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는 1817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났다. 교사들의 눈에 띄어 1833년 하버드대학에 입학했지만, 학점에 무관심했고,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에 파묻혔다. 중간 정도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와 중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엄격한 학교 문화에 거부감을 느껴 바로 사직했다.

소로우는 1845년 봄, 스물여덟 살의 나이에 도끼를 들고 월든 호숙가의 숲속으로 들어가 석 달에 걸쳐 통나무집을 지었다. 

소로우는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를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소로우는 숲속에서 사방 1.5km안에 아무도 살지 않았던 곳에서 혼자 밭을 일구며 먹고 살았다. 그 경험을 담아 집필한 <월든>은 소유 욕망을 부추기는 문명을 비판하고 자급자족 생활을 내세움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켰다. 21세기 생태주의자들에게도 영향을 줄 만큼 원든 실험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소로우의 책 <월든>에 견주어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책이 있는데 소로우가 통나무집에서 부닥친 경험을 녹여낸 다른 책이다. 바로 1849년 5월에 발표된 <시민불복종>이 그것이다.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그 책은 소로우의 통나무집으로 경관이 불쑥 찾아온 1846년의 어느 여름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금징수원을 겸하고 있던 경관을 소로우를 경찰서로 연행해 그때까지 여러해 동안 소로우가 내지 않고 있던 세금, 인두세를 납부하라고 압박했다. 소로우가 거절하자 경관은 곧장 감옥에 가뒀다.


소로우는 하루 만에 풀려났다. 다음 날 아침에 그의 숙모가 익명으로 세금을 대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옥에서 보낸 하룻밤의 경험을 소로우는 잊지 않았다. 왜 자신이 인두세를 내지 않았는가를 정리했다. 소로우는 노예제도를 암암리에 인정하고 멕시코를 침략하는 제국주의 전쟁을 서슴지 않는 미국 정부를 지지할 수 없고, 그런 불의를 저지르는 정부를 유지하는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논리를 다듬었다. 그것이 바로 <시민불복종>이다.


소로우는 그가 살던 시기의 '미국 정부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올바른 자세일까'를 물은 뒤 바로 이어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 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 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심해 참을 수 없을 때 정부에 저항하는 권리, 곧 혁명의 권리를 주창한 소로우의 글은 발표 뒤에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활자의 힘은 나중에 주목받았다.


톨스토이는 미국에게 "왜 당신네 미국인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나 군인들 말만 듣고 소로우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거요?"라고 개탄했다.


인도의 간디는 "나는 소로우에게서 위대한 스승을 발견했으며 '시민의 불복종'에서 내가 추진하는 운동의 이름을 땄다"며 비폭력 저항운동의 뿌리가 소로우라고 밝혔다.


1950년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소로우를 '발견'하면서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에 무기가 되었다. 1960년대 미국의 반체제운동과 저항문화의 사상적 젖줄도 소로우였다. '시민불복종'의 논리는 불의와 싸우는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을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미국과 유럽의 반전운동, 평화운동, 환경운동, 생태주의, 무정부주의, 심지어 나체주의와 히피도 소로우를 즐겨 인용했다. 시민불복종에 담긴 '시민저항권'은 정치 사상과 법철학의 주요 개념으로 떠올랐다.


소로우는 말한다. "불의가 당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불의를 행하는 하수인이 되라고 요구한다면, 분명히 말하는데, 그 법을 어기라. 당신의 생명으로 하여금 그 기계를 멈추는 역마찰이 되도록 하라."


소로우는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 하나라도 부당하게 가두는 정부 밑에서 의로운 사람이 진정 있을 곳은 감옥이다."


소로우는 1862년 결핵으로 고통받다가 45세의 나이로 삶을 정리했다.


- 기획회의 389호 인용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에 대해서는 <월든> 밖에 몰랐다. 그런데 이번에 <시민불복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처음에 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불의를 저지르는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소로우가 다르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국가, 정부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따르려고 한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법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다들 수긍하고 따른다. 그런데 소로우는 그것에 대해 부정한다.

수동적이지 않다. 국가를 상대해서도 당당하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의심을 품게 한다. 과연 나는 지금 불합리한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며 수용하고 있는가, 너무나 익숙해서 나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없는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저 내 월급통장에 돈만 똑바로 들어오고, 우리 가족만 괜찮다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세상은 움직이고 그 속에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들이 결정되어 진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언젠가 그 무관심의 대가가 나를 덮칠 것이다. 깨어있어야 한다.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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