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면서 나에게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가끔씩 책을 들춰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2년 전인 것 같다.  그 때는 무엇인가 마음이 공허했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하는 이런 저런 고민에 빠져들었던 시기였다. 아마 그때 차 안에서 소리도 질러 보고 눈물도 흘려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 당시에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책이 있었다. 바로 자기를 선생님이 아닌 누나, 언니라고 불러주기를 원했던 한비야 누님의 <그건, 사랑이었네> 라는 책 한 권이었다. 그 책에는 한비야 누님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단짝 친구 영희와 '올해부터 죽을 때까지 1년에 백 권 읽기' 라는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생각했단다. 사람들이 어제 본 스포츠, 영화 얘기를 하듯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제 읽은 책이야기를 하기를 원한다고. 


그 당시 혼자 생각했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그렇게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올해가 3년 째가 되었다. 어느 순간 부터 가방 속에는 한두권의 책이 있었고, 때로는 버스에 내리기 직전까지 한 구절을 더 읽으려고 노력했고, 몇 페이지 안 남았는데 집에 다 도착해서 문 앞에서 잠깐 나머지를 읽고 들어가기도 했다. 나 자신도 신기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소유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책은 가지고 있고 싶었다. 분명 나중에 한 번 더 읽지 않을 것은 알고 있지만 내 방 한 칸이 책으로 쌓여지는 그런 기분이 좋았고 책꽂이를 꽉 메운 책들을 볼 때 마다 무엇인가 마음이 놓였다. 마치 예전 어머니들이 김장과 연탄을 준비하면 마음이 놓였다는 듯이 나 역시 무엇인가 뿌듯한 것이 있었다.


그렇게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으면 뭐가 좋은가?, 내 인생이 변할까? 지금 내가 무조건 많이 읽으려고 하는게 과연 나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하나씩 생기게 되었다. 아직도 이 질문들이 지금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인 것 같다. 책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다들 그런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안상헌 작가의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나의 고민에 대한 해결은 해주지 못했지만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고, 아! 하고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그동안 내가 그저 책을 읽기에만 그쳤구나! 라고 생각했다. 책의 글자를 그냥 무심히 읽기만 했구나. 그 안의 금맥은 찾지 않고 그저 검정 잉크만을 눈으로 훑지는 않았는지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문학 공부법>에서는 독서와 공부에 대한 이런 저런 경해와 우리가 흔히 인문학이라 말하는 철학, 문학, 역사 에 어떻게 접근해서 독서를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 새로운 문장을 얻어야 한다.

철학이 있는 사람이 되려면 새로운 문장을 얻어야 한다. 인문학 공부는 이런 문장을 얻게 해준다. 그것이 책에서 직접 얻은 것이든 읽은 것을 유추해서 얻은 것이든 새로운 문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문장이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문장에 빠질 필요가 있다.


◆ 스스로 질문을 찾아내고 답하는 것

먼저 중요한 질문을 찾아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봐야 한다. 이것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읽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 되려면, 읽으면서 질문하고 그것에 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다. 책에는 핵심이 되는 질문들이 있다. 그 질문을 찾아내고 답을 생각해보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일이다. 그러면서 독서 능력이 향상된다.


◆ 읽고 배운 것의 실제 생활에 적용

책을 한 권 읽은 후에 단 한 줄이라도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있거나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단락을 만난다면 그것이 훌륭한 독서라고 믿는다. 많은 것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적용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살아있는 것이 되려면 큰 욕심을 버리고 배운 것들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을 쌓아두는 것으로는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사용하고 또 사용해서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한 내적 고민

철학은 무엇일까? 강단히 말하면 세상을 밝히는 학문이다. 조금 자세히 말하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각을 키워주는 학문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워 자기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철학을 하는 목적이다.


◆ 문학 작품 속에서 진정으로 느끼는 것

문학을 읽을 때는 사람들이 변화되는 순간이나 갈등에 봉착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좋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빨리 넘어가기보다는 갈등의 순간에 더 머무르면서 문장을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문학을 느낄 수 있다. 문학의 목적은 느끼는 것이다. 느껴야 감동할 수 있다. 느껴야 울 수 있고 웃을 수도 있다. 문학을 읽으면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한다면 도대체 왜 읽는 단 말인가! 그러자면 갈등과 변화의 순간을 주인공과 함께해야 한다. 이야기만 파악하기 위해 읽어서는 큰 감동을 얻고 주인공과 함께 느끼며 살기는 어렵다.


◆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통찰력으로 살아있는 역사 공부

공부에는 죽은 공부가 있고 살아 있는 공부가 있다. 죽은 공부는 단순한 사실들을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이고 살아 있는 공부는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에는 필연성이 있다. 어떤 사건에는 그것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표출되는 모양은 다를지라도 모순이 표출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살아 있는 공부는 어떤 원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발견하게 해주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저 텍스트를 읽어내리는 독서였다면 이제부터는 스스로 가치있는 질문을 하며 그 질문을 곱씹으며 지금의 소중한 삶에 사소하더라도 한 걸음 내딛는 사유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이며, 그것을 자기 것이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 존 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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