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서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부는 시인 네루다의 질문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학자들의 관찰력과 인문학자들의 감수성을 통해 공부를 삶으로 살아야 한다. 『공부할 권리』는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하는 인문학 선언이 될 것이다.


책의 뒷표지에 적혀있는 글귀다.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공부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 그것도 '인간다운 삶'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공부할 권리』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다.


이 책은 인문학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각각의 장 마다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작가의 생각

과 관련된 책을 인용하면서 전개된다. 다양한 소주제를 가진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내 안의 감정을 올바르게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때로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재조명해주는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했다.


특히, 분노, 고독(외로움), 무관심이 명징하게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분노는 폭력과 테러, 살인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정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입니다. 부당함에 대한 영혼의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중추가 망가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도 있지요. 인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를 파괴시키는 에너지로서의 분노'가 아니라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분노, 그러니까 '정의로운 분노'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분노는 통제가 어렵기에 부정적으로 평가받기 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발산한다면 분노는 구원의 첫번째 발자국일 수도 있습니다. (p229)



분노하면 일단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된다. 하지만 우리 현대 역사의 중요한 변환점에서는 시민들의 분노로 사회가 변해갔다. 너무 넓게 보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 생활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바라보더라도 분노가 필요하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서 대기업들이 소비자 즉 사람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 이에 연계되는 학계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분노해야 한다. 기업의 부당함, 사회의 부당함, 권력의 부당함 앞에서 분노는 쉽지 않다. 잘못하면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분노를 참게 되면, 결국은 부정적인 형태로의 분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국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립니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p100)



언젠가부터 외로움, 고독이라는 단어는 애잔하게 느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라고 속으로 되뇌일 수도 있다. 특히 한 번쯤 외로움을 지독히 경험해 본 사람은 그 강도가 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과 고독은 그 순간은 아플 수 있지만, 그 고독을 잘 극복해낸다면 조금은 성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결국 자기 삶의 중요한 선택과 판단을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나는 지금 어떤 상황에 쳐해있는지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나와 같이 내향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힘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혼자 만의 시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무관심에 관련된 부분이다. 길지 않은 문장이다. 그런데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마틴 루터킹 주니어는 말했지요. 역사의 가장 끔찍한 비극은 나쁜 사람들의 짜증나는 아우성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오싹한 침묵 때문에 일어난다고. (p187)



얼마 전에 심폐소생술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만약 거리에서 누군가 갑자기 심정지가 일어났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호흡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119에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강사는 말한다. 회사나 서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불특정 다수가 모여 있는 곳에서는 어떤 사람을 지목을 해서 연락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 "빨간 색 가방메고 계신 분, 119에 연락 좀 해주세요." 그러면 지목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명확하기 때문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단순히 "누가 119에 연락좀 해주세요." 하면 누군가는 하겠지 하며 아무도 연락을 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한 사람일 테지만 이런 사회가 안타깝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잊어버린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라고도 말한다.

'나만 아니면 되지', '누군가는 하겠지', '내가 나서서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스스로 벗어나자. 왜냐 하면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별로 없듯이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 많은 관심이 없다. 그것을 알고 나면 조금 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같은 시작을 했더라도 살아가면서 각자 겪은 경험들이 이정표가 되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을 가게 된다. 그 이정표가 꽂혀 있는 지점에서 그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성격이 조금씩 변해간다. 나 역시 그런 길에서 이정표를 만나는 시점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어떤 길을 가야할 지 결정할 시기가 온 것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아지 뿌옇게 잘 보이지 않지만 생각한 것이 있다. 


나는 품위있게 살아갈 것이다.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의 부제 역시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이다. 

부제가 처음에는 다가오지 않는 글귀였지만, 왜 그렇게 적어두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 『공부할 권리』에서 언급된 책들


저는 책을 읽고 나서 세 권의 책을 구입했네요.


