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가?


지금처럼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거나, 눈에 보였던 것들을 묘사하거나, 아니면 하루 동안 변해왔던 내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글로 적어내려 갈 때가 있다. 그런데 왜 내가 메모지, 다이어리, 블로그에 글을 남기고 있을까? 

항상 대답은 정해져 있다. 손이 가기 전에 먼저 마음이 먼저 앞선다. 무언가 하루 동안 겪었던 기억들이 휘발되어 날아가지 않게 담아두고 싶고, 책을 읽으면서 그 순간에 느꼈던 진한 감동과 감탄스러웠던 순간들을 그대로 아로 새겨서 간직하기를 원한다.


글을 쓸 때 느끼는 쾌감 중에 하나는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의 마지막을 마치는 순간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아~! 끝났다' 하는 시원함과 동시에 '어떻게 글을 써내려왔지?' 하는 궁금증이 겹친다. 그리고 글을 처음부터 혼자 읽어 본다. 문맥의 흐름은 맞는지, 어색한 표현은 없는지 살펴본다. 너무나 식상한 단어를 보면 어휘력의 한계에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잘하지 않았던 마음에 드는 표현이 나왔을 때는 스스로 대견해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기억을 하기 위해서다. 서평, 일기, 생각나는 무언가에 대한 기록은 자연스럽게 개인의 유산으로 남는다. 순간순간 남기는 것들이 그 당시에는 그렇게 중요하거나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한 때는 지금처럼 현재였던 그 순간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의 내 모습과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순간에는 너무나도 중요했던 일들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되돌아보니 그렇지 않았구나! 깨닫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평범한 순간이 정말 기회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게 개인적인 글들이 늘어나면 나만의 자서전, 역사책이 만들어진다. 가능하면 내가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사건들을 자세히 적어두고 싶다. 그렇게 나를 한 번 더 깊이 관찰하고 싶다.


마지막은 생각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난 다음에 해야하는 것이 성찰과 사색이다.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거쳐야만 배움과 지식이 그 사람의 몫이 되는 법이다. 그런데 성찰과 사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자에 앉아서 '나 이제부터 생각할꺼야?' 라고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이다. 예전부터 이 방법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이제는 그 방법을 조금은 찾은 듯 하다. 바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은 생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무언가가 실체적인 것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글로 변하기 위해서는 생각이 이루어져야 하고, 조금 더 나은 글을 풀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고민하게 되고,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이 과연 맞는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 곱씹어 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찰과 사색이 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과 글쓰기에 관련된 책은 항상 내용은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언제나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렇다면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잠시 소개한다.


첫째. 취행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는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단어를 자꾸 쓰면 어휘 구사 능력이 퇴화한다. 생각을 감추고 싶어서 일부러 그렇게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마음을 고쳐먹으면 곧바도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는 어휘가 너무 적어서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한 탓이라면 단기 해결책이 없다. 근본 대책은 독서량을 늘리는 것 뿐이어서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실용적인 면에서든 윤리적인 면에서든, 읽는 사람에게 고통과 좌절감을 주는 글은 훌륭한 소통 수단이 될 수 없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내놓을 때는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게 글 쓰는 사람이 지녀야 할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을 내보이려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작가 유시민은 본인이 읽었던 교양서(학자들이 보통 사람을 위해 쓴 책) 중에서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 목록을 만들어서 소개하고 있다. 이 책들은 앞으로의 내가 읽을 책에도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책 목록을 보니 분명 소화해내기 쉬운 책이 아님은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읽는 힘이 아직은 부족하기에 올해에는 차근 차근 한 권씩 곱씹어 읽어가면서 어느 정도의 책력은 키워야겠다. 분명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독서,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가능하게 될 거라 확신한다.


◎ 라인홀드 니버,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문예출판사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에코리브로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김영사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승산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김영사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다락원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우물이있는집

 스티븐 핑거 외, 존 브록만 엮음, <마음의 과학>, 와이즈베리

 스테판 츠바이크,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바오

 신영복, <강의>, 돌베개

 아널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동서문화사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한국경제신문

 에드워드 카,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글방

 에른스트 슈마허, <작은 것은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에리히 프롬, <소유냐 삶이냐>, 흥신문화사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갈라파고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제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문학사상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어크로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갈라파고스

 존스튜어트 밀, <자유론>, 책세상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흥신문화사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휴머니스트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효형출판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선언>, 책세상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이후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서해문집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사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은행나무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 글은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람이 변하면 글이 변한다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지르면 속이 후련할 때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글로 뱉어내면 마음이 편안해질 때도 있다. 어떤 글을 쓸 때 잘 써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경우는 보통 내가 진심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쓸 때다. 누군가에게 들은 것이 아니고, 직접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풀어낼 때는 글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가 높아진다. 평소에 갑자기 욱해서 아내와 아이들을 속상하게 할 때가 있는데, 이런 모습을 내가 알고 글로 몇 번을 적다 보니 점점 그런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현실적이지 않은 소망과 이상적인 것을 계속 글로 남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글로 남긴 것이 내 생각으로 자리가 잡혀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글로 적어두었던 것 중에 많은 부분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렇게 내가 쓴 글이 어느 순간 내 모습이 되어 버리고, 변화된 내 모습에서 새로운 글이 나온다. 그렇게 글이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소개하며 나를 변화시키는 글쓰기를 마친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사람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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