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르상티망

-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

-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프랜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2. 페르소나

- 카를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를 한 사람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가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

-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면

- 페르소나를 통해서 여러 개의 사일로가 균형을 이루어 살아야하는데 휴대전화를 매개로 각각의 사일로가 연결되면서 생존 전략 자체가 기능을 잃게 됨

 

3. 예고된 대가
- 대가를 약속하면 피험자의 성과가 저하되고, 예상 가능한 정신 측면에서의 손실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거나 또는 성과급이 기대되는 행동만을 하도록 만든다.

- 즉 대가를 약속받으면 높은 성과물을 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대가를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게 된다.

 

4. 기능 인식의 고착

- 한번 용도를 규정해 놓으면 사람들은 좀처럼 그 인식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함

 

5.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 아리스토텔레스

-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는 방법

- 로고스(논리):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님

- 에토스(윤리):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을 해도 화자가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없음

- 파토스(열정): 본인이 신념을 갖고 열정을 그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음

 

6. 경험론 - 존 로크

- 어떤 일이든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 즉 현실 세계에 관한 이해는 직접 감각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해 이끌리든가 아니면 간접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요소가 바탕이 된다.

- 누구나 태어날 때 마음 상태가 백지라는 것으로, 인간에게 타고난 우열이 없다는 것으로 당시 계급 사회에서는 획기적임

 

7. 자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매사를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것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 용기와 강인함을 지니고 자아를 철저하게 긍정하는 일이다.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8. 예측불가능 (도파민 시스템)

- 도파민 시스템은 예측하지 못한 일에 직면하면 자극을 받는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란 스키너 상자 실험에서 네 번째 조건이었던 변동비율 스케줄에 해당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문자 메시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이들 미디어는 변동비율 스케줄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의 행동을 강화하는, 즉 반복해서 행동하게 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9. 앙가주망(engagement)하라 - 사르트르

-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한다는 뜻

- 자유롭다는 것은 사회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

 

10. 악의 평범성 - 한나 아렌트

-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그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고하기를 멈추면 안된다.

 

11.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각하고 쾌적한 관계를 유지: 소망, 욕망, 불안, 낙관주의, 비관주의에 기인해 예견하지 않음, 미지의 것이나 애매한 것에 겁먹거나 놀라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워함

2) 자연을 비롯해 자신과 타자를 수용: 마치 자연을 자연 그대로 무조건 받아들이듯이 인간성의 약점, 죄책감, 유약함, 사악함을 받아들일 수 있음

3) 자발성, 단순함, 자연스러움: 행동, 사상, 욕구에 자발적임, 행동의 특징은 단순하고 자연스러우며, 거짓을 꾸미거나 결과를 노리느라 긴장하지 않음

4) 과제 중심적: 철학적, 윤리적인 기본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넓은 준거기준 속에서 살아감,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음, 폭넓고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일을 함

5) 초월성-프라이버시 욕구: 혼자 있어도 상처받거나 불안해하지 않음, 고독과 혼자만의 생활을 즐김, 이러한 초월성은 일부 사람들에게 냉정함, 애정의 결여, 우정의 부재, 적의로 해석되기도 함

6) 자율성-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 능동적 인간: 비교적 생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서 독립해 있음.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과 안전에 의한 만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자기 발전과 성장을 위해 자신의 가능성과 잠재 능력을 믿음

7) 언제나 새로운 인식: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신선하고 천진하게 인식하고 경외와 기쁨, 경이로움과 황홀감을 느낌

8) 신비로운 경험-최고의 체험: 신비로운 체험을 갑고 있음, 황홀감과 경이로움과 외경심을 동시에 가져오는 굉장히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확신함

9) 공동체 의식: 때로는 인류에게 화가 나거나 조바심이 나서나 싫증이 날 때도 있지만 그들에게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자 함

10) 대인 관계: 마음이 넓고 깊은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 소수의 사람들과 특별히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음. 이는 자아실현적으로 매우 친밀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11) 민주적인 성격 구조: 가장 심원한 의미에서 민주적이다. 계급이나 교육제도, 정치적 신념, 인종과 피부색 등에 관계없이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의 사람과는 누구와도 잘 지냄

12) 수단과 목적의 구별, 선악의 구별: 매우 윤리적이고 확실한 도덕 기준을 갖고 있어 올바른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수단과 목적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알고 수단보다 목적에 마음이 끌림

13) 철학적이고 악의 없는 유머 감각: 악의 있는 유머, 우월감에 의한 유머, 권위에 대항하는 유머에는 웃지 않음, 그들이 유머라고 인정하는 것은 철학적임

14) 창조성: 특수한 창조성, 독창성 등 발명의 재능을 갖고 있음. 그 창조성은 건강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보편적인 창조성과 같은 종류

15) 문화에 편승하기를 거부: 자아실현적 인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속에서 잘해 나가지만, 아주 깊은 의미로는 문화에 편승하는데 저항한다. 사회의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규제에 따름

 

12. 인지 부조화

- 6.25 포로의 중국 전향: 미군 포로들의 심리변화를 살펴보자. 자신은 미국에서 나고 자라 공산주의는 적이라고 생각, 그런데 포로가 되어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메모를 적었다. 이때 호화로운 포상이 나왔으면 포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메모를 적었다는 명분이 성립되므로 사상과 신조에 반하는 메모를 적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해소됨

- 하지만, 실제로 받은 것은 담배와 과자 정도의 소소한 포상일 뿐이다. 이래서는 사상과 신조에 반하는 메모를 적었다는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죄책감의 원인은 '공산주의는 적'이라는 신조와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메모를 적었다'는 행위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화이므로, 이 부조화를 해소하려면 어느 한쪽을 변경해야만 한다.

