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내전


지금 스페인엔 왕이 있습니다. 몸이 굉장히 아파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데 가끔 뉴스에 나옵니다. 그러니까 스페인은 입헌군주국입니다. 그런데 1936년에는 공화정이었습니다. 왕이 없었어요. 그 시절의 공화정 정부를 보통 인민전선정부라고 부릅니다. 인민전선 정부는 1936년에 스페인만이 아니라 그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도 있었고 1970년대에는 칠레에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사람들이나 중간에 있는 자유주의자들부터 사회주의자들, 공산주의자들, 무정부주의자들까지 연합해 만든 정권, 이런 연대를 인민전선이라고 하고 이런 사람들로, 이런 정파들로 이뤄진 정부를 인민전선정권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건 투표를 통해서 뽑힌, 완전히 민주적인 정권입니다.


그런데 당시에 스페인 식민지였던 모로코에는 프랑코라는 장군이 이끄는 스페인군이 주둔하고 있었습니다.프란시스코 프랑코. 이 사람은 인민전선정부가 들어서자 이걸 굉장히 위험시했습니다. '내 조국이 어쩌면 빨갱이 국가가 되겠구나! 잘못하면 소련처럼 되겠네!', 이렇게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1936년에 반란을 일으켜 그해 6월 스페인내전이 시작됩니다. 이 스페인내전은 당대 지식인들한테 무지무지하게 큰 영향을 줬습니다. 이 내전은 당시 '세계 양심의 시험장'이라고까지 불렸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스페인내전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왜냐? 지금 민주적으로 뽑힌, 그러니까 정통성이 있는 인민전선정부가 프랑코라는 파시스트의 반란에 의해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영국이나 프랑스나 미국 같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스페인의 민주 정부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나라 정치인들도 좀 의심을 했거든요. 저 인민전선정부가 혹시라도 나중에 소련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말입니다. 스페인 인민전선에는 분명히 좌파 색깔이 꽤 짙게 있었습니다. 아주 오른편에 있는 사람 말고는 중간파와 왼편을 모두 아우른 거니까요. 그래서 영국이나 프랑스가 정부 차원에서 스페인 정부를 돕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독일 정부와 이탈리아 정부는 달랐습니다. 독일은 1933년에 히틀러가 이미 집권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인내전이 일어난 건 1936년이고, 무솔리니는 그 당시 이미 25년째 집권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이랑 이탈리아는 프랑코 반란군을 돕기 위해 직접 군대를 보냅니다. 무기도 지원합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그림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게르니카>는 스페인내전에 관련한 그림입니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 게르니카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습니다. 독일 공군이 어느 날 그곳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립니다. 마을 하나를 완전히 없애버려요. 그 장면을 그린게 <게르니카>라는 그림입니다. 실제로 내전은 내전인데 스페인 사람들끼리만 싸운 게 아니라 독일군, 이탈리아군까지 반란군 편에 서서 스페인 정부군과 싸운 겁니다. 반면에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는 직접적으로 스페인 정부에 도움을 안 줬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정부의 성격이 좀 불안했거든요, 혹시 소련이랑 비슷한 정부가 될까봐. 그러다 보니 결국 프랑코는 반란에 성공했습니다. 반란이 1939년에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슬프게도. 프랑코는 1975년 죽을 때까지 독재정치를 합니다. 프랑코가 죽은 뒤에야 스페인은 왕정복고와 더불어 민주화가 시작됩니다. 지금 스페인은 군주제 국가입니다. 물론 민주적인 군주제,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사실 군부가, 더구나 외국의 지원을 받은 군부가 반란을 일으키면, 정부로서도 그 반란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페인내전에서는 정부 쪽, 즉 공화파 쪽에 그 못지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내분이었습니다. 조지 오웰이나 앙드레 말로나 어니스트 헤밍웨이처럼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국제여단을 이뤄 정부군을 돕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코의 반란군 측은 일치단결해 있었던 데 비해, 공화파 쪽은 내분이 심했습니다.


예컨대 똑같은 공산주의자들끼리도 스탈린주의자들이랑 트로츠키주의자들이랑 사이가 굉장히 나빴습니다. 실제로 그 내전의 와중에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스탈린주의자들에게 학살을 당합니다. 무정부주의자들도 스탈린주의자들에게 학살당했습니다. 같은 편이 같은 편을 죽이는 겁니다. 그러나 그 당시엔 그 사실이 외국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공산주의 운동의 주류가 스탈린주의였기 때문에, 스탈린주의자들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 프랑코와 내통한다는 소문까지 내며 그들에게 총부를 들이댔습니다.


- 고종석의 문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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