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정호승



개가 밥을 다 먹고

빈 밥그릇의 밑바닥을 핥고 또 핥는다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몇 번 핥다가 그만둘까 싶었으나 

혓바닥으로 씩씩하게 조금도 지치지 않고

수백 번은 더 핥는다

나는 언제 저토록 열심히 

내 밥그릇을 핥아보았나

밥그릇을 밑바닥까지 먹어보았나

개는 내가 먹다 남긴 밥을 

언제나 싫어하는 기색없이 다 먹었으나

나는 언제 개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어보았나

개가 핥던 밥그릇을 나도 핥는다

그릇에도 맛이 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민

그릇의 밑바닥이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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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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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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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는 모천 회귀성 물고기다. 태어나자마자 모천을 떠난 치어들은 저 먼 알래스카까지 헤엄쳐 간다. 그리고 다시 떠났던 길을 거슬러와 모천으로 돌아와 알을 산란하고 죽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명을 낳고 죽는다는 것, 누군들 이 연어의 일생에 마음이 사무치지 않겠는가. 나 또한 연어라는 말만 들어도 연민이 솟았다.  이 글은 은빛연어 한 마리가 동료들과 함께 머나먼 모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누나연어를 여의고 눈맑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며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언어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이 보인다. 은빛연어는 말한다. 연어에게는 연어의 길이 있다고 쉬운 길을 마다하고 폭포를 거슬러오르는 한 마리의 은빛연어를 따라 헤엄치다보니 나도 연어가 되고 싶었다.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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