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칼라니티 라는 '유능한 의사' 가 있습니다. 그는 이제 곧 레지던트 생활을 마치고 신경외과 의사로서 발돋움하는 일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언제나 다른 이들의 죽음을 지켜 보고, 떠나는 이들의 마지막을 책임져 주던 그 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그는 천천히 죽음과의 만남을 준비합니다. 같은 의사였던 아내와 함께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신중한 고민을 합니다그리고 2세를 갖기로 하고 딸 아이를 출산합니다. 그는 투병 중에서도 몸이 허락할 때 까지 신경외과 의사로서 수술에 참여하고, 레지던트 생활을 마칩니다. 더 이상 의사로서의 역할이 힘들어지게 되었을 때는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가 남긴 글과 아내가 덧붙인 글이 모아져서 한 권의 책으로 남았습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폴 칼라니티의 유일한 책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서른 여섯 살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에 삶을 정리하며 적어낸 글, 그는 과연 어떤 이유로 삶의 마지막 기록을 책으로 남기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생각일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가 떠난 뒤 남게 되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 적어둔 마지막 편지일지도 모르겠네요.


▲ 폴 칼라니티와 그의 아내, 그리고 딸

 

삶과 죽음은 그 자체가 부조리합니다카뮈는 어린 아이들의 죽음교통사고로 인한 죽음 처럼 부조리한 게 없다고도 했습니다사람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예상할 수 없습니다갑자기 찾아옵니다내일을 알 수 없습니다그래서 누군가는 그것이 공평하다고 하지요.

 

저는 만약~라면?’ 이라는 질문을 저에게 대입하는 것을 망설이는 편입니다입으로 꺼내는 순간글로 적어버리는 순간 무언가 제 삶에 영향을 미쳐버릴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그래서 좋지 않은 의미일 경우에는 잘 담지 않습니다그런데 조심스럽게 만약 제 남은 삶이 1년 이라면?’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제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백해집니다그리고 결국은 사람을 향하게 됩니다무엇보다 내 가족들이 나의 부재로 인해 겪게 될 여러 아픔을 떠올리게 됩니다그렇다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명확해지는 거 같습니다가족들이 겪게 될 아픔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고그들이 살아가면서 힘이 될 수 있는 기억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삶을 위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 번쯤 제 인생을 처음부터 곱씹어 볼 거 같습니다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나로 인해 누군가 큰 상처와 아픔을 겪지 않았는지정말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는지깊은 슬픔에 눈물을 흘렸던 적은 없었는지 하나씩 하나씩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서 한 번 더 되새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위화의 <7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죽음’ 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나 겪어야 할 경험이지만우리 주위에서 그 경험에 대해서 말해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그러기에 사람들은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두려워하고궁금해합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 의문점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게 됩니다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간직해 둡니다.


▲ 해골과 꽃다발이 있는 바니타스 정물, 아드리안 판 위트레흐트 (1599~1652) 作


대신에 대단히 실용적인 호모사피언스들은 죽음을 통해서 삶을 돌아봅니다
서양화를 보다 보면 해골이 등장하는 그림을 종종 보게 됩니다그리고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보다는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라는 말이 있습니다이는 다가오는 운명의 필연성에 긍정하고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여 사랑하라는 의미입니다니체의 영원회귀’ 사상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만약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이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 것입니다그래야지 다음 삶에도 이 순간이 반복 될 테니까요죽음은 부조리하기에 우리가 예측할 수 없습니다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판단은 어쩌면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책을 한 번 읽으면서 만약 내 삶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가족의 소중함과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한 번 펼쳐 볼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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