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축법에 규정된 건축의 정의는 "건축이란 건축물을 신축, 증축, 개축, 재축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다.

그러나 건축을 건설과 분리시켜 국토교통부 같은 곳이 아니라, 문화부 산하 문화유산부에 소속하게 한 프랑스는 1977년에 제정한 건축법에서 이렇게 건축을 정의한다. "건축은 문화의표현이다. 건축적 창조성, 건축의 품격,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자연적/도시적 경관 및 문화 유산의 존중 등의 공공적 관심사다."


건축에 대한 정의부터 다르다. 우리나라는 건축을 부동산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문화유산으로 여기며 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렇게 다른 시작은 결국 다른 건축물, 다른 도시공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과연 어느 나라의 도시 공간에서 살고 싶을까?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가 책을 만들지만, 다시 그 책이 우리를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말은 윈스턴 처칠이 1943년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의회 의사당을 다시 짓겠다며,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라고 연설한 부분을

타임스(The Times)가 인용한 말이다.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르다. 우리에게도 건축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건축가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이런 건축과 우리가 사는 공간 그리고 도시에 대해서 인간 중심으로 풀어낸 한 편의 인문서적이다. 그의 첫 책이자 그의 건축 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빈자의 미학』을 그는 가난한 이가 아니라 가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건축 방법론이라 했다. 그런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이어지는 책으로, 건축과 도시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성찰하고 있다.


▲ 건축가 승효상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을 읽으면서 특히 눈에 들었던 부분이 있다. 바로 프랑스 국립 도서관 건립에 관한 내용이다.
1989년, 그랑프로제(Grand Project)의 하나인 프랑스 국립 도서관 현상 공모에서 심사위원단이 두 개의 안을 뽑은 후 최종 결정을 미테랑 대통령(1916~1996)에게 미루는 일이 생겼다. 당시 심사위원단에는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렌초 피아노(1937~)도 포함되어 있는 역량있는 심사단이었지만, 대통령의 식견을 신뢰하고 그에게 위임한 것이다. 그리고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43살이었던 도미니크 페로(1953~)의 설계안을 선정한다. 도미니크 페로는 이화여자대학교의 ECC 설계자이기도 하다.


▲ 프랑스 국립 도서관 전경(미테랑 도서관)


▲ 프랑스 국립 도서관 외관


▲ 프랑스 국립 도서관 내부


당시 해당 설계안 선정에 대한 미테랑 대통령의 평론을 소개한다.


"그의 디자인은 대칭 속에서 명료하며 선들은 절제되고 그 속의 공간들은 참으로 기능적입니다. 마치 침묵과 평화의 요구인 것처럼, 이 건축은 지면 속으로 파고 들었으며, 네 개의 타워는 이 도시의 심장부인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땅과 하늘에 생겨난 이 도서관의 산책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 현대도시의 새로운 거처인 이 넒은 공공의 공간에서 우리는 만나고 섞이게 됩니다. 페로의 이 작업은 일개 건축이 아니라 미래를 예시하는 하나의 도시 계획입니다. 바로 그가 인류가 갈망하는 지식과 아름다움을 위한 위대한 성취를 이룩한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 도서관을 미테랑 도서관이라고 이름 지으며, 그를 영구히 기리기로 한다. 그가 대통령 직을 마친 후, 예전에 저지른 불륜으로 인한 혼외자식 문제가 드러나자, 그 사건이 불륜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회자될 정도로 프랑스는 그를 보호하고 사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1996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에서 연민의 정을 보내왔으며, 정적인 시라크 마저 그를 추모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 도서관 건축을 단순히 도서관 하나를 짓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의 건축물이 공공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삶에 관점에서 건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테랑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97년 부터는 프랑스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기 위해 '2000년 포럼'을 운영한다.

오랜 기간의 논의 끝에 프랑스는 2000년이 시작되기 전에 21세기 맞이 행사계획을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200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든 지식의 대학'이라는 주제로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지 매일 토론한다. 과학기술을 주제로 200여회, 인문과학으로 100여회, 21세기의 장점에 대한 내용으로 60여회를 구성하는 이 토론회는 미테랑 도서관과 퐁피두 센터, 과학의 집에서 개최되며 매일 TV로 생중계하고 기록하여 모든 일정을 마치면 책으로 발간하여 보존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이게 바로 '격(格)' 이구나! 초고층의 높은 빌딩과 경제성장률의 수치 등은 국가의 격을 만들 수 없구나. 결국 격(格) 은 사람들을 통해서, 그들의 진지한 성찰과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이제 우리는 이와 같은 격(格)을 향해야 하지 않을까.


