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처음에 만들어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예전에는 전체 인구 중 일부 특권층 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책은 특권과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책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은 누구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운동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되지 않고 꾸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듯이 책 역시 읽는 책력이 필요하다. 책력에 따라서 같은 책을 읽어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가게 된다.

 

처음에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까? 하는 생각에 집어든 책이지만 당연하고 누구나 다 아는 듯한 말을 풀어낸 이 책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과연 나는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할지, 지금의 방법에서 이어갈 것은 무엇이며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뜻을 세우는 입지가 있어야 한다
누가 이것을 모르랴? 어렸을 때부터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물음 중 하나는 "너 뭐하고 싶니?" 라는 질문일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갈 수록 점점 이것이 중요함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뜻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방향으로 독서의 길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선정한 후에는 기본적인 개론서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 개괄하고 관심있는 부분으로 확장을 해야 한다. 아직은 이렇게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관심있는 분야는 문학, 역사, 미술, 환경, 경제 부분인데 어떻게 체계적으로 접근해서 깊이있는 독서를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번째는 무엇을 읽었느냐 보다는 읽은 것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책을 읽고 덮어두면 그대로 그 책은 내 기억 속에서도 쉽사리 사라진다. 읽은 것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반복해서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아직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드물어서 쉽사리 실천하지 못할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로 남겨 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억이 연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인상깊었던 구절에 대해서는 별도로 수첩에 정리해두거나 인쇄해 두어서 집안의 자석 칠판에 붙여두어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방법을 실천에 옮겨야겠다.

 

세번째는 책을 매개로 해서 다른 것들과 연결하는 방법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 장소에 대한 역사적 사건 혹은 그곳의 문화를 미리 책을 통해 살펴본 후에 여행지를 경험하다다녀 온 후에 다시 그것을 기록에 남겨 추억을 간직한다. 음악에 대한 책을 읽었으면 그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음식에 관련된 책을 본 후에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거나, 손수 요리를 해먹는 것이다.  책을 흔히 간접경험의 매개라고 한다. 이런 책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면서 독서와 체험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어떤 주관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서 특정한 주제를 탐독하는 독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하나의 전체적인 틀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식당에도 그 식당 만의 메인 메뉴가 있고, 기업들도 주력 제품을 통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듯이 독서에서도 나만의 분명한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확장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해본다.

장기적으로는 집중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로 내 독서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둘 사이를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하나씩 행동으로 옮기면서 체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처칠 가의 독서 비법

1. 1의 필독서를 만들어라

2. 역사서를 기본으로 읽고 문학, 철학, 과학, 경제로 범위를 넓혀라

3.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외우고 글쓰기에 모방하라

4. 외국어로 독서하는 취미를 가져라

5. 아버지의 독서 리스트를 자녀와 공유하라

6. 아버지가 직접 고른 책을 선물하라

7. 비록 꼴찌를 하더라도 '독신(독서의 신)'이 되어라

 

▶ 케네디 가의 독서 비법

1. 책으로는 부족하다. 신문을 읽고 토론하라

2. 토론교육은 어릴 때 독서교육과 함께 시작하라

3. 토론을 할 때는 특히 경청을 중시하라

4. 처음에는 토론이 서툴더라도 반복시켜 최고가 되게 하라

5. 도전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모험담을 많이 읽게 하라

6. 여행을 하면 반드시 여행기를 쓰게 하라

7. 우리 집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라

 

▶ 네루 가의 독서 비법

1. 편지나 이메일로 서신교육을 하라

2. 신문 스크랩을 통해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라

3.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4. 어릴 때부터 영어로 쓰여진 책을 읽게 하라

5. <성경> 등 종교 경전을 읽게 하라

6. 책을 읽고 반드시 내용을 메모하게 하라

7. 이웃을 위한 성공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라

 

▶ 루스벨트 가의 독서 비법

1. 어린 시절, 생애 최초의 책을 주목하라

2. 집안에 반드시 서재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라

3. 사전을 찾으면서 독서를 하게 이끌어라

4. 외국어로 시를 자주 암송하게 하라

5. 역할모델을 정하고 그의 독서 리스트까지 모방하라

6. 무엇을 읽느냐 보다 읽은 내용을 소화하게 하라

7.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로 이끌어라

 

▶ 버핏 가의 독서 비법

1. 자녀가 읽기를 바라는 책을 잘 보이는 곳에 두어라

2.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라

3. 다른 사람보다 다섯 배 더 읽어라

4. 등불이 되는 책은 평생 반복해서 읽어라

5. 신문과 잡지를 가까이하라

6. 부자가 되고 싶다면 탁월한 숫자감각을 익혀라

7. 소설 등 교양서를 읽으면서 삶의 지혜를 섭취하라

 

▶ 카네기 가의 독서 비법

1. 도서관을 자주 찾아 책과 친해져라

2. 아이에게 민담 등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라

3. 신문독자란 등에 글을 투고하며 비판의식을 키워라

4. 여행을 하면 그 나라의 종교에 대한 책을 반드시 읽어라

5. 좋은 문구를 보면 메모해 두고 이를 가슴에 새겨라

6. 토론과 발표하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라

7.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책을 읽어라

 

▶ 헤세 가의 독서비법

1. 자녀의 독서 취향을 좌우하는 가풍을 잘 세워라

2. 집안에 책과 음악의 향기가 늘 피어나게 만들어라

3.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라

4.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의 책을 조화롭게 읽혀라

5.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라

6. 집안에 서재를 만들어 대대로 물려주어라

7. 나만의 독서 리스트를 만들게 하라

▶ 박지원 가의 독서 비법

1.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니 끌리는 책을 읽어라

2. 정독으로 천천히 읽으면서 창의력을 키워라

3. 읽은 책을 요약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라.

4. 읽은 책의 내용과 형식을 모방해 글짓기 연습을 하라

5. 친구들과 함께 모여 책을 읽어라

6.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독서하라

7. 철이 들면 책을 읽을 테니 조급해하지 마라

 

▶ 밀 가의 독서 비법

1. 아버지와 자녀가 같은 서재에서 공부하라

2. 학자로 키우려면 고전과 철학 중심으로 독서를 이끌어라

3. 책을 읽고 줄거리를 이야기하게 하라

4. 여행을 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하라

5. 모험담 등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게 하라

6. 등대가 되어 줄 역할모델을 찾도록 하라

7.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만심을 가지지 않도록 하라

 

▶ 이율곡 가의 독서 비법

1. 독서교육에 앞서 뜻을 세우는 입지교육을 하라

2. 재능과 눈높이에 따라 맞춤형 독서로 이끌어라

3. 다독과 속독보다 숙독하고 정독하라

4. 닥치는 대로 읽는 난독은 결코 하지 마라

5. 교양과 전공, 선택으로 나눠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라

6. 좋은 문장을 메모해 집안 곳곳에 걸어 두어라

7. 책을 평생 동안 손에 놓지 마라

 

 

 

책에 대한 책들


■ 이젠, 함께 읽기다 - 신기수,김민영 외 2명/북바이북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484

 

■ 책인시공  - 정수복/문학동네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312


■ 월경독서  - 목수정/생각정원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230

 

