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 전까지 많은 책들을 사 모으고 읽어왔다. 그때는 일단 많이 읽으려고 했다. 매달 몇 권을 읽었고, 1년에는 몇 권을 읽었다가 중요했다. 100권을 넘겨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곱씹을 여유가 없었고,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누군가는 원래 책은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 기억되어 있다고, 그래서 언젠가는 수많은 뉴런들의 시냅스가 연결될 때 그것이 쓰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내 머릿 속에 통제가 가능한 아주 큰 격자틀이 있고, 수많은 경험과 정보들을 그 격자들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내가 필요할 때 마치 맞춤형 서랍 속에서 정보를 찾아내듯이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려 한다.
최근에는 집에 있는 수 많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한 권씩 다시 곱씹어보는 작업을 할까 생각 중이다. 이제는 정말 중요한 컨텐츠들을 내 격자에 집어 넣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 선택한 책이 윤석철 교수의 [경영, 경제, 인생 강좌 45편]이다. 2004년도에 출간된 책인데 지금 다시 읽어봐도 충분히 공감되고, 교수님의 깊은 내공으로 응집되어 있는 문장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은 발췌에서 남겨보았다.
한 2년 전에 IT 시스템 구축에서 경영 컨설팅 영역으로 업의 전환을 한 이후에 '경영'에 대해 제대로 배워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확장으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이 세번째인 듯 하다. 나도 예전보다는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짧지만 수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구나. 짧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모두 담겨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다음에 이 책을 다시 읽고 정리를 할 때는 컨텐츠의 내용을 자세히 확인하고, 각 컨텐츠 간의 연계관계도 도식하면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내 격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구조화해서 가져가보자. 잘 곱씹어 보자.
제로섬 게임은 새로운 가치창출 없이 한정된 자원의 배분싸움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바다에서 민물로, 민물에서 다시 육지로, 프런티어를 개척한 종들이 번성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p31)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 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p46)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는 명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진리로 남을 것이고, 줄수 있으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줘야 한다. (p47)
목표의식이 구체성을 확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정의라고 부른다. (p67)
어떤 상상력이 실제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가능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이라고 부른다. (p86)
심리학자 케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p91)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 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상상)해내는 상상력 그리고 3.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다 기룽여도 기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들 고개 셋을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이름의 강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p97)
기업의 생존 부등식 (p103)
- 제품의 가치(V) > 제품의 가격(P) > 제품의 코스트(C)
제품의 가치는 성능, 디자인, 품질(불량률 수준) 3개 차원으로 나누어 평가해야 한다. (p112)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2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 궤도 위의 존재 같다. (p124)
무한경쟁 시대에는 기본에 강한 조직, 기본에 성실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기업가는 경영의 기본을, 결혼을 앞둔 사람은 사랑의 기본을... (p134)
앙드레 지드는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서 끌리는 힘, 즉 인간적 매력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p141)
자연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퍼센트 정도이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다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p153)
인간의 능력도 무에서 나오지 않고, 축적된 무엇이 발산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능력이란 결국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p172)
자본재 이외에도 기술개발, 브랜드 투자, 인재양성 등이 모두 기업이 갈 수 있는 우회축적의 길이다. 인간의 개인 차원에서는 보통사람들이 힘들다고 기피하는 어려운 교육 과정을 이겨내는 일이 우회축적이다. (p174)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내가 선이라고 믿는 것이 혹시 독선은 아닌가', '이렇게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을 때까지 계속 의심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간은 참된 자기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철학이다. (p181)
토인비에 의하면, 역사의 흐름 속에 계속 나타나는 '도전'적 과제에 대응하여 '창조적 소수'가 '응전'에 성공해야만 역사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번 '응전'에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자기의 능력과 방법론을 우상화하는 오만을 범하기 쉽고, 이 오만은 그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한다. (p184)
평소에 책을 읽어야 하는데, 손에 잘 잡히지 않아서 걱정인 사람들이 있다면 우선 재미있는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어떤 일을 위한 자료 조사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싶어서 읽는 것이라면 첫번째 조건은 재미와 흥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관심이 가고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지 의무가 아닌 재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에게 이 책은 상당히 추천할 만 하다.
주제는 '조선왕조실록'이다. 그런데 책의 형태는 만화책이다. 그리고 내용의 형식은 우리가 휴대폰으로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 대화창이다.
무적핑크라는 이름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MBC TV 프로그램으로도 편성되어 방송되어지는 『조선왕조실톡』이다. 이 책은 그동안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재되어 오던 웹툰을 독자들이 읽기 쉽게 연대순으로 새롭게 편집해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총3권으로 '조선 패밀리의 탄생(1권)', '패밀리의 활극(2권)' , '패밀리의 빛과 그림자(3권)' 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은 1권만 출간되었고 나머지도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내용으로 쓰여진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방의 작은 서재에도 조선시대 역사에 관련된 책이 십여권에 이른다. 한 마디로 '조선의 역사'에 관련된 책은 그동안 꾸준히 출간되어 왔고, 우리에게 익숙하고 평범하다. 이 말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주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책 『조선왕조실톡』을 높게 평가한다. 기존에 익숙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형식과 무적핑크(변지민)이름으로 책의 곳곳에 센스있게 표현한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항상 평범한 무엇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이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 카카오톡 대화 형식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이용한 센스
책 자체가 만화책이라보니 자칫 내용적으로 부실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적절하게 역사해설을 담고, 만화의 재미를 유지시켜주면서 가볍게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평소에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 이렇게 왕의 이름을 외워왔지만 여러 권의 책을 읽어도 전체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개인적으로 정리하기가 힘이 들었다. 개별의 책들을 통해 어떤 사건을 이해할수는 있었으나, 조선의 전 역사에서 그런 사건들이 어떻게 엮여있고, 왕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항상 어렴풋했고 모호했다. 이런 면에서도 이 책의 구성은 이해하기 좋다. 각 왕들의 특성에 따라 몇 그룹의 패밀리로 구성해서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좋았다.
최근 여의도는 국정교과서 문제로 떠들석하다. 정부는 지난 12일에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교과서'라 명명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도 우리의 근현대사 부분에 대해서 왜곡될 가능성이 크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조선왕조실톡』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기존과는 새로운 접근방식과 해석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익숙한 지금 세대에게 접근했고, 그것이 이어서 이렇게 출판물로 나왔다는 점이다. 역사라는 것은 사람이 기록하는 것이기에 절대로 주관적인 요소가 배제될 수 없다. 그러기에 다양한 견해의 역사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가진 역사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서는 근거를 가지고 끝없이 토론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자신의 의견에 대해 더욱 견고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국정교과서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명한 것을 가지고 가뜩이나 힘든 지금의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바른' 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누군가의 결정에 의해 올바르다고 결정해버리면 그 틀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들은 올바르지 않게 되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고쳐야 되고, 그리고 그것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배척되고, 이것은 곧 수많은 갈등을 야기시킨다.
'올바르다'는 것은 함부로 규정되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기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과 계속해서 토론하는 길 밖에 없다.