이와 함께 예전에 EBS 지시채널e 에서 소개한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니아'도 대단히 인상적이다.

1808년 부터 지속되어온 이 시험의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바칼로니아는 모두 주관식이고 특히 철학 문제는 세개의 질문 중 하나를 골라 4시간 동안 자기의 생각을 글로 적어야 한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있었던 1989년의 문제는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가?"

이민자 폭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2006년은 "특정한 문화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정치인의 탈세와 온갖 비리로 얼룩졌던 2013년에는


이것이 격(格) 이다.


건축가 승효상은 건축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상에 접근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그들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매체와 매개가 다를 뿐이지, 결국 바라보는 세상은 같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으로 올바른 세상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만약 바칼로레아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과연 2016년 지금은 어떤 문제가 등장할까?

그 질문에 대해 각자 생각할 시간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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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2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도 한다. 그릇은 그릇 자체보다도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 똑같이 생긴 그릇이라도 밥을 담으면 밥그릇이 되고 국을 담으면 국그릇이 된다. 하지만 보통 그릇이 똑같이 생기지 않고 담을 내용물의 특성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이다. 밥그릇은 좁고 오목하지만, 국그릇은 좀 더 넓고 납작하다. 때로는 접시처럼 아주 납작한 그릇도 많이 쓰인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물 자체보다는 그 건축물에 사는 사람의 특성과 삶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삶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삶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본다면 사회적 교감이 잘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적 감정과 감각까지도 충분히 표현되고 발휘될 수 있도록 건축이 도와야 한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눈으로는 보아야 하고, 입으로는 먹어야 하고, 코로는 맡을 수 있어야 하고, 귀로는 들을 수 있어야 하고, 피부로는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것이다.

p167
시각장애인에게는 평소 위험요소가 많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살펴본다. 첫째는 '볼라드'라고 하는 차량이 보행로로 들어오지 못하게 설치해놓은 일종의 방해물이다. 자동차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는 대부분 화강석 돌덩이나 콘크리트로 제작한 뭉툭한 모양이다. 일반인은 그 사이로 아무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지만, 시작장애인에게는 그야말로 '지뢰'와 같은 존재이다. 대부분 걸려서 넘어지기 딱 좋은 무릎 높이인 것도 그 위험을 더하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볼라드를 둥근 파이프로 허리 높이까지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원래 목적인 차량의 보행로 진입을 막을 수 있고 사람이 무심결에 볼라드에 부딪히더라도 배 부분에 닿기 때문에 앞으로 고꾸라지는 일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p226
우리나라 건물과 유럽 건물 사이에는 왜 수명 차이가 날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지역에 속해 있다.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분명해서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다고 말하지만, 건축물 처지에서 보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무더운 여름에는 40도에 가까운 더위를 이겨야 하고 추운 겨울에는 지방에 따라 영하 20도가 넘는 곳도 있으니 온도 차는 무려 50~60도를 넘나들게 된다.
우리나라 건물의 수명이 짧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여름에는 건축물이 더위 때문에 팽창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잔뜩 수축하니 제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졌어도 수축과 팽창을 몇 십년 반복하면 오래 버틸 재간이 없다. 소위 건물이 골병이 든다 할 수 있다.

p228
일반적으로 건물을 이야기할 때 남방형, 북방형으로 나눈다. 남방형이란 더운 나라의 가옥형태를 의미하고 북방형이란 추운 나라의 것을 말한다.

타이를 비롯한 동남아의 주택들과 적도 인근에 있는 나라의 주택형식은 모두 남방형이다. 이들의 주택은 더울수록 지면에서 위로 올라가 마루를 설치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마루' 라는 말에는 '높다'라는 의미가 있다. 더운 지방에서 마루를 두어 바닥을 높게 설치하는 이유는 지면에서 멀어질수록 복사열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지면에서 아주 먼 곳에 있는 높은 산들의 만년설이 녹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지면에서 방사되는 복사열이 산 정상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눈과 얼음이 녹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바람을 통해 열을 식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따. 마루 위의 열은 바람을 통해 식혀지고, 마루 아래의 다습한 공기 또한 바람의 영향으로 제거되는 효과를 보게 되어 시원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추운 나라의 주택일수록 지면과 가깝고 오히려 땅속으로 파고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추위도 피할 수 있다. 온돌을 비롯한 난방장치를 설치해서 추위를 적극적으로 극복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주택형식을 '북방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옥은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인 높은 '마루'와 낮은 '온돌'을 같은 높이로 채택한 세계 유일의 주택 형식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시원한 마루인 대청에서 주로 생활하고 겨울에는 구들을 들인 온돌방에서 생활 했다.

