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독서할 때 느꼈던 감정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던 순간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사랑해." 라는 세 글자로는 서로의 애틋하고 충만한 느낌을 표현하기가 부족해 새로운 한 마디를 원하듯이 글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길을 가다가 어떤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을 때, 사람들마다 표현하는 것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다." 라고 표현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나와 엇갈려 지나가던 그녀의 키는 내 어깨를 살짝 넘어가니 165cm 정도가 되어 보인다. 서로 스쳐지나가면서 보았던 쌍거풀 속에 감춰진 그녀의 짙은 검은 눈동자는 유난히 깊었다. 작고 붉은 입술은 하얀 피부에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라고 표현할 수 도 있다.

실제 일어난 현상과 생활 속에 존재하는 것은 동일한데 사람들마다 보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너무나도 다르다. 점점 이렇게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긴다던지, 자기 전에 간단히 일기를 쓸 때마다 평소에 보는 일상의 사물과 생활을 조금 다르게 느껴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충만한 일상 생활을 보내야한다는 느낌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쫓기지 말고, 아침의 차가운 공기도 한 번 피부로 느껴보고 그냥 무심히 타던 통근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어떤 간판들이 있는지 한 번쯤 눈여겨 보자. 매일 먹는 회사 아침이 질리더라도 이 찌개는 어떻게 만들었지. 여기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까 한 번 쯤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하루 동안 내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비록 하루하루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속에서 내 감정을 한 번 쯤은 예민하게 감지해보자.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는구나! 이런 상황이 나를 웃게 하는 구나. 이럴 때 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구나 하는 사소한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이런 일상생활 속에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는 감수성으로 책을 읽었을 때의 내 감정을 충분히 글로 표현하고 싶다. 글이라는 것은 다분히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성찰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매개체이다. 내면을 바라보고 타자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인데 어떻게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직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어렵지만 무엇보다 글을 써서 한 번쯤은 쾌감을 얻고 싶은 생각도 있다. 거의 모든 문제들이 그러하듯이 정답은 없다. 그저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보는 수밖에......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이런 글쓰기에 대한 생각에 다시 하나의 짐과 보물을 올려주었다.
도정일, 김훈, 박원순, 최재천, 김동식, 김광일, 배병삼, 김수이, 민승기, 이문재, 이필렬, 차병직, 최태욱, 김영하 이렇게 14명의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글쓰기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준다.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글과 자연스레 연결되어지는 독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앞으로 인상이 깊었던 부분에 대해서 나누어서 한 번쯤 생각해보려 한다.
오늘은 일단 현재 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문재 시인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전해주는 글쓰기의 기초체력 기르기와 세부지침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 글쓰기를 위한 기초 체력 기르기 

1. '나쁜 버릇'부터 찾는다.
사람마다 특유의 말투나 몸짓이 있듯이 글에도 특유의 '버릇'이 나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것이다'라는 종결어미를 자주 씁니다. '~것이다'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글 버릇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수식어 많은 문장, 접속사가 많은 문장, 나열이 많은 문장이 나쁜 문장입니다. 자기 글에서 나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빨리 올라가야 합니다. 자기 글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문제점만 제거해도 글쓰기는 순식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됩니다.


2.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기자나 작가의 글을 집중적으로 읽으십시오. 소설가 지망생은 필사하고 싶은 선배 소설가가 한둘은 꼭 있습니다. 좋은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그대로 베껴 쓰십시오(필사). 외우면 더 좋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적극 모방해보십시오. 그 과정에서 글쓰기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됩니다.

추천하고 싶은 필자 '모델'은 문인 이외에, 혹은 문인이면서 매체에 자주 기고하는 분들입니다. 도정일(문학평론가),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고종석(소설가 겸 언론인), 김훈(소설가 겸 언론인), 배병삼(정치학 및 동양학), 한형조(동양철학), 송호근(사회학), 고미숙(문학평론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등입니다.


3.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말라.
모든 글쓰기는 새로워야 합니다. 사실이나 의견에서 새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표현이라도 새로워야 합니다. 새롭지 않다면 신기하거나(의외성) 흥미로워야 합니다. 새로움, 의외성, 흥미, 이 세가지 중 한 가지도 만족시키기 못한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4. 자세히 관찰하라.
관찰은 모든 글쓰기의 스타트 라인입니다. 사물이든 사건이든 인물이든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정확히 글쓰기가 불가능합니다. 관찰이 부정확하면 사실 관계가 흔들립니다. 정확히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오감 가운데, 시각이 특히 부정확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착시 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상기해보십시오.