조선왕조실록의 경우 왕이 붕어하신 이후에 실록청이 만들어지고 그동안 사관들이 각자 비밀리에 보관해오던 사초와 승정원일기등을 모아서 만드는데, 이때는 그 기록들을 통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역사의 보고가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큰 역사적, 지적 보물인지 모른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반추해서 배울 점은 배우고, 배우지 않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 반면교사로 삼아서 경계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렇게 배워왔다. 그런데 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이들은 그것을 배우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공부는 끝이 없다고 합니다. 책의 겉표지에에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부하는 인간, 호모아카데미쿠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고시원, 각자의 집, 회사에서 다들 공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왜 공부를 끊임없이 하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지 평생하는 공부를 의미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따른 자기 성찰이 한 번 쯤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아무런 목적 의식없이 부모의 강요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삶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입시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3년 동안 아침부터 자율학습에 정규 수업, 저녁 보충 수업, 야간 자율 학습을 거쳐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해서 어떤 학과를 가야하는지도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수능시험 점수에 맞춰서 갈 수 있는 학교에 갔습니다. 학과보다는 좋은 학교를 가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학과에는 상관없이 좋은 학교 보내는 것만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그 당시의 학생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가시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보지는 않았기에 그 당시의 시간이 저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인가 공부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조금 더 행복하고 뒤를 돌아 보았을 때 그럴 수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후회를 남기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덜 후회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봅니다. 저의 두 아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강요가 아닌 그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는 공부를 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약간의 힌트를 얻은 느낌입니다.
이 책은 이미 큰 화제를 이루었던 KBS 1TV의 기획방송 <공부하는 인간>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공부하는 인간>은 각 문화권마다 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이고 공부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여러 사례와 실험을 통해서 각 문화권의 공부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몇 차례 언급한 교육열이 높은 나라 우리나라 한국, 표준과 평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 일본, 우리나라에 구구단이 아닌 십구단으로 유명한 암기의 나라 인도가 동양 문화권으로 등장합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대입 시험에 유일하게 철학이 포함된 나라 프랑스, 전 세계인구의 0.2%밖에 되지 않지만 노벨상의 23%를 차지하는 민족인 유대인의 교육 방식을 소개합니다.
동양권과 서양권의 학생들의 공부의 목적은 차이점을 보입니다. 동양의 학생들에게 왜 공부를 하고 성공하려고 하느냐? 라는 질문에 그들은 "그동안 보살펴준 부모와 가족들에게 보답하고, 자신들의 나라에 이바지하고 싶다." 라고 표현합니다. 반면에, 서양 학생들은 "자신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해서 공부를 합니다." 라는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p290
'집단,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형은 남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타인과 조화롭게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해도 이를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표현하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교만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타인과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독립성'을 중시하는 서양 사회에서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자신을 무조건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들에게는 자기 스스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공부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암기하는 동양, 질문하는 서양' 입니다.
암기와 질문 서로 다른 방식을 중요시 한 공부의 방식은 그들 문화권에서 오래동안 자리잡혀온 전통의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생격났습니다.
296
유교 문화권에서 지식은 세상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지식, 세상에 있는 지식을 최대한 습득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개인적인 견해로 사물을 바라보거나 질문을 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암기했죠. 그런 학습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꾀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는 '전투 능력'과 '논쟁 능력'을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을 만큼 질문을 매개로 한 토론과 논쟁의 공부 방식을 지향했다. 지식은 세상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이를 찾는 것이 공부의 목표였던 것이다.
동양, 서양의 어떤 방식이 '더 좋다. 좋지 않다.' 그런 개념의 접근이 아닙니다. 이런 접근 역시 절충과 타협을 중요시하는 동양문화의 영향 탓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방식을 어느 정도 융합하고 개인 별, 집단 별로 특성에 따라 선택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는 인간> 이 책 역시 처음의 접근 이유는 바로 유대인들의 공부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저는 '암기하는 동양'의 문화를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장단점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단기간의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암기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으로 부터의 주입식 교육 역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지식 습득에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동양, 서양 이렇게 구분이 가능하지만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기준으로 명확히 나눌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양 쪽에 대해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왜? 라는 의문으로 주저없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맹목적이 아닌 사고하는 공부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머리속에만 기억하는 공부가 아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자극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방법일 것입니다.
사고하라! 토론하라! 그리고 질문하고 분석하라!"
MIT 미디어랩의 한 한생이 한 말을 마지막으로 공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야 겠다.
"저 혼자 일방적으로 배우고 소유한 지식은 결국 제 것이 되지 못해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자기 것이 디죠. 이것은 어떤 학자가 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푸른 유리를 푸르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유리가 여러 가지 색을 통과시킬 때 다른 색은 전부 흡수하고 푸른색만 내뱉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유리가 푸르다고 한느 것이죠. 지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가 진짜 갖고 있고 이해한 지식은 우리가 흡수하고 소비한 지식이 아니라 자기를 투과시켜서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어떤 것이 내 자녀들이 받기를 원하는 교육인가? 마지막으로 다시 질문해 본다.
- 중국의 수험생들이다. 우리나라 역시 고3수험생들이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잘못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마음 편하지 않은 사진이다.
- 토론식 수업의 상징이자 대명사가 된 '하크니스 테이블' :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질문과 의견, 아이디어가 동등하게 오갈 수 있다.
- 해리포터에도 등장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식당이다.
옥스퍼드대는 매일 저녁 모든 학생들이 함께 모여 식사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유는 나와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과 지적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 옆에 앉은 학생이 물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경제학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96
니스벳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는 이유를 몇 가지 거론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개인을 넘어 가족, 사회, 국가를 위해 공부한다'는 것이었다.
103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동, 서양의 자기소개 방식이 다른 이유는 그들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양 문화는 '개인, 독립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기소개를 할 때도 '나는 성실하다','나는 음악을 좋아한다'와 같이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 위주로 설명하고, 동양 문화는 '집단,관계성' 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학교에 다니고, 가족은 몇 명이고, 친구나 가족들과의 관계가 어떠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와 같은 사회적 관계속에서 자신을 규정하려 한다고 했다.
106
공부의 목적 또한 개인을 넘어 가족, 공동체로 확장된다. 동양인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높은 학업성취를 이루는 이유는 공동체를 위한 공부의 목적이 아주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08
IQ보다 자제력이 두 배 더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금 당장 자신의 욕구를 참으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아 자제력을 보인 학생이 머리가 똑똑한 학생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강한 동기를 가진 학생일수록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며, 좌절을 잘 견디고, 스트레스에 성숙하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113
특히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노력에 대한 신념은 이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중국은 개인이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요, 개인적 또는 환경적인 장애가 있어서도 아니며, 오직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116
브라이언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처럼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지 않고 모두 같은 교실에서 동등한 수업을 하는 것이 곧 동양인들이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보다 노력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증거라고 했다.
서양인들은 이처럼 지적 성취가 노력과 의지에 달렸다기보다는 타고난 재능,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양인들보다 노력을 게을리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학업성취 면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19
미국 버클리대학교 수학과 앨런 쇤펠트 교수는 "성공은 보통 사람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것을 22분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는 끈기와 지구력, 그리고 의지의 산물" 이라고 했다. 이 말은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보다 그 일에 접근하는 태도, 즉 노력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이 어떤 경쟁에서 성공을 결정짓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동양인들이 갖고 있는 노력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공부를 열심히,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134
서양인은 긍정적인 피드백에, 동양인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이네 교수는 이런 동/서양의 극명한 차이가 두 문화가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한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137
동양인은 비판이나 지적을 불쾌하게 여기는 서양인과 달리 이를 수용하는 데 익숙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더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즉, 동양인들은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강한 동기부여를 받기 때문에 성적이 나빠도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공부에 더욱 매진하고, 그만큼 높은 학업성취를 이룬다는 것이다.
