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의 한 단어를 꼽자면 바로 '힐링' 입니다.

TV프로그램을 필두로 해서, 종교계에서, 교수들,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이 시대의 아픔과 개인들의 아픔과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주제가 너무나 넘쳐나다 보니 식상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왜? 계속그러지라는 반발심도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 반발심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책을 손에 잡습니다. 일단은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너무나 좋게 읽었기에 철학자가 해주는 상담, 힐링은 조금 다른게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이 다상담 책 시리즈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 대학로에 있는 '벙커1'에서 상담을 했던 것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각 주제에 대한 강의, 그리고 상담이라는 주제에 맞게 누군가의 질문을 듣고 상담을 해주는 내용입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어쩌면 다른 것과 별다를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만나는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어떤 고민, 내가 가지고 있었으나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던 어떤 감정에 대해서 글로써 말로써 표현하고 이야기해줄 때는 저 역시 조금은 치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식상하고 반발심을 가졌던 감정을 다시 느끼더라도 2, 3편도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첫번째 주제 ~ 사랑

 

사랑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이 철학자가 강조하는 것은 주인공의 삶을 살으라는 것입니다.

내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기꺼이 누군가가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고,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 될 뿐입니다. 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하는데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지 말고 자신의 그 느낌에 충실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인의 연인이 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그 사람, 내가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그 사람을 사랑하면 됩니다. 누군가도 미워하고, 미움을 받기도 하고, 자기가 망가지기도 하면서 해야지 참된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돈, 집, 부모, 학력, 학벌을 들어오면 그만큼 사랑을 못하게 됩니다.

 

P35

둘의 경험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면,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거죠. 대학로에서 낮에 남자 친구에게 키스해 달라고 말해 보세요. 남자 친구가 여러분 손을 잡고 카페로 기어 들어간다면, 여러분은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바로 거기서 키스를 해야 돼요.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 같아요> 미풍양속을 생각하면 사랑이 아니에요. 심지어 옛날에 낙랑 공주는 나라도 말아먹었는데요. 사랑의 힘이에요.

 

 

P47

여러분 어머니가 편찮으시면 여러분도 많이 아프죠? 그런데 옆집 아줌마가 아프면, 아파요? 안 아프잖아요. 사랑과 고통은 같아요. 사랑의 나무가 커지면 그림자도 길어질 거예요. 그림자를 반으로 자르고 싶다면 사랑도 반으로 자르면 돼요. 같은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고통만 줄이려 해요.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겁을 집어먹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사랑 못해요.

P83

사랑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면서 타자를 알아 가게 됩니다. 매우 흥미로운 일 아닌가요? 사랑이 우리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알아가려면,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을 사랑해야 합니다.

 

 

두번째 주제 ~ 몸

 

우리의 몸은 악기라고 합니다. 악기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연주를 해주어야 하고 소리를 내어주어야 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바로 우리 몸이 소리를 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꺼이 무엇인가와 접촉하고 세상을 향해 열려있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 몸은 충분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많고 이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몸이라는 것을 육체라는 것을 정신보다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 역시 육체에 깃든 것입니다. 바로 근본은 육체 바로 몸입니다. 언제라도 우리가 원하는 소리가 날 수 있게 평소에 우리 악기, 몸을 잘 관리하고 누군가가 연주하게 될 때 듣기 좋은 훌륭한 소리를 나도록 해야 합니다. 소리를 나게 하기위해서는 망설이지 말고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지요.

 

P102

몸은 단순히 물질만은 아닙니다. 눈에 안 보이는 작용을 너무 많이 하잖아요? 화려하고 다채로운 감각들을 먼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육체가 세계와 연결된 도구예요. 내가 세계에 나가고 타인과 만나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예요.

 

 

P117

여러분들을 보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없다는 놀라운 사실, 그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살짝 봤을 때도 그냥 사람이 거기에 있어서 보는 것뿐이지 예뻐서 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건 나중에 한두 번 실험을 해 보시면 알아요. 왼쪽 눈썹을 파랗게 염색을 하고 밖에 나가도 아무도 못 알아봐요. 남들은 여러분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아요. 그리고 혹여 만에 하나 누군가가 의식을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여러분을 그다지 오래 기억하지도 않을 거예요.

 

P131

아주 격한 운동이라든가 마라톤을 해 보신 분은 알 거예요. 세계에 열리는 경험을 줘요. 육체적으로 극한의 경험을 하면 정신이 세계에 열리는 경험을 합니다.

......

내 몸의 개방성을 알아야 해요. 개방되는 대상이 남자나 여자여도 되고, 물이어도 되고, 하늘이어도 돼요. 상관없어요. 달리기여도 돼요. 달리기라면 바람이나 땅에 우리의 몸이 열리는 것이겠지요. 이걸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여러분을 굉장히 달라지게 해요. 굉장히 소중한 거거든요. 기존의 가족질서나 직장생활에서 위축됐던 분들은 운동을 하세요.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세번째 주제 ~ 고독

 

고독을 느낀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반증이라고 합니다. 저도 요즘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나 봅니다. 이제 아이 둘을 낳고 살다보니 때로는 이게 고독인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어쩌면 참으로 힘들고 고독했겠구나! 하고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아마 세상의 많은 아버지 어버니들이 그랬을 겁니다. 고독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그 고독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냈을 거고, 누군가는 그저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고독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공감이 됐던 말이 고독이라는 것이 자의식이 강한 상태이고 거기에 계속 빠져들면 결국 나에게만 몰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때로는 자아성찰과 내면에 대한 접근은 좋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점점 고독 속으로 빠져들고 결국은 외로움으로 발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지 균형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고독을 줄기면서 내면을 살피고, 때로는 고독을 느끼더라도 더욱더 세계에 몰입하여 부딪혀 보고 다쳐보고 하면서 삶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P180

고독이라는 건 자의식이 강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고독을 이해할 때 제가 강조했던 게 있죠. 세계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거요. 몰입을 못 한다는 건 나 자신의 자의식이 강하다는 거예요. 자신에게 집중하는 거고, 긴장되어 있는 거예요. 이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겁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몰입하지 못해요. 나에게만 몰입해요. 나에 대해서만 몰입하는 겁니다. 그런데 몰입을 하면 할 수도록 우리는 분열증에 빠져요.

 

P192

고독해지는 내 모습과 계속 싸워야 할 겁니다. 세계를 풍경으로 보는 게 아니라 세계에 몰입하는 걸 찾아야 해요.

 

 

P217

물론 그렇다고 상처를 너무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받을 걸 생각하면, 지금 해야될 걸 못 합니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공포를 크게 만들어서, 현재 해야 할 것을 안 하게 하는 기발한 상상력의 귀재들이거든요. 좀 불안할 것 같으면 '미래에 힘들거야'라는 생각을 엄청 크게 해서, 이 생각이 충분히 커지면 지금 해야 할 걸 안 해요. 차라리 '난 비겁해서 못해. 난 용기가 없어서 못해' 이렇게 인정을 해야 되는데 싫은 거죠.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합리적으로 머리가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후회는 하지 말아야 해요. 해야만 했던 것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 자기의 삶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진짜 힘든 거거든요.

 

P236

인생의 목적을 길게 보지 마세요. '왜 사냐?' 라는 오만한 질문을 하지 마세요. '오늘 좋았나?' 지금 이 시간이 좋은가? 그것에 집중하세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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