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까지 많은 책들을 사 모으고 읽어왔다. 그때는 일단 많이 읽으려고 했다. 매달 몇 권을 읽었고, 1년에는 몇 권을 읽었다가 중요했다. 100권을 넘겨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곱씹을 여유가 없었고,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누군가는 원래 책은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다고, 그래서 언젠가는 수많은 뉴런들의 시냅스가 연결될 때 그것이 쓰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내 머릿 속에 통제가 가능한 아주 큰 격자틀이 있고, 수많은 경험과 정보들을 그 격자들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내가 필요할 때 마치 맞춤형 서랍 속에서 정보를 찾아내듯이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최근에는 집에 있는 수 많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한 권씩 다시 곱씹어보는 작업을 할까 생각 중이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컨텐츠들을 내 격자에 집어 넣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 선택한 책이 윤석철 교수의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이다. 2004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충분히 공감되고, 교수님의 깊은 내공으로 응집되어 있는 문장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은 발췌에서 남겨보았다.

 

한 2년 전에 IT 시스템 구축에서 경영 컨설팅 영역으로 업의 전환을 한 이후에 '경영'에 대해 제대로 배워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확장으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이 세번째인 듯 하다. 나도 예전보다는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지만 수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구나. 짧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두 담겨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정리를 할 때는 컨텐츠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고, 각 컨텐츠 간의 연계관계도 도식하면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 격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구조화해서 가져가보자. 잘 곱씹어 보자. 

 


제로섬 게임은 새로운 가치창출 없이 한정된 자원의 배분싸움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바다에서 민물로, 민물에서 다시 육지로, 프런티어를 개척한 종들이 번성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p31)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 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p46)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는 명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진리로 남을 것이고, 줄수 있으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줘야 한다. (p47)

 

목표의식이 구체성을 확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정의라고 부른다. (p67)

 

어떤 상상력이 실제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가능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이라고 부른다. (p86)

 

심리학자 케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p91)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 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상상)해내는 상상력 그리고 3.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다 기룽여도 기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들 고개 셋을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이름의 강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p97)

 

기업의 생존 부등식 (p103)

-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격(P) > 제품의 코스트(C) 

 

제품의 가치는 성능, 디자인, 품질(불량률 수준) 3개 차원으로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 (p112)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2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 궤도 위의 존재 같다. (p124)

 

무한경쟁 시대에는 기본에 강한 조직, 기본에 성실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기업가는 경영의 기본을, 결혼을 앞둔 사람은 사랑의 기본을... (p134)

 

앙드레 지드는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서 끌리는 힘, 즉 인간적 매력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p141)

 

자연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퍼센트 정도이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다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p153)

 

인간의 능력도 무에서 나오지 않고, 축적된 무엇이 발산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능력이란 결국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p172)

 

자본재 이외에도 기술개발, 브랜드 투자, 인재양성 등이 모두 기업이 갈 수 있는 우회축적의 길이다. 인간의 개인 차원에서는 보통사람들이 힘들다고 기피하는 어려운 교육 과정을 이겨내는 일이 우회축적이다. (p174)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내가 선이라고 믿는 것이 혹시 독선은 아닌가', '이렇게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참된 자기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철학이다. (p181)

 

토인비에 의하면, 역사의 흐름 속에 계속 나타나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하여 '창조적 소수'가 '응전'에 성공해야만 역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번 '응전'에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기의 능력과 방법론을 우상화하는 오만을 범하기 쉽고, 이 오만은 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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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죽기 직전에 남긴 묘비명이다.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글귀다. 시간은 연속선 상에서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1년이라는 단위로 시간의 연속선 상에 하나씩 점을 찍어가고 그 점에 설 때 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고, 남은 길을 생각한다. 오늘은 2015년에 만났던 책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하나의 점을 진하게 물들인 올 해 만난 책 10권을 소개한다. 



# 하나.『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긴장하고 있던 상욱의 얼굴 위에 비로소 희미한 미소가 한 가닥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태는 아직 그 상욱의 웃음의 뜻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그는 조 원장의 그 너무도 직선적이고 순정적인 생각에 다소의 감동을 받은 듯 싶기도 했고, 어찌보면 오히려 씁쓸한 비웃음을 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p494)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서의 감정과 갈등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모습에 신경이 상당히 날카롭게 곤두서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책을 읽고 나서는 단순히 조 원장의 희망이 이루어지는 그런 구도로 생각하고 접었었는데 후에 팟캐스트와 다른 해설들을 접하면서 내가 책을 잘 못 읽었구나 깨닫고 다시 집어들게 만들었다.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소재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허구적인 듯하고 조금은 끔찍한 부분은 당연히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고 이야기의 구성에서 추가된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부분은 실제 있었던 부분이라는 것에서도 다시 한 번 놀랐다. 그 때 느낀 것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작가들이 풀어내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나 깊고,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사람들 각자의 생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몰입감을 극대화하면서 서사에 빠진 독자들을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고, 긴장감을 책의 마지막까지 이어가는 부부분이 특히 인상깊이 다가온다.