관찰 훈련의 첫 단계는 자기가 본 것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입니다. 관찰 대상이 인물이라면, 머리 모양과 색깔, 길이에서부터 이목구비를 거쳐 구두까지 관찰하면서 하나하나 말해보십시오. 컴퓨터나 텔레비전, 화분, 식탁, 자동차 실내 등 늘 마주치는 대상을 하나 정해서, 소리 내어 하나하나 관찰해 보십시오.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발견입니다.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최고의 글쓰기 재료입니다.
 

5. 메모하고,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간이 하루에 접하는 새로운 정보(자극)는 수십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이켜보십시오. '오늘 내가 새로 느낀 것, 새로 발견한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머니 혹은 핸드백에 작은 수첩과 필구를 챙기십시오.

참신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쓰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좋은 글은 메모지에서 나옵니다. 메모지가 '상상력 발전소'입니다.

 

 

▼ 글쓰기를 위한 세부 지침

1. 나로 부터 시작하라.
 '
'로 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서전을 써 보거나, 자기가 자기를 인터뷰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소개하는 글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을 취재해, 사진과 곁들여 기사를 써보는 것도 훌륭한 저널리즘적 글짓기입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원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의 이야기를 쓰십시오. 문학적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십시오.

''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삶을 성찰하는 진지한 계기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같은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글스기 말고 거의 없습니다.

 

2. 반복하지 말라.
반복은 강조할 때 말고는 피해야 합니다. 반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표현의 반복과 내용의 반복이 그것입니다. 같은 단어,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의어를 쓰십시오.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내용의 반복입니다. 중언부언하지 마십시오.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독자는 냉정하게 즉각 눈을 돌립니다. 

 

3.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만 담아라.
이것은 문장을 짧게 쓰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 한 문단에도 하나의 정보군을 담는 것입니다. 한 문장에 두 개 이상의 정보를 담는 순간, 문장은 길어집니다. 한 문단에 두 개 이상의 정보군을
으면
, 복잡하지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4. 접속사를 쓰지 말라.
최근 읽은 소설 가운데 접속사가 거의 없는 소설이 있습니다. 김훈의 장편소설<남한산성>인데, 접속사에 유의하며 읽어보십시오. 매우 흥미로운 글읽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접속사는 글 쓰는 이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결형, 나열형 접속사를 피하십시오. 

 

5. 나누고 묶어주어라.
기사를 쓸 경우,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해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는 유사한 것끼리 묶어줘야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음식 종류를 소개한다면, 국적별 혹은 재료별, 계절별 등으로 나누어 묶어 줍니다.

 

 6. 병치할 때 조심하라.
같은 기능을 가진 단어, , 절 등이 나란히 놓일 때 자주 오류가 나타납니다. '사과와 큰 배',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공부를 잘한다.' 와 같은 문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과'라는 단어와 '큰 배'라는 구는 병치하면 안 됩니다. 단어는 단어끼리, 구는 구끼리 병치하십시오. '사과와 배' '작은 사과와 큰 배'가 적확한 표현입니다. 앞의 문장은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초등학생이다'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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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로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를 가지는 <오래된 연장통> 이다. 

만약 부제가 적혀있지 않다면 이 책이 무엇에 관련된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제목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한때 통섭을 주제로 한참을 뜨겁게 달군 현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국립생태원 원장인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 에서 추천도서 목록을 접하고 나서 알게되었고 최근에 읽은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을 읽으면서 1장에 소개되는 주제가 심리학이어서 기존에 구매를 망설였던 <오래된 연장통>이 내 손에 오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전중환 경희대학교 교수는 서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최재천 교수 연구실에서 [한국산 침개미의 사회 구조 연구]로 행동생태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 심라학과에서 진화심리학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버스 교수 연구실에서 [가족 내의 갈등과 협동에 관한 진화 심리학적 연구]로 진화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작가의 약력을 잠깐 살펴본 것은 생물학과-진화심리학의 연계 고리가 아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학문이 만나는 융합, 통섭의 한 예라고 볼 수도 있고 우리 인간의 심리를 찰스 다윈의 진화라는 개념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진화심리학이라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 <오래된 연장통>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인간의 마음은 톱이나 드릴, 망치, 니퍼 같은 공구들이 담긴 오래된 연장통이라 한다.  우리의 마음은 어떤 배우자를 고를 것인가, 비바람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포식동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등 수백만 년 전 인류의 지화적 조상들에게 주어졌던 다수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되었다. 톱이 판자 자르기, 드릴이 구멍 뚫기를 각각 잘 수행하게끔 특수화된 공구들이듯이, 인간의 마음은 각각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심리적 '공구'들이 빼곡히 담긴 연장통이다.  그런데 이게 오래된 전통적인 공구들만 들어있는 오래된 연장통이기에 오늘날에는 가끔씩 문제를 일으킨다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주제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중에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우리가 왜 향신료를 사용하는가?' 에 대한 설명이었다.