- 이때 공산주의를 옹하하는 메모를 적은 것은 사실이기에 이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변경할 수 있는 것은 공산주의는 적이라는 신조 뿐이다.

 

13. 권위에의 복종 - 스탠리 밀그램

- 밀그램 교수가 실시한 '아이히만 실험'의 결과에서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음

- 하지만 한편으로 권위에 대항하는 약간의 반대 의견 또는 양심과 자제심을 부추기는 작은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인간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릴 수 있음

- 자신이 어떠한 체계에 속해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짚어 보고 공간적, 혹은 시간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 무언가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용기를 내어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잘못된 게 아닌가!" 라고 자기 의견을 적극 주장할 수 있어야 함

 

14. 몰입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각자 분야가 다른 고도의 전문가들이 일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

- 몰입의 상태에 있는 것이 행복이 조건임

- 몰입을 하려면 우선 과제 수준을 높이고 일에 몰입함으로써 능력 단계를 올려 나가는 수 밖에 없다. 행복한 몰입의 영역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마음 편하지 않은 걱정이나 불안의 영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게 아닐까

 

15. 마키아벨리즘

- 마키아벨리는 더 나은 통치를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행위도 허용된다고, 즉 그 행위가 더 나은 통치라는 목적에 부합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일 뿐이다. 그도 미움을 사고 권력 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부도덕서은 어리석은 행위라 비판했다.

- 마키아밸리는 비즈니스든 사회 조직이든, 혹은 가족 안에서든 장기적인 번영과 행복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리더는 과감히 결단을 내리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리더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때때로 고독하고, 암흑의 책임을 떠안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권력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16. 악마의 대변인

- 어떤 의견이 어떠한 반론에도 논박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와, 애초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미리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이것 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인 보증을 얻을 수 없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한 받아들였으며, 잘못된 부분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도 되짚어 보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하기를 습관으로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제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듣고 사물을 모든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이외의 방법으로 진리를 얻은 현인은 없으며 지성의 특성을 보더라도 인간은 이 이외의 방법으로는 현명해질 수 없다.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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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에 책을 한 권 사러 갔다. 찾는 책은 재고가 없다고 한다. 나와는 인연은 없나 보다. 그래도 서점에 온 것이 아쉬워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로 했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펼쳐 보고 책의 중간 부분을 펼쳐 읽어보았다. 책의 느낌은 알 것 같았다. 기꺼이 책 값을 지불할 만 하다. 나름 10년 째 꾸준히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고 다니는 이의 감이다.

 

정재승 교수의 책은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는 못했으나, 예전에 즐겨보던 <알쓸신잡>에서 좋아라 했던 분이라 책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혼잣말로 "정말 쉽게 잘 읽히네." 라고 내뱉었다. 어찌보면 과학자가 직업이신 분이 이렇게 글을 잘 쓰시구나하면서 새삼 놀라웠고,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볼 예정이다. 이 책은 정재승 교수가 강의했던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그런지 지루할 틈이 없다. 중간 중간에 (웃음)이라고 표현된 부분에서는 나도 강의의 청중의 입장으로 한번씩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왜 그의 책은 지루하지 않고 너무 편하게 읽을 수 있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1) 강의를 옮긴 것으로 구어체 표현이 읽기가 편하다.

2) 각 주제마다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3) 중간 중간 위트있는 유머를 통해 기분전환을 한다.

4) 각 주제를 뒷받침하는 작가 본인만의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5) 독자들에게 각 강의마다 좀 더 나아지기 위한 제언을 한다.

 

'사례, 논리, 유머, 의견' 어떻게 보면 독자를 만족시키는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글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학자답게 각 주제에 대해서 사례를 포함해서 논리적 근거를 충분하게 제시해준다. 추상적이지 않고, 누구나 하는 일반적인 얘기가 아니고, 탄탄하게 근거를 제시해주면서 각 장마다 기승전결이 느껴졌다. 어쩌면 정재승 교수의 집필 의도가 명확하게 나에게 맞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뇌의 구조'와 'fMRI'가 궁금해졌고, 그의 다른 책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를 주문해버렸다. 나의 작가 리스트가 또 한 명이 늘어났다.