# 둘.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인간의 지성의 본질에 비추어볼 때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기 생각에 명확하게 맞설 수 있는 모든 의견들에 대해 소상하게 잘 파악하고 이런저런 반박에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수 있는 사람 - 즉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이나 듣기 싫은 소리를 피하기보다 그것을 자청해 나서고,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수많은 비판을 봉쇄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자신의 판단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p50)

이 책은 어쩌면 올 한 해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론에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지식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토론'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는 부분이며, 실제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이 애쓰게 만들었다.

우선 내가 어떤 말을 하거나 할 때 내가 반드시 옳다는 전제는 없어야 한다. 내 의견도 반박받을 수 있다라는 생각과 상대방의 틀린 것 같지만 어쩌면 그 사람의 말이 옳을 수 있다는 전제를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을 함에 있어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자세를 갖추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론』은 다른 측면보다는 실제 내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



# 셋.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작품 말미에 스토너가 스스로에게 세 번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에 대한 마지막 물음에 대한 답의 일부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p390)


올해에 읽은 소설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 스토너의 삶을 곱씹어 보면 많은 부분에 조용한 비극이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실패와 갈등을 내포한 비극을 삶의 자연스런 한 부분인 양 조용히 담담하게 겪어낸다. 그의 무심한 듯한 담담함 속에서 독자들은 다른 소설에서 느껴지는 극적이고 예상하지 못한 감동과는 사뭇 다른 깊이 있고 울림이 있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학자로서의 스토너의 모습이다. 죽을 때 까지 책을 손에 잡고 있었으며, 모든 이야기의 흐름 또한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스토너의 모습에서 파생된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커피의 향을 느끼며 읽기 좋은 책이다. 아마도 진한 커피의 향이 느껴질 것이다. 



# 넷,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자기애에 대한 이러한 사상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다음과 같은 말에 가장 잘 요약되어 있다. "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그대가 그대 자신보다도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는 한, 그대는 정녕 그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대 자신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한다면, 그대는 그들을 한 인간으로 사랑할 것이고 이 사람은 신인 동시에 인간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서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사람도 사랑하는 위대하고 올바른 사람이다." (p88)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1)사랑은 기술인가 2)사랑의 이론 3)사랑의 붕괴 4)사랑의 실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랑을 논하는 지금의 내가 하는 어떤 사랑인가?라는 자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책이다.


『사랑의 기술』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책이 되었다. 수 없이 줄을 치며 읽다가 줄을 치기를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조금의 시간을 보내놓고 다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나면 다시 기뻐하고, 문장에 단락을 만들고 별표를 치고 모서를 접어가면서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던 감정이라면 안도감이었다. 이 책을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어떤 인연으로 내 손에 잡힌 게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에리히 프롬의 글의 배경에 흐르는 듯한 두 단어, '실존'과 '사랑'은 살면서도 절대 놓치지 않겠음을 스스로 기약하게 만든 『사랑의 기술』은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 하다.



# 다섯,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책이다. 연초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더니 여전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대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남들이 많이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상업성이 너무 짙다고 생각되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이 책도 한참 동안 제목과 내용을 듣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분명 마케팅의 힘도 큰 영향을 주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책이 아니라면 지속성이 떨어졌을 것이다. 특히 프로이트, 융에 대해서는 들어봤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들러 심리학'을 들고 나온 점은 대단히 참신했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는 목적론을 기반으로 진행하는데 사람들의 노력과 희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끓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논리의 전개 방식이다.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 '모든 갈등은 인간관계에서도 비롯된다.' 를 바탕으로 해서 공동체 감각, 수평관계 형성, 존재에 대한 감사, 타자공헌 자신의 논리를 이끌어갈 충분한 동력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방식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문장은 내 가슴을 건드렸다.


"누군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상관없습니다. 내 조건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말고."



# 여섯,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미움받을 용기』와 함께 올 한해 서점가를 달구었던 책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한 권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지식 여행서'라는 부제를 달고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한 권은 '역사',정치','사회','윤리'로 현실세계를 다루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 라는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35살에 출판계에 처음 등장한 작가는 내가 읽은 시점이 8월 달이니 그때까지 약 45만부나 책을 팔아치웠다. 『미움받을 용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책을 살짝 꺼려지지만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저자인 채사장과 김도인, 이독실, 깡선생이 가명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지대넓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팟캐스트를 하나씩 듣는데 이거 내 스타일이었다. 팟캐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보통 정치를 다루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절대 가볍지 않은 진행을 하는 모습에 빠져버렸고, 바로 책을 읽게 되었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사실 너무나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이렇게 연계관계를 살려가면서 독자에게 불편함 없이 이야기해나갈 수 있었을까. 내가 독서를 하면서 항상 가지고 싶었던 것이 세상을 움직이는 여러 요소들을 느낄 수 있는 통찰력이었는데 작가는 어느 정도 그것을 깨달았구나 하는 부러움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이 너무 광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후려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나는 이 책을 높이 평가한다.
인문학의 개론서로서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일곱,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은 전방위적인 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훌륭하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는 없으니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세다는 것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늦은 저녁에도 잠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른 새벽에도 눈을 떠서 책을 손에 잡게 만드는 힘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이스탄불의 어두운 한 수도원에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이스탄불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했다. 한 때는 비잔티움, 콘스탄티노플로 불리우던 곳이 바로 지금의 이스탄불이다. 소설은 지리적, 역사적 배경으로 발생하게 되는 세밀화가의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지금도 어쩌면 그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의 서문에 작가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남긴 글은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느꼈을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내 이름은 빨강』은 인생과 예술, 사랑, 그림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 가운데 서양보다는 동양의 독자들이 슬픔을 깊이 통감하며 이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슬픔이란 물론 서양의 예술 및 문화의 강한 영향으로 우리의 전통적인 시각 예술과 청각 예술, 창작 기법은 물론 감성까지 잃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입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깊은 슬픔과 인간적인 고뇌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나는 한국 독자들도 이러한 슬픔을 가슴속에 지니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스탄불에서 오르한 파묵