140
"우리나라는 남들보다 잘하면 위너, 못하면 루저예요."
즉,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표준에 한 번 탈락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찍힌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표준, 평균에 속하기 위해 애를 썼다. 동양인들이 이처럼 표준, 평균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는 것은 동양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44
동양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체면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내가 못하는 부분, 즉 단점에 더 치중하고 단점이 될 수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죠. 동양인들에게 단점이 되는 곳은 더 노력해서 향상시켜야 할 부분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동양인들은 성적이 좋을 때보다 나쁠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잘하는 과목보다 못하는 과목에 집중해서 성적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145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말을 했다.
"천재와 일반인의 차이는 학문에 대한 태도에 있다. 일반인은 자신의 출세와 의식주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공부하지만, 천재는 학문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기에 공부한다."
147
"제게 공부한 세상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저 사실만 아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실들이 서로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 알게 되는 작업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하는 것이 즐겁고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하려 해도 공부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게 해주니까요."
148
그들은 공부도 여타 다른 일들처럼 흥미와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자신이 이룬 학업성취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라고 여긴다.
163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역대 노벨상 중 23%를 휩쓴 그 기적적인 성취에 감탄하게 된다.
172
<구약성서>에 의하면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에 아름다운 성전을 세웠고, 그 이후 이 솔로몬의 성전은 전쟁 등으로 파괴되었다. 그러다가 기원전 20년에 동방박사로부터 유대의 왕이 될 예수가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그 아기 예수를 죽이라 명한 헤롯왕(기원전 73 ~ 기원전 4)이 이 성전을 재건했지만, 예수가 죽은 뒤 로마 제국에 의해 다시 성전을 비롯해 예루살렘이 파괴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무려 11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들이 도륙을 당하니, 기록에 따르면 당시 예루살렘은 로마제국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피가 강을 이루어 목까지 차오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비국을 지켜번 성전의 성벽이 밤이 되면 통탄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통곡의 벽'이다.
188
유럽에 기독교 문명이 뿌리를 내리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대인은 예수를 살해한 사악한 민족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게 되었고, 그 죄목 아래 유대인들은 수많은 비난과 박해에 시달렸다. 당시 유럽인들이 갖고 있던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는 11세기 십자군 원정 때 벌어진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슬람교도들의 지배 아래 있던 예루살렘을 정복한 십자군은 자신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이슬람교도들이 아니라 유대인들을 가장 먼저 학살했다. 그것도 모든 유대인들을 죽였으니, 유럽인들이 갖고 있는 반 유대인 정서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다.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에서 유대인 600만 명이 나치의 손에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대학살이 벌어질 때도 유럽인들은 이를 외면했다. 구원, 사랑, 관용, 평화 등을 중시하는 기독교 정신을 지향했던 유럽인들이 이런 나치의 만행을 묵과한 것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유럽인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던 반유대인 정서를 생각한다면 그들의 침묵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유대인 학살의 원인을 히틀러와 몇몇 나치주의자의 선동만으로만 보지 않는다. 유럽에 팽배했던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1
"유대인들이 교육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배경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은 1948년까지 국가가 없었으며 여러나라에서 추방당햇죠. 이때 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식과 기술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교육은 어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필요한 생존 도구였습니다. 교육을 받으면 지식과 기술은 자기 것이 되고, 이것은 아무도 빼앗지 못하는 자산이니까요. 그래서 유대인들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많은 투자를 한 것입니다.
192
"유대인들은 역사적으로 많은 재난을 당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추방을 당했고 홀로코스트를 당하기도 했죠. 유대인에게는 교육만이 새로운 곳에 재정착해서 발전,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들은 우리나라처럼 졸업장, 성적표와 같은 학력을 증명하는 문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이마저도 유명무실해졌을 때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단순히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지식이 아니라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최악의 상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 쌓기 교육과 창의성 교육에 몰두한다.
199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내용은 암기한 뒤 2시간을 자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2배나 기억하는 양이 많고, 8시간을 자면 잠을 자지 않는 경우보다 5배 이상 많은 양의 기억이 유지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자녀에게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라고 강요한 부모들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었을 때일수록 자녀가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당장은 불안하겠지만 잠을 자는 동안 뇌가 활발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상태로 재정비되므로 그것이 자녀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200
동양인과 유대인의 공부는 서로 유사한 듯해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두 집단 모두 자녀교육에는 헌신적이지미나 동양인들은 강력한 통제 속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미리 정하고 이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지시하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의 교육을 한다. 반면 유대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치거나 지시하기보다는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애초에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은 지시하지 않는다.
202
릴리의 부모는 자녀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고, 릴리가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었다. 또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매일 거르지 않고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면서 릴리와 함께 학교에서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느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릴리의 부모는 릴리가 어릴 때는 잠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었고, 오랜 기간 릴리의 학습을 직접 지도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하도록 권장하고 아이가 질문할 때 마다 열심히 응대를 해주었다. 또한 릴리가 어떤 모습을 보이든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었으며, 릴리와 함께 휴일을 보내고, 여행이나 현장학습을 갔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부모가 공부를 중시하고 높은 교육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일방적으로 자녀가 이루엉야 할 목표를 세워두고 학원 수업, 과외 등을 시키며 공부를 강요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부모들보다 교육열이 더 뜨거운지도 모른다.
227
"수업 중에 생긴 의문은 바로바로 질문하고 토론해야 해요. 뒤로 미루면 이 의문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질문은 전후 맥락, 상황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뒤로 미루면 자기가 왜 그 의문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선생님도 학생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해할 수 있어요. 또 질문이 떠오를 때 바로 묻지 않으면 이 의문이 계속 머리에 남아 수업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날 때 곧바로 해야 해요. '이건 좀 바보같은 질문인가?'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이 떠오르면 그냥 하는 거지, 거기에 의미나 목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질문하고 논쟁하는 것이아야말로 이사라엘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계획된 것이 아니라 유대인 문화의 일부라고 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주 얼리 때부터 부모나 교사에게 의문을 갖고 질문을 합니다. '진실ㄹ의 향한 질문'과 '가르침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유대인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유대인은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합니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윗세대, 권위자, 지식인에게 도전하고 논쟁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지식 없이 의문을 제기하며 논쟁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주입식, 단순 암기식 교육이 잘 통하지 않죠.
231
우리가 만난 릴리의 아버지도 유대인 공부방식의 근원을 유대교라고 보았다. 그는 공부에 있어 '왜?'라고 질문하는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설ㄹ령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일리가 있더라도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 '왜?' 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세상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왜?' 라고 질문하며 사고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상상력과 탐구심이 곧 '왜?'라는 질문에서 비롯되고, 이것이 창의적인 생각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공부 철학은 유대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유대교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직접 탐구하면서 '왜?'라고 생각하고, 문제에 직접 맞닥뜨려 학습하라고 강조하는 것이 유대교입니다."
232
서기 500년 쓰여진 <탈무드>는 총63권에 이르는 방대한 유대교 율법서로, 오랜 세월 <토라>를 해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라서 <탈무드>는 일종의 '<토라>해석집'인 셈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모든 내용이 토론과 논쟁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특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41
인도인들이 소를 숭배하는 것도 사라스바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유목생활을 했던 고대 인도인들에게 소는 매우 중요한 식량원이었고, 고기뿐만 아니라 배설물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귀한 존재였다. 고대 인도 사회의 흰두교는 제사를 중시했는데, 이 때 최고의 제물로 쓰인 동물이 바로 소 였다.