한국인들은 매운맛하면 의래 고추의 매운맛을 연상한다. 하지만 후추, 생강, 마늘, 양파, 파, 계피, 강황, 파슬리, 레몬, 육두구, 고추냉이 등등은 매운맛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이처럼 향신료가 저마다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는 까닭은 식물 종마다 조금씩 다른 2차 대사산물인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을 지니기 때문이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이 초식동물이나 초식 곤충, 곰팡이, 병원균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낸 화학 무기로 수십가지의 피토케미컬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각 향신료 고유의 매운맛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이 대표적인 피토케미컬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식물들의 무기라 할 수 있는 피토케미컬을 즐겨하는 것일까?

피토케미컬이 만드는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뇌에서 자연 진통제인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므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은 어떻게 좋아하게 되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매운 맛의 향신료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향신료가 음식물 속의 세균과 공팡이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므로 인간은 향신료를 일종의 향균제로 요리에 곁들이게끔 진화했다는 가설이 있다.

이런 것은 대장균, 살모넬라 같은 세균이나 기생충의 위험성을 낮춰준다. 그리고 추운 나라보다 더운 나라가 더 많은 그리고 더 강한 향신료를 선호한다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위의 내용은 책 속의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이론적인 면보다는 '왜 직장 간부와 면담하기 전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지','왜 카페에서 가면 창밖에이 내다보이는 구석 자리에 앉는지' 등과 같은 우리의 일상 속의 모습을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한다.


진화심리학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다른 이론적인 배경과 지식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가 부족하지만 진화심리학이 우리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들여다 볼 때 유용한 한 가지 도구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무엇인가 진화심리학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화심리학만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기에는 아직은 바라볼 수 있는 범위가 좁을 뿐 아니라 확실한 논거를 뒷받침해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으로 진화심리학이라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앎이 생겼고 호기심이 생겼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다른 심리학과의 연계성등도 찾아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입문서를 원한다면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 앨런 밀러와 사토시 가나자와의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 같은 책들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나 역시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한 권이라도 찾아봐서 진화심리학이라는 지식의 스펙트럼을 조금더 넓혀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주제, 새로운 발상으로 일상생활에 접근하는 모습들이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오래된 연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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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천의 과학자의 서재 - 최 교수의 달콤쌉싸름한 독서 레시피 >




  • 희망의 밥상
    - 지은이 : 제인 구달, 게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 레시피에 넣는 이유 : 제인 구달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않고도 지구환경을 살리려는 그분의 메시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 오래된 연장통
    - 지은이 : 전중환
    - 레시피에 넣는 이유 : 우리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 인간 본성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끌어내어 진화심리학, 나아가 과학의 재미를 한껏 맛보게 해주니까.
  • 마지막 거인
    - 지은이 : 프랑수아 플라스
    - 레시피에 넣은 이유 :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잔인함과 자연의 고귀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므로.
  • 이중나선
    - 지은이 : 제임스 왓슨
    - 레시피에 넣은 이유 : '과학'이란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를 열어주니까.
  • 찰스 다윈 평전 1,2
    - 지은이 : 재닛 브라운
    - 레시피에 넣은 이유 : 인류 문명의 방향을 바꾼 위대한 혁명인 진화론을 이해하기 위한 지름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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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려준 가장 큰 재산은 독서습관

어쨌든 우리 부부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수많은 책을 읽어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듣고 자란 녀석은 글자를 깨우치자 우리가 읽어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도 많은 책을 읽었다. 그 아이가 중 고등학교 시절 성적은 완벽하지 못했는데 대학은 잘 간 이유가 바로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다. 내 생각에 녀석은 대학교 가기 전까지 적어도 1,000권은 읽은 것 같다.