 


p182

젊은 과학도들에게 제가 자주 들려주는 말이기도 한데요, 과학자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모두 필요로 합니다. 하나는 어떤 가설이든 쉽게 믿지 않고 철저하게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이게 과연 맞을까, 이걸 내가 믿어야 할 근거는 충분한가,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회의하는 태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회의주의적인 태도가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선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도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이건 절대 말이 안 되는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단정짓고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진실을 외면하는 도그마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이 두 가지 태도를 모두 지녀야 합니다. 이 두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멋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훌륭한 과학자의 길로 인도할 뿐 아니라 누구나 성숙한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편견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도와줍니다. 그런 면에서 꼭 과학도가 아니더라도 늘 꼼꼼히 따져보고 의신ㅁ하는 동시에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를 함께 견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궁금했던 부분]

 

■ 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술이다. 뇌의 어떤 부위가 사용될 때 그 영역으로 가는 혈류의 양도 따라서 증가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어떤 부위의 신경이 활성화되었는지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 뇌과학에 많이 사용되는 fMRI는 1990년에 만들어졌으니 30년 동안의 짧은 기간 동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fMRI라는 도구의 등장이 다른 분야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 뇌의 구조

인체정보 참조(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body/bodyDetail.do?body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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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명이 만든 질병 중에 이 책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질병은 '전염병'이다. 중세유럽을 끝장낸 흑사병, 2년 동안 전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그리고 전염병 역사의 새로운 장을 채울 현재 진행형인 COVID-19 까지 전염병은 그간의 발전한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을 비웃기라도 하듯 변이를 거듭하며 확산 중이다.

 

전염병과는 별개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갑작스러운 뇌경색, 심근경색, 암 등으로 한 순간에 건강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병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예방조차 할 수 없는 그저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과연 이런 병들은 어떤 원인으로 부터 생겨나게 되었을까? 만약 원인을 알고 그 원인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질병에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질병의 탄생』은 그 중에서 질병이 왜,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해서 다룬다.

 

최근의 많은 질병들이 생기게 되는 주요 원인은 사람의 인체 시스템은 수렵, 채집을 하던 시대에 맞게 설정되어 있지만, 농업 혁명, 산업 혁명 그리고 최근의 빠른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신체의 적응 속도와 환경 변화의 속도의 차이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질병들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질병들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그리고 질병의 발생에 대한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다행히 저자는 『질병의 탄생』의 후속작으로 『질병의 종식』을 출간하며 질병의 발생에 대한 이해 후에 해야할 일을 소개해줄 거라 기대한다.

 

이번 글에서는 '질병을 탄생시킨 8가지 환경 요인'과 이로 인해 만들어진 '8가지 질병'에 대해서 소개한다.

 

질병을 탄생시킨 8가지 환경 요인

 

1) 영양 섭취 문제

- 수렵채집 활동을 통해 인류에게 영양학적, 해부학적, 행동학적 변화가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점차적으로 이루어졌다.

- 농업혁명으로 주된 영향 섭취를 단일 작물에 의존하는 현상 발생. 즉 야채, 과일, 견과류 뿐 아니라 육류등 다양한 음식을 통해 영양 섭취하던 수렵채집시기와는 다르게 영양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

- 현생 인류의 유전자는 수렵채집 생활 기반위에 선택 적응되었는데 변화된 영양 섭취와 유전자의 부조화, 부적응이 오늘날 질병의 원인이 됨.

 

2) 기후 변화

- 3백만년 전 덥고 습했던 아프리카의 기후가 기온이 내려가고 건조해지면서 밀림을 이루던 숲이 줄어들고 사바나 초원으로 바뀌기 시작함

- 자연적인 변화 외에 인간에 의해 초래된 변화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

- 급속한 기온 상승은 불안정한 날씨를 초래하게 되고 집중호우, 태풍을 빈번하게 가져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 위협

- 많은 수의 감염성 질환이 파리, 모기와 같이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데 기온, 강우량과 같은 기후인자에 영향을 받음

 

3) 햇빛

- 멜라닌 색소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그 양에 따라 피부색이 달라진다는 것은 멜라닌 색소가 단순히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자외선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

- 음식으로 섭취하는 비타민D의 양이 적어지면서 자외선으로부터 비타민D를 합성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멜라닌 농도가 짙은 색의 피부에서는 충분히 비타민D를 만들기 어렵다.

- 중위도 이상 지역에서는 자외선 조사량이 적은데도 실내 거주시간이 길어지면서 비타민D가 더욱더 부족하게 된다.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고혈압, 대사증후군 위험, 우울증, 사물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나게 됨

 

4) 달리기

- 사람은 털이 없고 피부에 땀샘이 많기 때문에 달리기를 오래해도 땀을 흘려 체온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절 가능

- 오래달리기를 잘하는 이유는 달리는 동안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달리기를 할 때 사용하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졌기 때문

-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은 유방암, 대장암 등 암의 위험도 감소, 스트레스 완화, 골밀도 감소를 예방시켜줌

- 에너지를 덜 사용하려는 선택압력은 오래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의 선택압력보다 훨씬 기본적이고 먼저 생겼다.

- 오래달리기를 할 필요가 없어진 현대인들은 가능한 한 편한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려면 의도적으로 오래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됨.

 

5) 술

- 술은 우리 몸 안에서 매우 빠르게 대사되는 물질, 술은 소화될 필요가 없기 대문에 위에 도달한 후 약 20퍼센트는 그대로 위벽을 통과해 흡수되는데 혈액을 타고 뇌에 도달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린다.