책의 첫 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마지막 숨을 쉰 지도 오래되었고 심장은 벌써 멈춰 버렸다. 그러나 나를 죽인 그 비열한 살인자 말고는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p13)



# 여덟, 『쥐』, 아트 슈피겔만



300쪽에 달하는 분량, 만화치고는 너무나 많은 글, 두꺼운 하드커버에 빨강, 검정, 회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책표지에 냉소적이면서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듯한 쥐 두 마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다루는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태인들의 모습과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지를 보여준 끔찍한 아우슈비츠에 관한 내용이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의 그래픽노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는 데 그 다르다는 것이 더 악랄하고 잔인하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포로 수용소에서 관리자들은 포로들 중에 한 사람이었고 이들이 훨신 더 심하게 동료들을 대했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인간의 기회적인 모습에 역겹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살고자 했던 이들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또한 내가 당하는 것처럼 몸이 떨려왔다.


우리가 이런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이, 우리가, 내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그 잔인함이 나에게 나오려고 할 때 그 잔인함의 대상이 바로 자기가 되었을 경우에는 어떤 결과가 초래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어기제를 만듦으로써 인간의 숨어있는 잔인함을 억제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동물은 고양이, 쥐, 돼지들인데 이게 어쩌면 사람처럼 잔인하지 않으니까 순화 차원에서 그렇게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프고 불편하지만 한 번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 아홉, 『인생』, 위화



나는 위화 같은 작가가 너무 좋다. 우리 나라 작가 중에도 위화 같은 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그 처럼 담백한 문체를 구사하는 다른 작가들이 있으면 찾아서 읽고 싶다. 그리고 위화가 많은 책을 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서 였는데 그 당시 여태껏 읽어보지 않은 새로운 문체와 담담함이 묻어있는 그의 글에 매료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인생』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다. 『인생』은 푸구이라는 한 노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푸구이의 인생은 누군가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끔찍한 사건들이 그의 삶 전체를 차지하고 가족들의 죽음을 손수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위화 그만의 풍자와 해학, 독특한 문체로 재미를 부여하는데, 그러다보니 글을 읽는 내내 묵직한 슬픔이 밀려왔다.


소리내며 우는 것보다 푸구이 처럼 울지는 않으나 삶에 베어있는 슬픔을 느낄 때가 더 아픈 법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마구 쏟아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가족들을 다 손수 묻어 준 푸구이의 마지막도 누군가가 챙겨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남지 않아서 나라도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정말로 힘들 때는 푸구이를 생각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푸구이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위화의 글이 고프다.



# 열,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




故 구본형 작가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는 그렇게 특별하게 잘 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다. 어떻게 보면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자기개발 책들과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뻔한 다 아는 말을 뱉어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을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시 읽는다. 이 책은 지금까지 4번은 읽은 것 같다. 이상하게 나에게는 무언가 힘을 주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그의 글에서는 진심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에 진심이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살다 보니 진심인 것과 진심이 아닌 것에는 차이가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그의 글이 나에게 통한다. 나도 진심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조언을 건네주는 것 같다.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재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얼마 전에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제가 올 11월까지 구매한 책이 142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글을 남긴게 약 50편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고,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다른 매체도 있고 다른 경험을 통해서 삶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면서 푸구이 같은 노인을 만나 보겠습니까? 어떻게 스토너 같은 교수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방안에서 소록도를 아우슈츠비츠를 경험할 수 있겟습니까? 그래서 책을 읽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故 김현 선생의 문학에 대한 글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을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나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 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을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유용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 그 답답함을 생각하기 바란다. 억압된 욕망은 그것이 강력하게 억압되면 억압될수록 더욱 강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중략) 인간은 문학을 통해, 그것에서 얻은 감동을 통해, 자기와 다른 형태의 인간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확인하고 그것이 자기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전체에 대한 통찰 中,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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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2월 책정리

 

#1. 인생 - 위화 / 푸른숲

☞ http://zorbanoverman.tistory.com/472 

- 중국작가 위화의 작품이다. 위화의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그의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이다. 그리고 중국의 민초들의 삶을 다룬다. 직접적으로 사건을 부각시키지는 않지만 중국의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사건들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면서 관심의 폭을 확장시킨다. 그의 작품을 <허삼관 매혈기>, <제7일>, <인생> 이렇게 세 편 밖에 읽지 못했지만 <인생>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의 문체를 놓치지 않으면서 푸구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정말 진한 삶의 애환으로 진하게 얼룩진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의 삶에서 비극적 삶이 연속적일 수 있을까? 허구지만 이렇게 되뇌어 보지만, 분명 그런 이들이 여러 작품과 실제 사건들로부터 떠오르면서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책을 잡으면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깊은 감성에 빠뜨리고 결국 눈물을 떨구게 만든다.