제사장 자리를 독점하던 브라만들은 제사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많은 소를 제물로 바쳤다. 어느 동물보다 소가 필요했던 인도 사람들은 이런 브라만들에게 불만을 품었다. 여기에 때마침 살생을 금기하는 불교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에 힌두교의 브라만들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종교생활에서 살생 금기를 하나의 실천 계율로 택했고, 암소를 성스러운 영물로 신격화하여 함부로 살생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248
고대 브라만들은 자신들의 완벽한 가치를 담은 베다 경전을 '반복해서 소리 내어 외우는'방식으로 학습했다. 이러한 고대 브라만의 전통적인 학습 방식이 지금의 인도 교육에 고스란히 전수되었다. 현재 인도 교육의 핵심은 '암송과 암기'다. 우리는 인도의 여러 학교를 통해 인도 사회가 고대 브라만의 학습방식에 기반을 둔 암송과 암기의 공부를 지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250
"암기 이전에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일단 암기하려는 내용을 이해해야 해요. 이해하지 못하면 암기의 효과도 떨어집니다."
"외워서 암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뜻조차 모르면서 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55
일본은 개인이 공동체와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가족을 비롯한 어떤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즉, 일본인들은 집단에 동조하고 타인과의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성향으로 인해 그만큼 집단과의 친밀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나 선배, 윗사람에게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있고, 반대로 부모나 선배, 윗사람도 자신이나 후배, 부하직원에게 무리한 요구나 지시를 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은 개인과 집단의 완벽한 융합을 지향하는 사회이다 보니 수직적 상호의존관계, 즉 '아마에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가미카제는 1274년과 1281년 두 차례에 걸쳐 몽고군 함대가 일본 규슈 섬 남쪽을 침입하려 할 때 이들의 상륙을 막은 태풍에서 비롯된 말이다. 일본인들은 예상치 않은 태풍이 몽고군의 침입을 저지하는 것을 보고 이 바람을 '가미카제(신이 일으킨 바람)' 라 불렀고, 필리핀에 상륙한 연합군을 공격할 특공대에 이 이름을 붙였다.
256
일본은 가미카제 특공대에게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을 선동했고, 아마에 심리에 의한 강한 집단의식을 가진 일본 젊은이들은 머지않아 맞이할 죽음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면서도 공격에 나섰다. 또한 가미카제 출격을 거부하는 사람은 천황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반역자로 취급받으며 가장 먼저 출정 대상자로 뽑혀 나갔다.
일본은 가미카제 특공대의 활약으로 연합군의 30척 이상의 군함과 350척의 전함에 피해를 입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평균연령 20세의 젊은이 5,000여 명이 희생되었을 뿐만 아니라 2,483대의 전투가기가 투입된 가미카제 공격에 성공한 전투기는 244대뿐이고 연합군의 항공모함은 침몰시키지 못했으니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공격이었다고 볼 수 없다.
258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잘 알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노트는 선생님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을 이끌어줄 수 있는 좋은 두구가 되죠. 왜냐하면 노트 필기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니까요. 대부분의 경우 노트를 보면 아이들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줘야 하는 선생님에게도 노트는 매우 중요하죠."
일본 학생들이 필기를 중요하게 여기고 열심히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노트가 과거에 내가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공부했으며, 또 어떤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등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철저하게 자기가 보기 좋도록 정리해놓기 때문에 원하는 내용이나 중요한 내용을 바로 찾을 수 있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여 필기를 함으로써 배운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일본 학생들은 노트 필기에 공을 들였다.
264
일본인들에게 노트는 곧 그들이 지향하는 공부 스타일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집약체이자, 주어진 지식을 최대한 빨리 익히고 습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도구다. 그러므로 일본 사회에서 기록 문화, 필기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265
일본의 집착 문화를 가장 잘 엿볼 있는 것은 '마니아 문화'와 '오타쿠 문화'다. 많은 사람들이 '마니아'와 '오타쿠'를 같은 말로 착각하는데, 둘은 의미가 다르다.
마니아가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대상에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파고드는 수집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면, '당신, 댁'이라는 뜻을 가진 오타쿠는 이보다 한 단 계 더 나아가 그 대상을 완벽하게 알기위해 관련 사항까지 모조리 연구, 마니아의 전문가적인 시각을 초월하여 비평가적인 시각까지 지닌 사람을 이른다.
마니아와 오타쿠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 사회에서 마니아와 오타쿠, 특히 오타쿠를 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지만, 자신들이 심취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마니아와 오타쿠들은 한편으론 일본 사회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측면도 많다.
마니아와 오타쿠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아낌없이 투자하는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컴퓨터, 게임, 애완동물, 자동차, 전쟁용품, 히트상품, 문신, 가라오케, 스티커, 콘서트, 불꽃놀이, 티셔츠, 미니스커트, 인형, 맥주, 우표, 나비, 점술, 뷰티 등 마니아와 오타쿠들의 관심 대상에는 한계가 없다.
일본의 명문대에서도 마니아와 오타쿠 문화를 엿볼 수 잇는 동아리들이 많다. 도쿄대에는 오리가미를 연구하고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오리가미 동아리'를 비롯해 전국의 우동가게에서 파는 우동을 비롯해 편의점에서 파는 야키우동을 모두 시식 후 비교, 분석하는 것은 물론 학교 축제 때 직접 개발한 야키우동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우동부', 대회 출전을 목표로 로봇을 제작하고 공부하는 '로보테크', 경주용 자동차를 만드는 '포뮬러팩토리', 일본의 신화, 신사, 사원등을 연구하는 '신사,신도 연구회' 등이 있다.
267
일본의 집착 문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장인을 존경하는 전통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설사 비천한 직업일지라도 조상이나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그 일에 치열하게 몰두하고 기량을 연마하는 장인정신을 높이 사는 전통이 있다. 일본인들이 2대, 3대, 4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것도 이러한 전통때문이다.
특유의 집착문화로 인해 경이로운 필기 문화를 이루어낸 일본,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일본의 필기 문화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필기식 공부는 스스로 답을 찾지 않고 주어진 지식을 받아들이려고만 하는 수동적인 학습자세를 형성함으로써 일본인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억제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271
프랑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입시험 때 철학 시험을 보는 나라로, 바칼로레아를 보는 사람은 누구든 철학 시험을 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프랑스의 고3수험생들은 철학 시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문제는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은 '명백한 것을 부정할 수 있는가?','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를 규정할 수 있는가?','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락되는가?' 와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어떤 텍스트를 일방적으로 외워서는 답할 수 없다. 따라서 철학 시험에 대비하려면 많은 사람들고 ㅏ다양한 주제를 갖고 끊임없이 토론하며 사고으 ㅣ폭을 넓혀야 한다. 피에르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토론 모임에 주기적으로 참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니 피에르에게 이 노천카페는 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공부방이었던 셈이다.
273
이 학교 철학 선생님을 찾아 수업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처음 생각에 머물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철학은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그 생각을 넘어서도록 요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즉, 철학은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결과보다 논증이 더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 '내 생각은 이러이러하다' 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죠."