- 과음을 하게 되면 분해되지 못한 알코올이나 알코올로 부터 생긴 아세트알데히드가 혈액을 타고 다시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다른기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 기능 이외에도 영향을 받게 됨

- 간은 알코올을 대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알코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술은 간에 지방이 쌓이게 하거나 간세포에 독성 영향을 주는데 술에 의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마시게 되면 간기능이 떨어짐

- 술은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어서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음

 

6) 담배

- 담배는 담뱃잎을 먹어 치우는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니코틴을 갖게 되었는데, 이는 곤충이 담뱃잎을 먹었을 때 호흡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함

- 니코틴이 사람의 뇌에 들어오게 되면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나오게 되는데 그 양이 많아지면 환각 상태에 이르게 됨

- WHO 추산하기로, 흡연은 매년 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2020년에 이르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나서 거의 1천만명이 담배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7) 산업혁명

- 도시의 하층민과 노동자 계급은 도시 인구 과밀, 깨끗한 물 공급의 부족, 하수 및 쓰레기 처리 부족, 매연등으로 불결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질환이 만연

-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있었던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활환경의 개선과 함께 건강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

- 인구증가는 토지의 인구부양능력 손상, 기근, 전쟁, 질병 등을 발생시킬 것이라 했으나 질소 비료의 공급으로 농업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됨

 

8) 화석연료

- 화석연료를 사용한 기계로 생산 수단이 바뀌면서 생산력이 획기적으로 증가되었고 생산력 증가가 결국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으므로 화석연료의 사용은 산업혁명을 가져온 새로운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음.

- 화석연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로 나눌 수 있는데, 메탄과 같이 수소에 비해 탄소 함유량이 적은 가벼운 물질부터 석탄처럼 주로 탄소로 이루어져 무거운 물질까지 매우 다양한 물질을 포함. 이러한 물질들은 죽은 생물체가 지각 내의 고온, 고압에 의해 변경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화학 결합에 필요한 상당량의 에너지를 함유. 따라서 탄화수소를 태우면 이 결합이 깨지면서 열에너지 방출

- 대기오염에 의한 영향이 흡연이 사망에 미치는 영향 못지 않게 큼

 

인간의 문명이 만든 8가지 질병

 

1) 전염병

- 농경은 사람들이 접촉하는 식물군 변화, 목축으로 서로 떨어져 있던 병원체와 사람의 만남으로 새로운 질병이 출현됨

- 전쟁과 산업혁명 등 교류를 활발히 증가시키고 위생을 악화시키는 환경은 전염병의 가능성을 높임

 

2) 비만

- 식량 부족을 대비하기 위해 지금 당장의 필요량보다 더 많이 먹어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인체시스템

- 비만은 체내 지방의 축적이 많아져서 생기며,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 지방세포의 수는 청소년기까지 증가되며, 지방세포의 크기는 성인기 이후에 커지기 시작함.

 

3) 당뇨병

- 우리 신체가 당(에너지원)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병

- 인슐린(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 역할 : 당이 혈액에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

- 인슐린이 충분히 없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으면 당이 혈액 안에 쌓이게 됨.

 

4) 고혈압

- 심장은 가장 핵심기관인 뇌에 중력을 이기면서 혈압을 유지하며 혈액을 공급해야 함

- 수렵시절 장기간의 이동과 달리기는 수분과 염분 손실을 일이키고 혈압을 낮추며, 낮아진 혈압을 다시 높이는 방향으로 인체 프로그램화, 하지만 혈압을 낮추는 역할은 설계되지 않음

- 혈압이 높아지면 동맥혈관벽이 두껍고 딱딱해지며 콜레스테롤 및 지방산이 굳어진 덩어리로 달라붙기 쉬어짐. 이는 다시 혈관을 좁혀 혈압을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킴

 

5) 심혈관 질환

- 혈액이 굳어서 생기는 덩어리 혈전이 관상동맥 안에서 만들어지게 되면 동맥을 막아서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장질환을 일이킴, 혈관을 좁게 만들고 혈류량을 줄게하여 협심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킴

- 동맥경화의 주된 요인은 LDL-콜레스테롤은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에 많이 포함

- 신체활동, 그 중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고 혈압을 떨어뜨려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낮춤

 

6) 알레르기 질환

- 익숙하지 않은 외부 자극이 있을 때 여기에 대응하는 방어기전이 성숙되지 않아서 종종 지나친 반응을 일으키며,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으로 일어나기도 함. (대표 질환: 아토피 피부염, 천식)

- 위생가설: 어렸을 때 세균에 노출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면역 기능이 성숙되지 못해 생긴다는 이론

 

7) 암

- 암유발 유전자, 암억제 유전자 존재.

- 암유발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여서 각 세포가 원래 갖고 있던 기능을 하도록 조절하는 역할인데 돌연변이가 발생해서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정상조절 불가, 세포는 제멋대로 자라서 암이 됨

- 암억제 유전자는 세포 분열 속도 조절,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여 때로는 세포를 죽도록 하는데, 돌연변이로 인해 정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세포는 통제를 벗어나서 암으로 발전함

- 암은 주로 생활환경에 속에서 노출되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연령 증가, 흡연, 식이 습관, 호르몬,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짐

 

8) 우울증

- 우울 증상은 보호기전일 수 있다. 

