심지어 720km 에 달하는 국경에 이렇게 분리장벽까지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팔레스타인 지역(서안지구) 내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스라엘 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구도 20만명을 넘어섭니다.
▲ 이스라엘이 건설한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 장벽 (약 720km)
▲ 팔레스타인에 건설된 이스라엘 정착촌
팔레스타인 지역 내에 건설된 이스라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의 골을 더욱 깊이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1987년 부터 팔레스타인의 민중봉기운동인 인티파다가 시작됩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독립을 바라는 민중의 바람이 투영된 것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화력으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에게 할 수 있는 건 돌을 던지며 저항하는 것 뿐입니다.
이런 저항이 일어난 다음 날은 이스라엘군이 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은 찾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가 우리나라의 군사정권시기와 비슷한 고문을 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정착촌을 만들기 위해서 팔레스타인들을 거주지역에서 몰아내기도 합니다.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또 다시 돌을 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이스라엘 군들에게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인들 - 출처 : 연합뉴스
▲ 이스라엘 군들에게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인들
어쩌면 제가 이 글을 쓰면서 팔레스타인 편향적으로 썼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모두 그들 만의 투쟁 이유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너무나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국과 UN에 의해서 그동안 살고 있던 땅에서 쫓겨나고 살던 터전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그 지역의 구속력을 강화합니다. 그들은 단지 그 땅에서 살고 있었던 이유 만으로 그렇게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들의 저항은 '테러'라는 이름으로 변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뿐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처럼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힘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산물이 상식으로 바뀌는 경우가 더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진정한 상식과 만들어진 상식을 구별할 줄 아는 시선입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 오던 것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조금 더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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