■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 이희석/고즈윈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191

 

■ 읽어야 이긴다  - 신성석/교보문고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146

 

■ 48분 기적의 독서법  - 김병완/미다스북스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141

 

■  비전을 실현해주는 독서컨설팅  - 심상민/교보문고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85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정혜윤/민음사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78

 

■  종이책 읽기를 권함  - 김무곤/더숲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73

 

■  책은 도끼다  - 박웅현/북하우스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71

 

■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2.0  - 이권우, 강양구 외 3명/그린비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70

 

■  지식인의 서재  - 한정원/행성:B잎새

  (리뷰) http://zorbanoverman.tistory.co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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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고르는 9가지 방법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kyoonho-park/story_b_64845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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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정리하다 보면 '내가 대체 이 책을 왜 산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책 만큼 성가신 존재도 드물다. 그래서 집안을 정리할 때 퇴출 1순위에 주로 그런 책들이 물망에 오른다. 부지런하고 알뜰한 사람은 헌책방에 내다 팔기도 하지만 헌책이 어디 팔아서 돈이 되는 물건이어야 내다 파는 수고를 감수하지 않겠는가? 나 같은 경우는 공공도서관에 기증을 하거나 재활용품으로 버리는 쪽이다.

일주일에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는데 아무리 열독가라고 하더라도 읽어봐야 얼마나 읽을 수 있겠는가? 만만찮은 책값도 책값이려니와 80년 남짓한 인간의 수명을 고려할 때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가급적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누구라도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 애 쓰지 않는 사람은 또 어디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서점에 가서 '요새 어떤 책이 잘 나가나요'라고 주인에게 묻거나 '베스트셀러' 코너를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내가 말하려 하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이란 것도 어차피 절대적이지 않고 다만 개인적인 체험의 소산에 지나지 않으나 혹여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적어본다.

우선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코너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좋은 책이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스테디셀러에 비해서는 '검증'이 덜 된 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우려 된다. 실제로 세월이 지나서 버려야 할 책을 추려낼 때 가장 흔히 보이는 책들이 '한 때 베스트셀러'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는 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베스트셀러보다는 좀 더 오래두고 읽을 확률이 높다고 말해야겠다. 화려한 반짝 스타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강자를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옥석을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 고전을 무서워 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성을 고려하면 고전만큼 좋은 선택도 드물다. 길게는 천년이 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목록이니 당연하다. 고전이 생각하는 만큼 어렵고 지루한 책만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라든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박지원의 <양반전> 따위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몰입감을 발휘하는 '재미 있는' 책들이다. 고전도 그 시대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드는 멜빌의 <모비딕>같은 소설은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웬만한 다른 책 열댓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능이나 디자인이 큰 차이가 없는데 단지 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몇 갑절 비싼 경우가 허다한 다른 물건에 비해서 내용이 명품이라고 해서 딱히 비싸지 않은 고전은 매력적인 것이 분명하다.

셋째 출판사에도 전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령 순수문학에 '창작과비평사', '민음사', '문학동네'가 있다면 인문 관련으로 '소명출판사'라는 거대한 산맥이 있다. 독자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렇지 당장이라도 인터넷서점에서 소명출판사의 출간 목록을 검색하면 신세계가 보이리라. 표지디자인은 다소 촌스럽지만 '까치출판사'도 굉장히 훌륭한 인문서적을 많이 낸다. 해외문학은 단연 '열린책들'이 돋보인다. 이 출판사는 애초에 러시아문학전문을 표방했는데 다른 해외문학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정과 표지디자인 그리고 번역이 수준급이다. 과학분야에서는 '사이언스북스'가 선두주자인데 출판사의 이름에 사이언스를 표방한 만큼 오로지 과학분야의 책만 내는 고집쟁이다. 젊은 감각과 과학적 사고로 지식과 문화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동아시아사'도 주목할만하다. '동아시아사'는 주로 출간하는 과학책 말고도 인문 관련 서적도 출간하는데 모두 진국이다. '지호'는 미시적인 관점의 흥미로운 책을 많이 낸다. 사진과 예술분야에서는 '열화당'과 '눈빛'이 양대 산맥이다. 특히 눈빛출판사는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기치하에 사라져가지만 소중한 장면을 담은 사진집들이 매우 훌륭하다. 역사쪽으로 넘어가면 '푸른역사'가 원탑이다. 그 외에 에세이는 '마음산책'이 경제경영 쪽은 '더난'이 선두주자다.

넷째, 책도 충동구매가 심한 품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건값이 비싼 다른 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인 책은 의외로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책을 살 때는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다시 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섯째, 일단 깊게 생각해서 꼭 필요하고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라는 판단이 서면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장 다른 읽을 책도 있고 시간이 없더라도 사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 출판계는 절판이 너무 잦아서 나중에 생각이 나서 사려고 챙기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절판본이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책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격언은 틀리지 않다.

여섯째,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목'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야구를 좋아하는 내가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라는 소설을 무심결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같은 야구에 관련된 재미난 소설인 줄 알고 샀는데 적잖이 실망한 경우가 있다. 물론 20세기 일본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또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적에 독자의 이목을 끄는 '요상한' 제목이 많은데 제목보다는 내용을 요모조모 따져보는 것이 좋겠다.

일곱번째, 종이신문이나 서평잡지를 구독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누가 종이신문을 볼 시간이 어딨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종이신문은 좋은 책을 소개 받는 가장 편리한 매체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서평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일삼아 찾는 경우와 자연스럽게 펼치면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종이신문의 서평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서트렌드와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길러진다고 믿는다. 종이신문이나 서평잡지를 읽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서평잡지로는 <기획회의>, <책 Chaeg>, <비블리아>가 있다.

여덞번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모임에 참가해보자.

때로는 전문가나 대단한 독서고수보다는 평범한 다른 동료 독서가에게서 추천받는 책이 눈높이도 맞고 읽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든지, 관심 분야가 전혀 아닌 책은 읽기에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또 독서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독서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아홉번째, 만화나 자기계발서라고 무작정 무시할 일은 아니다.

만화는 텍스트로 된 매체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장점이 많은 매체다 나만해도 조선시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의문이 생길 때 제일 먼처 펼쳐보는 것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고 파우스트 같은 난해한 고전의 워밍업으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시리즈>를 들쳐본다. 아무리 자기계발서라도 해도 <카네기 인생론>같은 책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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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라는 가장 큰 매력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과 함께 현재의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생각의 관점이나 나와는 다른 배경에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통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서경식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통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보여주듯이 미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미술 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 위주로 내용이 전개되는 다른 미술 관련 책들과는 구성 자체가 다르다. 실제로 책 속에는 미술 작품이 그렇게 많이 수록되어 있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많은 그림이 가득차있는 것들 보다 더 깊이 미술작품을 감상한 기분이 든다. 작가 서경식은 미술 작품에 먼저 접근하기 보다는 작가의 삶을 먼저 들여다 본다. 이런 접근법은 나와 같은 미술 작품 감상에 문외한에게는 너무 반갑다.

