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배할 수 있는 세월은 기껏해야 몇십 년밖에 되지 않는다. 생명은 두 번의 기회가 없는 일회적인 것이다. 그 기회는 한 번 상실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생명은 짧고 가역성이 없고 일회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중하고 진귀하며 신기하고 아름답다. 생명을 의미 없이 보내고 생명에 빚을 진다면, 이것은 너무도 우둔한 짓이며 죄가 된다. 돈 백원을 잃어도 마음 아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를 잃는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작가 왕멍, 어린 나이부터 중국 혁명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중국의 살아있는 현대사라고 일컬이지는 분이다. 그런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며 정의한 것이 '나는 학생이다' 이다. 바로 배움을 자신으로 규정한 것이다. 배움은 바로 삶이며 모든 것이다. 우리의 짧은 인생을 어떻게 상실하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 작가는 지나온 생활을 돌이키며 한마디씩 우리에게 조언을 해준다.
읽는 내내 무엇인가를 계속 수련하고 정진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작가의 오랜 삶의 철학과 사유가 담겨있는 글들이었다. 때로는 아직 내 나이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문맥을 잘 못 잡는 내용도 있었다. 그래서 아마 책의 내용을 절반을 내가 이해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장회익의 [공부도둑]이라는 책이 있다. 작가의 출생을 보니 왕멍은 1934년 출생, 장회익은 1938년 출생이다. 장회익 선생도 자신을 표현하는 말로 '공부도둑'이라 했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은 [나는 학생이다]와는 다른 내용이지만, 어찌보면 70세 라는 나이에 오랜 철학과 사유를 통해 뿜어나오는 그들의 말과 글은 아마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몇 년 후에, 다시 읽어보려 한다. 내가 조금 성숙했다고 생각될 때, 지금보다 조금 더 인생을 알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책을 다시 잡으면 아마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P 113 작은 집단을 묶지 말아야 함을 명심하라. 즉, 동맹을 맺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차례의 경험으로 어느 한 사람에게 자기를 의탁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지도자를 존중하지만, 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는다. 나는 벗들을 잘 대해주지만, 그들과 나를 묶지는 않는다.
P131 무위(無爲), 소극적인 뜻으로 이 두 글자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무위라 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위는 무효하고 무익하고 무의미하고 무료하며, 해롭고 상처를 손해를 주거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P134 사람이 한 평생 가장 쉽게 범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착오가 있다. 하나는 자기를 표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표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것이다. 앞의 경우는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하고 남을 너무 낮게 평가한다. 뒤의 경우는 자기가 선호하는 것을 남들도 선호한다고 오판하여 자기의 표준이 바로 우리 모두의 표준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P136 현실 속에서 처음 누구를 만났을 때는 인상이 아주 좋았는데, 사귀고 보니 그저 그렇고, 지내고 보니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요구와 기대를 높이 둘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그만큼 요구하고 희망하는 것이 더 낫다. 타인에 대하여 실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 모두는 다 평범한 사람이다. 때문에 너무 높이 평가할 것도 없고, 또 어떤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할 것도 없다.
P138 많은 사람들이 유언비어를 귓등으로 흘린다고 하지만, 이런 현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이를 평상심으로 대하는 수밖에 없다. 곁눈을 팔지 말고,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추진하던 '일'을 진행하면 된다. 당신이 나를 질투한다고?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일만 할 것이다. 당신이 뒤에서 나를 비방한다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일만 밀고 나갈 것이다. 당신이 갑자기 나를 하늘처럼 떠받든다고? 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고 내 일에 정진할 것이다. 당신이 사람들을 끌고 와서 나를 공격한다고? 그래도 나는 내 일을 진행시킬 것이다. 나는 내가 이룬 것으로 모든 공격에 대답할 것이다. 바른 마음으로 모든 중상에 회답할 것이다. 나는 무료하고 쓸데없는 분쟁에 눈길을 돌리지 않으며, 자기에 대한 반성을 앞세워 부단히 나를 갈고 닦아 새롭게 완성할 것이다.
P150 무위의 목적은 적당하게 무엇을 하는 것이지, 마냥 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을 살펴볼 때 망신을 당하는 사람은 소극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라, 경거망동하는 사람이다. 망신을 당하는 것은 무지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조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헛소리를 치면서 이 세상을 속이려는 사람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 그들은 적어도 잘난 체하거나 제멋대로 날뛰지는 않는다.
P153 온갖 정성을 들여 꽃씨를 뿌렸는데 꽃은 피지 않고, 무심히 버드나무를 심었는데 버드나무가 무성하게 자랐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물질이 발전해가는 우연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어떤 일을 성사하려고 너무 애를 쓰면 오히려 그 노력이 적당하지 않을 수 있어 구해도 구하지 못한다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P155 일에서 성취를 이루고, 도덕적인 이미지를 확립하고, 능력을 기르고, 늘 배우려고 하는 사람의 인간관계는 양호하다. 그러나 산봉우리 하나를 세우려고, 사욕을 채우려고, 공명과 출세만을 위해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사람은 그 인간관계는 양호하다. 그러나 산봉우리 하나를 세우려고, 사욕을 채우려고, 공명과 출세만을 위해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사람은 그 인간관계가 엉망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절대 일방적인 이익은 있을 수 없으며, 또한 일방적인 지출도 거의 없다. 남들과 사귈 때 한 가지 도움이라도 받았다면, 자기는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P157 이렇게 어느 한 방면에 큰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은 다른 어느 방면에서는 전혀 재능이 없을 수도 있다. 즉, 어느 한 방면에서는 대가이지만 다른 한 방면에서는 백지 상태일 수가 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기에 장점은 더욱 뚜렷하게 도드라진다. 누구든 정력과 시간을 집중해 한두 가지 일에 정진한다면 반드시 선인의 재능과 지혜를 실현할 수 있고, 천재의 대문을 노크할 수 있다.
