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3개월이 지난 2009년 8월 18일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시대의 거인인 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가이면서 한 시대의 사상가였다. 삶 자체가 민주주의 본연이었다.
그의 말과 글은 곧 그의 행동이었고, 행동은 다시 말과 글이 되었던 분이다. 


P243

1980년대 초 총칼로 권력은 찬탈한 신군부 세력이 달콤한 제안으로 회유하려 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협력하면 일시적으로는 살지만 영원히 죽는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협력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는 죽지만 역사와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산다. 따라서 나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그는 알았다. 말 자체가 그를 대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과연 처음부터 달콤한 제안을 했을까? 모진 고문과 살해 위협을 받아오면서 버티어왔다. 용기로 버티왔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용기와는 다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두렵지 않은 것을 용기라고......

너무나 두려운데 무서운데도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용기로 그 시대를 버티어 왔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 참된 용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그의 행동을 나타내는 말과 글은 독서로부터 비롯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독서는 이제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을 하셨다. 책을 읽고 싶어서 다시 감옥에 가고 싶다고.

<김대중옥중서신>을 보면 항상 편지의 말미에는 다음에는 어떤 책을 찾아서 보내달라는 내용이 있다. 감옥에서 끊임없이 읽고 다시 꺼내어 사색하고 곱씹었다. 단지 읽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는 독서의 완결이란 읽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데까지라고 했다.


P47

"나는 오랜 옥중생활을 통해서 러시아 문학을 섭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푸시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등 많은 러시아 고전을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솔제니친과 사하로프의 작품들도 애독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을 읽은 것만으로도 감옥에 간 보람이 있었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1999년 5월 러시아 국빈방문 모스크바 대학 연설>


민주주의에 반하는 신군부세력에게는 총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는 당당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다들 기억한다. 대화를 할 때는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항상 배려하고 경청하고 또 경청했다. 어쩔 수 없이 지적할 상황이더라도 인격의 존중은 지켜주었다. 그런 분이었다. 강했지만 부드러웠다. 누구에게 강해야하는지 알고 있었다. 


P214

김 대통령은 자전적 에세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에서 이렇게 말한다.

"대화는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대화의 요체는 수사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심리학에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대화의 실격자요, 인생의 실격자다."


P289 

김대중 대통령은 꾸중을 하는 데도 원칙이 있었다. 그 원칙을 자신의 자서전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서 밝힌 바 있다.

"나는 비판을 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하나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는 비판, 그리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인격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하는 비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장점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비판을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생각하고 수용해주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비판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故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연설문(글)과 기념사(말)을 소개한다.

글쓰기 책에서 삶을 배워간다. 나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철학자로서 사상가로서 그를 기억한다. 
글을 읽어가면서 몇 번이고 넋이 나간듯 바라보았고, 다시 곱씹어 읽어보았다.  이 글귀를 ...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전진한다." - 김대중 대통령


P49

"나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설문에 많은 것을 담으려 했다. 집회가 있을 때면 연설 원고가 늘 걱정이었다. 원고가 완성이 안 되면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설을 했다. 한때는 정치가 곧 연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 원고를 작성했다. 중요한 연설문은 산통이 대단했다. 호텔방을 전전하며 구상하고 수없이 다듬없다. (중략)

내 연설문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작성하지 않았다. 정성을 들이고, 최선을 다했다. 내 자서전에는 연설문이 비교적 많이 실렸다. 그것은 어떤 설명보다 어느 비유보다 내 연설문이 더 정확한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내 철학과 비전, 열정과 가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김대중 자서전], 삼인>


P170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도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민주주의, 정의로운 경제, 남북 간의 화해 협력을 이룩해야 하는 모든 조건은 우리의 마음에 있는 양심의 소리에 순종해서 표현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선거 때는 나쁜 정당 말고 좋은 정당에 투표해야 하고, 여론조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4,700만 국민이 모두 양심을 갖고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고 격려한다면 어떻게 이 땅에 독재가 다시 일어나고, 소수 사람들만 영화를 누리고, 다수 삶들이 힘든 이런 사회가 되겠습니까? <2009년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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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토요일에는 선릉역으로 출근을 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뉴스속보가 나왔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었다. 그 당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이었다. 정치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렇지만 더욱 무지했다.

군대 복무 기간을 줄여준다하여 훈련소에서 투표를 했었다. 같이 식사를 하시던 직장 상사분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충격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 후에야 알았다. 무관심 속에서 살아오다가 그제야 알았다. 어떤 삶을 살아왔던 분인지를. 

이제는 더 안타깝고, 솔직히 이런 글을 쓰는 것도 망설여진다. 왠지 모르겠다. 이렇게 그것을 텍스트로 담아도 되는지도 몇 번을 생각해보았다.


즐겨듣는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8년간 직접 보고 들은 대통령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란다. 그냥 듣고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서점에 주문을 했다. 다음날 부터 읽기 시작했다. 글쓰기 책은 맞는데 몇 번 울컥했다. 책 속에서 소개되는 두 대통령의 글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에 글을 쓰는 것을 망설이다가 무엇인가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정리해서 잘 담아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났다.

오늘은 왠지 긴 글이 예상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故노무현 대통령의 글과 말에 대해서 보여준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아픈 글이다. 


P243

1981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부림사건 변론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돈 잘버는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인권 변호사의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그 이후 부산지역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서게 한 그의 생각과 외침은 다름아닌 이것이었다.

"우리 아들 딸들이 이런 세상에 살게 해서는 안됩니다."


1990년 1월, 3당 합당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외친 단호한 그 한마디는 또 어떤가

"이의 있습니다."


용기있는 말이다.


여기서 용기라는 말은 故김대중 대통령이 자서전에 잘 나타난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다고, 겁이 난다고 주저앉아만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 아닙니다.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된 용기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합니다."


말과 글은 바로 말하고 쓰는 그 사람을 뜻한다.

故노무현 대통령은 위와 같은 글을 남기고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인지 나타나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인 강원국은 8년 동안 두 대통령을 모시면서 최고의 공부를 했다고 한다. 

두 대통령은 최고의 문필가이자 연설가였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중 청와대에서 연설문에 가장 관심이 많았으며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글을 쓰고 자신들의 생각을 관철시킨 분들이다. 많은 연설문을 연설비서관들이 직접 글을 쓴다. 하지만 두 대통령은 자신들의 생각과 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수용하지 않는다. 말과 글이 곧 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아래 글을 읽다보면 故노무현 대통령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그가 남긴 말과 글에 그가 묻어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들에게 자신의 연설문에 대한 글쓰기 지침을 자주 주었다고 한다. 저자가 그 지침들을 정리한 글이다. 그답다. 그립다.


<2001년 12월 대선후보 출마 연설>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다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또는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했다.(중략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2007년 6월 제8회 노사모 총회 축하메시지> 

민주주의에 완성은 없을 것입니다그러나 역사는 끊임없이 진보합니다우리 민주주의도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 가야 합니다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대화와 타협관용통합을 실천해야 합니다미래를 내다보고 민주주의 완전한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야 합니다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한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곳에서 응집력 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 되네.

30.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1.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잇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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