미술에 대해 관심이 점점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미술관도 많이 가보지도 못했으며 작품을 보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미술 사조가 등장하면 그때부터는 앞이 캄캄해진다. 그런데 작가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면 왠지 모르게 그 작품이 이해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은 후에 고갱의 작품을 보면 느낌이 다르고,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고 나서 고흐와 동생 테오와의 관계와 고갱과의 인연을 알게 되면 고흐의 작품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을 읽고 나니 그가 그리는 소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서경식은 이런 식으로 작가에게 먼저 접근하면서 그들의 개인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근현대사의 내용으로 가기도 한다.

처음에 책을 개괄하기 위해 책 속에 있는 그림들을 하나씩 볼 때는 이게 도대체 뭐야 했던 것들도 있었다. 이런 것도 미술 작품이야? 도대체 예술작품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도 솔직히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정연두, [상록타워], 2001

 

이 작품은 작가 정연두의 경험을 통해서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어느날 아파트의 이웃집 여자가 복도에 나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 여자는 그와 마주치자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이웃집의 주인집에서 연락이 왔다. 혹시 옆 집에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냐고? 실은 그 날 옆집 가족은 야반도주를 했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벽 하나 사이를 두고 이루어지는 똑같은 구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행은 무엇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과 무서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한 아파트의 같은 구조에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이 책의 다른 중요한 한 지점은 바로 '민중미술'과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민중미술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민중미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민중미술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대두한 미술의 한 갈래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사회운동이 번지던 무렵에 등장, 역사 주체로서의 민중의 삶과 행동을 주제로 하는 미술을 주장했다. 민중미술은 본래 비판적 리얼리즘의 면모가 강하였으나,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노동자 계급성이 강화된 양상을 띠게 되면서 주변적 장르였던 만화, 판화 등이 중심이 되었으며, 벽화, 걸게그림 등을 통해 선전, 선동성이 강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작가 신경호와 홍성담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렇게 민중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회에 대한 작가의 역할과 접근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한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어 베를린으로 입양된 작가 미희, 중국 만주에서 태어나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나눔의 집에 작품을 설치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는 윤석남, 산업화 시대에 간호사로 파독되어 그곳에서 작가로 거듭난 송현숙을 통해서 바라보는 디아스포라를 통한 미술적 접근과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깊이 바라본다.

 

 

 

좌(左) - 신경호 「넋이라도 있고 없고:초혼 1980」, 1980년
우(右) - 윤석남 「어머니Ⅰ: 열아홉 살」, 1993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미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어떤 이유로 그저 눈으로 보았을 때 의아한 것들이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런 노력이 쌓여야만 새로운 작품이나 다른 것들을 받아들 일 때 무조건적인 배척 또는 수용이 아닌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진다. 우선은 많이 접해야 겠다.

다른 하나는 예술인들의 사명의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민중문학이 생기게 된 것도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는 부조리 속에 빠져 있는데 그저 작품만 만들면 되는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작품을 통해서 사회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 였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않은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문인들과 시민들이 만든 '304 낭독회'도 어쩌면 그런 예술인들의 사명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모든 예술인이 이렇게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에 대해 물어볼 깜냥은 나에게는 없다. 하지만 그런 사명 의식을 가진 분들에 대해서는 지지해주고 존경해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신경호, 홍성담 작가의 글을 남긴다.

 

p57

만약 제 그림에 아직도 관심이 있다면 그이는 아마도 예술적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간직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 예술적 삶은 '함께 현실을 아파하고, 같이 뛰어넘고자 하며, 더불어 치열하게 사랑하는 삶'입니다. 이것이 저의 리얼리즘입니다

p345예술가는 원칙적으로 모든 권력을 거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국가 그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예술가는 오히려 허무주의자나 아나키스트에 가깝고 그것이 바로 예술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예술가에게는 처음부터 커다란 권력이 주어져 있습니다. 예술가인 것이 하나의 권력입니다. 자기 자신이 바로 하나의 '정부'이자 '대통령'이므로, 그렇게 가장 훌륭하고 가장 멋지게 태어났으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므로 아무리 혁명정부가 탄생한다고 해도 그 과오마저 지적하는 정도가 되지 않으면 예술가가 아닙니다. 예술가의 역할이란 언제나 그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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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p57

만약 제 그림에 아직도 관심이 있다면 그이는 아마도 예술적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을 간직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 예술적 삶은 '함께 현실을 아파하고, 같이 뛰어넘고자 하며, 더불어 치열하게 사랑하는 삶'입니다. 이것이 저의 리얼리즘입니다.

정연두

p85

정연두 : 예술가는 사회적인 리더도,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려운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관찰자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p89
약 한 달 동안 산속을 걸으면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은 만들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p92

역사는 해석하기 나름이잖아요. 기무사 자체도 역사를 바꾸고 만들어내는 장소였고요. 이 작품은 결국 권력의 상징적 장소였던 건물 옥상에서 경복궁을 바라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죠. 다큐멘터리 형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줍니다. 그와 동시에 뒤의 무데를 떼어서 다시 앞으로 붙이는 방식을 취해서 말이 안되게,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불합리해 보이는 방식으로 영향을 촬영해서 만들어낸 작업입니다. 우리가 아는 역사라는 것도 저런 식으로 조물조물 만들어서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역사는 실제로 있었던 사실과는 무관할 수 있으며 때로는 입장만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93

하지만 그 당시 힘들었던 사회 현실이 반영된 상징적인 장소가 이제는 바뀌어서 누구나 그곳에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었을 때, 여전히 과거에 대한 의식을 지닌 채 현재의 모습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사람들이 민중미술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고유의 미술사적인 관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기는 해도 현재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p99

양약으로는 병이 더 진전되지 않게 막고, 한약은 스스로 낫게끔 몸을 도와주는 거예요.

p102

저는 시각예술을 하는, 즉 눈에 보이는 것을 예술로서 다루는 사람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예술가의 경우에도 조각을 공부했으니까 조각가, 영상을 주로 하니까 영상작가, 이렇게 부르지만 결국 다루고 있는 매체는 매체일 뿐이죠. 그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내 아이디어를 전달해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통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아닐까요?

p119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3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 그 일을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반응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가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한다해도, 그 작품에 대한 반응 속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미술이 사회적 문제와 얼마나 평행선을 그리며 나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볼 때, 한쪽(현대미술)은 꽤 늦은 템포로 움직인다면, 다른 한쪽(사회적 문제)은 순간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겠지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굉장히 혼돈스럽고, 동시에 미토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에 외국 작가로 참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믿음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을 느낍니다. 제작자인 저도, 제 작품을 받아들이는 관객도 그 작품이 가진 가치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작품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원전 사태나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작가의 개인적 관점과 맞물린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문맥과 함께 작품의 가치도 차차 파악되겠지요. 작가의 개인적 역량이 사회에 큰 파급효과와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p121

