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3월 책정리


 

#1. 돼지꿈 - 오정희 / RHK


- 좋은 단편을 만났다. 이미 너무나 유명한 오정희 작가이지만, 이번에 처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돼지꿈을 꾸고 나서 기차에서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단편은 여성적인 색깔이 두드러지다. 그러기에 한 여자의 아들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충분히 읽고 공감할만 하다. 오정희 단편을 읽고 나서 기분은 '깔끔함', '간결함' 이었다. 그만큼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감동이 덜하지는 않다. 그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하다. 한권씩 좋은 책을 만날 준비를 하려 한다.

 


#2. 대한민국사1 - 한홍구/한겨레출판사


- 예전부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한 번쯤 제대로 알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불과 내가 태어나기 30여년 전에 만들어진 국호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여전히 지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는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그 내력과 내막을 알지 못해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역사를 알아야하는 것 같다. 예전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두던 책인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새 책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을 했다. 이럴때 횡재했다고들 하는 거 같다. 그리고 한 권을 읽었다. 이런 책은 충분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방법을 모르겠다. 책 자체가 정리본인데 어떻게 줄일까. 너무 방대해서 고민이다. 벌써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걱정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어떻게 하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겠다.

  


#3.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기시미 이치로 / 살림


- 올해 초 서점계는 그야말로 '아들러 심리학'의 광풍이 불었었다. 분명 흥미로운 점이 많아서 <미움받을 용기>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아들러 심리학 관련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자녀교육 측면에서 이야기한 부분이 많았는데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던져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자기 수용', '타자 공헌', '공동체 감각', '과제 분리' 등과 같은 말로 풀어나가는 논리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들러 심리학의 목적의 심리학이며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한다. 분명 개인적인 힘이나 자신감이 필요할 때, 홀로 무기력에 빠졌을 때 위안을 주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들러심리학'이라는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접근하게 된 좋은 계기라 생각한다.


  

#4. 그림 속에 노닐다 - 오주석 / 솔출판사


- '오주석' 이라는 이름 석자가 붙으면 망설임없이 구입한다. 너무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떠난 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3'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상징적으로 지은 이름 일 것이다. 오주석은 살아 생전에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으로 10권을 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런데 2권을 집필하면서 삶을 마무리했다. 아마 10권이라는 책이 남겨졌다면 아마도 우리 문화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크나큰 축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이 나에게 의미깊은 일은 오주석의 우리 그림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오주석의 삶에 대해 잠시 엿볼 수 있는 글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에 대한 신문기사, 컬럼 등을 찾아모아서 정리해두기도 했다. 그의 글은 이제는 읽을 수 없지만, 그를 추억하는 이들의 글이 있다면 한 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배우고, 옛 선인들의 당시 맥락을 살피기 위해 그 때의 음악을 배우던 그가 눈에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 그가 쓴  <김홍도> 를 구입했다.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게 기쁠 뿐이다.


  

#5.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윤흥길 / 문학과지성사  (★★)


-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단편에서도 이런 매력을 느낄 수 있구나. 단편 연작이 주는 새로운 즐거움에 흠뻑 젖었다. 서로 다른 관점을 바라보는 세상이 여러 단편들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새로운 맥락이 만들어지고 여러 맥락 속에서 사회라는 전체적인 맥락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모두가 각자의 관점을 통해서 살아간다. 어떤 이에게 합리적인 것도 누군가에게는 불합리가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심각한 일은 다른 이에게는 사소한 에피소드일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후반 성남 개발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단편들에서 산업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들의 삶을 그려 낸다. 이미 30~40년 전의 일이 지난 이야기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살아 있다.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이 속해 있는 문학과 지성사의 소설 명작선 모두 28권인데 한 권 한 권 읽어 나갈 생각이다.


  

#6. 그날들 - 윌리 로니스 / 이봄


- 예전부터 내가 쓰는 글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적인 글을 원했는데 항상 딱딱하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건조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조금 더 감성적으로 변할 수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시집을 몇 권 사고, 수필집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사진과 그에 대한 짧은 글을 어우러진 <그날들>을 만났다. 윌리 로니스는 유명한 자신작가라고 한다. 한때 사진작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서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들을 찾아서 보곤 했었다. 비록 아직도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사진들을 보면서 위안이 되고 감동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게 사진의 힘이다. 찰나의 힘이다. 수 없이 많은 활자를 대신할 수 있는 시각적인 끌림이 좋았다. 이런 책들을 가끔 한 번씩 읽어보고 사진들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7.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 소나무