『공산당선언』,  『관찰의 인문학』,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밀턴 에릭슨의 심리치유 수업 - 밀턴 H. 에릭슨 (지은이), 시드니 로젠 (엮은이), 문희경 (옮긴이) / 어크로스

- 멋진 심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은이)

-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은이), 김태희 (옮긴이) / 교양인

- 일리아드 - 호메로스 (지은이)

-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지은이)

-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김세영 (옮긴이) / 부글북스

-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 아이스킬로스 (지은이)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고재운 (옮긴이) / 바다출판사

-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 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은이)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은이), 강지은 (옮긴이) / 동녘

- 원형과 무의식 - 카를 구스타프 융 (지은이)

- 라스무스와 방랑자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은이)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지은이)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지은이)

-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지은이)

- 타인의 고통 - 수잔 손택 (지은이), 이재원 (옮김)

- 별헤는 밤 - 윤동주 (지은이)

-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 크리슈나무르티 (지은이), 김은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내면의 황금 - 로버트 A. 존슨 (지은이), 박종일 (옮긴이) / 인간사랑

- 큰바위 얼굴 - 너대니얼 호손 (지은이), 고정아 (옮긴이)

- 마음사전 - 김소연 (지은이) / 마음산책 

-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 장 뤽 낭시 (지은이), 이영선 (옮긴이)

- 철학자와 하녀 - 고병권 (지은이) / 메디치미디어

- 척하는 삶 - 이창래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

- 리어왕 - 셰익스피어 (지은이)

-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 우치다 타츠루, 오카다 도시오 (지은이) , 김경원 (옮긴이) / 메멘토

- 나는 길들지 않는다 -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바다출판사

-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이반 일리치(지은이), 허택 (옮긴이) / 느린걸음

- 이반 일리치의 유언 - 이반 일리치, 데이비드 케일리 (지은이), 이한, 서범석 (옮긴이), 박홍규 (감수) / 이파르

- 인간이해 - 알프레드 아들러 (지은이), 라영균 (옮긴이) / 일빛

- 내 무의식의 방 - 김서영 (지은이) / 책세상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지은이)

- 이성과 감성 - 제인 오스틴 (지은이)

-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정헤신, 진은영 (지은이) / 창비

- 책도둑 - 마커스 주삭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백년의 지혜 - 캐롤라인 스토신저 (지은이), 공경희 (옮긴이) / 민음인

- 공산당선언 -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은이), 이진우 (옮긴이) / 책세상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은이), 김경원 (옮긴이) / 갈라파고스

- 열정과 기질 - 하워드 가드너 (지은이), 임재서 (옮긴이) / 북스넛

-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 루이즈 디살보 (지은이), 정지현 (옮긴이) / 예문

-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 윌 슈발브 (지은이), 전행선 (옮긴이) / 21세기 북스

- 관찰의 인문학 -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은이), 박다솜 (옮긴이) / 시드페이퍼

- 내 그림자가 나를 돕는다 - 데이비드 리코 (지은이), 김하락 (옮긴이) /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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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타조 사냥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타조를 발견하면, 일단 타조를 쫓기 시작합니다. 근데 쫓는 방법이 있다고 해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쫓아간다고 합니다. 타조 이 녀석이 지겨울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계속해서 쫓다 보면 어느 순간에 타조가 자기를 쫓아오는 사냥꾼과 자기 사이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대가 자기 머리를 처박는답니다. 그러면 머리를 처박고 있는 타조를 그냥 주워 오면 되는 거예요. 이게 타조 사냥이예요. (p242)


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때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조가 바로 나라면? 라는 생각을 하니 정말 섬뜩했습니다. 스스로 머리를 처박을 때까지의 수많은 고민과 공포 그리고 결국 땅에 쳐 박아버리는 절망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나 사이에도 이렇게 일정한 긴장이 존재합니다. 이 긴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삶의 실질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타조처럼 안타까운 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따라오는 이를 향해 뒤돌아 당당히 응시할 수 있을까요?



■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생각을 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이념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이념, 신념, 가치관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 어쩌면 대부분은 살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일 겁니다. 그럼 그런 사회와 문화 속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이럴 때 18세기 프랑스 철학자인 콩도르세의 말을 떠올려 보곤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나 역시 앞으로 계속 고집할텐데 대체 바뀔 가능성이 없는 나의 생각은 어떻게 내것이 되었을까?"