p235

액체나 기체가 온도 차로 움직이는 것을 대류라고 하는데, 이 대류로 바람이 저절로 생긴다. 액체 또는 기체의 성질상 온도가 따뜻한 물질이 위로 상승하는데, 목욕탕 안의 물이 아래쪽보다 위쪽이 더 뜨거운 것은 대류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기도 마찬가지이다. 공기가 데워져서 온도가 높아지면 따뜻한 공기는 대류현상으로 위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원래 공기가 있던 자리는 밀도가 희박해졌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다른 차가운 공기가 저절로 끌려오게 된다. 이러한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바람'이 생긴다.

한낮에 똑같이 햇빛을 받더라도 물질의 성질에 따라 온도가 다르다. 육지를 구성하고 있는 흙이나 바위, 모래 등은 빨리 데워지고 빨리 식는다. 그렇지만 바다를 구성하는 물은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다. 그래서 한낮에는 빨리 데워지는 육지의 온도가 높고 바다의 온도가 낮으며, 반대로 밤에는 바다가 낮에 받았던 태양열을 육지보다 천천히 발산하기 때문에 바다의 온도가 육지보다 높다. 온도가 높은 곳의 공기가 위로 상승하게 되면 그곳의 공기가 희박해지므로 주변의 차가운 공기를 끌어들이는 작용을 하게 되면서 낮에는 온도가 높은 육지 쪽으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온도가 높은 바다쪽으로 육지에서 바람이 불게 된느 것이다. 더 크게 보면 여름철에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철에는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찬바람이 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겨울철 계절풍인 북서풍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지형의 특성상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1면만이 육지에 접해 있다. 이렇게 접해 있는 1면의 방향은 북서면에 비스듬히 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큰 대륙이 북서쪽에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게 바로 이유가 되어 여름철에는 바다 쪽에서 남동풍이 불고 겨울철에는 육지 쪽에서 북서풍이 불어온다. 만약 우리나라가 대륙에 접한 위치가 지금과 다르다면 바람이 부는 방향도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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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책을 조금씩 많이 읽어가면서, 어느 순간 소설과 역사 위주의 편협한 내 독서 분야를 조금 더 넓혀야 겠다는 생 을 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야가 좋을까 고민을 하면서 이런 저런 책들을 들춰봤다. 그러다가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인 <말하는 건축가> 가 생각이 났고 그 때의 감동이 새삼 다시 느껴지는 듯 했다. 관심 분야는 내가 많이 접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것에 시작해서 찾던 중에 건축, 건물, 집, 도시 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항상 걸어다니는 거리, 거리의 가로수, 수 많은 건물들 처럼 나에게 밀접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만난 첫번째 책이 알랭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이고, 두번째가 바로 <제가.살.고.싶은. 집은......>이다. 두번째 책을 접하고 나서 확실히 건축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너무나 잘 선택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건축가 이일훈과 건축주인 국어선생 송승훈의 이메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은 그 자체로 나와 같은 건축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하나의 내공이 깊은 선생이 쓴 건축개론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들이 집에 담아내려고 하는 것들을 표현하면서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면서 접근하는 인문학적인 접근 또한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것을 알게 되니, 마치 흥부의 박을 연 것 같기도 하고,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도 너무나 좋았고, 잔서완석루의 요소요소를 보여주는 사진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한 건축가의 설계도 역시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언젠가는 내가 생각하는 집에서 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이를 위해 내 삶의 고정관념을 깨고 미리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에서도 말했듯이 고정관념은 "이제 지금부터 고정관념은 버리자" 라는 이런 구호가 아닌 지식과 실력으로 갖추어지면서 서서히 없어지는 것이기에 교만하지 말고 천천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책과 서재를 좋아하다 보니, 책의 표지에도 나오듯이 서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또한 책상이 있는 2층 또한 내게 다가왔다. 툇마루 역시 너무나 좋은 공간인 듯 하다.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고, 바람이 통하는 곳이고, 잠시 누워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인 그 곳에 나 역시 잠깐 눈을 감고 누워있고 싶었다.

