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에 대하여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읽을 책은 많이 있지만 손에 책이 잘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읽을 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서점에 직접 서문과 맺음말을 읽어보기도 하고 소설이 아닐 경우에는 목차도 한 번 훑어본다. 온라인서점을 이용할 때는 먼저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읽거나 관련 소개자료를 읽어본다. 나에게 맞는 책을 찾기 위해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말이다.


때로는 그냥 사전조사없이 읽지 않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 선택하는게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있는 제목은 다 알고있지만 정작 읽어보지않은 작품들이다.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고전에 대해서 읽어본 적이 없고, 세계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게 항상 신경이 쓰였다. 책의 내용 중에는 다른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마치 원천기술처럼 책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온 작품들이 있다. 이런 책들은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는 있다.


처음에는 '저걸 내가 읽을 수 있을까?'  부담감때문에 망설여졌다. 아직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부담감에 비해서는 내용이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왜 이게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거지하고 의아해할 때도 종종 있다. 어떤 책들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소설','현대 100대 영문소설'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왜 이책이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까? 하는 궁금점도 생기기도 한다. 아직 나는 좋은 작품을 볼 줄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


세계문학전집은 책의 말미에 항상 '작품해설'에 대해서 약간의 페이지를 소비한다. 책을 읽고 나서 '작품해설'을 읽다보면 '아~!' 이런 숨은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이런 당시의 사회적배경이 있었구나!' 하고 알게된다. 내가 의아심이 들었던 책들을 보면 보통 내가 그 나라의 그 시대의 상황을 몰라서 작품이 내재하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하나는 오늘 소개할 <위대한 개츠비>이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의 내용만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미국이라는 장소적 배경과 192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도 특별히 염두해두지 않았다. 단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갔다. 그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때는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정도로 뽑힐 만한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을 모르는 채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


책의 뒷부분의 '작품해설' 부분을 읽기 전에 느꼈던 이 소설의 느낌이다. 

일단 대단히 흥미롭다. 읽을수록 너무 궁금했다. 과연 '개츠비'라는 베일에 쌓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부터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아마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와 주변 인물에 대해서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이야기 전개를 더 흥미롭게 한 듯 하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생각한 건, 낭만주의자 개츠비이다. 아마 이 작품 내재하고 있는 다른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단순히 첫사랑 데이지만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사랑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츠비는 첫사랑 데이지를 찾기위해 항상 호화 파티를 한다. 그 파티에는 초대받은 사람도 있지만 소개받지 않은 이들도 많이 온다. 개츠비가 파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의 첫사랑 데이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국은 데이지를 만나게 된다. 만남 자체도 흥미롭다. 개츠비의 마지막도 상당히 문학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동차사고로 머틀윌슨은 죽게 하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자기가 가져간다. 그리고 운명적인 죽음도 맞게 된다.


개츠비는 낭만주의자다. 자신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지만 사랑을 지켜나가는 낭만주의자다. 하지만 아름답지는 않은 사랑이야기이다. 데이지가 보이는 모습에서는 개츠비에 대한 사랑이 별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처음으로 그의 저택에 데리고 와서 집을 구경시켜준다. 집 구경을 하던 중에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P134

갑자기 데이지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셔츠에 머리를 파묻고 왈칵 울음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겹겹이 쌓인 셔츠 더미 속에 그녀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묻혀 버렸다. "슬퍼져요, 난 지금껏 이렇게......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를 본 적이 없거든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셔츠가 좋은거야 개츠비가 좋은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곳에서는 그저 개츠비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지만 게츠비가 죽은 후 얼굴도 보이지 않는 데이지를 생각하면 아마 그리움의 표현은 아닌 거 같다.

초반부터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가고 개츠비의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모습과 생각치 않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구성 이것만으로 인상깊게 읽은 작품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난 후의 <위대한 개츠비>


1920년대 미국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재즈와 찰스턴 춤과 자동차가 상징하는 1920년대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 있다. 1920년대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이다. 미국은 당시 전쟁에 대한 본토에 대한 피해가 없었기에 그 어떤 시기보다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따라다닌다.