그가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선택하여 카탈로그 사진을 찍으려 했을 리는 없다. 그는 피사체인 인물에 흥미와 애착을 느끼지만, 대상에 정서적으로 일체화되지 않으면서 차가운 객관성을 잃지 않고 관찰한다. 그런 애착과 객관성의 미묘한 균형이 '정연두다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란 한국인이라는 '본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문맥'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p123정연두라는 인물 안에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근대인의 뜨거운 마음과 탈근대(모스트모던)를 살아가는 세대로서 아버지를 바라보는, 깨어 있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윤석남
p137처음 그림을 시작한 동기도 나의 삶,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예술이 예술 자체로 승화되는 것도 물론 중요한 과제지만, 그 사회에 대해 작품을 통해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제 생각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미적인 감각을 향해가는 길도 희구하고 있지만, 동시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p138
많은 분들에게 보편타당한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윤석남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p154어린아이들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죠.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고정된 틀을 돌파하고 해체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p171바리데기는 우리나라 무속에 등장하는 최초의 신이에요. 우리나라 무당들은 바리데기 전설에서 시작한 거죠. 바리데기는 왕의 일곱째 딸로 태어났어요. 나라를 물려주려면 아들이 필요한데 계속 딸이 태어나니까 왕이 화가 나서 신하를 시켜서 죽이라고 명령하죠. 신하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강에다 띄웁니다. 그 공주를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가 데려가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이 죽을병에 걸린 거예요. 그런데 딸 중에 누구라도 죽음의 강을 건너가서 생명수를 구해오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다른 딸들에게 물어보니까 다 거절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버림받았던 딸이 나서서 가져오겠다고 했어요. 바리데기는 고생 끝에 강을 건너갔고 무장생과 결혼해서 애까지 낳아야 했어요. 하지만 결국 생명수를 가지고 돌아와 이미 죽은 아버지의 상여가 나가는 길에 생명수를 뿌려 살려내요. 감동한 아버지는 나라 땅의 절반을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딸은 땅도 필요 없고, 왕도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고는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살면서 혼령을 좋은 곳에 보내는 역할을 맡겠다고 합니다. 바로 무당의 기원이 된 것이죠. 그 신화를 모티프로 한 작업입니다. 저는 무당에 관심이 많아요.
이쾌대
이쾌대는 서양에서 유래한 미술이론과 기법을 일제시대에 습득했고, 군상 을 통해 전면적으로 실천한 듯 하다. 일본의 패전에 의해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조선인은 드디어 집단적 주체를 주어로 삼아 말할 가능성을 손에 넣었다. 일제시대에는 그릴 수 없었던 역동감 넘치는 대화면의 공적 회화를 그릴 '주어'를 획득했던 것이다. 아니, 획득해야 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까? '주어'를 획득했던 것이다. 아니, 획득해야 했다고 말하는 편이 좋을까? '주어'를 손에 넣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펼쳐지지 못했다. 해방공간에서 이쾌대가 일제시대에 축적했던 지식과 기량 모두를 쏟아부어 군상과 씨름했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거기에 일본 전쟁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도 불가사의하지 않다.
일본의 전쟁화에서 침투해 들어온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적 정서를 가리킨다.
신윤복
p2602011년에 폴란드, 스웨덴 합작으로 만들어진 [브뤼헐의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예수가 십자가를 끌고 골고다로 가는 장면은 서양 회화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인데 그것을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움직이듯 만든 것이죠. 16세기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가난한 농부들의 풍속이 그림에 나옵니다. 춤추고 축제를 벌이고 돼지를 잡고 수확하는 그런 모습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나와요 그때까지의 서양회화에서는 예수가 화면의 중심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민중들이 등장하게 되는 거죠.
p277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신윤복은 외부인이자 경계인이고 세상의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은 제가 항상 해온 이야기와도 딱 들어맞아요.

p282
바로 이런 인상이다. 나 역시 [미인도]에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남성이 지닌 시선의 폭력에 갇혀 긴장하는 모습도 없고, 거꾸로 거기에 아양 떨며 자신을 상품하려는 생각도 없이, 정녕 '자연체' 인 것이다. 한마디로 [미인도]의 여성은 '기호'가 아니다. 자신을 그리고 있는 화가가 동성인 여성이거나, 혹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기에 가능한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미희
p321미희가 태어난 1960년대 말은 한일협정이 체결된 뒤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일본의 자본과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에 해당한다. 부산 인근에 위치한 마산에는 수출자유지역이 만들어져 일본 기업이 진출했고 그와 동시에 많은 일본인이 한국 회사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미희의 아버지인 '기무라'씨도 그런 일본인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소녀였던 미희의 어머니에게 아기를 갖게 한 뒤 그대로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당시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에 의해 추진된 '일본 신식민주의의 재진출'과 베트남 파병이 가져다준 군사 특수에 의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이 시작되었다. "우리 입양인은 고도경제성장의 폐기물'이라는 미희의 말이 단지 비유 이상의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홍성담

p332 
섬이란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사방이 가로막혀 마치 죽음과 같은 허무나 절망이 감도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이 바다를 넘어 저쪽 끝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으리라는 희망과 낙관이 뒤얽혀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즉 비관과 낙관, 그런 극과 극의 상태가 매일 교차하는 곳입니다.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가서 강풍과 높은 파도를 만나면 언제 죽은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죽음은 도처에 널려 있으며 그렇기에 죽음과 생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 속에는 언제나 생과 죽음이 교착하고 있다.'
p336한국사회가 1970년대 개발독재를 통해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농촌 젊은이들 대부분은 공장이 있는 마산, 인천, 부산, 서울 등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제 초등학교 동창생 30명 중에 두 명만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로 나갔습니다. 엄청난 공해에 찌든 봉제공장과 같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했겠지요. 그들은 재벌, 그리고 재벌과 결탁한 독재정권을 살찌우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런 곳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면 쉽게 병을 얻고 맙니다. 대부분 결핵입니다. 요양소에 들어왔다면 오히려 운이 좋은 편입니다. 훨씬 많은 젊은이들이 손도 제대로 못 쓰고 피를 토하며 죽어갔습니다. 거기서 저는 그런 젊은이들, 고향 친구들 같은 그 젊은이들과 결핵환자로서 만났던 겁니다.
p345예술가는 원칙적으로 모든 권력을 거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국가 그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예술가는 오히려 허무주의자나 아나키스트에 가깝고 그것이 바로 예술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예술가에게는 처음부터 커다란 권력이 주어져 있습니다. 예술가인 것이 하나의 권력입니다. 자기 자신이 바로 하나의 '정부'이자 '대통령'이므로, 그렇게 가장 훌륭하고 가장 멋지게 태어났으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므로 아무리 혁명정부가 탄생한다고 해도 그 과오마저 지적하는 정도가 되지 않으면 예술가가 아닙니다. 예술가의 역할이란 언제나 그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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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서의 방향은 현재의 트렌드와 기술, 경제에 관련된 부분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처음에 선택한 책이 삼성경제연구소의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이다.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에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머리 속에 생각의 체계가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체계적인 사고와 전략적인 접근을 위한 생각의 틀 연습이라는 측면에서도 나에게는 훌륭한 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책을 전부 다 읽고 나서 생각한 첫 번째 생각은, 내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플랫폼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플랫폼은 그 배경에는 분명한 전략이 있어야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서 그 속에서 자체적인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자발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진화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갖가지 습관들이 모이면서 나에 대한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생기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분명 사람이기 때문에 나태함과 자기와의 타협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분명히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체계를 가진 내 습관들이 개인적인 관리를 통해서 노력에 상응하는 그리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방법론에 대해서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 지식 네트워크 생성하기
- 예전부터 개인적인 지식들이 쌓이고 쌓여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분명히 파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단계에서는 서로 융합작용이 없기에 서로 떨어져 있고 그 영향력을 개인도 잘 알지 못하지만, 어떤 지식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지식들이 융합되고 통합되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된다. 지금은 일단 그 재료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 양질의 지식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자. 어떤 분야에 대해서 개괄할 수 있는 입문서와 같은 책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초로 확장한다. 그리고 지식을 어떤 체계로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이 중요하다. 표, 그림과 같이 보여줄 수 있게 하고,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단한 방식으로 표현된 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연습을 해야 겠다.