 

#2. 이젠, 함께 읽기다  -  신기수,김민영, 윤석윤, 조현행/북바이북

☞ http://zorbanoverman.tistory.com/484 

- 독서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함께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어 진행하는 이야기다. 짧은 기간이지만 작년에 독서모임을 가졌었는데 똑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들마다 서로 다르게 접근하고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상이했다는 점이다. 내 촉수로는 잡아내지 못했던 부분을 어떤 이는 너무나 쉽게 잡아내고 그것으로 감흥한다. 이런 점이 좋았다.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와 사정으로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다시 한 번 할 예정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그런 모임을 만든다면 첫번째 도서로 이 책을 선정할 것이다. 독서 모임을 생각하고 있거나 직접 경험해보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3~5. 북간도 1,2,3  -  안수길/글누림

- 간도에 대해서는 올해에 관련 책을 읽어야 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간도지방은 우리 농민이 황무지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고 당시 실제 거주민이 중국인보다 조선인이 많았던 지역이다. 간도는 우리가 흔히 만주라고 부르는 지역인데 이곳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청, 일본, 조선, 러시아 모두에게 중요한 지역이었기에 역사적으로도 굴곡이 심하다. 그 중심에 우리들의 조상들이 있었고, 우리가 지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조선족들이 바로 그들의 자손들이고, 러시아의 많은 동포들이 당시 살기 위해 더 깊이 들어간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간도는 당시 한반도 내에서의 제약이 그나마 벗어나 독립운동의 근거지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일제에 타협한 이들과 일본군, 만주군이었던 이들은 미군정에 의해 다시 경찰병력이 되고, 다시 사회의 집권층으로 둔갑했지만, 실제 당시 만주에서 항일 투쟁을 했던 이들의 자손들은 이제는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외면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6. 미움받을 용기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인플루엔셜

☞ http://zorbanoverman.tistory.com/479

-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내용이다.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와 융으로 이어지는 심리학은 유아기 때의 경험등으로 인한 인과론적인 것이라면 아들러 심리학은 목적론적 심리학이다. 그렇기에 아들러 심리학은 지금 현재를 중시하고 자신의 목적 지향적인 것을 다룬다. 이 책은 구성 방식이 문답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자기개발서가 말하는 것과 같은 내용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성과는 아래 구절을 얻었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 구절이었다.

"누군가가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협력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신과는 관계없습니다. 내 조언은 이래요. 당신부터 시작하세요. 다른 사람이 협력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말고."

 

#7. 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석훈/김영사

☞ http://zorbanoverman.tistory.com/481

 -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서 이해를 해야할 지 모르는 분야가 많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과학분야이다. 워낙 범위가 광범위하고 관련된 분야가 다양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과학의 분야에 대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사회과학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방법론적인 면을 보여주는 개론서이다. 방법론을 알았다면 이 방법론을 적용해서 실제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게 막막하다. 도무지 그 길을 잘 모르겠다. 혹시 사회과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관련된 책이나 참고할 만한 것이 있는지 조언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8. 자기만의 철학  -  탁석산/창비

☞ http://zorbanoverman.tistory.com/482

 - 만약 다시 대학을 간다면 어떤 전공을 택할 것인가? 아마도 나는 철학과를 선택할 듯 하다. 철학에 대해서 관심이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철학의 주변을 맴도는 그런 책들은 몇 권 읽어보았지만 문외한에 가깝다. 그래서 차근차근 철학에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알아보던 중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창비청소년문고에서 나온 책인데, 청소년문고라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나처럼 초심자에게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철학을 과학과 종교와 비교하면서 철학의 특징을 설명하고 추상적철학, 경험적철학, 전문적철학 세단계로 철학을 구분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분야에 대한 경험적 철학자가 되기를 권한다. 짧지만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그 벽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9. 보다  -  김영하/문학동네

 - 솔직히 활자는 다 읽었는데 이렇게 읽은 목록을 정리하다 보니 이 책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이 책은 헛 읽었다. 이 책은 김영하 작가가 <보다>, <말하다>, <읽다> 이렇게 시리즈로 계획 중인 책 중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소설가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모습에 대해서 적은 글이다.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보는 다르게 보는 눈에 대해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남는게 하나도 없으니 이 책은 다시 읽어야 겠다.

나는 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데, 이미 대중들에게 상당히 알려져있고 세계적으로 많이 번역된 김영하의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 지금까지 읽은 그의 책도 <살인자의 기억법>, <보다> 이 두 권 밖에 없지만 무언가 확 다가오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항상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10. 축복받은 집  -  줌파 라히리/마음산책

- 팟캐스트 <빨간책방>을 통해서 그녀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 들어있는 단편은 아홉편인데 한 편 한 편이 모두 인상적이다. 특히 <질병통역사>, <진짜 경비원>, <축복받은 집>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른 단편들을 보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다. 그런 단편들은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줌파 라히리가 벵골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작품 속에 인도에 대한 소재도 엿보인다. 지금까지 잘 접하지 못한 것이라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주목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책의 뒷면에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적은 글로 마무리한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을 섬뜩하게 드러냄으로써 사랑보다 더 깊은 관계의 심해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하여 그의 소설은 결국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가 아니라 '그럼에도 뜨겁게 사랑하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우와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까 부럽기만 하다. 