P260

톰 뷰캐넌과 개츠비가 타고 다니는 번쩍거리는 고급 승용차, 개츠비가 주말마다 벌이는 사치스러운 파티와 마치 '불빛을 쫓는 부나비처럼' 환락과 쾌락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 톰과 데이지가 보여 주는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와 무책임은 바로 전쟁이 끝난 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방황하던 이 무렵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위대한 개츠비>에서는 시간적 배경 못지 않게 공간적 배경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P261

작품에 등장하는 이스트애그와 웨스트애그의 대조는 미국 동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의 차이를 보여 주기도 한다. 동부와 중서부의 대조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사람들은 흔히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퇴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부 사람들은 물질적 부와 세련미와 교양을 갖추고 있지만 도덕적, 윤리적으로는 거의 무정부 상태에 있으며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한편 닉 캐러웨이가 대변하는 중서부 지방 사람들은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할망정 아직 타락하지 않은 도덕적 순수성과 청교도주의의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중략> 

동부의 물질적 가치관과 중서부의 정신적 가치관은 어쩔 수 없이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으며, 제이개츠비의 파멸은 바로 이러한 충돌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분명히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대해서 알고나서 책을 읽어내려갔다면 다른 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920년대 미국 동부의 모습은 나에게는 익숙하게 생각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일단 나와 상관성이 많지 않아서 관심이 덜 간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치하 있었으며 고급 승용차, 재즈, 파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작품의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나와는 공감대 형성이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재미있게는 읽었으나 훌륭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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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소설을 처음 접한다. 최근 들어서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책을 하나씩 만나려고 애를 쓴다. <혁명>이 처음 나왔을 때 부터 책을 사두고 책꽂이 한 곳에 두었다가 잡고 나서는 한 호흡에 읽어내려 갔다. 


<혁명>은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순간인 1392년 3월 17일 부터 정몽주가 이방원에 의해 암살당하는 순간인 1392년 4월 4일까지의 18일 간의 비망록이다. 그 18일 동안의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의 내적 고뇌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간에 이성계, 정몽주, 정도전은 다른 장소에서 때로는 같은 생각을 때로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18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왕과 함께 왕성에 머물러 있는 정몽주, 명나라에 다녀오는 세자 왕석을 마중하기 위해 황주까지 갔다가 왕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낙마하여 해주에 머무른 이성계, 봉화에서 유배중이던 정몽주는 같은 세상을 바라보았지만 그 방법은 같지 않았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모두 고려 말의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는 하는 점에서는 서로 일치했다.

권문세적들의 횡포, 남쪽의 왜구와 북쪽의 홍건적들의 침략에 의한 백성들의 피폐함, 당시 국운이 다해가는 원나라를 지지하는 고려 내 기득권세력에 대한 대항, 현세가 아닌 내세를 중시하는 불교에 대한 제재, 현실 정치를 위한 유교적 질서 성립등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극복해야하는 대상이었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목은 이색 하에서 같이 유교경전을 공부하고 함께 중국 사행 길도 다녀오고 성균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오면서 우정을 이어 갔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개혁의 길이 그들의 운명도 갈라놓은 듯 하다.


정몽주는 개혁을 하되 고려 왕조의 그릇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정도전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개혁을 기존의 구세력인 왕씨가 아닌 이성계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몽주의 죽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성계의 병문안을 마치고 상가집에 들리고 돌아가던 중에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이방원의 수하에 의해서 선죽교에서 삶을 마감한다. <혁명>은 이렇게 되기까지 정몽주, 정도전, 이성계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으며 내적으로 어떤 갈등을 보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는 서로 간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소설 속에서는 정도전, 정몽주, 이성계는 서로 신뢰하고 함께 가려하지만 주변 인물들에 의해서 결국 신뢰가 깨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끝까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지켜나간다.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아마 소설 속 이야기처럼 믿음과 신뢰가 바탕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치열한 시대에 가려는 방향이 서로 다른 최고위 정치인들이 벌이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지레짐작은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그 당시에 세 사람의 관계가 소설 속 이야기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애틋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있고 그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웠다. 역사에는 만약 이라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수없이 많은 만약이 떠올랐다. 