-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있을 때 이러한 낭비와 소진을 막기 위한 기전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낮추고 그 목표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하고 불안, 분노, 식욕, 수면등과 같은 감정과 행동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역할을 함. 원숭이의 경우 서열이 낮을 수록 세로토닌도 낮고 공격적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우울증 같은 행동양상 - 보호기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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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쳐서 출현한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 내에는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어떤 것은 자기 복제 능력을 잃어서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다른 변이체는 아직 복제를 할 수 는 있으나 효율이 나쁘다. 또 다른 변이체는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다른 변이체들보다 자기 복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그리하여 개체군 내에서 많아지는 것들은 그들의 자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생물 물질이 이처럼 개별 운반자 속에 포장되는 것은 뚜렷이 도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생물학자가 이 세상에 등장하여 생명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을 때 그 질문 대부분은 운반자, 즉 생물 개체에 관한 것이었다. 생물학자가 처음 인식한 것은 생물 개체였던 반면,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생물 개체가 사용하는 장치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생물학을 다시 올바른 길로 돌려, 역사상에서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의 측면에서도 자기 복제자가 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명심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이 점을 명심하는 하나의 방법은, 오늘날에도 한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효과가 모두 그것이 위치하는 개체의 몸속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그리고 사실상 유전자는 개체의 체벽을 통과하여 바깥세상에 있는 대상을 조종한다. 그 대상 중 어떤 것은 무생물체고, 어떤 것은 다른 생물이며, 또 어떤 것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확장된 표현형의 힘이 방사상으로 뻗은 그물눈 중심에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있는 대상물은 여러 생물 개체 속에 들어앉은 여러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의 그물이 합쳐지는 지점이다. 유전자의 긴 팔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 세상 전체가, 멀거나 가까운 표현형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잇는 인과의 화살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이기적 유전자 p424>

 

 

□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요약 영상

<이기적 유전자> - 혜윰 책방

□ EBS 특별기획 통찰 - 이기적 유전자, 이타성을 말하다.

EBS 특별기획 통찰 -  - 이기적 유전자, 이타성을 말하다. (1/3)

 

EBS 특별기획 통찰 -  - 이기적 유전자, 이타성을 말하다. (2/3)

 

EBS 특별기획 통찰 -  - 이기적 유전자, 이타성을 말하다.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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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교수의 책으로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을 읽고 나서, 이번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세 책은 저자의 하나의 생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사실 중복이 되는 내용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또한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강조하고 싶은 것을 제시하고 나서,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대해서 논하는 책인데 주제 자체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이기에 실제로 어떻게 하면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지금 사는 삶을 관심있게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나 역시 그동안 내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한 생각과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수 없이 다짐하고, 아침마다 앞으로의 길을 상기시키고, 

이렇게 틈이 날때 마다 글을 반복적으로 남기면서 그 전환점에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1.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장자의 제물론 편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남백자기에게 안성자유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안성자유가 어느 날 자기 스승을 보니 앉은뱅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선생님 모습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모습이 꼭 실연당한 사람 같습니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어깨가 축 쳐지죠. 짝을 잃은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무처럼 풀기가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다 타고난 재는 불이 꺼진 후 겨우 형태만 남아 있다가 손만 대면 으스러지지요. 안성자유가 봤을 때 예전의 스승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실연당한 살마처럼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 말에 스승 남백자기가 제자를 칭찬하면서 말합니다.


"안성자유야, 너 참 똑똑해졌구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고는 분명한 어조로 결론을 맺듯이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라고 합니다. 

스승은 그 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장례 지냅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육체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바로,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 삶의 자세, 정신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 잘못된 삶의 자세를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새로 태어나듯이, 마치 빅뱅이 일어나듯이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조금씩 개선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게으름과 간절함의 부족 때문인지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장자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역시 스스로 장례를 지내야 했습니다.

어쩌면 스승 백남자기 처럼 완전하게 스스로를 죽이지는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분명한 느낌은 받았습니다.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겁니다.

서른 여섯 살의 이 날은 분명 제 삶의 중요한 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2.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내가 한 인간으로 잘 살고 있는지, 독립적 주체로 제대로 서 있는지, 누군가의 대행자가 아니라 '나'로 살고 있는지,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는지,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높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 확인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입니다.


일상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에 매몰되는 순간, 생각이 멈춰버립니다.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생각에 대한 생각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는지? 내가 하는 행동으로 인해 내 삶과 내 가족과 타인들의 삶에 영향이 어떻게 미치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생각을 할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입니다.


그 생각 중에서 몇 가지 질문을 우선 순위로 두고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될 거 같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이 두 질문을 글로 적고 있는데 가슴이 너무나도 두근거립니다.

평범한 두 질문일지 모르지만, 분명 이 질문을 매일매일 곱씹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제 조금 더 저와의 대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이 변환점의 시기라는 게 계속해서 느껴집니다.

이 가슴 뛰는 시기를 절대 아깝게 놓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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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이라는 유명세에 힘입어, 그에 맞춘 마케팅의 결과로 한 동안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를 점유하고 있는 책이 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KBS제작팀이 구성한 『명견만리』라는 책이다. 책을 덮고 있는 띠지 치고는 조금 두꺼운 곳에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사가 적혀 있다.


"개인도 국가도 만 리까지는 아니어도 10년, 20년, 30년은 내다보며 세상의 변화에 대비할 때입니다.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공감하기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보면 매년 초에 등장하는 '올 해에 주목해야할 ○○' 같은 책 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예전에 KBS에서 해당 기획을 다룰 때 몇 번 관심있게 본 기억이 있었고, 이번 구성이 최근에 한 번쯤은 관심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들을 한 번쯤 상기시키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한 권씩 찾아서 읽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항상 기대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잘 정리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모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전달하는 부분이 있는가, 앞으로의 내 삶에 적용해 볼 만한 것들이 있는가, 종합적 사고력, 통찰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가 등이다.


