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내일이 되면 갑자기 그는 내일도 같을 것이고

모레도, 다른 날들도 모두 같으리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발견으로 그의 가슴은 녹아내리는 것이다.

(중략)

그런 생각들을 견디지 못해 사람은 자살을 하게 된다.

혹은 젊은 사람이라면 글을 쓴다"

 

- 알베르 카뮈 -

 

 

사람들은 자신 만의 삶을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카뮈가 말하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반복' 에 대처하는 나름의 처방을 가지고 있다.

만약,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본래 외롭다고 하지만,

무언가로 자신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로 하여금 힘을 얻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사람들마다 받아들여지는 삶의 무게는 다르기에,

아쉽게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술에 빠져 들기도 하고,

누적되는 삶의 피로에 허우적되기도 한다.

 

다행히 나는 그 방법을 한 가지는 찾은 것 같다.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할 수 있는 재미'

'한참 동안 마음 졸이다, 긴 한 숨을 내 쉴 수 있는 감정의 경험'

'혼자 한 없이 외로워져서 눈물을 흘리다 조그만 위로에 위로 받을 수 있는 약한 감정'

나에게 이런 삶의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는 것은 '소설', 바로 '이야기' 다.



 

소설을 너무 좋아한다고 하지만,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소설을 쓸 때 작가는 분명히 수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작품 속에 등장시킬 인물들에게 각자 어울리는 성격을 만들어주고,

독자들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숨은 요소들을 배치했을 것이다.

그런 작가들이 숨겨놓은 것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지금 읽고 있는 소설 속에서 이야기의 재미 뿐만 아니라,

그렇게 숨겨진 보물을 하나씩 찾아내듯 '소설' 을 읽을 수 있다면,

작은 방에서 '책 한 권' 읽는 재미로 남 부럽지 않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 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2980.01.05 움베르트 에코


'소설' 에 대해서 그 기법과 형식들을 한 번 쯤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라면,

쉽게 몰입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러던 중에 '정여울' 작가의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최근에 『공부할 권리』라는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글을 이끌어 가는 감성에 매료되어서,

이 분의 책이라면 기꺼이 선택해도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여울의 문학멘토링』

제목이 '문학멘토링'이다. 딱딱하지 않다.

작가는 '문학'을 정말 좋아하고, 자기가 발견한 것들을

후배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듯 하다.

문학의 미로를 헤치는 18개의 열쇠를 준비하고,

하나씩 독자들에게 설명해준다.

말하는 이도 즐겁고, 듣는 이도 즐거운 대화같이 들린다.

각각의 열쇠에 해당하는 소설의 한 부분을 소개시켜준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소설의 경우는 궁금해져서

별도의 목록으로 정리를 하기도 하고,

읽어 본 책의 구절이면, 입가에 미소가 생기면서 반가움이 앞선다.

 

정여울 작가가 소개해주는 문학의 미로를 헤치는 18개의 열쇠는

지금 내가 가장 가지고 싶은 열쇠이기에 잘 보관해 둔다.


01. 패러디 - 고전은 왜 끊임없이 패러디되는가?

02. 시점 - 여섯 살 옥희의 눈에 비친 세상

03. 의인화 - 인간의 탈을 쓴 동물

04. 은유 - 하늘의 별이 튀밥 같다고?

05. 상징 - 그들은 왜 걸핏하면 방앗간을 찾을까?

06. 아이러니 - 어쩐지 너무 운수가 좋다 했더니

07. 알레고리 - 소인국은 그저 소인국이 아니다

08. 트릭스터 - 방자, 골룸, 동키, 큐피드의 공통점은?

09. 안타고니스트 - 저 녀석만 없으면 주인공이 행복할 텐데

10. 시간 - 또 기억 상실증

11. 공간 - 그곳이 평사리여야만 하는 이유

12. 음식 - 어떻게 먹을 것인가, 누구에게 먹일 것인가?

13. 판타지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까닭은?

14. 트라우마 - 견딜 수 없는 슬픔의 역할

15. 통과의례 - 영웅은 왜 과도한 시련을 겪는가?

16. 정체성 - 위대한 '가출'의 주인공들

17. 대재앙 - 세상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18. 사랑 - 사랑의 혁명적 힘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라는 작품이다.

아직 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조금씩 주변을 둘러볼 예정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을 보고 있어서

전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지금은 제인 에어가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부터,

외숙모와 외사촌들에게 심한 구박을 받는 것 부터 나온다.

과연 제인 에어는 이런 통과의례를 잘 겪어낼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제인 에어의 시선을 통해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돌려보기도 한다.

새롭다. 신선하다. 소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고,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문학을 조금 더 파고 들어야 겠다.

갑자기 서재에 꽂혀 있는,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라는 책이 생각난다.

소설을 쓰는 법에 대해서 나온 책인데,

이 책을 만날 시기를 만났다.

앞에 몇 페이지만 들춰보고 고이 꽂혀있는 책인데

이제는 내가 조금 더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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