우리는 처음에 모두가 이렇게 일정한 틀에 얽매여 있지 않는 원시성을 지녔습니다. 이념과 신념과 가치관으로 얽매여 있는 틀을 과감히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온전한 '나'로 거듭나게 됩니다.


'나'로 존재한다는 말은 내가 '우리'가 되기 이전의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충동, 힘, 의지 활동성, 비정형성의 감각 등이 주도권을 가지고 행위 과정에서 최초의 동기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성적이기 이전에 내적 충동성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나의 내적인 충동성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나의 내적인 충동성이 외적이고 이성적인 계산법으로 제어되기 이전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p81)


■ 앎을 넘어서는 실천할 수 있는 주체력


왜 우리는 자유에 대한 지식은 있는데 자유롭지 못할까?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나는데도 왜 우리는 더 유연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제 질문에 답을 해 봅시다. 우리한테는 지식을 지혜로 숙성시키거나 자기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유연함, 행복, 창의성 등과 같은 인격적 단계로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지식이 지혜로 넘어가고, 이미 있는 경험의 기억이나 지적 체계들이 삶의 동심원을 더 활발하게 펼쳐 줄 수 있는 활동의 힘이 갖춰져야 합니다.체계가 아니라 힘입니다! 그 힘을 저는 '주체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인문력'이라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요? (p163)


독서를 하는 것은 일종의 간접경험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단순한 앎의 단계죠. 독서의 진정한 의미는 읽은 후에야 나타납니다. 책을 읽고 답사를 하고, 미술 전시를 보고, 관련된 체험도 해보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매개로도 이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결국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앞을 먼저 내다 볼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도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 육체성의 확인


몸을 움직여서 한계를 경험할 때라야, 자기를 극한의 경계선에 서 보게 할 때라야, 자기의 의식 속으로 오히려 자기 자신이 성큼 드러납니다. 자기가 자기를 꽉 채우는 이 경험, 오로지 자기 자신이 자신으로만 남는 일입니다. 자기를 몸으로 느낄 때 자신에게는 가장 현실적입니다.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대면하는 가장 극적인 장치입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 자기 몸에서 분비되어 자기 코로 다시 돌아오는 땀 냄새, 심장을 터지게 할 것 같은 박동, 모두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자기에게 보여주는 극적인 증거들입니다. 운동하면서 보이는 자기보다 더 극적인 자기가 있을까요? (p267)


어떤 이들은 정신적인 활동을 육체적인 활동의 우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육체는 정신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단순한 도구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독립적 주체가 되는 일은 육체성을 확인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육체를 통해서만 인간은 타인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별이 됩니다. 이렇게 육체성을 근간으로 한 독립적주체로서의 온전한 '나'로 거듭나는 사람이 스스로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uestion) 이제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봅니다. 타조가 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스스로 온전한 '나'로 거듭나라, 앎을 넘어서 실천할 수 있는 주체력으로 통찰력을 가져라, 자신의 육체성 회복을 통해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자. 어떻게 보면 다 뻔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문학을 주제로 책을 내놓는 많은 이들의 책 속에서 등장하는 주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확인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작심삼일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달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는 거 같습니다. 묵묵히 뻔한 이야기를 제 이야기로 만드는 수 밖에.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 아닌 것은 힘이 없습니다.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면 아름답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습니다.

나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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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은 작년 말에 읽은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이후로 두 번째다.

보통은 이야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서사를 좋아한다. 보통 소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빠져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정말 나에게 맞는 짝을 만났을 때이다. 그런 책들은 내일로 넘기기가 힘들다. 시간이 늦어도 읽어서 끝장을 봐야 한다. 


산문에서는 그런 종류의 감동은 덜하다. 그런데 산문집을 접하면서 산문 만의 매력을 새롭게 느껴가는 중이다. 서사와는 다른 간결하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산문은 글쓰기 연습에도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 길지 않은 글에서 어떻게 도입부분을 표현했는지, 하고자 하는 말을 어떤 식으로 전개했는지, 글을 어떻게 마무리지었는지 살펴보기 좋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은 지금껏 거의 책을 내놓지 않은 문학평론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문화운동가이자 우리 시대 대표적 인문학자인 도정일의 글이다. 지금껏 신문 칼럼이나 대담 형식의 책에서만 잠깐 만날 수 있었던 분이기에 이 책은 더 반갑다. 어떤 인터뷰를 보니 이제는 좀 더 늦기 전에 그동안 미루어왔던 글을 정리해보려고 한다고 들었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는 2006년 대학에서 퇴임했으나 2010년 다시 대학으로 복귀해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으로 학부 교양교육을 쇄신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궁금했다.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무엇인지.