- 인문학에 대한 책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라는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언급된 글들이 몇 구절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제목도 은근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 읽고 나서 받았던 감정은 인문학에 대한 하나의 책이구나! 라는 약간은 밋밋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타조를 사냥하는 법 등 흥미로운 사례도 존재하고 전체적으로 인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 보니 최진석 교수는 EBS 인문학 특강으로 이미 알려져 있고 베이징대학교에서 도가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었다. 이 책에도 노자의 사상이 비추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하다. 얼마 전에 이분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 출간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8.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민음사


- <설국>,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이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잘 못 읽었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인 이 책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게 없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소설을 읽을 때 서사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잘 못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한 글들을 보니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라고 적혀있다. 또한 주요 특징으로 인물과 배경 묘사는 치밀한 데 비해,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이런 책을 많이 읽어오지 못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하나하나 표현과 묘사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감각이 아직까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다시 읽어야 겠다. 당분간은 쉽지 않을 테지만

 

 

#9. 미친듯이 심플 - 켄 시걸 / 문학동네


- 한 동안 수없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예전에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사서 반 정도 읽다가 책꽂이에 그대로 올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이제는 어린 아이들의 위인전에 소개된다. 분명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히 통신의 수단이 아니다. 모든 기술의 집약체가 되었고,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려야 했던 많은 이들이 손가락 끝으로 모든 걸 해낸다. 이 책은 그런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이다. 그와 함께 일했던 마케팅 파트너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쓴 글이다. 그래서 마케팅의 측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SIMPLE'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오랜만에 경영/경제 서적을 읽었는데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흔해진 '스티브 잡스'이야기를 독특한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 좋았다고 생각되어 진다. 읽고 나서 'SIMPLE'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는 계기였다.

 

 

#10. 파이이야기 - 얀 마텔/작가정신  (★★)


-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게 빠져드는 경우는 쉽게 구분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잘 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 마지막장까지 보기 위해 방안에 앉아서, 서서, 걸어다니면서 읽었다. 다 읽고 나서 휴~! 하고 마지막 여운을 다시 느낀다. 오랫만에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한 소년과 뱅골 호랑이'의 표류기를 그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다른 소설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독특한 소재가 우선 눈길을 끌었다. 뱃속에서 호랑이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낚시를 해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바다 한 가운데서 낚시를 하는 노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의 묘미 중에 하나는 호랑이, 하이에나 등 동물에 대한 특성 묘사를 훌륭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내용도 극적이고 환상적이기도 하다.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과연 동물들과 같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야만스런 인간들의 모습을 동물에 빗대어서 말한 것일까? 하는 점에서는 극적 반전이 이루어지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야만스러움을 보여주는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은 많은 소설 중에서도 기억나는 한 권으로 뽑힐 것 같은 책이다. 언제든 추천할 만 한 책이다.

 

 

#11.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 마쓰오카 세이고 / 추수밭


-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표현을 하지 못했던 것들이 여기저기 스며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어떤 내용인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서 다시 읽은 책이다. 이번에는 발췌독으로 읽었다. 관심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읽었다. 가장 쉬운 말이지만 항상 각인해야 하는 말부터 시작한다. 책을 읽는 건 뭐 대단한 건 아니다. 옷을 입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것이 독서의 시작임을 항상 기억한다. 그리고 몇 가지 독서법들을 들려준다. 링크독서로 책들을 서로 이어서 본 다는 것이다. 그것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메모와 각종 분류 표시를 해 가면서 읽는 것이다. 깨끗이 책을 읽지 않은 나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링크독서는 지식들을 이어주면서 지혜의 단계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블로그에 책에 관해 글을 남기고 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실제 링크독서는 내 독서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이것 만으로도 나에게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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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타조 사냥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타조를 발견하면, 일단 타조를 쫓기 시작합니다. 근데 쫓는 방법이 있다고 해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계속 쫓아간다고 합니다. 타조 이 녀석이 지겨울 정도로 말이죠. 그렇게 계속해서 쫓다 보면 어느 순간에 타조가 자기를 쫓아오는 사냥꾼과 자기 사이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긴장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대가 자기 머리를 처박는답니다. 그러면 머리를 처박고 있는 타조를 그냥 주워 오면 되는 거예요. 이게 타조 사냥이예요. (p242)


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때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조가 바로 나라면? 라는 생각을 하니 정말 섬뜩했습니다. 스스로 머리를 처박을 때까지의 수많은 고민과 공포 그리고 결국 땅에 쳐 박아버리는 절망이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나 사이에도 이렇게 일정한 긴장이 존재합니다. 이 긴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삶의 실질적인 모습이 되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타조처럼 안타까운 일을 피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따라오는 이를 향해 뒤돌아 당당히 응시할 수 있을까요?