-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거나 업무상에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말로 풀어내기 보다 어떻게 하면 간단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 정리의 기술이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지식통합관리틀을 만들어 내자. 책을 보면 목차가 있고 색인이 있다. 그리고 지식이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고 그 뿌리는 어떻게 되는지 추적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링크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연대기 별, 사건 별 정리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알아낸다.


잠깐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서 한 번 풀어놓아 봤다. 책 내용과는 어떻게 보면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플랫폼이라는 틀 속에서 생각이 틀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플랫폼에 관련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풀어낸다는 점이다. Google, Facebook, Amazon, Apple, TED, 키바, 스퀘어, 하버드, MS, Y콤비네이터, 리앤펑, 쿼키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모델 혹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고 기업의 성패도 결정이 된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것을 배우거나,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에 대해서 찾을 때 가장 먼저 하고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하려고 하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정의에 따라 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과연 나는 책을 많이 읽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
- 돈을 벌려고, 지식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냥 습관으로 
-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것에 대한 나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지금은 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이 그 대답은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올 해는 나에 대한 플랫폼에 대해서 한 번 만들어보고,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플랫폼의 개념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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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2014년도의 마지막이자 2015년도의 시작이 함께 있는 한 주이다
지난 1년 동안에도 너무나 좋은 책을 많이 만나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정리를 하는데 역시나 문학의 비중이 확고하게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에는 평소에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를 이해하기를 원했지만독서 편향이 한 쪽으로 집중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자기가 잘 아는 부분이나, 오랫동안 해 오던 일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편견에 휩싸이고 자만에 빠지기 마련이다. 한 해 한 해가 지나가면서 생각이 변화하고 좀 더 포괄적인 생각과 통찰력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매년 자신에게 새롭고 낯설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된다그래서 내년에는 올해에 소홀했던 경영/경제, 사회, 과학, 예술 분야의 독서에 좀 더 신경쓰고 어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동시에 문학적인 소양을 기르기 위해 좋은 작품들은 찾아 읽고, 글쓰기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들도 부지런히 읽어야 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워 본다.

올 한 해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 나름 인상이 깊었던 책들을 선정해 본다. 번호의 순서가 순위는 아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책들이 너무나 좋았지만 모든 책을 추천하기에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해서 그 중에서 내 관점에서 좋았던 10권의 책을 선정해 보았다. 내년에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몇 일동안 고민해보고 나름의 책 목록도 만들어 봐야 겠다.






#1. 《소년이 온다》, 한강
-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읽은 기억이 난다. 한강 작가의 저음의 느린 그러면서도 깊이있는 목소리처럼 글 속에도 짙은 아픔과 슬픔이 묻어 나게 하는 작품이다.  죽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 광주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얼마 안되어 광주시청 앞 분수가 다시 가동될 , 벌써부터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전화통화가 생각난다. 이번에 알게 된 작가인데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그녀의 예전작인 《희랍어사전》을 팟캐스트로 잠깐 들었는데 이것도 너무 읽어 싶어진다그녀 만의 문체가 있다. '한강'을 알았던 것만으로도 올해는 큰 수확이다.

#2. 《인간의 조건》, 고미카와 준페이
-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노동수용소의 노무관리자, 일본군인, 패전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 동안 주인공 가지가 겪게 되는 상황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고수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동안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많은 소설과는 다르게 일본인이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느낌이 달랐고자신의 국가와 가치관이 다른 한 개인의 고뇌가 짙게 베어 난다.
작품의 마지막에 고향에 가는 도중 쓰러진 가지, 그리고 그 위에 눈이 쌓여서 조그마한 구릉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생각난다. 앞으로의 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작품이다.

#3.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이다.  해 읽은 책 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책이었다. 한 가족의 몇 대에 걸친 삶이 지속되면서 두 개의 이름이 반복되어서 자손들에게 사용되어지고 이름에 따라 그들의 성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 독특한 소재가 등장해 마치 홀린 듯 책을 읽었다. 흙을 퍼먹고, 하늘로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예언에 따라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 읽을 때는 이름도 헷갈리고 이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는 작품이다.

#4.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2, 오주석
- 2005년에 삶을 정리해서 그의 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올해는 유홍준과 오주석의 우리 문화에 관련된 책에 흠뻑 취했었다. 여러 책 중에서도 특히 오주석의 이 작품은 작품의 해설과 그림의 선정이 탁월해서 보고, 읽으면서 빠져 버렸다. 우리의 옛 그림의 여백의 미와 수묵화의 독특한 매력은 앞으로도 더 알아야 할 나의 관심 분야가 되었다. 이런 즐거움으로 올해는 <간송 미술전>과 국립중앙박물관의 회화 전시도 다녀오면서 보는 즐거움을 조금 알아버렸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오주석 작가와 같은 분을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이다.

#5. 《미생》, 윤태호
- 올해는 '미생'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웹툰을 보지는 않았고,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 하여 그 전에 세트를 구매했다. 배송이 된 후에 이틀 동안 9권의 책을 읽어 버렸다. 바둑과 종합상사를 바탕으로 직장인의 삶을 그려낸 미생은 만화인 동시에 직장인들에게 삶의 철학 역시 가볍지 않게 건드려 주었다읽으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과연 나는 만화 캐릭터에서 어떤 사람과 비슷한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인상깊은 만화였고, 마지막에 결국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가는 오차장과 그곳에 들어가는 장그레가 생각난다. 결론은 나가는 것이라니~! 씁쓸하기도 했고, 10~15년 후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6. 《소금》, 박범신
- 이 책을 읽을 때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같이 읽었다두 작품 모두 주요 소재는 '아버지' 였다
작년에 겪은 개인사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이 소재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특히 박범신의 <소금>을 읽으면서는 깊은 저녁 혼자 서재에서 눈물을 떨구며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고리오 영감'보다는 <소금>이 더 깊이 다가왔다. 왠지 정말 우리 시대의 아버지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는 아버지가 어느 날 사라지고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큰 줄기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자식 된 입장에서의 죄송함이 밀려오고, 아버지가 된 입장에서의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깊이 느끼게 했던 작품이다.

#7. 《쓰잘 데 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 왠지 도정일 작가라기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은 분류하자면 인문에세이 혹은 산문 쯤이 될 것이다.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작가의 생각을 풀어내고 때로는 쓴 소리도 뱉어내는 그런 글이다. 정치와 인문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생각이 펼쳐지는 그 통찰력이 느껴진다. 많은 책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렇게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다. 조용히 나를 둘러싼 환경과 흐름을 느끼고 그 속에서 바람직한 나의 길과 주관을 지켜나가야 함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글이었다.

