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력의 사다리 ▶ 



퍼트리샤와 캐런의 사다리에서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은 지식이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것을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죽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어떤지 알려 주세요." 라고 말한다. 대학생은 "내 눈으로 본 게 진실이야. 토 달지 마"라고 절대적인 확신에 차서 말한다. 이런 식의 사고에서는 추상 개념 같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주로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단계에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알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마땅한 사람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다. 문제를 충분히 생각하기보다는 권위자의 지식에 의존한다. 그 권위자들이 어떻게, 어디서 그런 지식을 얻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음식이 슈퍼마켓에서 생산된다고 말하는 도시 아이들처럼, 그들은 어떤 사실이나 개념 뒤에 숨어 있는 힘을 보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봤으니까 사실이야"라고 우리가 흔히 하는 말도 이런 방식의 사고를 보여 준다.


세 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은 역시 권위자에게 의지하지만 그 권위자의 한계를 인지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문제는 자기 자신의 믿음으로 채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 학생은 퍼트리샤와 캐런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그건 지식이 되겠죠. 그 전까지는 그냥 추측에 불과해요."


지금까지의 세 단계에는 공통점이 있다. 퍼트리샤와 캐런은 그것은 '전(前) 반성적 사고'라고 부른다. 이들 단계에서 사람들은 지식이 권위자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선생님이나 할머니가 진실이라고 말해주는 것, 또는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만이 진실인 것이다. 그것만 기억하면 학습은 끝난다. 거기에 어떤 의문도 의혹도 품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이다.


네 번째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어젯밤에 내가 만났던 택시 기사처럼 생각한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는 모퉁이를 돌면서 이렇게 말을 꺼냈다. "자기가 그걸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죠. 똑같은 증거 하나를 두고도 사람마다 보는 방식이 다르니까요." 퍼트리샤와 캐런에게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진화론이 확실히 증명된다면 더 믿음이 갈 거예요. 피라미드처럼, 그 진실이 영원히 밝혀지지 못할 것 같아요.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요. 그때 살았던 사람이 없으니까요." 택시 기사나 학생은 지식이란 불확실하고 사람마다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증거와 타당한 이유를 대면 무엇이든 정당화할 수 있지만, 어떤 증거를 택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단계의 학생들은 자신의 확고한 믿음을 뒷받침해 줄 이유와 증거만 찾을 것이다. 비판적 사고에 대해 연구한 철학자 리처드 폴은 이런 종류의 추론을 '약한 의미의 비판적 사고'라고 부른다.


다섯 번째 단계에 올라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거기까지 다다른 이들은 모든 것을 증거에 대한 해석으로 본다. 우리는 그 해석들을 알 수는 있어도 판단할 수는 없다. 철학자마다 다른 식으로 풀이할 것이다. 한 학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가지 해석을 읽어봤어요. 교수님은 제게 그것들을 평가하라고 하시지만, 어느 게 더 낫고 더 못한지 어떻게 알겠어요? 너무 혼란스러워요." 퍼트리샤와 캐런은 한 학생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래서 문제를 공략하는 방법도 서로 달라요.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내 의견이 똑같이 진실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증거에 근거하고 있죠." 인 단계의 학생들은 수많은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지만, 쉽게 어떤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단계 역시 공통점이 있다. 퍼트리샤와 캐런이 명명한 '유사 반성적 사고' 단계에서는 증거가 중요하지만, 그 증거를 어떻게 사용해 결론을 이끌어 내느냐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 단계의 학생들은 뒤죽박죽 섞여 있는 해석들을 볼 줄 알고 그 각각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들을 서로 비교하지는 못한다. 퍼트리샤와 캐런은 이렇게 썼다. "그들은 증거를 이용하지만, 증거가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판단을 개인 특유의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더더욱 오르기 힘든 것이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단계, 즉 퍼트리샤와 캐런이 말한 '반성적 사고' 단계다. 이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지독히도 복잡하고 성가신 문제를 만났을 때 여러 시각에서 증거를 평가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해석들과 아이디어들을 찾는다. 여러 관점과 다양한 맥락에서 증거와 의견들을 서로 비교한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잠정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증거의 타당성을 재면서 동시에 이렇게 묻는다. "이 시점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데 이 증거는 얼마나 유용할까? 꼭 결론을 내야 할까, 아니면 불확실한 이 상황을 그냥 감내해야 할까? 잠정적 해결책이 문제를 조금이나마 풀어 줄까, 아니면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킬까?" 한 학생은 두 연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확신하긴 아주 어려운 일이죠. 확신에도 그 정도가 있잖아요. 어떤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어느 시점에 가면 확신이 서겠죠."


여기서 잠깐 멈추고, 여섯 번째와 마지막 단계를 구분해서 이야기해보자. 여섯 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살피고, 증거를 찬찬히 숙고한 다음,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다. 증거와 의견들을 여러 관점에서 비교해 그 상대적인 무게를 고려하고 해결책의 유용성을 판단한 뒤, 이 시점에 결론을 도출해야 할 실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결정한다.


일곱 번째 단계의 사람들은 비구조화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퍼트리샤와 캐런이 말하는 '합리적 탐구'를 통해 지식을 구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지한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증거를 통해 합리적이고 개연성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새로운 증거나 참신한 시각 또는 새로운 연구 수단이 나타나면 재평가에 들어간다. 증거를 검토할 때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퍼트리샤와 캐런의 연구에 참여한 학생은 말했다. "어떤 주장을 평가하려면 그 명제가 얼마나 면밀한지, 어떤 추론과 증거를 사용했는지, 그 사람이 다른 주제에 대해 펼쳤던 주장에 비해 얼마나 일관성 있는지 보면 돼요."


이런 높은 차원의 사고력은 깊이 있는 학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최고 단계의 합리적 탐구는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반영하며, 인생에서 어려운 선택을 할 때 바로 그러한 이해가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떤 학생,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된다.

(중략)

최고의 수준의 학생들은 한 조각이 더 큰 그림에 맞춰지는 원리를 이해한다. 그들은 어떤 문제나 주장을 분해해서 분석하고, 그 해결책에 일반 원칙을 적용한다. 아이디어를 서로 비교, 대조하고, 원인을 설명하며, 아이디어들을 통합시킬 줄 안다. 뿐만아니라,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나 주장을 완전히 다른 영역에 적용할 줄 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서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 낸 다음 그 가설을 시험하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생각한다.


<출처 : BOOK - 최고의 공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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