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아침부터 몸이 찌뿌드드하다. 

가까운 곳에 등산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고 오늘은 비 소식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걷지 않아서 주인 잘못 만난 내 몸에 미안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 가벼운 차림으로 모자를 뒤집어 쓰고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았다. 아파트 1층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선다. 봄이 지난 새벽 바람은 아직은 차갑게 느껴진다. 


자주 듣는 팟캐스트를 들을까 하다가 클래식 어플을 듣고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걷다 보니 조금 차갑다는 느껴졌던 공기가 시원하게 다가왔고 평소에 앉아만 있어서 뻗뻗하던 다리 근육이 오늘 무슨 일이지 놀란 듯 예전 기억을 살려서 늘렸다 움츠렸다를 반복한다. 이렇게 걷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 알면서도 몸을 움직여서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지만 나태한 관성의 힘이 이성적 판단을 이겨 버린다.


익숙한 아파트 단지 주변 산책로를 걸어가는데 오늘은 이 길이 낯설다. 예전과는 사뭇 달르게 느껴졌다. 길은 그대로 인데 주변에서 봄을 알리는 신호들이 가득했다. 목련은 왜 봄이 왔는지 모르냐며 소리치듯 크게 피어났고, 손톱 정도의 작은 꽃은 수줍은 듯 하얀 빛깔을 드러낸다.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그 어느 꽃보다 한 수 위다.


철쭉, 벚꽃이 핀 것은 알겠는데 다른 꽃들은 이름도 모르겠다. 아마 아파트 단지 주변에 피었다면 아마 이름은 들어봤을 꽃일 텐데 이름만 알 뿐 꽃을 모른다. 아이러니고 아쉽고 안타깝다. 아마 꽃이 피지 않았다면 철쭉, 벚꽃도 몰랐을 것이 분명하다. 예전부터 꽃과 나무에 대해서 이름이라도 알고 그 형태에 대해서 기억하자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그렇게 1년여가 지났는데도 변한게 없다. 항상 말 뿐인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면서 반성한다.


산책을 하면서 평소답지 않게 감상에 젖어서 인지 꽃들과 나무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실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매료되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파트 주변을 몇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집으로 들어섰다. 이런 걸 가지고 상쾌하다고 표현하는 구나! 라고 새삼 다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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