#8.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 가장 어두웠던 작품이었다. 색으로 표현하면 짙은 회색과 같은 작품이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그의 깊은 내면과 고뇌를 드러낸다. 때로는 슬프고 우울할 때, 더 깊이 빠져들어 한 번 깊게 울어 버리면 그 기분이 해소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은 아마 그런 작품인 듯 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통해서 그를 알게 되고 그의 단편도 하나씩 접하고 있는데 그 내공과 깊음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읽어야 그의 단편집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즐거운 뿐이다.

#9.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 서정적인 문체를 지니고 중간중간의 수묵화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쉽게 읽힌다. 내용은 작가 이미륵의 유년시절이 담겨 있어 서정적이지만 3.1운동과 자신이 태어난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은 결코 가볍게 흐르지 않는다. 중국을 거쳐 프랑스, 독일로 1900년대 초반에 걸어서 배를 타고 1년이 넘어서야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독일어로 이 작품을 출간하였고 역으로 번역되어 발표된 것이다. 서정적이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가 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의 아버지, 어머니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부모애가 깊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다. 이상하게 이 작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10. 《토지》, 박경리
- 아직 전체 20권 중에 5권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때로는 길상이 되고, 때로는 용이가 되면서 작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생활상이 머리 속에 펼쳐지면서 하동의 최참판댁, 용정의 거리들이 이미 내 머리 속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토지는 서희와 길상, 용이 등이 주요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이야기의 주연으로 하나의 주인공으로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 이게 대하소설의 큰 힘이요. 박경리의 힘인 듯 하다.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진행된다. 소설은 허구라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직 15권이 남아있다. 언제 읽을까 하는 걱정과 동시에 그만큼 남아있음이 감사할 뿐인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번호 제목 저자 출판사 대분류 중분류
1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문학 국내
2 혁명1 김탁환 민음사 문학 국내
3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창비 문학 국내
4 무진기행 김승옥 민음사 문학 국내
5 혁명2 김탁환 민음사 문학 국내
6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문학동네 문학 국내
7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도정일 문학동네 문학 국내
8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도정일 문학동네 문학 국내
9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은행나무 문학 국내
10 백의 그림자 황정은 민음사 문학 국내
11 제주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서해문집 문학 국내
12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문학 국내
13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문학과지성사 문학 국내
14 소금 박범신 한겨레출판 문학 국내
15 동주 구효서 자음과 모음 문학 국내
16 투명인간 성석제 창비 문학 국내
17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창비 문학 국내
18 갑신년의 세 친구 안소영 창비 문학 국내
19 은교 박범신 문학동네 문학 국내
20 홍길동전 허균 민음사 문학 국내
21 차남들의 세계사 이기호 민음사 문학 국내
22 촐라체 박범신 푸른숲 문학 국내
23 산다는 것 박범신 한겨레출판 문학 국내
24 고산자 박범신 문학동네 문학 국내
25 토지1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6 토지2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7 토지3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8 토지4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29 소소한 풍경 박범신 자음과 모음 문학 국내
30 토지5 박경리 마로니에북스 문학 국내
31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문학 국내
32 희랍어시간 한강 문학동네 문학 국내
33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 다림 문학 국내/독일
3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더 클래식 문학 독일
35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 도스토에프스키 민음사 문학 러시아
36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민음사 문학 러시아
37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문학 미국
38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민음사 문학 미국
39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민음사 문학 미국
40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 더 클래식 문학 미국
41 동물농장 조지오웰 민음사 문학 영국
42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민음사 문학 영국
43 1984 조지오웰 민음사 문학 영국
44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문학 영국
45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에거서 크리스티 해문 문학 영국
46 인간의 조건3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7 인간의 조건4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8 인간의 조건5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49 인간의 조건6 고미카와 준페이 잇북 문학 일본
50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문학 일본
51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문학 일본
5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문학 일본
53 만년 다자이 오사무 도서출판b 문학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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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백년의 고독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민음사 문학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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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두레 문학 프랑스
58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문학 프랑스
59 고리오 영감 오노래 드 발자크 민음사 문학 프랑스
60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더 클래식 문학 프랑스
61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민음사 문학 프랑스
62 처음 읽는 유럽사 데이비드 메이슨 사월의 책 역사  
63 대한민국 잔혹사 김동춘 한겨레출판 역사  
64 역사평설 병자호란1 한명기 푸른역사 역사  
65 역사평설 병자호란2 한명기 푸른역사 역사  
66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이덕일 옥당 역사  
67 윤휴와 침묵의 제국 이덕일 다산옥당 역사  
68 조선사 3대 논쟁 이재호 역사의 아침 역사  
69 조선을 뒤흔든 아버지와 아들 이종호 역사의 아침 역사  
70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망국 박시백 휴머니스트 역사  
71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이주한 역사의 아침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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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단숨에 읽는 당쟁사 이야기 이성무 아름다운 날 역사  
74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돌베게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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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명작순례 유홍준 눌와 미술  
77 풍속화(붓과 색으로 조선을 깨우다) EBS화인 제작팀 지식채널 미술  
78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고흐 예담 미술  
79 국보순례 유홍준 눌와 미술  
80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1 유홍준 눌와 미술  
81 반 고흐와 고갱의 유토피아 이택광 아트북스 미술  
82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1 오주석 미술  
83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2 오주석 미술  
84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오픈하우스 미술  
85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이중섭 다빈치 미술  
86 THE ONE THING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비즈니스북스 경영/경제  
87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쌤앤파커스 경영/경제  
88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책벌레 경영/경제  
89 스핀잇 조성문 알투스 경영/경제  
90 트렌드 코리아 2015 김난도 외 미래의 창 경영/경제  
91 강신주의 다상담 강신주 동녘 교양  
92 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 양운동 휴머니스트 교양  
93 똑똑한 식스팩 이미도 dh 교양  
94 여덟 단어 박웅현 북하우스 교양  
95 커피는 원래 쓰다 박우현 e-square 교양  
96 여기, 핀란드로부터 김은정 라이온북스 교양  
97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홍섭 김영사 교양  
98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우종영 걷는나무 교양  
99 미생1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0 미생2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1 미생3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2 미생4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3 미생5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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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미생7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6 미생8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7 미생9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만화  
108 한국탈핵 김익중 한티 사회  
109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사계절 사회  
110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엄기호 따비 사회  
111 위대한 패배자 볼프 슈나이더 을유문화사 사회  
112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루신다 닐 카시오페아 육아  
113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나무를 심는 사람들 육아  
114 18세기의 맛 안대회 외 문학동네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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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음식잡학사전 윤덕노 북로드 음식  
117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메디치 책/글쓰기  
118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김영사 책/글쓰기  
119 책인시공 정수복 문학동네 책/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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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모두 독일어로 되어 있고 한국보다 독일에서 더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번역의 과정을 통해서 접하게 된다. 우리네 삶을 다루고 있고 제목 또한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1946년에 출간된 그의 자전 소설인 이 작품은 독일 문단과 독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독일의 잡지인 <플레엔스 타케블라트>는 "어느 저명한 독일의 잡지사의 조사에 의하면, 금년도에 독일어로 발간된 서적 중 가장 훌륭한 독일어로 된 책은 어느 외국인이 섰는데, 그분이 바로 이미륵 씨다." 라는 기사를 실었다.