그 덕에 좋은 대학에 가긴 했지만 대학에서도 역시 학과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나를 닮았는지 학교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또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기면서 살기 때문이다. 어떻게 대학에서 쫓겨나지 않는지 궁금하기까지 하지만, 내가 비슷한 과저을 거쳤기 때문에 그다지 흠잡지 않는다. 아니, 나의 경험 때문이 아니더라도 난 아들에게 훈계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난 다른 사람에게 인생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아들 역시 타인이지 나 자신은 아니지 않은가.

아들은 그다지 찌들지 않은 고교 시절을 보내고도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 가서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 녀석은 자신이 아는 것은 거의 책을 통해 배운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독서습관 하나는 확실하게 심어준 것 같다. 무척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일곱 살 때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그 녀석에겐 미국이 고향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리를 하더라도 방학이 되면 미국으로 여행을 가 한 달 이상 머물다 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번잡스럽게 지내는 건 아니다. 여행계획 같은 것도 없다. 우리 셋 다 시끄러운 곳은 싦어하기 때문에 친구를 통해 조용한 지역의 잠시 비어 잇는 집을 빌려 주로 거기서 책을 읽으며 지낸다. 셋이 각각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산 책들을 읽고 지내는 것이다. 물론 우리 부부는 일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가끔은 외출을 하기도 한다. 놀이동산 같은 곳은 가본 적이 없고 바닷가나 호수를 찾는다. 하지만 그런 곳에 머무는 시간은 짧고, 외출의 마지막 코스는 꼭 서점이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 셋은 각자 관심 분야의 코너로 흩어져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아내는 음악과 문화에 관한 책, 아들은 어린이들이 읽는 책, 나는 생물학이나 자연과학, 심리학 등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내가 두 사람을 찾아내야 배도 채우고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우리 가족 중에 제일 책을 안 읽는 사람이 나다. 아내와 아이는 책을 집어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기 때문에 끼니는 내가 챙겨야만 한다.

그리고 나올 때는 반드시 각자 몇 권씩의 책을 산다. 내가 제동을 걸어봐야 들은 척도 안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 문제는 방학이 끝나가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생긴다. 짐을 쌀 때마다 책 때문에 가방이 부족해 늘 골칫거리다. 그때즘 되면 내가 대놓고 잔소리 좀 한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아마존이라는 인터넷 서점이 생겨서 그런 불편은 덜게 됐다. 미국 서점에서 직접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신청해놓고 돌아오면 책이 먼저 와 있곤 했다.

우리 집 거실은 한마디로 서재다. 아니 거실만이 아니다. 집 전체가 서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다양하고 많은 수의 책이 있다. 대부분의 집 거실에 자리 잡고 있는 텔레비전은 없고 허리 높이로 벽을 따라 쭉 이어지게 책장을 만들어놓아 책들을 다 꽂아두고 있다. 거실뿐만 아니라 벽이 있는 곳은 다 책장을 만들어놓았다. 책꽂이로 집안의 빈 벽면을 다 채워버린 것이다. 거기다 책을 다 꽂고 그 위에는 꽃병이나 조각품 같은 것을 놓으면 삽시간에 최고의 실내장식이 된다.

책 읽기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어느 부모든 자시게게 책을 읽으라고 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자신들은 거실에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라. 독후감을 써라" 하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게 했을 때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귀찮게 하지 말고 부모들이 책을 읽으면 된다. 우리 부부가 가장 잘한 교육이 바로 그것인 것 같다.

우리는 아들에게 어떤 책을 꼭 읽으라고 특별히 권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 아기 때부터 다양한 책을 읽어주었고, 나이가 좀 들고 나서는 스스로 골라 읽었기 때문이다. 대신 어렸을 때 동화나 소설 외에 나의 전공에 가까운 자연과학 책들과 인문학, 사회과학 쪽 책들을 사서 책꽅이에 꽂아두긴 했다. 그 책을 읽고 안 읽고는 아들 마음이었다. 그런데 제 엄마를 닮아서인지 다양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해서 그 책들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나는 한 권을 손에 들으면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못 읽는데, 아내와 아들은 읽던 책이 있어도 갑자기 관심 가는 책이 나타나면 새 책부터 읽곤 한다.

