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는알랭 드 보통의 처녀작이자,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이었다. 처음에 별로 큰 기대를 가지고 읽지는 않았는데 읽는 동안 몇 번을 감탄을 했는지 모르겠다. 남녀 간의 사랑의 미묘한 감정과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그의 세심함과 인간 내면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 부러웠다. 한 작가의 어떤 책이 마음에 들면 자연스럽게 그의 다른 저작을 찾아보는 습관으로 그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다. 상당히 많은 책이 있었지만 그중 『불안』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었다. 내가 만난 알랭 드 보통의 두번째 책은 바로 『불안
』이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가 매 장(chapter) 마다 소주제를 다루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 처럼 『불안』역시 불안이라는 것의 원인과 그 해결방법을 각 챕터마다 제시하면서 전개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각종 철학에 관련된 것 뿐만 아니라 여행, 건축 등 일상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카드 작업을 통해 여러 주제들을 모아 두었다가 어떤 한 책의 맥락에 많게 카드들을 조합해서 하나의 책을 내놓는 방식을 취한 것과 같은 형식으로 여러 저작들을 편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안』에서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다섯 가지 원인과 그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역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불안의 원인으로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이며, 불안의 해소 방법으로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럼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 불안의 원인


(1.사랑결핍) 사람들은 태어날 때 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즉,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우리는 타인들의 칭찬이나 격려에 힘을 얻지만, 타인들이 자신을 배격하거나 무관심할 경우에는,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2. 속물근성)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자리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사람들은 타인들을 경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에 대한 불안감과 열등감을 가진 이들은 남에게 당신은 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이 못된다는 느김을 심어주려고 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 또한 무시와 외면은 이러한 속물적인 세상에서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형벌로 내려진다.


(3. 기대) 19세기 초에 서양의 서점에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책이 출간되면서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부유해질 수 있다고 설교하기 시작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는 항상 사회 고위층의 생활의 모습을 자주 노출시켜주었다. 결국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욕망 즉, 기대가 점점 높아져 결국 부자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4. 능력주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움트는 가혹한 의견 중의 하나는, 사회적 위계는 단계마다 거기에 속한 사람의 자질을 엄격하게 반영한다고 한다. 따라서 훌륭한 사람들이 성공하고 게으름뱅이가 실패할 조건은 이미 굳어져 있는 셈이고 결국 자선, 복지, 재분배 장치, 단순한 동정의 필요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즉, 능력주의 사회에서의 가난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선 수치라는 모욕이 덧붙여지게 되는 것이다.


(5. 불확실성) 1)변덕스러운 재능, 2)운, 3)고용주, 4)고용주의 이익, 5)세계경제 라는 요소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상당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위험에 빠지거나 안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 한다.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느냐는 대응여부는 삶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알랭 드 보통이 '사랑결핌',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에 의해 야기되는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살펴본다.



■ 불안의 해법


(1. 철학) 많은 철학자들은 입을 모아 외부의 인정이나 비난의 표시보다는 우리 내부의 양심에 따르라고 권한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2. 예술) 예술은 아무리 비실용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예술은 무엇보다도 존재의 부족한 부분을 해석하고 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소설가의 경우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표준 렌즈, 즉 부와 권력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는 렌즈를 인격의 특질을 확대해 보여주는 도덕적 렌즈로 바꾸고, 그림 역시 누가 또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문제에 대한 세상의 정상적인 이해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매슈 아널드는 예술의 정의를 '삶의 비평이라는 정의'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실용과 동떨어진 예술에서 우리는 진정한 실용을 경험하게 된다.


(3. 정치)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다. "어릴 때 우리 모두 가졌던 환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환상을 머리에서 씻어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작은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늘 존재해왔고 또 늘 존재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제도는 사실 일시적으로 임시변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실제로 아무도 가능하다고 믿지 않았던 변화가 몇 세대 만에 일어나곤 한다." 어쩌면 이 말이 정치가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정치적 관심의 결과로 피해의식, 수동적 태도, 혼란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런 관심이 없이는 그저 사람들의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규칙도 제대로 모른체.


(4. 기독교)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후는 삶 이후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삶의 마지막,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가 마음속으로 귀중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된다. 우리가 집착하는 지위와 부는 우주적인 관점과 천년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미미하다. 이런 깨달음은 자신이 초라해진다는 관점이 아닌 모두가 동일하구나 하는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게 만든다. 이상적인 기독교 공동체에서는 존엄과 자원의 기본적 평등 덕분에 승자 옆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제어되고 경감된다. 성공하여 피어날 것이냐 아니면 실패하여 시들 것이냐 하는 이분법의 그 가혹한 칼날도 약간은 무디어지는 것이다.


(5. 보헤미아) 보헤미아들은 주류 문화와 갈등하면서도 자신있게 살아가려면 자신들만의 가치 체계, 사교적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읽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집단과 전통보다 개인이 우월하다고 강조하며 관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냈다. 가장 넓은, 가장 포괄적인 말로 보헤미아의 기여를 요약하자면 그들이 대안적인 삶의 방식 추구에 정통성을 부여했다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존중하는 하위문화의 경계를 정하고 의미를 규정했는데, 이곳에서는 부르주아 주류가 과소평가하고 간과하는 가치들이 적절한 권위와 위엄을 부여받았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不安), 사전적의미로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이라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정 중에 하나를 다섯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다섯가지 해법으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상당히 다양하고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상황과 맥락속에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불안도 역시 마찬가지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을 위와 같이 제시했지만, 어쩌면 나는 다르게 접근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한 원인과 해법은 어디에나 적용해도 될 정도로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목이 『불안』일 뿐이지 이 책은 다른 제목으로도 충분히 만들어져도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지만, 무언가 특별함이라던가,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보여주던 세심한 감각은 이 책에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다음에는 『뉴스의 시대』를 읽을 예정이다. 그의 책을 몇 권 더 읽어보자. 처음 그의 책을 읽고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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