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프로는 창조를 우연에 맡기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집단이 바로 세계적 예술가들이다. 이들이 가진 창조력과 그 방법론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배병우는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과 특유의 근면성으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의 창조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독창성 확보를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사고, 환경과 시대를 기반으로 끝없이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의 경험과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 스스로에 대한 통찰은 그에게 남다른 독창성을 만들어줬다.


2) 탐구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몰입이 통찰력을 선사한다. 오직 소나무를 찍기위해 수종과 생태계를 연결하고 직접 찾아 다닌 열정은 독일의 병든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깊은 통찰력을 선사했다.


3) 안주하지 않는 자기혁신에서 새로움이 창출된다. 소나무 사진으로 최고가 됐지만 이제 '바람'을 프레임으로 담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끝없는 자기 혁신과 매일 새벽 나무를 찍으러 나가는 근면성이 창조의 근원이다.


스티브잡스가 자신이 다루는 디지털 기기에 몰입하고 놀라운 근면성으로 '애플 그 자체'가 됐듯 배병우는 스스로 '소나무'가 되는 합일 상태에 도달했다. 최고의 창조 비즈니스맨과 최고의 예술가는 이렇게 서로 통하는 법이다.



# 최근 솓아져 나오는 창조성의 베스트 프랙티스에 관한 도식화되고 단순화된 정리들은 오히려 독자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 창조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방법을 찾고, 창조성의 원천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대안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 상황에서 독자 각자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적합한 창조성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 소나무라는 일생일대의 창작 대상을 만난 배병우는 소나무의 모든 면을 이해하기 위해 맹렬히 몰두했다. 전국의 소나무 숲을 다 돌아다녔다. 1984~1985년경 소나무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한 후, 처음 일 년 동안에만 10만km 정도를 답사했다.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소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해서였다. 전문 서적, 신문, 잡지 등의 모든 소나무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고 조선시대에 소나무를 그린 회화 작품을 모두 찾아봤다.

끝없는 발로 뛰는 답사, 글로 보는 공부, 그리고 엄청난 작업량은 그에게 한국적 아름다움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빛으로 그린 수묵화'라는 배병우만의 고유의 사진 언어를 허락했다.


# 그가 독일의 한 도시를 방문했을 때 현지인이 숲에서 좀 떨어져 홀로 서 있는 오랜 고송이 건강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배병우는 "나무가 외로워서 그렇다" 고 대답했다. 배병우는 "나무가 외로워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 나무가 있던 곳까지가 숲이어서 친구나무들이 옆에 있어 외롭지 않았으나 도시개발로 숲이 뒤로 밀려 다 사라지고 그 나무만 홀로 남아 친구가 없어 외로워서 아프다는 것이다. 독일 현지인들이 예술가의 독특한 통찰력에 큰 감동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 그는 한국 미술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자신만의 틀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기술적으로 사진을 잘 찍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찍을 것인가, 무엇을 담을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생각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즉 본질이 있어야 표현도 따라온다는 것이 배병우의 신념이다.


$ 탁월한 창조적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모두 훌륭한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충분한 자양분이 보장돼야 탁월한 재능이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배병우는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술 분야의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특히 해외 기업들처럼 한국의 기업들도 예술품 구매나 투자에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그는 진정한 창조적 예술에는 정점이나 전성기란 없으며 예술가의 전체 일생을 관통해서 끊임없이 창조가 시도돼야 한다고 믿는다.


# 배병우의 '풍경(Windscape)'은 우리 조상들이 지경이 아닌 풍경이라고 부른 정신으로 되돌아가 이를 뒤집어보려는 그야말로 창조적인 시도다. 바람을 찍겠다는 것이다. 2013년 초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평론가들과 사진전에서 극찬을 받은 배병우의 풍경 시리즈에서는 수먄 위로 바람이 불어 물이 부서지는 순간, 들판 위 풀들이 바람에 스러지는 순간을 담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배병우의 사진 속에서는 바람이 보인다. 특히 그의 풍경 작품집에 실린 풀잎이 바람에 누웠다 일어나는 사진은 그의 처이모부였던 고 김수영 시인의 절창 '풀'의 본질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 최근 유행처럼 양산되고 있는 창조성에 관한 자기계발서나 경영경제 서적들에서는 흔히 열심히 노력하는 근면성이 핵심 관건이던 20세기적 산업사회와 달리 21세기 창조사회의 핵심은 기발한 상상력이므로 근면한 노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심지어 예상 못한 우연한 발견을 통해 창조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근면보다는 여유 있는 생활이 중요하고 심지어 어느 정도 게으르기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가 인터뷰한 세계적 예술가 그 누구도 극도로 치열한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창조적 기업가라는 스티브 잡스가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워커홀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배병우는 가장 극단적 예다.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