 

이 집을 짓기위해 그리고 그 전부터, 건축주인 국어선생 송승훈씨는 건축을 너무나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 것 같았다. 건축가와 의사소통하는데도 건축관련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고, 거기서 자기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잘 알았고, 잘 몰라도 건축가와 소통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잔서완석루'라는 집이 만들어 지고, <제가.살.고.싶은 집은......> 이라는 책도 만들어 진 것 같다.

마치 인문학 서적을 한 권 읽은 기분도 들었고, 자신을 성찰하는 하나의 수필인 것도 같았고, 건축에 대한 책인 것도 같았던 매력적인 책이었다. 아마 이 책이 내가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오늘 아침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건축 관련 책을 찾아서 온라인 서점에 주문해서 지금 내 책상 위에 세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다시, 집을 순례하다.> - 나카무라 요시후미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 서현

이 책들에서는 어떤 것을 알게 될까? 무엇에 감동받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p76
깨진 질감의 벽돌은 스플릿블록split block (쪼갠 벽돌)으로, 아주 단단하며 질감이 좋습니다. 단 기존의 블록보다 비싸고 인건비가 더 들지만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p77
통녑적 생활방식을 바꿔볼 부분도 이리저리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p81
인생이 매끄럽게 높아지지 않고, 얼마만큼 노력하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음을 얻어 한 단계 올라서고, 그 상태에서 다시 얼마만큼 애쓰다 보면 다시 한 걸음 내딛게 되고 그런 것이니까, 당장 얼마만큼 힘썼다고 곧바로 그만큼 진보가 있는 게 아니니 지금의 더딘 진보와 치유의 속도에 기 꺾이지 말라는 뜻일까 혼자 짐작했습니다.

p82
자연빛이라 인공조명과는 또 다른 부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다른 자연빛이 들어와서 성당 안을 다채롭게 하겠지요.

p83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구호만으로 고정관념은 깨지지 않고 역량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합니다.

p84
삶의 방식은 사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가까이 또는 너무 당연한 탓으로 그러하지요. 이미 많은 단서가 잡힌 것ㅂ니다. 안방이 의례적일 필요가 없고, 서재 중심이고, 식당을 따로 마련치 않을 가능성과 거실도 클 필요가 없다는 것만 해도 큰 진척입니다.

p86 <book 건축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건축물을 볼 때 '형태와 재료'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 대해 모두 깊게 아쉬워하고 있더군요. 실제 그 건축물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게 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조금만 기울이고 모양에 더 많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안타까웠겠지요.

p87 <이일훈의 건축, 숨겨진 재미를 찾아서 - http://www.edunity.net
건강한 집이란 바람 잘 통하고 빛이 잘 들고 소음이 없고 진동이 없는 집이라고 하셨지요. 마루가 있으면 여름이 끝내주리라 싶습니다. 겨울에도 깨금발로 이 방과 저 방 사이를 종종거리며 걷는 일이 재밌을 것 같습니다.

p96
참 이상한 일입니다. 왜 같은 말이 장소와 공간이 바뀌었을 때 더 큰 설득력을 갖는지요. 아마 그것이 장소와 공간에 내용이 더해질 때 갖는 힘이겠지요. 도면을 보고 이해는 하지만 현장을 보고 더 큰 감동응ㄹ 느끼는 것도 장소의 공간이 힘을 갖는 경우고, 노동 현장의 갈등을 풀려고 고위책임자가 현장을 가는 이유도 아마 장소의 힘이 말할 수 없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p98
어차피 동네가 그린벨트가 아닌 '관리 지역'이라서 야금야금 개발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깝게 있는 필지들이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작은 필지로 대지 분할을 시도하는 집들도 나올 수 있습니다. 도시화는 지가 상승과 함께 진행되므로 한 번 시작하면 속도가 빠릅니다. 더욱이 주변에 산이 좋아서 주택지로 선호되는 탓에 땅 구하려는 이는 많고 매물이 없다면 큰 땅들은 분할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예측보다는 좀 더 많은 집들이 주변에 들어설 수 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p101 <book 건축, 우리의 자화상 - 인물과 사상사 2005>

p118
거친 벽은 지루하지 않을 거야, 세월에 덜 누추해지고 나이가 들어도 추해지지 않고 멋있을 거야, 건축가가 지었지만 시골 동네에 위화감을 만들지 않기에 의미 있을 거야, 인생이 본래 황량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나는 그 모양이 마음에 와 닿았을까, 싸게 짓는 집에서 당당하려면 거친 모습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이일훈 선생의 글을 보았잖아.

p119
건축이 그 땅에 세워지면 그 땅에 축복일 수 있게 해야 한다.

