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망설였다. 이런 글을 내가 써도 될까? 지금까지 아무런 관심도 제대로 두지 않았고, 어떤 행동 한 번 하지 않았던 내가 감히 이 사건에 대해서 말을 해도 될까? 책을 읽고 나서 느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과연 이게 내가 해도 되는 건가 하고 몇 번을 다시 고민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이라도 내가 위안이 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글을 남기고 싶었다.


창비의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출간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읽어야 할지를 혼자 수없이 고민했다. 무슨 내용이 나올지 그 무거움을 알기에 쉽게 손에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얼마 전, 회사 근처에 있는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과 다시 마주했다. 이번에는 보자마자 책을 잡았다. 늦기 전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얼마 지나면 그 일이 있은 지 1년이 되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가들이 쓴 글이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상황, 그리고 4월 16일 그 이후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새벽에 서재에서 홀로 책을 읽기도 했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읽기도 했다. 그리고 빌린 책을 반납하러 집 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나머지를 모두 읽었다. 솔직히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다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라는 말을 수없이 속으로 반복했다. 어쩔 때는 눈물을 떨구기도 하고, 때로는 어금니를 꽉 물고 주먹을 쥐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다 읽고 나서는 큰 숨을 내 쉬었다. ‘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이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 없이 많은 걸 느꼈지만, 계속 가슴에 남는 것만 몇 가지 이야기하려 한다. 


# 부모들이 모두들 함께 이야기한다. 처음에 아들, 딸들에게 전화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러면 괜찮다면서 선생님 말 잘 듣고, 그곳에 있는 승무원들 말을 잘 들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전원구조’라는 속보가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후에 알고 보니 그 말은 현장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한 말을 기자가 그대로 방송국에 전달하고 실제 방송으로 내보냈다.


# 그런 부모들이 팽목항에 가는 길에 아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도착해보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대대적인 수색작업과 첨단장비의 투입한다는 식의 보도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말한다. ‘배만 가라앉고 있었다.’, ‘수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상황을 물어보니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만약, 그런 보도가 없었고 실제 상황만이라도 사실적으로 보도되었다면 구조를 하려고 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 실종자수색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휴대폰들도 복원이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다. 배 안에서는 방송이 나온다. 구조가 될 테니 그대로 있으라고 한다. 그런데 선장과 승무원들은 배를 버렸다. 수 많은 아이들을 버렸다. 아이들은 ‘어른들 말 잘 들어라’ 라는 말을 잘 따랐다. 그래서 그렇게 됐다. 형편없는 어른들 때문에 불빛이 삭으러 들었다. 실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니 아이들은 서로에게 구명조끼를 전해주고 손을 잡아주고 먼저 나가게 한다. 괜찮다고 서로 위로했다. 어른들 말 안 듣고 나갔어야 했는데 아이들은 너무 착했다.


# 아무런 매뉴얼이 없었다. 해양 사고에 대한 어떠한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중 어떤 사람은 서해페리호의 유가족도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말한다. 그때보다 나은 게 없다고 한다. 구조방법도 알지 못한다. 유가족들이 방법을 찾아내서 알려주면 그 방법대로 한다. 그리고 안 되면 당신네들이 말한 대로 하니 안 된다. 이렇게 반응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디 있나. 처음에 실종자들을 하나씩 찾았을 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단일한 통로가 없어서 사람들은 모여서 대화를 해봐야지 신원을 알 수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 세월호 사고로 매뉴얼이 만들어진다고도 했다.


# 남은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게 읽으면서 가장 크게 다가왔다. 딸과 단 둘이 살았던 아버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형을 통해서 가족과 소통했던 작은 아들이 어느 날 홀로 세상을 등지려고 시도했다. 차가 우회전을 하는 걸 아는데 일부러 몸을 던졌다. 집 안에 더 이상 대화가 사라졌다.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정부와 대응하면서 누군가는 암에 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몸은 망가져갔다. 삶이 송두리째 망가지고 바뀌어갔다. 4월 16일 이전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가정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다.


# 서명운동을 벌이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일부 어떤 이들은 보상금만을 이야기한다. 그게 주목적이 아니냐고 한다. 단식투쟁을 하는 부모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는 인간 이하의 행동을 보이는 이도 있다. 부모들은 말한다. 당신들은 그 돈으로 자식과 바꿀 수 있겠냐고, 특별법 제정을 해도 자기네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다음 번에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자기네들도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고 그러니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겨도 결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의 침몰이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빛을 잃었다. 해양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 매뉴얼은 부재했고, 언론은 왜곡보도로 모든 것을 혼란 속에 파묻히게 했다. 배는 과적용량의 두 배를 채웠고, 선장과 승무원들은 방송에서는 가만히 있으라 했으면서 배를 타고 도망갔다. 누군가는 유가족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자기 만의 우주를 가지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그들의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비록 짧은 생애를 살고 갔지만 그들의 삶은 분명 의미 있었고, 개별적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우리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누구는 4시 16분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다고 한다. 누구는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다. 아이들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언론을 기억하고 그때의 정부를 기억하고 그때의 어른들을 기억하고 그때의 나를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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