275
프랑스의 고3 철학 수업은 학생들을 세뇌시키는 목적이 아닙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모두 같은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대답이라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습니다. 일관된 '예' 나 '아니오'가 아니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278
지적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공부'란 무엇일까? 그것은 곧 생각의 교류를 통해 사고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철학이 생각을 발전시켜나가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왜 프랑스 교육의 본질이 철학 교육이고, 프랑스인들이 철학 교육을 중시하는지 잘 알 수 있다.
279
프랑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과 교류하는 방법을 익히고, 이런 방법으로 모든 것을 배워나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프랑스 교육과 이스라엘 유대인의 교육은 서로 닮은 듯하지만 다르다. 프랑스의 교육도, 이스라엘의 교육도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갖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지향하지만, 프랑스 교육이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력'의 공부라면 이스라엘의 교육은 진실을 향한 '도전'의 공부다.
281
사람과 사람의 만남, 생각과 생각의 만남, 즉 성공적인 교류를 지향하는 공부방식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들었다. 서로 의견을 소통하지 않고 더 나은 사고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지 않았다면 프랑스인들은 지금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문화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의 수준 높은 교류의 공부는 '살롱 문화'와 관련이 깊다. 흔히 살롱하면 술집, 다방등을 떠올리는데, 프랑스 문화에서 살롱은 단순한 사교장이나 오락장이 아니다. 프랑스인들에게 살롱은 사교의 장이자 대화의 장, 지적 토론의 장, 계층과 계층 간의 이해의 장이었다.
살롱은 남녀노소,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었다. 정치가, 귀족, 성직자, 학자, 작가, 시인, 예술가, 관리, 법률가, 상인, 학생, 군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로에 출입했는데, 대부분은 교양과 재치를 겸비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살롱에 들어오면 신분이나 지위, 성별에 상관없이 평등한 관계 속에 누구나 자유롭게 대화와 토론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살롱의 운영자가 대부분 여성이었기 때문에 대화와 토론의 주제가 여주인의 취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살롱은 원래 무료한 생활에 염증을 느낀 프랑스 여성들이 지루하고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사회적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탄생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창기의 살롱은 매우 여성적인 성격을 띠엇다. 주로 중세 무용담이 섞인 연애담, 달콤한 소설, 문학작품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부터 점차 철학을 비롯해 정치, 사회 등 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벌어지면서 지성인들의 지적 교류의 장으로 변모했다.
살롱은 18세기 계몽사상을 비롯한 새로운 사상이 태어나는 산실이자 이를 전파하는 중개소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토대를 형성하는 분수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살롱은 프랑스 문화사와 지성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이 크다.
살롱은 성별이나 지위, 출신성분보다는 '재치, 언어 구사력, 바른 예절'을 미덕으로 삼는 비공식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인 모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생각과 사상을 교환할 수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의견과 사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선, 표정, 억양, 음색 등을 다양하고 실감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건전하고 자유롭게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더 효과적으로 상대와 지적 교류를 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공간 덕분에 프랑스는 화려한 토론 문화를 꽃 피울수 있었다. 이는 프랑스가 다른 서양 문화권의 나라들보다 수준 높은 교류의 공부가 발달한 근원이 되었다.
290
'집단,관계'를 중시하는 동양 사회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간형은 남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타인과 조화롭게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해도 이를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표현하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교만한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타인과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독립성'을 중시하는 서양 사회에서는 개인의 만족과 행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자신을 무조건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들에게는 자기 스스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티븐 하이네 교수가 동,서양인들을 대상으로 긍정적, 부정적 피드백에 따른 동기부여 실험을 했을 당시, 동양인들은 저조한 성적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데 반해 서양인들을 시험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291
릴리의 아버지는 항상 딸이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이끌었다. 릴리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왜요?'라고 반문하는 게임을 즐겼는데, 이는 릴리의 아버지가 딸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게임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릴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물으면 아버지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러면 릴리는 이 대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왜요?'라고 물었다. 릴리는 아버지가 그녀의 물음에 짜증을 낼 정도로 이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릴리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면 금방 잊어버리고, 세상을 알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 탐구심이 사라진다. 고 생각했다. 그는 유대 문화가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것에서 번성했다고 믿고 있다.
295
배움을 무엇보다 중시한 유교는 지식에 대한 시각도 남달랐다. 지식이 세상 밖에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먼저 공부해서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 이를테면 스승이 가르치는 지식을 최대한 많이 습득하도록 장려했지만, 가르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보았다. 즉, 동양의 유고 문화는 잘모로는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을 벌이기보다 이것을 이해할 때까지 자신보다 지식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96
유교 문화권에서 지식은 세상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지식, 세상에 있는 지식을 최대한 습득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개인적인 견해로 사물을 바라보거나 질문을 하기보다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암기했죠. 그런 학습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꾀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는 '전투 능력'과 '논쟁 능력'을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삼을 만큼 질문을 매개로 한 토론과 논쟁의 공부 방식을 지향했다. 지식은 세상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을 했고, 이를 찾는 것이 공부의 목표였던 것이다. 다시 스티븐 하이네 교수의 설명이다.
"고대 그리스 사회의 대표적인 학자인 소크라테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질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을 한 뒤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 것이었죠. 소크라테스가 이런 교육방식을 택했던 이유는 학생들 안에 이미 지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98
동양 사회에서 '나'라는 자아는 사회적 맥락 속에 놓여 있는,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동양인들은 개인을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적고, 그만큼 개인의 가치에도 주목하지 않는다. 때문에 개인의 가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식도 자기 내부가 아니라 세상 밖에 존재한다고 믿고, 이 지식을 최대한 많이 습득함으로써 더 나은 자기 자신의 변화를 꾀했다.
반면 '개인, 독립성'을 중시하는 서양 문화는 모든 사고, 행위의 기준이 자기 내부에 있다. 개인의 정체성도 동양처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 감정, 성격, 특기, 취미 등 개인의 본질적인 특성에 근거해 인식한다. 서양 문화에서 '나'는 다른 모든 존재로부터 구별되는 최소의 독립적인 단위이자 모든 것의 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성취, 성공의 목적이 개인의 만족, 행복, 발전 등에 있고 자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일치하지 않을 때 우선 순위를 자기 자신에게 둔다. 설령 그 사람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301
동양 문화는 어떤 대상을 이해하려 할 때 관찰 대상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한다. 즉, 동양 문화는 '1인칭'이 아닌 '2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이렇듯 관찰 대상과 자아가 합일 상태가 '되는 것'을 지향하는 동양 문화는 자연계의 작은 부분을 통해 온 우주의 이치와 진리를 엿볼 수 있다는 독특한 우주관을 갖고 있다. 이는 부분 속에 전체가 들어 있고 전체 안에 부분이 들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동양 사회의 정신적 근간을 이루는 유교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라고 강조하고, 온 우주의 진리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어떤 대상과 자아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상태'인 물아일체를 지향하는 동양 문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의 온 우주의 이치와 진리를 담고 있는 하나의 소우주이기 때문이다. 동양 문화가 자신의 마음을 열심히 갈고닦는 수행을 통해 진리 탐구를 해야 한다고 믿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명 서양 문화는 어떤 대상을 이해하려 할 때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접근하다. 서양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관찰하는 사람, 즉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1인칭 시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서양 문화에서는 똑같은 사물을 보고도 수많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관찰하고 발견한 것을 자유롭게 말하고 반박하는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서양 문화가 토론 속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고, 토론과 논쟁을 많이 할수록 진리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상과 하나가 됨으로써 이해하려는 동양 문화와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이해하려는 서양 문화는 진리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낳았다. 이런 차이는 전혀 다른 공부방식을 지향하게 만들었으니 ,결국 동-서양의 공부방식은 두 사회의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311
동양 사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중국 사회는 문화적 동질성이 높고, 90% 이상이 같은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긴밀한 상호 협조가 필요한 벼농사를 지었다. 때문에 사회적 결속력이 강하고, 공동체와 조화롭게 지내는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이런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다른 사람과의 불협화음을 없애고 서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반면 서양 사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사회는 주로 소규모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공동체와 얼마나 잘 지내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해안가 근처에 위치하여 다른 종족이나 문화와 접하고 갈등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중요한 만큼 이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토론과 논쟁이 발달했다.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 되게 하려면 자신의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과 논쟁을 벌여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314
동양 문화권에서 성장한 학생들과 서양 문화권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동일한 문제를 주고 한 번은 말을 하면서 풀게 하고, 또 한 번은 침묵하며 풀게 했다. 그 결과 동양 학생들은 말을 하면서 문제를 풀 때보다 아무 말 없이 풀 때 좋은 결과가 나왔고 서양 학생들은 정반대였다. 동양인들에게는 말이 사고력을 저해하는 작용을 했고, 서양인에게는 말이 사고력을 촉진하는 작용을 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언어가 동양 문화권에서는 단순한 의미 전달을 위한 수단인 반면 서양 문화권에서는 생각의 도구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동양인들과 달리 사고 작용과 언어 작용이 동시에 일어난다. 즉, 서양인들에게 사고는 곧 언어인 셈이다.