작가 이미륵은 과연 어떤 사연으로 그 시대에 우리땅이 아닌 독일에서 독일어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작품 속에 그 사연이 있으며, 우리의 뼈 아픈 역사가 그대로 드러나며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요동시킬 수 있는지 안타깝게 보여준다. 안타까움과 함께 잘 표현하지 않지만 아들 미륵에 대한 사랑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나 역시 아버지로서의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게 하였다. 


이미륵은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1남 3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의경인데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부처님의 뜻으로 얻은 귀한 아들이라 집안에서 미륵이라 불렀다. 어렸을 때 같은 집에 살았던 사촌 수암과의 따뜻한 추억과 아버지와 훈장에게서 천자문과 한학을 배우는 모습이 소박하게 드러난다. 



미륵과 수암은 집에 어른들이 없을 때 아버지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서랍이 많이 달린 약재함을 보고 일단 열어보고 맛을 본다. 수암은 검은 환약이며 하얀 알약을 많이 먹었다. 그러더니 주저 앉아 버렸다. 소암은 자기가 죽을 거라 생각한다.

"미악, 물 좀 갖다줘!"

"미악, 내 목 좀 들여다봐줘!"

그는 슬프게 부르짖으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목구멍은 빨개졌고 부어 있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그는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으, 죽겠어!" 하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낸다.


그리고 글씨를 쓰라고 준 종이를 연을 만들기 위해 다 써버려서 혼이 나기도 한다.


1916년에 미륵의 아버지는 미륵을 당시 신식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그동안 한학을 배워오던 미륵에게 수학, 물리, 화학을 배운다. 새로운 학문을 대하는 낯설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당시 일본의 강제적인 한일합방으로 인한 일본어와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된다.


하지만 미륵은 후에 경성 의과 전문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1919년 3월 1일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륵은 오랜 고민 끝에 3.1운동에 참여하고 전단을 나누어주고 태극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 후, 그의 친구들의 몇 명은 경찰들에게 잡혀 갇히게 되고 미륵 또한 쫓겨 고향으로 오게 된다. 미륵의 아버지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미륵에게 유럽으로 떠나라고 한다. 미륵은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이 마음이 저렸지만 일제 경찰을 피해 압록강을 건너고 그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톈진으로 그리고 다시 난징으로 간다. 그리고 거의 한 해를 기다리고 상해에서 배를 타고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한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옮겨가며 결국 독일에 정착하게 된다.


이미륵이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에서 출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이런 역사적 아픔이 서려있다.



미륵의 아버지와 어머니


작품 속에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미륵의 아버지였다. 때로는 호되게 혼을 내지만 동시에 아들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묻어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미륵의 아버지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가 미륵에게 처음 술을 주는 장면이다. 어머니는 술을 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잔을 빼앗으셨다.

"너무 그러지 마시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부탁하셨다.

"한두 잔 정도의 술은 해롭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외로운데 친구가 있어야 하지 않겠소."

"좋아요. 하지만 오늘 뿐이에요."

이렇게 말씀하시고 어머니는 술잔을 채우셨다.


아버지가 신식학교에 미륵을 처음 데리고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버지, 학교에서 천문학을 배운다는 게 사실입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구나."

아버지가 대답해 주셨다.

"언제든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거든 주의 깊게 들어 둬라. 천문학은 아주 고급한 학문이다."

"제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언제나 정신이 맑아야 한다."
.

,

아버지는 나를 한 번 더 보지도 않고 가 버리셨다. 교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맡겨 두었던 것이다.



소박한 수묵화 속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아픔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다 보면 막힘이 없이 그대로 읽힌다. 꾸밈이 없이 담백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의 두께도 그다지 두껍지 않다. 하지만 그 소박함 속에서 잔잔한 감동과 아픔이 퍼져나온다. 지금은 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사람이 많지만 1920년 당시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고 중국의 많은 도시를 거쳐 프랑스로 그리고 다시 독일로 향한다. 작가 이미륵의 그 초조함과 불안함은 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나 뿐인 아들을 평생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을 믿어주고 묵묵히 지켜보고 자신이 먼저 올바른 본보기를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는 뜨거운 감동과 아픔이 동시에 밀려오기도 했다. 어떻게 이 작품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기분좋은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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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성과나 경쟁에서는 반드시 승리자를 가려내려 하는 이 시대가 만들어 낸 본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레 승리자가 생기면 패배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렇게 생겨난 패배자들은 결코 승리자들보다 부족한 사람들은 아니다. 단지 세상이 만들어낸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그렇게 만들어 졌을 뿐이다.


<위대한 패배자>의 작가인 볼프 슈나이더 이 책의 나가는 말에서 승리자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사를 가만히 지켜보면 집요하고 끈질긴 사람일수록, 혹독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일수록 정상에 좀더 쉽게 도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거칠고 비정하고 역겨운 사람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작가는 정치,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인물들 속에서 각기 다른 패배의 모습을 찾아내어 그 사례를 아주 흥미롭게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안타까우면서도 위대한 실패자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주며 실패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을 심어주는 지도 모른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와 국가들 속의 인물들을 통해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만들며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 중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두 인물 체 게바라와 앨런 튜링을 소개한다.



◇ 열대 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체 게바라 (1928~1967)


체 게바라는 자유주의적 좌파 성향의 건축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크 독재 체제를 피해 망명한 정치인들을 집에 받아들였는데 어린 체 게바라에게는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게바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의학을 공부했지만 24살의 나이에 일상에서 떠나기로 마음 먹고 의사 보조, 웨이터, 부두 노동자, 말 사육사, 사진사 등으로 입에 풀칠을 하며 떠돌아 다닌다.


1955년 체 게바라는 쿠바의 독재자 바티스타로 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유격대원을 모집하던 카스트로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80명의 유격대원으로 1956년 12월 2일 쿠바 해안에 상륙한다. 하지만 쿠바 병사에 발각되어 쫓겨다니고 18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죽게 된다. 18명은 산으로 들어가 2년 동안 끈질기게 정부군에 대항하고 이후 카스트로는 야당세력을 모으는 데 성공하고 농민들로 부터 신뢰를 받게 되었으며 혁명군의 신병 모집도 늘어났다.


'혁명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던 그는 노선이탈자, 밀고자, 탈영 계획자의 머리에 총을 직접 쏘며 사형을 집행을 할 정도로 엄격하고 가혹했다. 1951년 1월 1일 마침내 독재자 바티스타가 도망가고 3일 뒤 카스트로가 유격대원을 이끌고 쿠바의 아바나에 입성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게바라는 쿠바 시민으로 선포되고 혁명 후 중앙은행장, 그리고 산업부장관에 임명된다.