 

#11. 전봉준, 혁명의 기록  -  이이화/생각정원

- 간도와 함께 올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주제 중 하나는 바로 동학농민운동이었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는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동학농민운동이라고 생각된다. 동학농민운동은 조선에서의 시민운동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점이라면 프랑스에서는 단두대에서 그 시대를 상징하는 왕의 목을 쳤다는 점과 혁명을 성공했지만 조선에서는 왕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정하면서 바꾸려 했다는 점 그리고 실패했다는 점이다. 또한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일본이 본격적으로 조선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중심에 서 있던 녹두장군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전봉준은 그야말로 그 시대의 역적이었기에 그에 대한 기록과 흔적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그 사라진 흔적들 속에서 전봉준의 혁명의 기록들을 찾아낸다. 이 책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리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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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작가에게 빠져버린다. 어떤 작품 속에서 깊은 감동과 가슴을 뒤흔드는 울림을 경험하게 되면 작가를 흠모하게 된다. 거기에는 하나의 작품이 존재하고 나는 그것으로부터 작가의 전작을 탐한다. 《소금》을 읽고 나서 박범신 작가의 전작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소년이 온다》를 읽고 단어 하나 하나 소중히 다루는 듯 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올 해 초에도 한 작가를 만났다.

바로 중국 작가 위화다.
 그의 작품은 이전에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인 《허삼관 매혈기》, 사람이 죽은 후 7일 동안의 일을 보여주는 《제7일》을 통해서 먼저 접했다.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서민들의 삶을 담아내고 그 속에서 중국 사회의 단상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은 독특한 문체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이번에 접한 《인생》 을 통해서 그를 흠모하게 되었다. 늦은 저녁이었고 내일 출근을 해야 했지만 이야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굵은 눈물을 떨구었는지 모른다.

작가 위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이지만,
 최근에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 연출한 <허삼관>개봉과 함께 다시 조명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서 기쁜 마음도 있지만나만 알고 싶은데 다른 사람도 알아버렸다는 안타까움과 소소한 이기심도 감출 수 없다.

《인생》은 푸구이라는 한 노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푸구이는 어떤 삶을 살았나 궁금하다.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난 푸구이는 젊을 때 주색과 도박에 빠져 집안의 재산을 모두 잃게 되고 아내 자전도 장인이 데려간다. 후에 자전은 돌아오고 푸구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옛 땅에서 소작인이 된다. 어느 날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져서 약을 구하러 가던중 이유도 모른채 국민당 군인으로 끌려가서 내전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딸 펑샤는 병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푸구이는 다시 삶을 살아간다. 당시 중국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시기를 겪으면서 가난에 허덕이며 쌀이 생기면 문을 걸어잠그고 끓여먹었다. 예전 지주로 남아있었으면 위험했을 뻔한 순간도 있었고, 자신의 집이 풍수적으로 좋아서 집을 빼앗길 뻔하는 순간도 오지만 위기는 잘 넘어갔다. 이제 그의 비극은 시작된다.


아들 유칭은 어느날  학교 교장이 출산 중 급한 수혈이 필요해서 헌혈을 하다가 피를 너무 많이 뽑아서 죽게 된다. 딸인 펑샤는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다가 유칭은 그곳에서 똑같이 숨을 거둔다. 두 자식을 먼저 땅에 묻고, 구루병에 심해진 아내 자전도 푸구이에게 마지막을 부탁한다. 아직 그치지 않았다. 후에 사위와 손자도 푸구이를 남겨두고 먼저 떠나게 된다. 푸구이는 이렇게 가족들을 모두 먼저 보내고 하나하나 직접 마지막을 정리해준다. 


홀로 남은 푸구이는 어느 날, 늙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를 한 마리 보게 되고, 자꾸 마음에 걸려 그의 남을 털어서 소를 사게 된다. 그리고 그 소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남은 삶을 살아간다.


위화의 다른 작품들을 읽을 때는 그만의 풍자와 해학, 독특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북돋아 주었는데, 푸구이의 아픔과 쓰라림을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 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내니 읽는 내내 묵직한 슬픔이 몰려왔다. 마치 한 번 가슴 속 슬픔을 터뜨려 버리면 더 이상 멈출 수 없다는 것을 느끼듯이 깊이 울음을 감춘 푸구이의 모습이 눈에 아련했다.

시대적 배경이
 중국의1900년대 초반부터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시기를 관통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경제개발계획, 민주화운동을 겪어낸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도 비슷한 격변의 세월을 겪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푸구이의 개인적인 삶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에 끌려가게 되고, 자신의 손으로 먼저 떠난 아내, , 아들, 사위, 손자를 묻는다. 땅 속에 묻고 아물지 않은 찢어진 가슴을 더 깊게 파낸다. 푸구이는 생각했을 것이다. 아프지만 자신이 가족들을 거둘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지만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푸구이 할아버지는 어떡하지. 푸구이는 동네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아팠다.