최근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는데 같은 역사적 사실인데, 만화와 소설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만나는 즐거움도 나름 흥미로웠다. <혁명>은 김탁환이 앞으로 계속 집필할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첫번째라고 한다. 다음은 아마도 이방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짐작을 해본다. 부디 중간에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렇게 한 호흡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 조선왕조실록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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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아니면 전무 또는 그 밖의 무엇]

p21
 말도 할 줄 모르고 이성도 생기기 전인 내 아들이 느낀 최초의 욕구는 아마도 식욕이었을 것이다. 거의 태어나자마자 아들은 젖을 빨았다. 나는 내 평생 느껴 보지 못한 경외감에 차서 아기를 바라보았다. 설명도 들은 바 없고 경험한 적도 없으면서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알았다.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가 아기의 조그만 심장이 고동치도록, 막 태어난 마른 폐가 팽창하고 수축하도록, 암호를 새겨 놓듯이 아기에게 그 지식을 불어넣었을 것이다.
 그런 경외감은 내 평생 전례가 없는 것이었지만, 수세대를 뛰어넘어 나를 다른 이들과 묶어 주었다. 내 나무의 나이테가 보였다. 우리 ㅜ모님이 내가 먹는 것을 보고 있고, 할머니가 엄마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고, 증조할머니가 할머니를 보고...... 아들은 동굴에 그림을 그린 이들의 아이들이 그랬듯이 먹고 있었다.

p50
 주낙을 따라 해마다 낚싯바늘 14억 개가 걸리고(낚싯바늘마다 수많은 물고기 도막, 오징어, 돌고래 살이 미끼로 매달린다.) , 선단 하나가 오직 한 종만을 잡기 위해 50킬로미터마다 한 개씩 총 1200개 그물을 펼치며, 배 한 척이 단 몇 분 만에 바다 동물 50톤을 잡아 올릴 수 있는 산업화된 어업의 전모를 알게 된다면, 현대의 어업인을 어부라기보다는 공장식 축산업자들이라고 생각하기가 더 쉬워진다.
 전쟁의 기술이 문자 그대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어업에 적용되어왔다. 레이더, 음향 측정기(적의 잠수함 위치를 탐지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것이다.), 해군에서 개발한 전자 항행 시스템, 그리고 20세기 말에는 위성 기반 GPS 덕분에 어부들은 물고기들이 몰려드는 위치를 찾아내고 추적할 수 있는 유례없는 능력을 손에 넣었다. 위성 관측 수온 영상을 이용하여 물고기 떼를 식별할 수도 있다.

p54
 우리는 가끔씩 정신이 들 때면 우리도 동물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느다. 이것이 옳은 생각인 듯하다. 우리는 말하자면 물고기 앞에서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우리는 물고기를 보며 우리 자신의 일부(등뼈, 통각수용기,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엔돌핀, 고통에 대한 온갖 낯익은 반응들.)를 인식할 수 있으면서도 이러한 동물적 유사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그 결과 우리 인간성의 중요한 일부를 마찬가지로 부인한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 잊어버린 것을,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잊어 간다.

p56
해마는 주변 환경에 맞추어 색을 바꿀 수 있으며, 벌새의 날갯짓만큼이나 빠르게 등지느러미를 칠 수 있다. 해마는 이빨이나 위가 없어서 먹자마자 음식이 몸속을 통과해 내려가기 때문에, 쉬지 않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머리를 좌우로 돌리지 않고도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눈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식으로 적응했다.) 헤엄은 그리 잘 치지 못해서, 해마는 아주 약한 해류에라도 휘말렸다가는 지쳐서 죽기도 한다. 그래서 해초나 산호에 붙어 있거나, 서로 몸을 감고 있는 편을 더 좋아한다. 해마들은 잘 감을 수 있는 꼬리로 서로 몸을 붙들어 매고 짝을 지어 헤엄치기를 좋아한다. 해마드의 구애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보름달이 뜰 때 짝짓기를 하는 경향이 있고, 짝짓기를 하면서 음악적인 소리를 낸다. 해마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부일처 관계를 맺고 산다. 아마도 가장 특이한 점은 수컷 해마가 6주 동안 아기 해마를 밴다는 사실일 것이다. 수컷들은 그야말로 '임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라나는 알에 분비액으로 영양을 공급해 준다. 알을 낳는 수컷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놀랍기 그지 없다. 알 주머니에 탁한 액체가 터져 나오고, 아주 작지만 완벽하게 제 모양을 갖춘 해마가 구름 속에서 마법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 단어 / 의미 ]

p65
전형적인 산란계의 닭장은 마리당 건평 432제곱센티미터이다. 이 페이지보다는 크고 A4용지 한 장 크기보다는 작은 크기다. 이런 닭장을 창문도 없는 헛간에 3층에서 9층까지 층층이 쌓는다. 일본에는 18층 높이에 달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배터리식 닭장도 있다.