그래서 오늘 리뷰에서는 책의 목차를 바탕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내 삶에 한 부분으로 체화시켜야할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려 한다.


[1부 - 정치]


지난 겨울 역사적인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되었다. 그 역사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을 향했다. 한 번 밖에는 가지 못했지만, 그 때는 나름의 생각과 소신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한 번이라도 가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내가 만약 80년대 광주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행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는데, 작금의 시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가수 전인권의 '행진'을 외치며 걸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은 눈에 선명하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서두르지 않는 선진국들의 모습에서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정치인들의 임기 내에 공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때문에, 국회의권 재선을 위해 다음 선거 전에 무언가라도 하나는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 때문에 우리는 항상 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장기적인 시선으로 가져가야한다.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가 중요한 법이다. 삶에서도 평생의 계획이 있고, 올 해의 계획이 있고, 더 잘게 쪼개 오늘의 계획이 있게 된다. 평생의 계획을 위해서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는 방향을 항상 점검해가며 잘게 쪼개진 계획들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 부가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챙겨야 할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건강, 만족감을 얻는 취미생활,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한 가정교육 측면에서의 일관성 등이 지금 내가 방향을 잡아야하는 장기적인 관점이 아닐까


1장. 당신은 합의의 기술을 가졌는가?

-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갈등비용, 우리는 선과 악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매년 국민투포는 네 차례, 지자체 주민투표는 20여 차례나 실시하는 스위스, 심지어 2027년에 결정될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해 2015년부터 12년 동안 매년 50회씩 토론회를 연다. 다수의 힘으로 미래를 바꾸기 위한 합의의 기술. 업청난 규모의 갈등비용을 치르지 않으려면 이 기술을 배워야 한다.


2장. 이제 정치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예측하지 마라

- 계몽과 대의의 시대를 넘어, 무섭게 폭발하는 참여의 열망

→ 패권주의와 인종차별을 내세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젊은이들의 미래를 뺏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영국 브렉시트, 과연 시민이 어리석은 것일까. 그러나 부패한 절대권력인 대통령을 평화롭게 시위로 끌어내린 것도 결국은 시민의 힘. 세계 곳곳에서 점점 강렬해지는 정치 참여의 열망. 기성 정치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정치 시스템이 도래하고 있다.


[2부 - 생애]


나는 직장인이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잠깐 생각해본다. 주요 보직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는 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40대들이 업무를 리딩한다. 그리고 50대 후반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60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부장님들의 자녀들은 아직도 중학생, 고등학생인 경우도 있다. 때로는 초등학생 이하인 경우도 있다. 만약 퇴직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30대 중반의 입장에서 15년, 20년 후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벌써부터 갑갑하고 초조하다. 


금전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다. 나는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만족감과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어쩌면 나이가 들어갈 수록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이 나는 부분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부분은 분명히 기억하려고 한다. 앞으로 나에게 발생할 일들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내 삶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대비없이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가족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은 멈추지 않아야 겠다.



3장. 120세 쇼크, 새로운 생애지도가 필요하다

- 서드에이지, 제3섹터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생애기

→ 100명 중 40명이 100세 이상 사는 삶을 축복이 아니라고 답했다. 100명 중 60명은 80~89세까지만 살고 싶다고 답할 정도다. 그러나 이미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연령대가 92세를 돌파한 지금. 120세 시대는 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이제 생애주기를 유년기, 성인기, 노년기로 나눌 것이 아니라 4등분하라.


4장. 셀프부양 시대, 우리는 준비할 수 있는가

-한국형 복지국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여든의 할아버지, 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육 선생님도 할아버지. 이 동네에 사는 대학생들은 어르신들에게서 반찬을 얻어가는 게 일상, 죽을 때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사는 것. '셀프부양' 시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3부 - 직업]


덕후의 힘을 믿는다. 덕후라는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습관적으로 해서 무언가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 

최근에 『영어책 한 권 외워 봤니?』의 저자 김민식PD 가 어느 팟캐스트에 나왔었는데, 이 분은 PD라는 직업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대대해서는 정말 아주 깊게 파고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책을 낼 정도까지 되는 것이다. 취미가 직업의 수준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하나의 분야에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직업을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른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자신과 맞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까. 나는 삶이 미적이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읽고, 시를 느낄 줄 알며, 좋은 음악을 찾아서 듣고, 아름다움을 그릴 줄도, 볼 줄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싶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 갈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이 있는가? 앞으로 조금 더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가 있는지를 계속 파악하자.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내가 그것을 잡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는 알고 있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찾아보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겸손하되, 놓치지는 말아야 겠다.


5장.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 그 자부심을 넘치게

- 660만 골목사장의 인생을 바꾸지 않으면 성장은 없다.

→ 자영업업은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사장님'이라는 호칭 속에 담겨 있던 커다란 자부심. 하지만 '골목 사장님'으로 불리는 지금의 자영업자들은 어떠한가. '창업의 정신'이 사라진 나라는 언제나 파멸을 맞았다.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6장. 정답사회의 한계, 덕후들이 바꾼다.