세월을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짊어지고 갈 짐이 생긴다
.
 짐이라는 말보다는 책임이라는 게 좋겠다. 자신이 선택했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는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현실을 살아나가야 한다. 그 현실이 참담할 수도 있고 힘에 부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 고 말한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참을 수 없는 아픔을 겪게 되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한다.

푸구이는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냈지만 마치 자신을 보는 듯한 소를 한 마리 사서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낸다.

p282

소가 우리 집에 온 이상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니 이름을 지어줘야 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푸구이라고 하는 게 좋겠더구먼. 그렇게 정하고 푸구이라 부르다 보니,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나를 쏙 빼닮아 기분이 정말 째지더군. 나중엔 마을 사람들까지도 우리 둘이 꼭 닮았다고 했다네. 나는 허허 웃으며 속으로 '요보게들, 나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네' 라고 말했지.

 

단순히 한 권이 책이었다.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내 삶을 보고,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풀어버린다. 문학을 소설을 평생 손에 놓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문학에 대한 글을 하나 소개하면서 마무리할까 한다.


남은 일생 내내 나에게 써먹지 못하는 문학을 해서 무엇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신 어머니, 이제 나는 당신께 나 나름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 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 돈을 벌지도 못한다.그러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유용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의 그 답답함을 생각하기 바란다. 억압된 욕망은 그것이 강력하게 억압되면 억압될수록 더욱 강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중략) 인간은 문학을 통해, 그것에서 얻은 감동을 통해, 자기와 다른 형태의 인간의 기쁨과 슬픔과 고통을 확인하고 그것이 자기의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전체에 대한 통찰 중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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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책을 절반 가량 밖에 읽지 않았다. 경영/경제 분야에 대해서 한 번쯤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경영/경제 관련 책 목록을 만들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빌리지 않고, 과감하게 구매한 책이라서 읽는 내내 여기저기 줄을 치고, 빈 공간마다 글을 써내려갔다.

오늘 아침에 이 책의 앞 페이지에 적어놓은 글이다.


< 2012. 11. 14 水 08:35 >

이 세상에 태어난 동시에 나는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내 삶은 하나의 창조적 우주가 되었고, 나는 이를 살아갈 의무와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바로 기꺼이 주어진 삶을 살라는 명령인 듯 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더라도, 그로 인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묵묵히 살아가면서 해야 할 몇가지는 있다.
바로 감수성을 가지고, 나의 사람들을 알아가고 조금 더 따뜻하게 관심있게 다가가면서 서로의 매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오만을 내려두고, 철저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함과 동시에 상상력과 노력이라는 무기로 내 삶의 앞길을 찾아가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찾을 수 있는 묵묵함을 지켜나가자.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 서울대 입구역, 맥도날드 --


p19
자유주의 사회에서 생존경쟁은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숙명의 길이다.

p22
실존주의 문학가 카뮈는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이 철학의 기본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고 [시지프 신화]에서 주장하고 있다.

p22
카뮈에 의하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의 세계"를 뜻한다.

p25
생명이란 단어는 '생의 명령이다.' 에서 왔다고 한다.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생존경쟁이 아무리 어렵고 부조리가 아무리 난무해도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즉 생존방식의 선택만이 문제될 뿐이다.

p27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생존지혜, 즉 '환경적응 -> 전략수립 -> 구조조정' 의 우등생 듀퐁사가 금년에 204주년을 맞는 것은 남다른 노력의 대가이지, 우연이 아니다.

삶은 반드시 살아야 하는 명령이고 그 생존 지혜를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 환경을 철저히 인식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나를 바꾸고 또 바꾸면서 성장해야 할 것이다.

p29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개척하려는 생존전략은 오늘날에도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것 같다.

p31
제로섬 게임은 새로운 가치창출 없이 한정된 자원의 배분싸움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바다에서 민물로, 민물에서 다시 육지로, 프런티어를 개척한 종들이 번성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p34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 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척하는 일이 어렵다면 3D 업종을 좀더 깨끗하고,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여 발전시키는 길이 차라리 현명할 것이다.

p41
현화식물의 꽃가루와 꿀을 먹이로 선택한 곤충들은 자기 생존기반인 현화식물의 번식을 돕기 위한 가루받이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에 나섰다. 식물의 열매를 먹이로 선택한 포유류도 열매식물의 씨를 멀리까지 날라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생존기반의 번성을 도왔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지구상 최강자였던 공룡이 하루 1톤에 가까운 나뭇잎을 먹어치우기만 하면서 생존기반을 훼손, '너 죽고, 나 살고' 식 생존 모형을 추구하는 동안 곤충과 포유류는 '너 살고, 나 살고' 식 '주고받음' 모형을 개발했다.

p43
국민이 빵 한 덩이 사귀 위해서도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게 만든 나라, 이런 정치를 한 나라가 외국의 침략없이 (생존기반의 붕괴로)스스로 무너진 것은 역사의 필연법칙일 것이다.

p43
생존기반에 대한 고마움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수준여하가 인간적 성숙을 재는 척도일 수도 있다.

p44
양봉원의 벌들은 과수원을 찾아가 꿀을 따오고, 과수원 나무들은 벌이 해주는 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다.

p45
고객과 '주고받음' 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p46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 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p47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는 명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진리로 남을 것이고, 줄 수 있으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줘야 한다.