p66
지난 반세기 동안, 실제로는 각각 분명히 유전적으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닭, 육계와 산란계가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닭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기능'을 하도록 설계되어전혀 다른 몸에 전혀 다른 신진대사로 움직인다. 산란계는 알을 만든다. (계란 생산량은 1930년대 이후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육계는 고기를 만든다. (같은 시기에 닭은 이전과 비교하여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두 배 이상 성장하도록 만들어졌다. 예전에 닭의 기대 수명은 15~20년이었지만 요즘 육계는 대략 6주 만에 도살된다. 매일의 성장률은 줄잡아 400퍼센트 정도 증가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산란계들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평아리들이 1년에 1억 5000만 마리 이상 폐기된다.
폐기된다? 이 말은 좀 더 알아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산란계 수평아리들은 대부분 연이어 늘어선 파이프에 전기가 흐르는 판 위로 들여보내져 폐기된다. 다른 산란계들은 다른 식으로 죽는데, 그 동물들은 운이 더 좋은지 나쁜지는 말하기 곤란하다. 어떤 병아리들은 거대한 플라스틱 컨테이너 속으로 던져진다. 약한 것들은 바닥에서 짓밝히다가 천천히 질식사 한다. 강한 것들은 위에서 천천히 질식사한다. 다른 병아리들은 산 채로 펄프 제조기 안으로 던져진다.

p82
칠면조 축산업에서는 23~26주, 양계 산업에서는 16~20주가 되어 암컷이 성숙하면 암컷들을 바로 우리에 넣고 조명을 어둡게 합니다. 완전히 깜깜하게 해 놓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 다음 아주 저단백질 사료만 먹입니다.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이는 거죠. 이런 식으로 2~3주쯤 갑니다. 그 다음 하루 열여섯 시간, 스무 시간씩 불을 켜 줍니다. 그러면 새들은 봄이 온 줄 알지요. 사료도 고단백질로 줍니다. 새들은 곧장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아주 과학적인 원리에 따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할 수 있습니다. 야생에서는 봄이 오면 싹이 돋아나고 잔디가 자라고 해가 길어지지요. 새들한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자, 이제 슬슬 알을 낳아야겠어. 봄이 왔잖아." 그러니까 이미 내장된 것을 사람이 톡 건드려 주는 것뿐이지요. 조명, 음식, 먹는 때를 조절함으로써 산업은 새들이 1년 내내 알을 낳게 만들 수 있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죠. 칠면조들은 이제 1년에 알을 120개 낳고, 암탉은 300개를 낳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보다 두 배 내지는 세 배까지도 많은 양이지요. 그렇게 첫해를 보내고 나면 다음 해에는 새들이 그만큼 알을 많이 낳지 못하기 때문에 도축당합니다. 산업은 알을 적게 낳는 새들을 먹이고 돌보느니 죽여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더 싸게 먹힌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지요. 이러한 관행 덕분에 새고기가 오늘날 그렇게 싼 값에 나오게 되어씨만, 새들은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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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중요등장인물과 관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 카레니나와 콘스탄친(코스챠) 드리트리비치 레빈, 이 두 사람을 축으로 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전체의 인물과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인물은 바로 스테판(스티바) 오블론스키이다.

 안나, 브론스키, 레빈, 키티를 중심으로 갈등이 시작이 되며, 각각의 인물들이 위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포크로프코에 지역을 장소를 이동하면서 서로 간의 관계와 이야기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안나를 중심으로 해서 브론스키와 만난 후 겪는 카레닌과의 갈등관계, 브론스키와 떠난 후 카레닌과 이혼에 관한 갈등, 아들 세료자에 대한 안나의 고민, 브론스키와 사랑하면서 겪는 많은 내적 갈등이 소설의 주요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한 축인 레빈을 중심으로 해서는 키티에게 청혼한 후 겪는 레빈의 심정, 친형 니콜라이 이바니치 레빈과의 관계를 통한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 농촌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두 축이 스티바와 돌리를 통해서 연결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 구성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에 빠지다.