네이버의 기획물에 우리 시대의 멘토 '도정일'편에 소개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어떤 의미를 가진 말인가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첫째는 '인간다움'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사랍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것에 따른 응답을 하고자 하는 사람, 인간성에 대해서 늘 생각하는 사람이 후마니타스죠.


둘째로는 인간이 사회를 만들고 문명을 만들어가며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런 역사적 과정에서 '어떤 문명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온 사람들을 말합니다. 문명은 기술이나 과학만으로 만들 수 없거든요. 종교도 필요하고 예술도 필요한 거죠. 인간이 무엇을 위해 문명을 만들었을까? 현대문명은 무엇을 위해서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문명의 목적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문명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잘못된 것을 반성하며 문명의 방향이 옳게 갈 수 있도록 애쓰는 사람이 바로 후마니타스입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문명을 만들고 성찰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죠.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은 크게 4부에 걸쳐서 91개의 산문이 실려있다. 91개의 산문에는 정말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밑줄지고 단락을 지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별도로 정리한 것만 해도 20장이 넘게 된다.

특히,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인문학에 관련된 주제, 독서와 도서관에 대한 생각,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 부분이었다.


인간의 삶이 우연성의 개입을 완벽하게 차단할 방법은 없다. 엉뚱한 때에 엉뚱한 곳에 잘못 배달된 소포처럼 시대를 잘못 만나고 장소를 잘못 만나 불우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을지 모른다. 우리가 이 지상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리 자신이 결정한 사항도, 선택한 사안도 아니다. 그러나 그 사실 때문에 삶에 대한 나의 책임, 당신의 책임, 우리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탄생은 내가 결정한 바 없고 선택한 바 없는 일이지만, 그러나 탄생 이후의 우리 삶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이다. 이것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생각하는 게 인문학적 사유의 첫번째 과제라는 말의 의미다. 물론 그 과제에 포함되는 것이 어찌 운의 문제뿐이겠는가마는             - <내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


아무도 정답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인문학적 기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다른 사람 아닌 '내'가 내 손으로 찾아야 한다. 그 질문들에 '나만이' 응답할 수 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지고 조선 팔도에 아무리 문자를 날려도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찾을 수 없다. 기성의 해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질문의 위대한 중요성이다. 왜 응답해야 하는가? 인간에 대한 기본 질문에 내가 어떤 식으로건 나의 해답을 내놓지 않으면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와 의미를 당당히 말할 수 없고 내 존재의 정당성("나는 왜 없지 않고 있는가?")과 내 삶의 문법("나는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엇보다 자기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는 동물이며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와 목적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물이다. 이것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 조건이다.       -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이런 글들이 산문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같은 글이더라도 소설처럼 배경을 묘사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많은 부분을 소요하는 것 대신에 이런 농축되고 함축적인 표현들이 산문에는 가득하다. 책을 읽을 때는 생각보다는 읽는 거 위주였던 거 같다. 읽은 것을 정리할 때는 생각이 많이 뒤따랐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은 산문 한 편을 읽고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그 주제에 대해서 사유해볼 필요가 있다. 위의 내용처럼 쉽사리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삶을 살면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답을 찾을 수 없는 궁금증일지도 모른다.

위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사건>에서도 표현했듯이 사람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떤 이는 평생 건강하고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어떤 이는 평생 불행에 불행이 겹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선하게 살아오던 사람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태어날때 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자연재해로 사람들이 무차별하게 죽는다. 흔히 종교에서 말하는 선악의 심판이 없는 듯 하다. 궁금하다. 과연 운명이란 것이 존재한가? 라는 생각도 해보기도 하고,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대답없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인문학을, 철학을 더 공부해볼 시기인 듯도 하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지만 결코 쓰잘데없지 않다. 그저 너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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