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선택

'더 좋게' 보다 '다르게' 틀을 짜는 능력

메타선택을 앞에 둔 리더의 자질


-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 DRB  No230 에서 발췌)



리더는 단순히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선택을 위한 선택, 선택 위의 선택', 즉 메타선택을 하는 존재다.

예를 들면 직원을 선발할 때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것은 인사 담당 직원의 몫인 반면 어떤 인재를 언제, 어떻게, 왜 뽑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메타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 일반적인 선택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사고 과정과 리더가 메타선택 상황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사고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리더들의 메타선택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초점은 '패러독스 사고'다. 덧셈이 아니라 뺄셈식 사고, 단순히 더 좋게가 아니라 '다르게' 틀을 짜는 능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에는 '여유'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에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혜로운 생각을 선택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을 위한 선택'을 '메타선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메타'라는 표현은 특정한 개념에 똑같은 개념 그 자체를 반복해서 적용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접두어이다.


메타선택을 위해서는 언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업무 관련 암묵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관련 암묵적 지식이 언어로는 전달되기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전거 타는 기술을 예로 들어 보겠다.


언어적으로 표현을 할 경우, 자전거 타는 기술은 안장에 올라탄 다음에 자전거가 왼쪽으로 기울면 무게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또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아이가 이러한 설명 만을 듣고서 자전거를 곧바로 타게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전거 타는 기술은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몸에 배는 것이 중요한 기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서브루틴' 은 전체 프로그램 속에서 반복 사용되는 일부 프로그램으로서 그 자신이 독립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없고 메인루틴, 즉 메인 프로그램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한다.


서브루틴이 문제 되는 상황은 왕위를 비롯해 모든 것을 상속받은 철부지 왕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만약 그 철부지 왕이 국가 운영을 위해 몇 명의 신하가 필요하고, 농부의 수는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며, 군사의 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혀 정보가 없다고 해보자. 과연 그 철부지 왕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이글먼의 대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의 경우 왕을 대신해서 신하들이 알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왕들은 그런 정보에 관해 어둡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왕으로서 알 필요도 없고, 또 왕이 전모를 파악해 낼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 마빈 민스키는 <마음사회>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마음이 일종의 서브루틴 체계들이 기계처럼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수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머무를 해외 호텔을 선택하기 위해 그러한 해외 호텔을 추천해주는 여행 대행사들을 고르는 것이 바로 메타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해외 호텔을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과 여행 대행사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해외 호텔을 선택할 때는 호텔의 위치, 등급, 가격, 시설 등을 고려하는 반면 여행 대행사를 선택할 때는 예약 절차에서의 편의성과 신뢰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메타선택 과정에서는 원래의 선택 상황에서 다루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정보를 다루게 된다.



메타선택 상황에서의 사고의 특징


1.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 리더


셜록 홈즈의 <실버 브레이즈> 이야기는 왜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실버 브레이즈'는 유명 경주마인 실버 브레이즈의 실종과 그 말의 조련사인 존 스트레이커가 살해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로스 대령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셜록 홈스에게 물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소?" 그러자 셜록 홈스가 "그날 밤 사건 현장에 있던 개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군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로스 대령이 반문했다. "그날 밤 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소." 그 얘기를 들은 셜록 홈스가 대답했다. "바로 그 점이 흥미롭다는 겁니다." 뒤이어 홈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분명 한밤중의 방문자는 그 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존 스트레이커가 왔기 때문에 개가 전혀 짖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마구간에서 실버브레이즈를 끌고 황무지로 나간 사람은 바로 스트레이커입니다.



2. 패러독스 사고


스콧 피츠제럴드는 "최고 수준의 지성은 두 개의 상반된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능력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위 명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모조품과의 전쟁을 일삼는다. 통념상 명품 제조사들에 모조품의 존재는 경영상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샤넬은 통상의 디자이너들이 모조품들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모조품들을 제작하는 것을 즐겼다. 샤넬은 세계 최초로 모조 보석장식이 달린 브로치 같은 환상적인 액세서리들을 제작했는데 그 이유는 모조품들이 진짜보다도 더 살마들의 신데렐라 신드롬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진품에 대한 동경심이 더 높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넬은 이것은 단순히 대차대조표에 숫자로 기록되는 것 이상의 가치로 보았다.



3. 뺄셈식 사고


사우스웨스트사는 가급적 많은 노선에 취항하고자 하는 다른 항공사들과는 다르게 주로 이익이 많이 나는 노선에만 선택적으로 취항했다. 또 항공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기내식 서비스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이처럼 뺄셈식 전략을 통해 사우스웨스트 사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4. 다르게 틀 짜기(framing)


그들은 로버트 나델리가 조금 더 싼 차를 조금 더 빨리 생산함으로써 크라이슬러의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했던 것을 비판하면서 "크라이슬러 차를 살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으면 한 가지만 대보라"고 반문했다. 왜냐하면 당시에도 이미 크라이슬러의 차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경쟁사들의 차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다르게 틀 짜기'의 중요성을 다시감 상기시켜준다.



5. 최적화가 아닌 잉여와 여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최적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외부의 충격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름지기 리더라면 최적화를 피하고 잉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블랙스완에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 100년 기업이 드문 이유는 블랙스완과 같은 불확실성 문제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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