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하다보면, 독서할 때 느꼈던 감정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던 순간에 대해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면서 "사랑해." 라는 세 글자로는 서로의 애틋하고 충만한 느낌을 표현하기가 부족해 새로운 한 마디를 원하듯이 글을 읽고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싶다.

 

길을 가다가 어떤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을 때, 사람들마다 표현하는 것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다." 라고 표현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나와 엇갈려 지나가던 그녀의 키는 내 어깨를 살짝 넘어가니 165cm 정도가 되어 보인다. 서로 스쳐지나가면서 보았던 쌍거풀 속에 감춰진 그녀의 짙은 검은 눈동자는 유난히 깊었다. 작고 붉은 입술은 하얀 피부에 선명히 빛나고 있었다."라고 표현할 수 도 있다.

실제 일어난 현상과 생활 속에 존재하는 것은 동일한데 사람들마다 보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너무나도 다르다. 점점 이렇게 책을 읽고 후기를 남긴다던지, 자기 전에 간단히 일기를 쓸 때마다 평소에 보는 일상의 사물과 생활을 조금 다르게 느껴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충만한 일상 생활을 보내야한다는 느낌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쫓기지 말고, 아침의 차가운 공기도 한 번 피부로 느껴보고 그냥 무심히 타던 통근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어떤 간판들이 있는지 한 번쯤 눈여겨 보자. 매일 먹는 회사 아침이 질리더라도 이 찌개는 어떻게 만들었지. 여기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을까 한 번 쯤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하루 동안 내 감정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비록 하루하루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 속에서 내 감정을 한 번 쯤은 예민하게 감지해보자.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는구나! 이런 상황이 나를 웃게 하는 구나. 이럴 때 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구나 하는 사소한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이런 일상생활 속에서 새로운 것을 느껴보는 감수성으로 책을 읽었을 때의 내 감정을 충분히 글로 표현하고 싶다. 글이라는 것은 다분히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성찰인 동시에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매개체이다. 내면을 바라보고 타자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인데 어떻게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아직 글쓰기가 너무 어렵다. 어렵지만 무엇보다 글을 써서 한 번쯤은 쾌감을 얻고 싶은 생각도 있다. 거의 모든 문제들이 그러하듯이 정답은 없다. 그저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보는 수밖에......

 

<글쓰기의 최소원칙>은 이런 글쓰기에 대한 생각에 다시 하나의 짐과 보물을 올려주었다.
도정일, 김훈, 박원순, 최재천, 김동식, 김광일, 배병삼, 김수이, 민승기, 이문재, 이필렬, 차병직, 최태욱, 김영하 이렇게 14명의 사회 각계의 인사들이 글쓰기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준다.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글과 자연스레 연결되어지는 독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도 마련되었다.

앞으로 인상이 깊었던 부분에 대해서 나누어서 한 번쯤 생각해보려 한다.
오늘은 일단 현재 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문재 시인이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전해주는 글쓰기의 기초체력 기르기와 세부지침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 글쓰기를 위한 기초 체력 기르기 

1. '나쁜 버릇'부터 찾는다.
사람마다 특유의 말투나 몸짓이 있듯이 글에도 특유의 '버릇'이 나옵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것이다'라는 종결어미를 자주 씁니다. '~것이다'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글 버릇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수식어 많은 문장, 접속사가 많은 문장, 나열이 많은 문장이 나쁜 문장입니다. 자기 글에서 나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빨리 올라가야 합니다. 자기 글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문제점만 제거해도 글쓰기는 순식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됩니다.


2.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찾아라.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기자나 작가의 글을 집중적으로 읽으십시오. 소설가 지망생은 필사하고 싶은 선배 소설가가 한둘은 꼭 있습니다. 좋은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그대로 베껴 쓰십시오(필사). 외우면 더 좋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적극 모방해보십시오. 그 과정에서 글쓰기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됩니다.

추천하고 싶은 필자 '모델'은 문인 이외에, 혹은 문인이면서 매체에 자주 기고하는 분들입니다. 도정일(문학평론가),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고종석(소설가 겸 언론인), 김훈(소설가 겸 언론인), 배병삼(정치학 및 동양학), 한형조(동양철학), 송호근(사회학), 고미숙(문학평론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등입니다.