- 정해진 일자리가 아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전혀 다른 선택

→ 수학은 못하는데 복잡한 컴퓨터 게임은 잘 만드는 사람. 종이비행기만 2만 번 접다 이색스포츠 컨설팅 회사를 차린 사람. 헬리콥터를 너무 좋아하다 세계 최고의 드론 회사를 만든 사람. 죽어라 공부해서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꿈꾸는 만큼 성장하는 직업을 갖는 시대로 가자.


[4부 - 탐구]


얼마 전 부터 서재에 있던 한 권 책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다. 『생각의 탄생』 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생각의 도구는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인식','패턴형성','유추','몸으로 생각하기','감정이입','차원적사고','모형만들기','놀이','변형','통합' 이다. 나는 여기서 탐구를 생각이라고 간주한다. 지금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을 찾는 과정이 생각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생각해보세요' 하면 그것보다 난해한 것이 또 없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어떻게 탐구해야 할까? 지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터 시작해보자. 아니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좋다. 많은 방법으로 시도해보자. 위에서는 13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아는 것에 제한된다. 스스로 제한되지 않도록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우라. 목적을 위해서 생각을 하고 생각을 위해 방법을 생각하고 방법을 배우기 위해 다른 것들을 찾아보자. 그렇게 하니씩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자. 그러면 되지 않을까.


7장. 호기심 격차 시대가 열렸다.

-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능력을 보호하라.

→ 그 대학의 연구실에는 '교수님'이라는 호칭이 없다. 실험에 필요한 장비는 연구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손수 제작하여 사용한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능력, 호기심이다. 이 대학에서만 여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8장.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 1에서 2가 아니라,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힘

→ 세계 최대 인터넷 화상통신 스카이프, 해외 송금 서비스의 혁신 트랜스퍼와이즈, 전 세계를 주름잡는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이 탄생한 곳은 남한의 절반 크기에 , 서울 인구의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한때 대부분의 집에 전화기도 없을 만큼 가난했던 이 나라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디지털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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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  

최종정리(p106~109)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쌓기 위한 첫 여행지로 역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시간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간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시간관은 진보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라는 사관으로 발전했다. 그 중 우리는 진보적 역사관, 즉  역사가 점진적으로 발전해간다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기반으로 역사를 설명하기로 했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전제에 따라, 우리는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가 그것이다. 이 다섯 단계를 둘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 현대의 역사로 말이다. 


우선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생산수단은 생산물을 발생시키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를 가진 것이며, 이는 곧 권력의 획득을 의미했다.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생산수단이 없었고, 따라서 원시 사회는 평등했다. 고대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영토였고 왕이 이를 소유했다. 중세에는 장원이 생산수단이었고 왕과 영주가 소유했다.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 생산수단이었으며 부르주아가 이를 독점했다.


마르크스는 다가올 다음 시대에는 누가 어떤 생산수단을 소유할지 예측하려 했고, 이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 시대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계급은 노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역사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혁명은 실현되지 않았다. 후쿠야마의 말대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경제체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궁극의 체제는 아니겠지만, 유연하고 단순한 특징으로 인해 그나마 인류가 찾은 최선의 체제일 수도 있다.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에 이어 근대와 현대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근대의 산업화는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의 특성이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이끌었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과잉이었다. 공급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려야 했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우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는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는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세계대전의 표면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었고, 근원적 원인은 식민지 경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경제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적 침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 이후는 자본주의가 독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역사를 움지이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 이 두 개념이 역사를 움직여왔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은 공통점이 있다. 두 개념 모두 경제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이 '경제' 인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19세기 말 ~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1914 ~ 1918)

경제대공황 (1929~ )

제2차 세계대전 (1939 ~ 1945)

냉전시대 (1945~1991)

신자유주의 (1991 ~ 오늘)


경제


중간 정리


우리가 경제체제로서 사회민주주의를 다루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체제라기보다는 정치체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는 정치 파트에서 다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낯설다. 북유럽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가 선택하고 있는 체제인데도 말이다. 어쩐 일인지 한국인들에게 경제체제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양극단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라 할 때 그것이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고, 공산주의라 할 때 그것이 지시하는 것은 북한의 왜곡된 파시즘 체제다. 경제체제는 종교가 아니고 선악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효용과 이익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경제체제가 나와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체제는 이념과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 체제를 비판하거나 다른 체제의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종교재판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현대인들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네 가지의 경제체제 중 오늘날 한국 사호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두 가지는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다. 초기 자본주의가 말하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생각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극단적인 체제는 오늘날 설득력을 상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후기 자본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체제는 오늘날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최종 정리


경제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먹고사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경제에 대한 이론적 측면은 생계와는 무관하다.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가 역사를 움직이는 토대가 되고,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제는 정리해볼 차례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서의 경제는 단순하게 두 가지의 입장 대립으로 구분된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입장과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복지도 줄어든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면 세금이 인상되고 규제가 강화되며 이에 따라 복지가 향상된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태동하던 초기에 발생한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시장에는 자기 조절 능력이 있어서 별다른 개입은 필요 없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공황을 거치며 자유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자유 시장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결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서 시장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장기 불황은 세계적인 불만을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개입을 대표하던 소련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세계는 차라리 시장의 자유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를 다시 장악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 오늘날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체제는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어떤 사람들은 각 체제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그나마 복지를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세금 인하를 통한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현 시점에 필요한 체제라고 여긴다.