316
따라서 어떤 공부방식이 옳다 그르다는 논할 수 없고, 각각 경쟁력과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동양의 암기를 통한 공부는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높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 없이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상상력 등이 결여되기 쉽다. 반면 서양의 질문을 통한 공부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창의성, 상상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암기의 공부만큼 빠른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한 가지 공부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에 맞도록 공부방식에 변화를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무리 장점이 많은 공부방식이라도 상황이나 환경에 맞지 않으면 좋은 공부법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의 공부방식이 여러모로 적절한지 파악한 다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공부해야 만족할 만한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323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토론식 수업은 일명 '하크니스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큰 원형 탁자에서 이루어진다. 하크니스 테이블은 미국의 석유재벌이자 자선 사업가인 에드워드 하크니스의 이름 딴 명칭으로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원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수업방식은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931년 에드워드 하크니스가 이 학교에 찾아와 새로운 방식의 교육방법을 고안하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학교 관계자들은 여러 아이디어를 냈고, 그 가운데 뽑힌 것이 큰 원형 탁자에서 교사와 12명의 학생들이 둘러앉아 수업을 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식이 채택된 이유는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이 상대의 얼굴을 보며 토론을 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질문과 의견, 아이디어가 동등하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드워드 하크니스는 약속대로 거액의 돈을 기부했다.
드라마틴하게 수업방식을 바꾼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덕분에 평범한 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이 될 수 있었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이 학교의 수업방식을 도입하면서 하크니스 테이블은 토론식 수업의 상징이자 대명사가 되었다.
326
"하크니스 토론을 하려면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해요. 준비를 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나는 이 텍스트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더 이상 의견을 내놓을게 없다고 하면 수업이 진전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전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업 시간에 서로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각자의 호기심을 풀고 만족감을 느낍니다."
"사고하라! 토론하라! 그리고 질문하고 분석하라!"
"한국식 교육이 확실히 효율적이긴 해요. 선생님이 앞에서 무조건 설명을 해주시니까 지식 습득도 훨씬 빠르고, 노트에 받아 적기만 하면 나중에 집에 가서 혼자 공부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배움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자기 스스로 단계를 밟아가면서 여기서는 10분간 고민을 하고, 또 여기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 질문을 해서 도움을 받는 과정들을 거쳐야 그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같은 지식을 습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 방식으로 습득한 지식이 오래 기억되고 저의 일부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옥스포드 대학..
"저는 면접을 여러 차례 보았어요. 저는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전공하려 했고, 각 전공마다 면접이 있었으니까요. 정치학과 경제학 면접은 특별한 게 없었는데, 철학 면접은 흥미롭고 좀 어려웠죠. 총 두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하나는 '영국에는 7명당 1대 꼴로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윤리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였습니다. 또 하나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다면 하겠는가?' 였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제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고, 면접관들은 수시로 제 주장을 반박하는 질문을 했죠. 그래서 제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의 어원인 '유니버시타스(universitas)'의 의미가 '배우고 가르치는 자들의 모임'
337
개인교습 방식은 질문을 매개로 토론과 논쟁을 벌여 답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게 한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에서 기인하며. 옥스퍼드대에는 창립 때부터 교수와 학생 사이의 토론 문화, 발표 문화가 있었고, 그것이 수세기를 거쳐 지금의 개인 교습을 ㅗ발전해왔다. 그는 이런 특별한 공부방식을 통해 옥스퍼드대가 세계 최고의 지성을 길러내는 대학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41
옥스퍼드대는 매일 저녁 모든 학생들이 함께 모여 식사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유는 나와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과 지적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 옆에 앉은 학생이 물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경제학이나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350
MIT 미디어랩
"독자적으로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각을 교환하며 발전시키죠. 생각을 교환하고 피드백을 받지 않고서는 어려워요 우리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팀과의 교류가 없었다면 우리 팀 프로젝트의 반 이상은 시작도 못했을 겁니다."
"저 혼자 일방적으로 배우고 소유한 지식은 결국 제 것이 되지 못해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자기 것이 디죠. 이것은 어떤 학자가 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푸른 유리를 푸르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유리가 여러 가지 색을 통과시킬 때 다른 색은 전부 흡수하고 푸른색만 내뱉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유리가 푸르다고 한느 것이죠. 지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가 진짜 갖고 있고 이해한 지식은 우리가 흡수하고 소비한 지식이 아니라 자기를 투과시켜서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355
옥스포드 대학 학장
"사회의 진보는 사상을 가진 개인에서 출발하지만, 그 사상을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사람들을 통해 발전해갑니다. 저는 사고, 학업활동, 학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한 사람의 두뇌에 쌓이는 개인적인 지식은 쉽게 휘발되지만, 여러 사람의 두뇌가 생산하는 사고, 사상은 공유할수록 고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습 형태란 일정 부분 개인적으로 학습하면서 그런 개인이 모여 그들이 성취한 것을 토론하는 활동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대학은 학생들이 각자 배운 것을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책을 절반 가량 밖에 읽지 않았다. 경영/경제 분야에 대해서 한 번쯤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경영/경제 관련 책 목록을 만들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빌리지 않고, 과감하게 구매한 책이라서 읽는 내내 여기저기 줄을 치고, 빈 공간마다 글을 써내려갔다.
오늘 아침에 이 책의 앞 페이지에 적어놓은 글이다.