3. 새롭지 않으면 쓰지 말라.
모든 글쓰기는 새로워야 합니다. 사실이나 의견에서 새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표현이라도 새로워야 합니다. 새롭지 않다면 신기하거나(의외성) 흥미로워야 합니다. 새로움, 의외성, 흥미, 이 세가지 중 한 가지도 만족시키기 못한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4. 자세히 관찰하라.
관찰은 모든 글쓰기의 스타트 라인입니다. 사물이든 사건이든 인물이든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서는 정확히 글쓰기가 불가능합니다. 관찰이 부정확하면 사실 관계가 흔들립니다. 정확히 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오감 가운데, 시각이 특히 부정확합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착시 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상기해보십시오.

관찰 훈련의 첫 단계는 자기가 본 것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는 것입니다. 관찰 대상이 인물이라면, 머리 모양과 색깔, 길이에서부터 이목구비를 거쳐 구두까지 관찰하면서 하나하나 말해보십시오. 컴퓨터나 텔레비전, 화분, 식탁, 자동차 실내 등 늘 마주치는 대상을 하나 정해서, 소리 내어 하나하나 관찰해 보십시오. 그동안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발견입니다.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찾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최고의 글쓰기 재료입니다.
 

5. 메모하고, 메모하고 또 메모하라.
간이 하루에 접하는 새로운 정보(자극)는 수십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이켜보십시오. '오늘 내가 새로 느낀 것, 새로 발견한 것'을 떠올려보십시오.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머니 혹은 핸드백에 작은 수첩과 필구를 챙기십시오.

참신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천 번 새로운 생각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쓰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좋은 글은 메모지에서 나옵니다. 메모지가 '상상력 발전소'입니다.

 

 

▼ 글쓰기를 위한 세부 지침

1. 나로 부터 시작하라.
 '
'로 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서전을 써 보거나, 자기가 자기를 인터뷰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소개하는 글도 좋은 훈련이 됩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을 취재해, 사진과 곁들여 기사를 써보는 것도 훌륭한 저널리즘적 글짓기입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원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의 이야기를 쓰십시오. 문학적 글쓰기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 가운데 하나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하십시오.

''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삶을 성찰하는 진지한 계기를 제공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이 같은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글스기 말고 거의 없습니다.

 

2. 반복하지 말라.
반복은 강조할 때 말고는 피해야 합니다. 반복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표현의 반복과 내용의 반복이 그것입니다. 같은 단어, 같은 표현을 반복하지 마십시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의어를 쓰십시오.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내용의 반복입니다. 중언부언하지 마십시오. 같은 내용이 반복되면 독자는 냉정하게 즉각 눈을 돌립니다. 

 

3.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만 담아라.
이것은 문장을 짧게 쓰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정보, 한 문단에도 하나의 정보군을 담는 것입니다. 한 문장에 두 개 이상의 정보를 담는 순간, 문장은 길어집니다. 한 문단에 두 개 이상의 정보군을
으면
, 복잡하지기 때문에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4. 접속사를 쓰지 말라.
최근 읽은 소설 가운데 접속사가 거의 없는 소설이 있습니다. 김훈의 장편소설<남한산성>인데, 접속사에 유의하며 읽어보십시오. 매우 흥미로운 글읽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접속사는 글 쓰는 이의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연결형, 나열형 접속사를 피하십시오. 

 

5. 나누고 묶어주어라.
기사를 쓸 경우,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해야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는 유사한 것끼리 묶어줘야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음식 종류를 소개한다면, 국적별 혹은 재료별, 계절별 등으로 나누어 묶어 줍니다.

 

 6. 병치할 때 조심하라.
같은 기능을 가진 단어, , 절 등이 나란히 놓일 때 자주 오류가 나타납니다. '사과와 큰 배',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공부를 잘한다.' 와 같은 문장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과'라는 단어와 '큰 배'라는 구는 병치하면 안 됩니다. 단어는 단어끼리, 구는 구끼리 병치하십시오. '사과와 배' '작은 사과와 큰 배'가 적확한 표현입니다. 앞의 문장은 '철수는 중학생이고, 영희는 초등학생이다'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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