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음'에 있다. 다른 나무들처럼 휘거나 굽은 구석 하나 없이 몸통이 곧고 바르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절대 굽어 자라지 않고 외대로, 위로만 뻗는다. 이렇듯 줄기가 곧게 자라는 특성을 일지(一支) 라고 한다.


그런데 전나무 숲의 나무들은 그렇게 위로만 곧게 자라면서도 절대 흔들리거나 부러지는 예가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저희끼리 적당한 간격으로 무리를 이뤄 각종 풍상을 이겨내기 때문이다. 만일 전나무가 저 혼자 잘났다고 한 그루씩 떨어져 자랐더라면 그 곧은 줄기가 눈이나 바람, 서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전나무, 결국 더불어 사는 전나무의 모습은 제 스스로를 더 굵고 강하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남을 앞지르려 하기 보다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종국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中, 우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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