< 2012. 11. 14 水 08:35 >
이 세상에 태어난 동시에 나는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내 삶은 하나의 창조적 우주가 되었고, 나는 이를 살아갈 의무와 책임으로 받아들였다. 바로 기꺼이 주어진 삶을 살라는 명령인 듯 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더라도, 그로 인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묵묵히 살아가면서 해야 할 몇가지는 있다. 바로 감수성을 가지고, 나의 사람들을 알아가고 조금 더 따뜻하게 관심있게 다가가면서 서로의 매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오만을 내려두고, 철저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함과 동시에 상상력과 노력이라는 무기로 내 삶의 앞길을 찾아가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내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찾을 수 있는 묵묵함을 지켜나가자.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 서울대 입구역, 맥도날드 --
p19 자유주의 사회에서 생존경쟁은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숙명의 길이다.
p22 실존주의 문학가 카뮈는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이 철학의 기본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 고 [시지프 신화]에서 주장하고 있다.
p22 카뮈에 의하면,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좌절시키는 비합리성의 세계"를 뜻한다.
p25 생명이란 단어는 '생의 명령이다.' 에서 왔다고 한다. 생명을 부여받은 존재는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생존경쟁이 아무리 어렵고 부조리가 아무리 난무해도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명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 즉 생존방식의 선택만이 문제될 뿐이다.
p27 수억 년 역사를 가지는 생존지혜, 즉 '환경적응 -> 전략수립 -> 구조조정' 의 우등생 듀퐁사가 금년에 204주년을 맞는 것은 남다른 노력의 대가이지, 우연이 아니다.
삶은 반드시 살아야 하는 명령이고 그 생존 지혜를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 환경을 철저히 인식하고,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나를 바꾸고 또 바꾸면서 성장해야 할 것이다.
p29 과당경쟁이 없는 황무지를 개척하려는 생존전략은 오늘날에도 현명한 삶의 방식인 것 같다.
p31 제로섬 게임은 새로운 가치창출 없이 한정된 자원의 배분싸움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고 바다에서 민물로, 민물에서 다시 육지로, 프런티어를 개척한 종들이 번성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p34 의식주 등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3D 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 3D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프런티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척하는 일이 어렵다면 3D 업종을 좀더 깨끗하고,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하여 발전시키는 길이 차라리 현명할 것이다.
p41 현화식물의 꽃가루와 꿀을 먹이로 선택한 곤충들은 자기 생존기반인 현화식물의 번식을 돕기 위한 가루받이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에 나섰다. 식물의 열매를 먹이로 선택한 포유류도 열매식물의 씨를 멀리까지 날라주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 생존기반의 번성을 도왔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 지구상 최강자였던 공룡이 하루 1톤에 가까운 나뭇잎을 먹어치우기만 하면서 생존기반을 훼손, '너 죽고, 나 살고' 식 생존 모형을 추구하는 동안 곤충과 포유류는 '너 살고, 나 살고' 식 '주고받음' 모형을 개발했다.
p43 국민이 빵 한 덩이 사귀 위해서도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게 만든 나라, 이런 정치를 한 나라가 외국의 침략없이 (생존기반의 붕괴로)스스로 무너진 것은 역사의 필연법칙일 것이다.
p43 생존기반에 대한 고마움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수준여하가 인간적 성숙을 재는 척도일 수도 있다.
p44 양봉원의 벌들은 과수원을 찾아가 꿀을 따오고, 과수원 나무들은 벌이 해주는 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다.
p45 고객과 '주고받음' 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p46 인간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힘은 '좋아서 끌리는 힘' 즉 매력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배반자를 나쁘다고 말하지만 배반당한 사람에게도 책임은 있다.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둘 만한 자기 매력을 기르지 못한 것은 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p47 '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 는 명제는 평범하지만 확실한 진리로 남을 것이고, 줄 수 있으려면 고객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줘야 한다.
p51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가 국민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할 것인가, 기업이 고객을 위해 어떤 제품을 생산할 것인가, 남편이 부인에게 생일 선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문제 모두가 고객의 필요(need)와 기호(like)를 감지해야 잘 풀린다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고객을 대상으로 그와 '주고받음'의 관계형성에 성공하려면 그의 필요와 기호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를 감수성이라고 정의한다.
p53 다국적 기업 켈로그는 윌 케이스 켈로그에 의해 1905년 미국에서 창업되었다.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한 윌 케이스 켈로그는 소화기 전문 내과병원에서 25년간 잡역부로 일하면서 입원 환자들의 급식까지 도맡았다. 그러던 중 환자들로부터 '빵을 먹으로 속이 불편하다'는 푸념을 들었다. 이 푸념에 대한 켈로그의 감수성은 민연의 정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속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빵 속에 남아 있는 이스트 때문이라고 생각한 켈로그는 이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대용식을 만들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캘로그는 밀을 삶아서 얇게 눌러내는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았으나 환자들이 환영하는 식품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켈로그는 밀을 삶는 시간, 눌러내는 롤러의 압력과 속도 등 데이터를 바꿔 가면서 꾸준히 실험을 계속했다. 무수한 실험 끝에 드디어 환자들이 좋아하는 시리얼식품이 탄생했고, 환자들은 퇴원한 뒤에도 시리얼을 우편으로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p55 상대방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감지하는 정서적 능력, 즉 감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수성을 기르는 기본적인 방법은 오만에서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
p56 고층 건물 속에 호화로운 사무실, 고급 승용차의 검은 유리창 속에서 '가진 자'의 오만에 머무르는 사람이 일반대중의 필요, 아픔, 정서를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p61 이성과 판단력 비판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지적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p62 더 싸고 질 좋은 제품,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기술, 더 인간적이고 우리 문화에 맞는 작업방식, 이 모두가 창조경영이 개발해야 할 대상이다.
p67 목표의식이 구체성을 확보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정의라고 부른다.
p71 순수한 상태의 금속보다는 합금이 더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순수 구리의 경도는 100이지만 구리에 10퍼센트의 주석을 섞은 합금, 즉 청동은 그 경도가 260까지 올라가 강한 소재가 된다. 이러한 자연원리로부터 인간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 남과 손잡고 제휴하는 편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 역시 순수 상태에서는 경도가 200에 불과하여 청동보다는 약하지만 철이 탄소와 결합하면 무쇠가 되어 경도가 700을 넘어선다.
무쇠는 강한 대신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진다. 깨지지 않는 철을 만들기 위한 끈질긴 노력 끝에 인간은 탄소의 함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철이 충격에 안전한 연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철이 연성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경도가 약해진다. 그래서 인간은 경도와 연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탄소함량을 2.11 퍼센트로 하는 강철(Steal)이다.
p72 인간도 안일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보다 혹독한 훈련 속에서 남에게 비판받고 얻어맞는 단련을 통하여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p75 자연법칙과 관계없는 일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산업기술의 역사다.
p78 기술의 수준 차이는 부가가치의 차이로 나타난다.
p80 출혈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에게 피를 수혈하려는 시도가 의료기술 역사상 1667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당시의 상식 수준에서 피는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모두 같다고 상상했기 때문에 피의 공급원으로 양이 선택되었다. 피는 심장에서 나오고, 심장에는 마음이 들어 있다고 상상했으며, 양은 선한 동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양의 피를 수혈 받은 환자는 모두 죽었지만,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민연의 정은 계속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 1818년에는 인간의 피를 수혈해보는 시도가 런던의 가이스 병원에서 있었다. 겨로가는 혼란스러웠으니, 환자가 어떤 경우에는 살아났고 어떤 경우에는 죽어갔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사실에 주목한 란트슈타이너는 끈질긴 탐색과 연구 끝에 1900년 피에는 4가지 혈액형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수혈이 가능한 조합과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수혈은 많은 생명을 구했으나 아직 채혈한 피의 응고를 방지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하는 일은 불가능 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이 대량 발생함에 따라 미리 채혈한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할 필요가 강력히 대두되었고, 이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나라에서 거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결국 1917년 구연산 소다가 응혈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보관해둔 피로 생명을 구하는 일도 가능해 졌다.