현재의 한국을 고려할 대, 당신은 어떤 체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체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은 정치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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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세상을 가꾸다가 나온 걸작

 

(p39) 제정 러시아의 연대기를 쓴 프랑스 작가 아스톨프 드 퀴스틴은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퀴스틴은 르카네에서 보낸 보나르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지하 감옥과도 같은 이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막연한 욕망으로 고통받는다. ...... 내가 사는 감옥을 탐험하지 않고는 이 좁은 세상을 마음 편히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탐험을 하면 할수록 내 눈에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고 넓어진다."

 이야말로 보나르가 후대에 선사한 것이다. 보나르는 그의 세상을 매일 탐험했고, 탐험할수록 그의 세상은 점점 훌륭해졌다. 르보스케 뒤에는 돌이 많은 구릉을 따라 가파른 오솔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은 올리브 숲과 목동들이 염소를 치는 평야로 이어졌다. 매일 아침 보나르는 마르트를 잠시 떠나, 캔버스 천 모자를 쓰고 이 오솔길을 따라 그의 개 푸세트를 끌고 산책을 했다. "내게 필요한 소재들이 모두 가까이 있다."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가서 그것을 보고 노트에 적고 집에 가면 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잠시 생각에 빠진다. 꿈을 꾸는 것이다." 그는 종종 그림을 그리는 동안 꿈을 꾼다고 했다. 이것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예술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머릿속 이미지들이 그들만의 생을 갖도록 허락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즉 형태가 스스로 변하고 새로운 모양새를 띄도록 했다.

 

□ '예술 없음'이 낳은 걸작

 

(p53) 스티글리츠의 사진이든 가족의 추억거리를 찍은 사진이든 어떤 사진에나 내재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게 마련이다. 모두들 시간을 정지시켜서라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고, 또한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에 뭔가 흥미로운 것이 기록되기를, 뭔가 보석 같은 것이 우연히 담기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사진가의 희망이란 너무 사소해서 때로는 의식조차 못하지만 말이다. 기억과 희망, 과거와 미래, 즉 코닥으로 사진을 찍으면 붓과 캔버스를 사용하여 그리는 그림처럼 후대를 위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시간이라는 망망대해에 던져진 하나의 유리병인 것이다. "모든 것은, 모든 소멸하는 생명들과 함께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W.G. 제볼트는 말했다. "세상은 이대로 고갈되고 있다. 그 자체로 기억할 능력이 없는 수많은 장소와 물건들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도 전해지지도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이 장소와 물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려는 것이다.

 

(p57) 자신의 취미인 피아노 연주에 대해, 쿠크는 몇 년 앞서 책을 출판했던 데일 카네기의 낙관적인 자기 계발서의 어조로 이렇게 썼다. "하루에 체계적으로 한 시간씩만 피아노 연습을 해도 몇 년이면 연주 실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이그나시 파데레브스키를 보며 느낀 점을 쿠크는 이렇게 썼다.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 너무나 많은 수가 대가를 꿈꾼다. 음악은 그 자체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 음악 공부가 주는 지적인 훈련이야말로 값진 것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쿠크는 그 다음으로 열두 단계 프로그램과 비슷한 제안을 했다. "피아노는 조율할 것", "건반은 깨끗이 닦을 것", "양손 손톰은 짧게 깎을 것," 그리고 다음을 기억하라고 했다. "하루에 30분 연습하면 1년에 10950분, 즉 182시간이 되고, 5년이면 910시간, 10년이면 1820시간이 된다." 다시 말해 시간 투자와 훈련이 예술을 즐기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점에서 후에 등장한, 노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중문화 세일즈맨들과 달랐다. 쿠크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천천히 '풍요의 뿔'의 좁은 끝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는 노력을 덜하더라도 삶을 즐기며 커다란 다른 끝으로 나올 수 있다."

예술가 크리스 버든은 언젠가 나에게 초기 이렉터 세트의 그림이 첨부된 설명서를 보여주었다. 그림은 때로 모호했다. 취미로 완구를 조립하는 사람들이나 모델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집이 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설명서에 너무 의존하지 ㅇ낳을 대 더 큰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더디고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보람 있는 자기 계발의 과정이었다.

 

(p59) 로스 자신은 3만 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계산하면 매일 두 점씩 그린 꼴이 된다. "그림은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것입니다."는 그가 자주 쓰는 대사였는데 그 말은 옳았다. "그림을 그리면 단순히 캔버스만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면을 창조성과 연관 짓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게된 많은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음악과 독서, 글쓰기, 자수, 정원 일 등 많은 일들을 더욱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긴장을 풀어 주고 심지어 물리치료 효과까지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p68) 예술은 언제나 우리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고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p69) 아마추어 흑백사진이 유행하던 시기, 그러니까 코닥 No.1 이 나온 후부터 1950년대까지는 이런 종류의 우연한 걸작이 가장 많이 생산되던 때였다. 이때가 초현실주의의 전성기였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초현실주의의 뿌리가 우연과 실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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