[안나 카레니나]는 쉽사리 잡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동시에 한 번 잡으면 역시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대하소설 같은 경우는 그 양이 방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리 짐작하고 큰 호흡으로 읽어 내려간다. 하지만 [안나카레니나]를 읽을 때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출간 당시 8부로 나누어서 출간되었고, 읽고 난 후에도 마치 대하소설을 읽은 듯한 무언가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

[안나 카레니나]와의 인연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부터이다. 책은 도끼다에서 풀어내는 안나 카레니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손에 잡은 책인데 고전이라는 압박감이 다소 있었지만, 이야기의 구성과 문체 등이 읽기에 아주 편했으며 내용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어 갔다.

책의 마지막 작품 설명 쪽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톨스토이는 서술을 이중적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소설은 소위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다. 그는 모든 인물들의 외면과 내면을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는 혼돈과 불안을 안고 불확실한 이성의 빛과 직관의 빛을 좇는 인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그려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는 모든 인물들을 조망할 수 있는 서술적 특권을 남용하지 않고 그가 인물들을 비추는 빛을 등장인물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래서 마치 세상이 모든 것을 아닌 서술자의 눈으로 비춰지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어둠 속에서 자신과 타자를 비추는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내면 심리를 통해 비춰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서술이 인물들의 내면으로 이동할 때면, 등장인물들이 서술자로부터 빛을 빼앗아 서술의 권리를 완전히 생사하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 안나카레니나 3 (p572) -

바로 등장인물들이 너무나도 솔직하고 깊이있게 자신들의 내면을 표현해내고 갈등하며 고민을 한다.
어쩌면 이런 등장인물들간의 내면을 읽어내고, 우리가 쉽게 내뱉어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이렇게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나타내는 것이 바로 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내용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단지 안나 카레니나라는 한 여성의 불륜에 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던 책이 한 권있었다. 바로 [보바리 부인] 이었다.  마치 안나가 보바리 부인과 너무나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잘못된 사랑과 그로 인한 자살, 어쩌면 종교적인 관점과 사회풍속이라는 점을 감안한 권선징악과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후, 묵직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었다. 묵직한 기분이 들면서도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톨스토이에 대해서 이제야 접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책을 읽는 도중에 또 다른 거장 도스토프예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샀다. 이렇게 [안나 카레니나]가 나에게 새로운 물꼬를 마련해주었다. 


톨스토이의 매력에 빠지다.

책을 읽고 바로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제껏 그의 작품을 몰랐던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서 한 권 한 권 톨스토이의 세계에 빠져보려 한다. 그리고 한 가지더 글의 전개방식과 쉽게 읽히는 문체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아래는 내가 앞으로 읽은 톨스토이의 작품들이다.

전쟁과 평화 (1869)
안나 카레니나 (1877)
이반 일리치의 죽음 (1886)
크로이처 소나타 (1889)
예술이란 무엇인가 (1898)
부활 (1899)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순례자
바보 이반
인생독본(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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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캐스트에 톨스토이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나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겠다.
(러시아의 작가 겸 사상가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bich Tolstoy) 1828~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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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다른 책들을 읽다보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20대, 30대, 40대 이렇게 세 번 읽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데미안] 에서 느끼는 것이 다르다고~.
또 어떤 젊은 청년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데미안]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깊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러니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첫째는 너무나 궁금했다. 두번째는 고등학교 때 데미안을 처음 읽었다는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나는 벌써 서른한 살 인데 하면서 서둘렀던 것이다. 한 3일에 걸쳐서 출퇴근 지하철, 버스에서 읽었는데, 책의 분량은 얼마되지 않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았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을 읽기 전에, [싯다르타]를 읽었는데 자아성찰을 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자세는 두 작품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무언가 조금 더 신비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표현해야 할까? 무언가 수수께끼 속을 찾아 헤매는 것 같았다.