p86 어떤 상상력이 실제와 부합되는지, 혹은 실현가능한지를 판별하는 실험을 탐색시행이라고 부른다.
p87 토마스 에디슨이 백열등의 필라멘트 소재를 찾아낸 방법도 탐색시행이었다. 전기의 양극 상이에 어떤 물질을 삽입한 후 전류를 걸어보면서 그 물질이 빛을 낼 수 있는지 여부를 탐색한 것이다. 에디슨의 연구일지에 의하면 그는 연구실 조수의 수염까지 뽑아 실험해보는 등 수천 가지 물질을 대상으로 탐색시행을 계속해 백열등 필라멘트의 소재를 찾아냈다.
p87 1895년 당시 무명의 과학자였던 뢴트겐은 우연히 엑스레이를 발견했다. 사진 건판을 감광시키는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 빛의 일종인데 그 정체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그래서 미지의 빛이라는 뜻에서 엑스레이라고 부른 것이다.
p89 '노력하는 인간은 구제받을 수 있다.' 괴테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 [파우스트]를 구성하는 기본 주제의 하나다. 또 서양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동양에는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는 속담도 있다.
p90 심리학자 케스틀러에 의하면 창조자들은 해결하려는 문제가 풀릴 때까지 모든 정열을 거기에 쏟아부으며 계속 고민하고 방황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 그때까지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계형성을 케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이연연상으로 인하여 그동안 모호했던 생각이 적절하고 우아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번쩍이게 되는 것이다.
p92 노력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행운이라면 길가에 떨어진 돈을 줍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노력하는 인간은 그 노력의 과정에서 어떤 유형으로든지 구제받는다는 것이 역사의 암시인 것 같다.
p94 광우병에 걸린 소나 CJD병에 걸린 사람의 뇌를 해부해보면 뇌세포가 여기저기 파괴되어 공동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의료기록을 보면 이런 병이 이미 1950년대 수마트라 섬에서도 있었다. 과거 수마트라 섬에는 식인종이 있었고 그 결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CJD병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생물은 자기 종족을 먹이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존재 양식 같다. 그러나 일부 목축업자들이 소의 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한 과욕에서 도축장에서 남은 쇠고기와 뼈를 갈아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과욕이 소에게는 광우병을, 그 고기를 먹은 인간이나 고양이에게는 CJD 병을 안겨 준 것이 아닐까. 인간의 과욕이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는 인간사회에도 많다.
P96 너무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 과 같다.
P97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 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 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해내는 상상력 3. 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P99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잇는 능력을 창조성이라 정의하고, 가격에 따라서 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생산성이라고 부르자. 창조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고, 생산성은 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코스트 즉 원자재, 시간, 노동력 같은 자원의 소모량을 줄이는 능력이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p116 제품기술과 디자인은 제품 본연의 기능과 마케팅 차원의 가치에 충실한 것만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p117 유럽에서는 지형관계로 고속도로의 굴곡이 상하좌우로 심하다. 따라서 자동차의 설계는 순간적인 가속 능력과 신속한 운전조작, 그리고 부드러움보다는 단단함을 추구하는 현가장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넓은 국토에 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이 심하기 때문에 크루저 개념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추구하는 설계가 요구되었다.
p118 에너지 절약 차원의 소형화가 디자인 면에서는 곡면을 사용하는 부풀리기 개념의 스타일을 버리고, 차체는 작으면서 실내공간은 가능한 한 넓게 하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은 엔진룸의 용적 감소를 위하여 엔진을 횡치시키는 기술, 후륜구동에서 전륜구동으로 전환하는 기술의 개발로 이어졌다.
p119 자동차의 다양성이 확대되자 메이커들은 소비자의 취향조사에서 스타일링의 정답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위 콘셉트 카를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개발, 다양한 구조와 디자인을 실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p124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2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 궤도 위의 존재 같다.
p129 성공한 혁명에는 만인을 공감시킨 이념이 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p129 문제는 시대와 환경 그리고 조직의 목표에 맞으면서 만인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이념을 찾아내고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노력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p131 중요한 것은 무엇이 기본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p131 영어의 기본은 어휘와 문법에 있다.
p133 1972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나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알지 못했다." 고 국민에게 공언한 적이 있다. 이것이 뒤에 거짓으로 드러나자 닉슨은 1974년 사임했다. 미국 문화에서 가장 치욕적인 욕은 '너는 거짓말쟁이야. You are a liar.'이다. 미국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이 된 데는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의 힘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p137 다케나카 제작소는 1935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볼트 만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녹슬지 않고, 하중과 충격에 강한 특수합금을 사용해 볼트를 만든다. 볼트가 해풍과 바닷물 속에서도 부식되지 않게 하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해 해저터널, 해상교량, 해수담수화 시설, 해양유전 설비, 해안에 위치한 발전소 건설 등 토목건축공사에 납품한다.
p139 인간이 느끼는 행복은 그가 도달한 철학적 성숙의 함수하는 사실이다.
p141 생택쥐페리는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데 있지 ㅇ낳고 둘이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 있다." 라고 표현했다.
p141 앙드레 지드는 "사랑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아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좋아서 끌리는 힘, 즉 인간적 매력은 우리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 것이다.
p144 유대인들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으므로, 2천 5백만 유대인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세계 도처에서 정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이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도하는 자기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p145 셀프 리더십은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 정립에서 출발한다.
셀프 리더십을 소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자기 동기부여 능력이다.
p146 [탈무드]에는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유대인을 지킨다" 라는 말이 잇다.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는 자기 정신을 정화하는 정신적 삶의 날로 삼아야 할 것이다.
p152 인간은 그의 생존기반이 되는 우주, 국가, 직장, 고객, 가족 등 한없이 얽히는 '고마움'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p153 자계에 존재하는 빛 중에서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즉 가시광선은 불과 5퍼센트 정도이다. 나머지 95퍼센트는 아무리 눈이 좋은 사람도 결코 볼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빛을 다 보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은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귀는 음파의 1퍼센트도 못 듣는 셈이다.
p154 인간의 2차적 조건으로 '겸허'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겸허의 반대개념은 오만이다.
p156 공기 중 78퍼셑느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를 사용하여 암모니아 비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1904년 독일 과학자 하버와 보쉬에 의해 시도되었다. 이들의 성공으로 암모니아 비료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인류가 기아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p158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에 현대과학은 생명복제라는 이름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것은 도덕 혹은 종교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의 오만을 견제해야하는 자연철학의 문제이다.
p162 연일 나타나는 흉악범죄는 '햇빛 때문'이라는 '뫼르소'의 이유가 '카드 빚 때문' 으로 바뀌었을 뿐 다를 것이 없다. 국내외적으로 무사유가 인간성의 일부처럼 되어버린 어지러운 시대, 사유하는 국민만이 살아남는다는 지혜를 우리 모두 터득해야 한다.
p170 미리 연구하고 교육하여 강자의 논리에 대비해야 한다. 막연히 강자의 선만을 기대하면 계속 당하기만 한다. 이것은 사회 역학의 영원한 진리일 것이다.
p172 인간의 능력도 무에서 나오지 않고, 축적된 무엇이 발산되면서 나오기 때문이다. 능력이란 결국 선축적-후발산의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