■ 온전한 '나'로 거듭나기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생각을 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이념이나 가치관 혹은 신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이념, 신념, 가치관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가? 어쩌면 대부분은 살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일 겁니다. 그럼 그런 사회와 문화 속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이럴 때 18세기 프랑스 철학자인 콩도르세의 말을 떠올려 보곤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생각을 나 역시 앞으로 계속 고집할텐데 대체 바뀔 가능성이 없는 나의 생각은 어떻게 내것이 되었을까?"

우리는 처음에 모두가 이렇게 일정한 틀에 얽매여 있지 않는 원시성을 지녔습니다. 이념과 신념과 가치관으로 얽매여 있는 틀을 과감히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온전한 '나'로 거듭나게 됩니다.


'나'로 존재한다는 말은 내가 '우리'가 되기 이전의 오직 나에게만 있는 고유한 충동, 힘, 의지 활동성, 비정형성의 감각 등이 주도권을 가지고 행위 과정에서 최초의 동기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성적이기 이전에 내적 충동성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나의 내적인 충동성에서 출발한다는 뜻이지요. 나의 내적인 충동성이 외적이고 이성적인 계산법으로 제어되기 이전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말입니다. (p81)


■ 앎을 넘어서는 실천할 수 있는 주체력


왜 우리는 자유에 대한 지식은 있는데 자유롭지 못할까?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나는데도 왜 우리는 더 유연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제 질문에 답을 해 봅시다. 우리한테는 지식을 지혜로 숙성시키거나 자기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유연함, 행복, 창의성 등과 같은 인격적 단계로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지식이 지혜로 넘어가고, 이미 있는 경험의 기억이나 지적 체계들이 삶의 동심원을 더 활발하게 펼쳐 줄 수 있는 활동의 힘이 갖춰져야 합니다.체계가 아니라 힘입니다! 그 힘을 저는 '주체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인문력'이라고 하면 너무 억지일까요? (p163)


독서를 하는 것은 일종의 간접경험으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단순한 앎의 단계죠. 독서의 진정한 의미는 읽은 후에야 나타납니다. 책을 읽고 답사를 하고, 미술 전시를 보고, 관련된 체험도 해보고, 사람들과의 인연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매개로도 이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책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결국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앞을 먼저 내다 볼 수 있는 지혜와 통찰력도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 육체성의 확인


몸을 움직여서 한계를 경험할 때라야, 자기를 극한의 경계선에 서 보게 할 때라야, 자기의 의식 속으로 오히려 자기 자신이 성큼 드러납니다. 자기가 자기를 꽉 채우는 이 경험, 오로지 자기 자신이 자신으로만 남는 일입니다. 자기를 몸으로 느낄 때 자신에게는 가장 현실적입니다.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대면하는 가장 극적인 장치입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 자기 몸에서 분비되어 자기 코로 다시 돌아오는 땀 냄새, 심장을 터지게 할 것 같은 박동, 모두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자기에게 보여주는 극적인 증거들입니다. 운동하면서 보이는 자기보다 더 극적인 자기가 있을까요? (p267)


어떤 이들은 정신적인 활동을 육체적인 활동의 우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육체는 정신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단순한 도구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독립적 주체가 되는 일은 육체성을 확인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육체를 통해서만 인간은 타인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구별이 됩니다. 이렇게 육체성을 근간으로 한 독립적주체로서의 온전한 '나'로 거듭나는 사람이 스스로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uestion) 이제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봅니다. 타조가 잡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스스로 온전한 '나'로 거듭나라, 앎을 넘어서 실천할 수 있는 주체력으로 통찰력을 가져라, 자신의 육체성 회복을 통해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자. 어떻게 보면 다 뻔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인문학을 주제로 책을 내놓는 많은 이들의 책 속에서 등장하는 주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시 확인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나 아쉬울 뿐입니다. 하지만 작심삼일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달할 거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는 거 같습니다. 묵묵히 뻔한 이야기를 제 이야기로 만드는 수 밖에.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 아닌 것은 힘이 없습니다.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자기로부터 나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면 아름답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습니다.

나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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