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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sultant & Leader/□ Philosophy

시대를 초월한 위로와 지혜 - 바뤼흐 스피노자

by Broaden 2025. 6. 24.

시대를 초월한 위로와 지혜 - 17세기 철학자 바뤼흐 스피노자를 만나다.

마음이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불안하신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정에 휘둘려 지쳐본 적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조용히 렌즈를 깎으며 우주의 비밀을 사유했던 한 철학자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놀라운 위로와 지혜를 줄지도 모릅니다. 그의 이름은 '바뤼흐 스피노자(1631-1677)입니다.


스피노자를 시대를 너무나 앞서 나간 사상 때문에 평생 외톨이로 살아야 했습니다. 유대 공동체에서 파문당하고, 기독교인들에게는 무신론자로 비난받았죠.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인간과 세계, 그리고 행복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습니다. 오늘, 스피노자의 철학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렌즈 세공사, 우주의 본질을 꿰뚫어 보다.

스피노자는 생계를 위해 렌즈를 깎는 일을 했습니다. 당시 최첨단 기술이었던 망원경과 현미경 렌즈를 만들며, 그는 아마도 무한히 거대한 우주와 지극히 작은 세계를 동시에 상상했을 것입니다. 그의 직업은 그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흐릿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도록 돕는 렌즈처럼, 그의 철학은 감정과 편견이라는 안개에 가려진 세계의 본질을 꿰뚫어 보도록 우리를 이끕니다.

그의 가장 위대한 저서 『에티카(Ethica)』는 기하학적인 방식으로 쓰여졌습니다. 정의, 공리, 정리, 증명의 순서로 이어지는 이 책은 마치 수학 문제집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슬픔, 기쁨, 사랑, 욕망 등 모든 감정의 원인과 본질, 그리고 그것을 넘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담겨 있습니다.

스피노자의 핵심 아이디어 3가지

스피노자의 철학은 방대하지만, 핵심적인 세 가지 개념만 이해해도 그의 지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1. 신은 자연이고, 자연이 곧 신이다.


스피노자 철학의 심장입니다. 그는 하늘 위에서 인간을 심판하고 상벌을 내리는 인격적인 신을 부정했습니다. 대신 '신, 즉 자연' 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신은 세상 밖에 있는 초월자가 아니라, 우주 그 자체이자, 우주를 움직이는 필연적인 법칙이라는 뜻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씨앗이 싹트는 모든 자연 현상, 그리고 우리 인간이 태어나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바로 신의 활동이라는 것이죠. 따라서 기적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자연의 법칙 안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를 이해하면 우리는 더 이상 신의 변덕에 두려워하거나 헛된 기대를 품지 않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2. 모든 존재는 살아가려고 애쓴다.

 

스피노자는 모든 개별적인 존재가 '자기 자신으로 계속 존재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보았고, 이를 '코나투스(Conatus)' 라고 불렀습니다. 식물이 햇빛을 향해 자라고, 동물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우리 인간 역시 살아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더 나은 상태가 되려는 근본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기쁨'은 나의 코나투스가 더 강해질 떄, 즉 나의 존재 역량이 커질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반대로 '슬픔'은 나의 코나투스가 악화될 때 찾아옵니다. 따라서 스피노자에게 선이란 나의 코나투스를 증진시키는 모든 것이고, 악이란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것입니다.

 

2. 진정한 자유는 '이해'에서 온다

 

우리는 보통 '자유'를 내 마음대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그는 분노, 질투, 슬픔 같은 격한 감정(정념)에 휘둘리는 상태를 '노예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외부의 자극에 생각 없이 반응만 하는 삶이기 때문이죠.

 

스피노자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 원인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모든 것이 '신, 즉 자연'의 필연적인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는 것을 꿰뚫어 알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사소한 일에 분노하거나 슬퍼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마치 파도가 칠 때,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는 대신 파도의 원리를 이해하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처럼 말이죠.

 

스피노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선물

그렇다면 400년 전 스피노자의 지혜가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요?

  • 마음챙김과 정신 건강의 원조: 감정의 원인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감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의 사상은 현재 심리학의 인지행동치료(CBT)나 명상, 마음챙김의 원리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 과학과 영성의 화해: 스피노자의 '신, 즉 자연'이라는 개념은 과학적 세계관과 영적인 감성을 연결해 줍니다. 우주의 장엄한 질서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신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줍니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는 그의 '결정론'은 자칫 숙명론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우리가 세계의 필연성을 이해할수록, 오히려 그 안에서 더 큰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외부 환경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기쁨을 찾아가는 삶의 태도를 가르쳐 줍니다.

스피노자의 삶은 고독했지만, 그의 사상은 인류에게 시대를 초월한 등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싶다면, 오늘 스피노자의 지혜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의 철학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합니다.

"세계를 이해하라.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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