p51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가 국민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가, 기업이 고객을 위해 어떤 제품을 생산할 것인가, 남편이 부인에게 생일 선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문제 모두가 고객의 필요(need)와 기호(like)를 감지해야 잘 풀린다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고객을 대상으로 그와 '주고받음'의 관계형성에 성공하려면 그의 필요와 기호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를 감수성이라고 정의한다.

p53
다국적 기업 켈로그는 윌 케이스 켈로그에 의해 1905년 미국에서 창업되었다.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한 윌 케이스 켈로그는 소화기 전문 내과병원에서 25년간 잡역부로 일하면서 입원 환자들의 급식까지 도맡았다. 그러던 중 환자들로부터 '빵을 먹으로 속이 불편하다'는 푸념을 들었다. 이 푸념에 대한 켈로그의 감수성은 민연의 정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속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빵 속에 남아 있는 이스트 때문이라고 생각한 켈로그는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대용식을 만들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캘로그는 밀을 삶아서 얇게 눌러내는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았으나 환자들이 환영하는 식품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켈로그는 밀을 삶는 시간, 눌러내는 롤러의 압력과 속도 등 데이터를 바꿔 가면서 꾸준히 실험을 계속했다. 무수한 실험 끝에 드디어 환자들이 좋아하는 시리얼식품이 탄생했고, 환자들은 퇴원한 뒤에도 시리얼을 우편으로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p55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 즉 감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수성을 기르는 기본적인 방법은 오만에서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p56
고층 건물 속에 호화로운 사무실, 고급 승용차의 검은 유리창 속에서 '가진 자'의 오만에 머무르는 사람이 일반대중의 필요, 아픔, 정서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p61
이성과 판단력 비판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지적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p62
더 싸고 질 좋은 제품,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기술, 더 인간적이고 우리 문화에 맞는 작업방식, 이 모두가 창조경영이 개발해야 할 대상이다.

p67
목표의식이 구체성을 확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정의라고 부른다.

p71
순수한 상태의 금속보다는 합금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순수 구리의 경도는 100이지만 구리에 10퍼센트의 주석을 섞은 합금, 즉 청동은 그 경도가 260까지 올라가 강한 소재가 된다. 이러한 자연원리로부터 인간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 남과 손잡고 제휴하는 편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 역시 순수 상태에서는 경도가 200에 불과하여 청동보다는 약하지만 철이 탄소와 결합하면 무쇠가 되어 경도가 700을 넘어선다.

무쇠는 강한 대신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진다. 깨지지 않는 철을 만들기 위한 끈질긴 노력 끝에 인간은 탄소의 함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철이 충격에 안전한 연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철이 연성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경도가 약해진다. 그래서 인간은 경도와 연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탄소함량을 2.11 퍼센트로 하는 강철(Steal)이다.

p72
인간도 안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보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남에게 비판받고 얻어맞는 단련을 통하여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p75
자연법칙과 관계없는 일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산업기술의 역사다.

p78
기술의 수준 차이는 부가가치의 차이로 나타난다.

p80
출혈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에게 피를 수혈하려는 시도가 의료기술 역사상 1667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당시의 상식 수준에서 피는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모두 같다고 상상했기 때문에 피의 공급원으로 양이 선택되었다. 피는 심장에서 나오고, 심장에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상상했으며, 양은 선한 동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양의 피를 수혈 받은 환자는 모두 죽었지만,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민연의 정은 계속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 1818년에는 인간의 피를 수혈해보는 시도가 런던의 가이스 병원에서 있었다. 겨로가는 혼란스러웠으니, 환자가 어떤 경우에는 살아났고 어떤 경우에는 죽어갔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사실에 주목한 란트슈타이너는 끈질긴 탐색과 연구 끝에 1900년 피에는 4가지 혈액형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수혈이 가능한 조합과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수혈은 많은 생명을 구했으나 아직 채혈한 피의 응고를 방지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하는 일은 불가능 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이 대량 발생함에 따라 미리 채혈한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할 필요가 강력히 대두되었고, 이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나라에서 거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결국 1917년 구연산 소다가 응혈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보관해둔 피로 생명을 구하는 일도 가능해 졌다.

p86
어떤 상상력이 실제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가능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이라고 부른다.

p87
토마스 에디슨이 백열등의 필라멘트 소재를 찾아낸 방법도 탐색시행이었다. 전기의 양극 상이에 어떤 물질을 삽입한 후 전류를 걸어보면서 그 물질이 빛을 낼 수 있는지 여부를 탐색한 것이다. 에디슨의 연구일지에 의하면 그는 연구실 조수의 수염까지 뽑아 실험해보는 등 수천 가지 물질을 대상으로 탐색시행을 계속해 백열등 필라멘트의 소재를 찾아냈다.

p87
1895년 당시 무명의 과학자였던 뢴트겐은 우연히 엑스레이를 발견했다. 사진 건판을 감광시키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 빛의 일종인데 그 정체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그래서 미지의 빛이라는 뜻에서 엑스레이라고 부른 것이다.

p89
'노력하는 인간은 구제받을 수 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 [파우스트]를 구성하는 기본 주제의 하나다. 또 서양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동양에는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는 속담도 있다.