안타까웠던 점은, 내가 이 책을 너무나 기대하고 읽었는지 아니면 아직 내 내공이 부족해서 책 속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지 나에게 무언가 다가오는 것은 있었지만, 큰 기대에 비해서는 다시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쟁이 발생해서 싱클레어가 부상당하는 그런 내용 전개가 전체적인 내면을 찾아떠나는 주요 흐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작가가 전쟁 중에 쓴 작품이기 때문일 수 있고, 반전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싶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언가 다른 마무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런 아쉬움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내 삶에 대해서 나와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도 같았다. 조금 더 사유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마음 속 깊이 내 모습과 마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p75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그게 전부야. 네가 알고 싶었던 일도 정확하게 그래. 어떤 사람을 충분히 자세히 바라봐. 그에 대해서 그 자신보다 네가 더 잘 알게 돼.

p84
나의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 모든 삶과 생각의 문제라는 통찰이 갑자기 신성한 그림자처럼 나를 뒤덮었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개인적인 삶과 생각이 얼마나 깊이 거대한 사유의 영원한 흐름에 관여되어 있는가를 보고 갑자기 느끼게 되자 두려움과 경외심이 나를 압도했다. 그 통찰은 즐겁지 않았다. 그 통찰은 가혹했다. 맛이 떫었다. 그 안에는 일말의 책임의식이, 이제는 어린애일 수 없다는, 홀로 서 있다는 울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p84
네가 누구에게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생각한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그렇다면, 넌 네가 생각했던 것을 결코 그대로 완전히 다 체험하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거야. 그런데 그건 좋지 않아. 생각이란, 우리가 그걸 따라 그대로 사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p115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23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p142
우리는 우리의 개성의 경계를 늘 너무나도 좁게 긋고 있어! 우리는 늘, 우리가 개인적이라고 구분해 놓은 것, 상이하다고 인식하는 것만 개성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총체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하나하나가 말이야. 그리고 우리 몸이 진화의 계보를,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훨씬 더 멀리까지, 자신 안에 지니고 잇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우리 영혼도 일찍이 인간 영혼들 속에 살았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지. 그리스인들이나 중국인들에게서든 아프리카 토인에게서든 일찍이 존재했던 모든 신과 악마, 모두가 우리들 속에 함께 있어. 거기 있는 거야. 가능성으로, 소망으로, 탈출구로. 인류가 멸종하고,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았지만 상당한 재능을 지닌 어린아이 하나만 남는다면, 이 아이는 사물들의 전체 과정을 다시 찾아낼 거야. 그애가 신이 되어 수호신, 낙원, 계율과 금기, 신약과 구약, 모든 것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거야.

p147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는 안 돼, 자연이 자네를 박쥐로 만들어놓았다면,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돼. 더러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나무라지. 그런 나무람을 그만두어야 하네. 불을 들여다보게, 구름을 바라보게. 예감들이 떠오르고 자네 영혼 속에서 목소리들이 말하기 시작하거든 곧바로 자신을 그 목소리에 맡기고 묻질랑 말도록, 그것이 선생님이나 아버님 혹은 그 어떤 하느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말이야. 그런 물음이 자신을 망치는 거야. 그런 물음들 때문에 인도로 올라서는 것이며 화석이 되어가는 거지.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압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 압락사스는 자네 생각 그 어느 것에도, 자네 꿈 그 어느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p152
우리가 보는 사물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과 똑같은 사물들이지. 우리가 우리들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란 없어.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지. 그들은 바깥에 있는 물상들만 현실로 생각해서 마음속에 있는 그들 자신의 세계가 전혀 발언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행복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 번 다른 것을 알면, 그때부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겠다는 선택이란 없어져 버리지. 싱클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쉬워. 우리들의 길은 어렵고. 우리 함께 가보세.

p171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p196
우리가 의무이자 운명이라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이런 것이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것이 가져올 어느 것에나 우리가 준비되어 있음을 발견할 만큼 우리들 누구든 그토록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의 요구에 그토록 완전히 따르며 기꺼이 살리라는 것.

p197
인류가 가는 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을 받아들일 자세였기 때문에, 오로지 그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어.
......
다만 그들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 모든 것 너머로 그들의 종을 건져 새로운 발전 속으로 구해낼 수 있었어. 그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으려는 거야.

p200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 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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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오른쪽 위에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다.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중요한 것은 바로 삶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진심으로 진정으로 묵묵히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조언을 얻기 위해 아낌없이 주고 열렬히 읽는 자에게는 무한한 것을 주는 것이 바로 책인 것이다.