아기 바구니에 담겨 있을 때부터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 눈에 늘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아이도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이 인생에 큰 자산이 되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아이에게 이미 엄청난 재산을 물려줬다고 자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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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때부터 많은 책을 읽어줬지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지만, 서로 바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결혼한 지 9년째인 1989년에 아이를 낳았다. 내게 문제가 있어 아이를 못 낳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듣다가 드디어 아이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겠는가? 우리 부부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기로 약속했고 실천했다. 그런데 내 어머니도 아내의 어머니도 안계시는 타국 땅에서 아무런 경험도 없이 아이를 기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우리 부부는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서로 의논해가며 아이를 키워야 했다. 아내는 워낙 학구적인 사람이라 영어로 된 육아 관련 서적들을 엄청나게 읽었다.

아이가 백일도 되기 전의 일이다. 저녁때가 되었는데 애를 겨우 재우고는 둘이 소파에 그냥 늘어지고 말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가 얼마 후 깼는데 그때야 비로소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이 났다. 어른 둘이 아이 하나를 돌보느라 온종일 굶다니, 초보 엄마 아빠가 얼마나 진을 빼는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서툴렀고, 잘하고 싶었던 만큼 힘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아내는 교회에서 반주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거기서 알게 된 미국인 노부부가 우리 아이를 보러 오셨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재미있고 신기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분은 이제 겨우 백일 정도밖에 되지 안 된 아이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 해주시는 것이었다. 어제 동네 가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뉴스 시간에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말이다.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우리 부부에게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좀 이상하게 보이나 보네. 아기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게지, 아마? 하지만 그렇지 않아. 아기는 우리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있어. 그러니까 아기에게 "까꿍!" 이런 것만 하지 말고 이야기를 해줘. 너희가 학교에서 겪었던 이야기, 읽은 책 이야기, 그냥 서로에게 하듯 해주렴. 그러면 아이는 다 듣고 자란단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하는거야."

할머니 말씀에 우리 부부는 큰 지혜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때까지 우린 그저 아기가 울지 않게 하려고 먹이고 재우는 데만 온 신경을 썼다. 아직 아기가 아닌가. 게다가 잠이 들면 혹시 깰까 봐 까치발로 살살 다니고 그랬을 뿐이다.

이튿날부터 우리는 아이 옆에 있는 동안 번갈아 그날 이었던 이야기를 해주고,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를 위한 책만이 아니라 우리가 읽는 전공 책이나 논문도 아이 옆에서 소리내어 읽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하버드대학 기숙사 중 하나인 엘리엇하우스에서 사감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태어난 아기는 우리 아이가 유일했다. 병원에서 데려오는 날 기숙사 시계탑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앨런 하이머트 학장님의 배려였다. 기숙사 학생들에게도 아기는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였다. 우리가 아기를 안고 식당으로 내려가면 학생들이 전부 와서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오늘 아침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무슨 기사가 났니?"라고 묻곤 했다. 그중 어떤 친구는 우리에게 "이 아기 표정을 보면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웃었다. 우리는 그게 우리가 아기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읽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축하며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가 두세 살이 되자 우리는 상상력을 키우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책들로 골라서 틈날 때마다 읽어주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몇 권을 읽어도 밤이 늦도록 아이가 잠이 들지 않아 곤란하기도 했다. 아이가 빨리 자야 우리도 일을 하는데 말이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여전히 말똥말똥한데 오히려 읽어주는 내가 잠이 오곤 했다. 그래서 "오늘은 두 권만 읽어줄게"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러면 아이가 "네 권!" 이라고 협상을 해와 세 권으로 조절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아마 아이가 세 살이 되던 해 말쯤이었을 것이다. 그날 따라 많이 피곤했던지 내가 그만 책을 읽어주다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결에 누군가 책을 읽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가 혼자서 책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데 실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었다. 하도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라 외워서 말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놀랍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좋지만, 글을 모르는 아기 때는 물론이고 글을 알고 난 뒤에도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게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내 무덤을 스스로 판 것도 있긴 하다. 책을 읽어줄 때 덤덤하게 읽은 게 아니라 성대모사를 해가며 구연동화처럼 읽어 주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그렇게 읽어주지 않으면 "아빠, 그건 도널드 덕의 대사잖아? 도널드 덕처럼 말해야지"라며 제공을 걸었다. 피곤해서 대충 읽어주려고 해도 어림없었다. 

                                                                                                - 과학자의 서재 (p258~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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