p90
심리학자 케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p92
노력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행운이라면 길가에 떨어진 돈을 줍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노력하는 인간은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어떤 유형으로든지 구제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암시인 것 같다.

p94
광우병에 걸린 소나 CJD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해부해보면 뇌세포가 여기저기 파괴되어 공동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의료기록을 보면 이런 병이 이미 1950년대 수마트라 섬에서도 있었다. 과거 수마트라 섬에는 식인종이 있었고 그 결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CJD병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생물은 자기 종족을 먹이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존재 양식 같다. 그러나 일부 목축업자들이 소의 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한 과욕에서 도축장에서 남은 쇠고기와 뼈를 갈아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과욕이 소에게는 광우병을, 그 고기를 먹은 인간이나 고양이에게는 CJD 병을 안겨 준 것이 아닐까. 인간의 과욕이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는 인간사회에도 많다.

P96
너무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 과 같다.

P97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 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해내는 상상력
3.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P99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잇는 능력을 창조성이라 정의하고, 가격에 따라서 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생산성이라고 부르자. 창조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고, 생산성은 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코스트 즉 원자재, 시간, 노동력 같은 자원의 소모량을 줄이는 능력이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p116
제품기술과 디자인은 제품 본연의 기능과 마케팅 차원의 가치에 충실한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p117
유럽에서는 지형관계로 고속도로의 굴곡이 상하좌우로 심하다. 따라서 자동차의 설계는 순간적인 가속 능력과 신속한 운전조작, 그리고 부드러움보다는 단단함을 추구하는 현가장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넓은 국토에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심하기 때문에 크루저 개념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추구하는 설계가 요구되었다.

p118
에너지 절약 차원의 소형화가 디자인 면에서는 곡면을 사용하는 부풀리기 개념의 스타일을 버리고, 차체는 작으면서 실내공간은 가능한 한 넓게 하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은 엔진룸의 용적 감소를 위하여 엔진을 횡치시키는 기술, 후륜구동에서 전륜구동으로 전환하는 기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p119
자동차의 다양성이 확대되자 메이커들은 소비자의 취향조사에서 스타일링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위 콘셉트 카를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개발, 다양한 구조와 디자인을 실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p124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2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 궤도 위의 존재 같다.

p129
성공한 혁명에는 만인을 공감시킨 이념이 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p129
문제는 시대와 환경 그리고 조직의 목표에 맞으면서 만인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이념을 찾아내고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노력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p131
중요한 것은 무엇이 기본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131
영어의 기본은 어휘와 문법에 있다.

p133
1972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나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알지 못했다." 고 국민에게 공언한 적이 있다. 이것이 뒤에 거짓으로 드러나자 닉슨은 1974년 사임했다. 미국 문화에서 가장 치욕적인 욕은 '너는 거짓말쟁이야. You are a liar.'이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이 된 데는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의 힘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p137
다케나카 제작소는 1935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볼트 만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녹슬지 않고, 하중과 충격에 강한 특수합금을 사용해 볼트를 만든다. 볼트가 해풍과 바닷물 속에서도 부식되지 않게 하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해저터널, 해상교량, 해수담수화 시설, 해양유전 설비, 해안에 위치한 발전소 건설 등 토목건축공사에 납품한다.

p139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그가 도달한 철학적 성숙의 함수하는 사실이다.

p141
생택쥐페리는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데 있지 ㅇ낳고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 있다." 라고 표현했다.

p141
앙드레 지드는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서 끌리는 힘, 즉 인간적 매력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p144
유대인들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으므로, 2천 5백만 유대인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세계 도처에서 정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도하는 자기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p145
셀프 리더십은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 정립에서 출발한다.

셀프 리더십을 소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자기 동기부여 능력이다.

p146
[탈무드]에는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킨다" 라는 말이 잇다.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는 자기 정신을 정화하는 정신적 삶의 날로 삼아야 할 것이다.

p152
인간은 그의 생존기반이 되는 우주, 국가, 직장, 고객, 가족 등 한없이 얽히는 '고마움'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p153
자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퍼센트 정도이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다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귀는 음파의 1퍼센트도 못 듣는 셈이다.

p154
인간의 2차적 조건으로 '겸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겸허의 반대개념은 오만이다.

p156
공기 중 78퍼셑느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를 사용하여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1904년 독일 과학자 하버와 보쉬에 의해 시도되었다. 이들의 성공으로 암모니아 비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인류가 기아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p158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에 현대과학은 생명복제라는 이름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도덕 혹은 종교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의 오만을 견제해야하는 자연철학의 문제이다.

p162
연일 나타나는 흉악범죄는 '햇빛 때문'이라는 '뫼르소'의 이유가 '카드 빚 때문' 으로 바뀌었을 뿐 다를 것이 없다. 국내외적으로 무사유가 인간성의 일부처럼 되어버린 어지러운 시대, 사유하는 국민만이 살아남는다는 지혜를 우리 모두 터득해야 한다.

p170
미리 연구하고 교육하여 강자의 논리에 대비해야 한다. 막연히 강자의 선만을 기대하면 계속 당하기만 한다. 이것은 사회 역학의 영원한 진리일 것이다.

p172
인간의 능력도 무에서 나오지 않고, 축적된 무엇이 발산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능력이란 결국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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