책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애써서 사람들에게 그 숨겨져있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기꺼이 찾으려고 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깊이 숨겨놓지는 않는다. 나는 과연 이런 책에서 어떤 것들을 찾아내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책 속에 나오는 질문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책을 읽는 내내 혼자 머리속에 되뇌었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다. 책에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책을 읽는 이들은 아마도 무언가 공통적인 것을 책에서 찾아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바로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의 해답이 될 듯하다.

내 대답은 바로 "삶을 풍부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책" 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세상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겨나는 듯하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연을 대하는 작가 김훈을 마주하게 되었다. 다음 날 출근 길에 평소와 다르게 붉게 해가 뜨는 모습이 보이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여러 사건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는 모습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라는 인간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고 이스라엘과 중동의 소식을 듣고, 아직도 십자군 전쟁은 끝나지 않았구나?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다.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금전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거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지 글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책 속에는 한 작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으며, 깊은 고뇌가 들어가 있음은 읽는 자들이 미리 알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런 삶들이 나에게 말해 준다. 나는 단지 겸허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겸손하게 나와는 다르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공감하고 서로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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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
1)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한다.
2)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3)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수백만 개의 빌딩이 소량의 에너지를 생성하면 잉여 에너지는 그리드로 되팔아 대륙 내 이웃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
5)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p57
20세기 첫 10년 동안, 전기 커뮤니케이션은 석유 동력의 내연기관과 조우회 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공장의 전기화는 대량생산 제품의 시대를 열었는데, 그 중 가장 획기적인 제품이 자동차였다. 헨리 포드는 가솔린 동력의 '모델T'라는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의 공간적, 시간적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수백만 명이 말과 마차를 자동차로 바꾸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연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초기 단계의 석유업계는 유전 탐사와 굴착에 박차를 가했고, 그에 힘입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 되었다. 불과 20년 동안 시멘트 고속도로가 미국 전역에 깔렸고, 수많은 가구가 몇 년 전만 해도 고립된 시골 마을로 치부하던 교외 지역의 새로운 공동체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수천 킬로미터의 전화선이 설치되었고, 뒤이어 라디오와 텔리비전이 등장해 사회생활을 재구성하며 석유 경제와 장동차 시대의 광범위한 활동을 관리하고 선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그리드를 창출했다.

p182
국제적인 비영리 조직인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은 여행이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수십만 여행자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있다.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와 지역 호스트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로, 지역 호스트가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숙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카우치 서퍼(couch surfer)가 전 세계적으로 6만 9000개 도시에서 서로의 집을 방문했다.

p186
탐스는 텍사스 알링턴 출신의 젊은 사회적 기업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2006년에 설립한 회사로, 자사 제품을 미국 및 세계 각지에서 니만 마커스, 노드스트롬, 홀푸즈를 포함한 500개 이상의 소매점에서 판매한다.
탐스의 영리 부문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이미 1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판매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탐스의 비영리 자회사인 '프렌즈 오브 탐스'는 세계 어딘가에서 신발이 필요한 한 아이에게 새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이 '일대일 운동'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아이티,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르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지의 빈민 지역에 사는 100만명이 넘는 아이들이 새 신발을 신었다.

팔리는 신발 한 켤레마다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코스키는 세계의 극빈 지역 상당수에서 신발이 없는 아이는 학교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맨발로 걷는 아이는 상피병 또는 '이끼발'이라고 불리는 쇠약성 질병에 쉽게 걸린다. 이것은 흙에서 사는 곰팡이가 발바닥의 땀구멍으로 침투해서 몸속의 림프계를 파괴하는 병이다. 보고에 따르면, 현재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토양에서 전염되는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이 신발이다.

p196
명목상 주 정부의 감독을 받았지만 많은 공익사업회사가 사실상 자체 감사 체계를 유지하며 고객과 납세자의 비용으로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이는 효과적인 전문 로비스트를 주도에 상주시키는 동시에 악명 높은 '회전문'을 창출함으로써 가능했다. 회전문이란 감독 기관에 있던 정부 관리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부 부처를 떠나 자신들이 감독하던 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로비스트가 되고, 공석이 된 그 자리에는 회사의 임원이 후임으로 들어가는 관행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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