체 게바라는 권력층이 되었지만 철저한 금육과 절제의 생활태도를 견지하고 상류층의 특권은 포기했다. 1965년 안주하는 삶과 관료주의적 강압에 염증을 느낀 그는 모든 관직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도 쿠바의 혁명을 수출하겠다는 마음으로 콩고와 볼리비아로 향한다. 1967년 10월 8일 볼리비아에서 혁명군으로 활동하다 라이게라 마을 근처에서 적의 매복에 걸린다. 그에게 총을 겨눈 병사에게 말한다.

"쏘지 마라! 나는 체 게바라다. 죽이는 것보다 살려두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인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미제국주의에 대한 진실과 쿠바에서 벌어진 혁명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그러한 사실을 안 볼리비아 정부는 미국의 정치고문단과 CIA와 협의 한 후에 대외적으로는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발표하고 비밀리에 처형한다.


사후에 그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인기가 치솟았다. 1969년에 그의 삶을 담은 오마 샤리프 주연의 영화가 제작되었고 수많은 전기가 쏟아져나왔다. 1997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는 체 게바라학 과목이 개설되었으며, 같은 해 볼리비아의 폐쇄된 활주로에서 발견된 그의 유골은 쿠바로 보내져 산타클라라에 사원이 만들어졌다.


그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만 간직했던 일들을 그가 직접 몸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싸웠으며 이 세계에 비해 선한 모든 사람은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어떤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고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무모할 정도로 돌진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살아서는 철저히 패배했지만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고 죽어서는 승자가 되었던 패배자였다.


◇ 영국의 승리를 도운 무명인 앨런 튜링 (1912~1954)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그 누구보다 영국이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은 바로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그가 영국 법정과 정부의 수모에 못 이겨 자살한 지 20년 만인 1974년까지 묻혀있었다.


전쟁 중 연합군은 수수께끼라는 뜻을 지닌 독일 암호기 에니그마의 암호해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니그마는 타자기처럼 사용되는 암호기로 타자기 안에 미리 설치해둔 회전체 덕분에 입력한 철자 대신 다른 철자가 타이핑되어 나오는 방식이었다. 후에는 회전체가 여덟개나 되었고 회전체의 위치도 날마다 바뀌면서 24시간 안에 풀지 못하면 소용이 없었다.

당시 영국 암호해독반에 참여한 앨런 튜링은 1940년 '폭탄'이라 불리는 암호 해독 기계를 처음 고안하고 점점 조합의 수를 줄여가며 해독작업을 진행해나갔다. 1943년 3월 1일부터 20일 사이에는 수학자들에 대한 영국정보의 압력이 점점 커져갔다. 독일잠수함들은 2~3주 사이에 무려 108척의 선박을 침몰시켰고 전함들도 21척을 파괴시켰다. 반면에 적의 잠수함은 불과 1척 밖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1943년 3월 21일부터 전세가 역전되었다. 튜링의 암호해독반은 독일의 암호를 한 시간안에 해독했으며 나중에는 단 몇 분으로 줄였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게 된다. 


전쟁이 끝나자 튜링과 그의 동료들은 암호학교를 나서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다. 튜링은 1948년까지 국립물리학연구소에서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로 일했다 당시 에니악보다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자청하고 실제 1948년 에니악보다 연산 속도가 훨씬 능가하는 '파일럿 모델'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맨체스터 대학의 컴퓨터 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되고 인공지능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관점에서 실험을 제안했고 이것은 지금도 전문가 그룹에서 유명한 '튜링테스트'였다.


그러나 1951년 이후 그는 급격히 추락하게 된다. 동성애자 였던 튜링은 열아홉 살 청년과 우연히 만나 동거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밝혀졌다. 그것은 당시에 처벌 대상이었다. 이에 영국정부는 그를 컴퓨터 연구소 부소장에서 해임시키고 1년 동안 강제 치료를 받게 한다. 그리고 불과 얼마 후 1954년 6월 7일 마흔 둘도 채 되지 않은 그는 사과에 독약을 주사한 뒤 동화 속 백설공주처럼 사과를 깨물고 삶을 마무리한다.


후에 영국 정부에 허가를 받은 프레더릭 윌리엄 윈터보섬이 1974년 <울트라의 비밀>을 통해 당시 암호해독반의 이야기를 했고 앨런 튜링이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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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는 한 이상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은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맞추지 못하는 그의 보아뱀 그림도 이해한다. 소년은 자신이 사는 작은 별(B612)에 사랑하는 장미를 남겨두고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온 어린 왕자였다.

 

어린왕자는 여행을 시작하고 일곱번째로 지구에 도착한다.

그동안 거친 별은,

첫번째, 모든 별을 다스린다는 임금

두번째,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허영쟁이

세번째, 술고래가 술을 마시고 있는 행성

네번째, 상인이 있는 별

다섯번째, 아주 작은 별에서 가로등 하나를 점등하는 점등인이 있는 곳

여섯번째, 서재에만 앉아 있으면서 지리학을 한다는 늙은 학자

그리고 드디어 지구에 도착한다.

지구에 처음 도착해서 만난 것은 나중에 자신의 별에 가고 싶을 때 오라고 한 노란 뱀, 자기가 하는 말을 반복하는 높은 산의 메아리, 정원의 수많은 꽃, 그리고 역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찾아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어린왕자는 사막에서 여우를 만난다.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면서 '길들인다'라는 말을 통해 수많은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자신의 별에 두고 온 작은 꽃을 생각하게 된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이런 점을 배웠다면 조종사는 어린왕자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배운다.

 

추락한 지 8일 째 되는 날 어린왕자와 조종사는 샘을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에 별들이 보이는 데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곳에 자신과 함께 길들여진 꽃이 있기에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어린왕자가 떠나면 조정사에게 하늘의 별을 보라고 한다. 그 중에 하나의 별에서 어린왕자가 웃고 있을 거라고. 그러면 어느 별에 있는지 모르니 모든 별이 웃는다고 생각할거라 한다. 


▶ 주요장면소개


하나.

p116

"비밀 하나를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안녕, 잘 가."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비밀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겉에 보이는 화려함만을 쫓는 우리의 세태에 일침을 놓는 듯 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면의 깊은 부분이고 평범하고 사소하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p108

"그런데 말이야. '길들인다.' 라는 게 뭐야?"


"그래.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이제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돼. 나에게는 꽃 한 송이가 있는데...... 난 그 꽃에게 길든 것 같아."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여 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필요한 물건을 사듯이 쉽게 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현대사회는 마치 숫자로 삶이 좌지우지 된다. 나의 등수는 몇 등인가?, 몇 점짜리인가?, 얼마나 버는가?, 얼만큼 큰집에 사는가? 등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이런 척도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화려하고 비싸지 않으면 자신이 초라해지고 자존감은 떨어진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신이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

'길들인다'는 말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세태와 인간소외현상 극복을 위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철학적인 언어와 같다.


어린 왕자가 지구에 일곱번째로 오게 되었다. 그가 지구에 오기 전에 만난 별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어른들의 모습을 나타낸다. 각각의 별들의 특징이 바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는 이유를 상징한다. 과연 우리는 그 중 하나에 해당 하지 않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길들이고 있으며, 길들여지고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족들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고 있는가?

친구들과 곱씹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연을 만들고 있을까?

나 혼자 외로울 때 생각나는 나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우리는 여우가 알려주는 비밀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사랑할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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