P160 사람은 일생동안 정정당당하게 일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것과 옳지 않은 것의 한계를 분명히 정해, 해서는 안 되는 일과 반드시 벗어나야 할 일을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다면 당신의 인생은 더욱 명랑하게 될 것이며, 명석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더 많은 광명과 지혜를 얻게 될 것이며, 암흑과 어리석음의 고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P165 사람의 일생에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희망하고, 아끼고 그리워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려고 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나는 이것을 '가치'라고 한다.
P187 얼음이 석 자 깊이로 얼게 되는 것은 하루아침의 추위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출발선에 있을 때는 사람들의 차이가 아주 근소하거나 거의 없으며, 때로는 강한 것이 약하게 보이고 약한 것이 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20미터를 달린 다음에는 이미 빠르고 늦은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다시 100미터를 달렸을 때는 이미 결과가 보인다. 이 모든 것은 한 발자국 달리는데서 나타난 차이이다. 근본은 그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있다. 의의는 바로 여기에 위치한다.
P197 동물을 도살하는 순간, 동물의 심정이 아주 나빠지는데, 그때 내뿜은 기체를 수집하여 만든 액체는 아주 독기가 있는 물질이란다. 그렇다면 한없는 적의로 세계를 보는 사람과 모든 것을 적대시하는 사람의 몸에서 생성되는 독즙과 독성분을 띤 분자는 얼마나 나쁠까! 타인을 선하게 대하면 그것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잘 대하는 것이다. 타인의 장점을 많이 생각하고, 자기의 단점을 많이 생각하며 자기를 돌아보면 흐뭇하고 유쾌하게 되는데 무엇 때문에 이를 마다하겠는가?
P204 우리는 제한된 인생의 그 한 시간 한 시간을 아껴야 한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걸핏하면 소송을 걸고, 걸핏하면 당신에게 200만원을 빚진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려야 하는가?
사는 데 아무런 취미가 없으면, 교류하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다. 나는 "악인이 될지언정 아무런 취미도 없는 남자는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을 가져 본 적도 있다. 아무런 취미도 없는 배우자와 산다면, 한평생 이런 사람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상상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진다.
P209 어느 사람이 방벽을 쌓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를 솔직하고 진실하고 성실하며 신임할 마나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약점을 보여주더라도 방벽을 쌓지 않은 사람과 사귀면 사귀었지, 자기 약점을 꽁꽁 숨기고 언제나 남을 경계하며 폼이나 잡는 사람과는 사귀려 들지 않는다. 자기의 진실한 감정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경계심은 신임을 얻을 수 없다. 방벽을 쌓지 않는 것은 자기의 품성과 기본적인 관점, 그리고 뜻과 태도에 자신감이 있으며, 경계, 심계, 학문과 품격, 장기적인 효과 등이 그 어떤 타격이나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군자의 흉금은 넓고 또 넓으며 소인의 속은 언제나 근심하고 두려워 한다" 라는 말이 정말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
P211 영문도 모를 재난이 다가왔을 때 당신을 명곡을 감상하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애완견을 기르고, 시 한두 수를 쓰는 것이 좋다. 자기의 특기가 쓸모 없을 때, 당신은 다른 특기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신장에서 살 때 나는 창작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나는 위구르어와 한어를 번역하는 일을 했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살아가는 지역에서 번역은 아주 중요하다. 나는 또 관직에서 물러난 사람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심취하는 것을 보았다. 관직에서는 무러났지만 특기가 자신의 본업이 된 경우이다. 얼마나 멋있는가! 이는 마치 물고기가 바다로 돌아온 것과 같으며, 새가 하늘을 다시 나는 것과 같다. 새로운 생활은 이렇게 시작된다. 회의나 소집하고 공문서나 전달하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직장에서 물러나면 정말 말 그대로 공허하고 적막해진다.
P212 정말 아무런 특기도 없다면, 하다못해 한두 가지 취미라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꽃을 키우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우표 앨범을 만들고, 마작이나 트럼프를 하거나 요리를 하라. 이 모든 것은 다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한느 것이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취미다. 이러한 자기의 세계가 몇 개쯤 있게 되면, 당신은 영원히 즐거운 왕자가 될 것이며, 불패의 위치에 서게 된다. 이와 반대라면 당신은 편협한 사람, 자신만 위한 사람, 식견이 좁은 사람이 될 것이며, 갈길이 없어 한숨을 내쉬며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가련하고 가소롭고 한심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