p127
<재색불이>, <기찻길 옆 공부방>, <도피안사>에 쓰인 재료는 스플릿블록입니다. 보통의 소위 '브로꾸'라는 것을 아주 강하게 만들고 표면을 거칠게 깬 제품인데 질감이 참 좋습니다. 혼합하는 재료에 따라서 다양하진 않지만 질감, 표면 마감, 색상의 연출도 가능합니다. 혹자는 돌로 보기도 하고, 혹자는 좋아하지만 혹자는 싫어하기도 합니다.

p129
머리를 쓰는 사람은 몸 쓰는 일이 휴식이다.

p135
대지를 산 일은 아무 걱정이 없는데, 답으로 된 땅 100평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법무사에게 여락해서 어떤 쓰임으로 허가받았는지 알아보라고 하면서 만약 특용작물재배로 허가를 받았으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어야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게 웬 난리야 싶었지요. 알아보니까, 주말농장으로 허가받았다고 하더군요. 밭 갈고 씨 뿌려야겠습니다.

현행 법으로는 밭에 집을 지으면 불법이지만 대지에 텃밭을 일구는 것은 합법이다.

p140
봄은 볼 것이 많아 봄이라는데, 이 봄에 저는 될 수 있으면 덜 보려고 합니다. 눈을 뜨면 밖만 보이고 안이 잘 안 보이는지라, 봄에는 오히려 눈을 감는 것이 봄을 안으로 들이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p141
지난 한 주는 학교 끝나고 저녁때마다 집터에 올라가서 나무를 심었지요. 첫날은 회양목 다섯 그루로 시작해서 그 다음날에는 철쭉 열 그루로 늘리고, 그 다음에는 스무 그루를 심었지요. 회양목 서른 그루쯤, 철쭉 열댓 그루, 조팝나무 다섯 그루, 작은 정향나무 두 그루 심었지요.

p143
봄비가 오는 소리가 좋아서 바깥에서 듣다가 잠에 빠지면서도 듣고 싶어서 창을 약간 열 수가 없을 때, 아아 신음하겠고요. 여름에 비가 와서 후덥지근할 때 창을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고 싶은데 그 창문으로 그리 세지 않는 비조차도 들이쳐서 답답할 때, 아아아 신음할 듯싶어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빛에 따라 책을 읽고 싶은데 빛이 얼마 없어서 전깃불을 너무 오래 틀어놓아서 눈이 아프면 아쉽겠지요.

p144
회양목, 철쭉, 조팝, 정향나무들이 서로 잘 어울리고, 축대의 경사면에 적당합니다. 조팝나무는 무리를 이루면 좋습니다. 봄에 흰꽃이 장관입니다. 작은 꽃 무리가 일품입니다. 회양목은 가끔 퇴비를 주어 줄기가 실해지면 나무 모양이 그럴 듯합니다. 절대 가지자르기 하지 마세요. 도시에선 군식해서 빡빡머리 가꾸듯이 한 것이 많은데, 회양목은 그냥 크게 자라면 무척 자연스러운 맛이 납니다. 좀 외롭고 성글고 뭔가 나무로서는 기운 없어보이지만 사철 푸른 성깔을 보여 주지요. 큰 줄기 빨리 볼 욕심에 퇴비 얘기를 했는데 거름 없어도 잘 사는 나무입니다. 철쭉은 흔해서 관심을 못 끌지만 방창하게 꽅 피울 때는 화려하다 못해 서러울 지경으로 색을 내지요. 철쭉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으면 봄의 기운이 마치 움직이는 듯하지요. 정향나무도 석축에서 잘 자랍니다.

p150
집을 지은 후에 토질이 나빠지는 것은 뻔한 일이니 미리 너무 많은 나무에게 정성을 들이지 마십시오. 조금 아끼고 계시다가 후년부터 듬뿍 정을 쏟으시길 바랍니다. 공사 뒤에는 대대적인 토양 교체와 토질을 살리는 거름주기와 이른바 땅 살리기를 해야합니다.

p156
'나눔문화'는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사회단체입니다. 노동시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박노해 시인이 함께하는 곳입니다. 누리집은 http:/www.nanum.com

p158
재료 자체에서 오는 감각만 따졌을 때 인공재인 철판은 반환경적이다. 그러나 철은 재생이 가능하므로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진짜 황토로 만든 집은 허물면 다시 흙이 되기에 친환경적이다. 그러나 물에 약한 황토집은 1년에 한 번씩 수리해줘야 하는데 이 작업이 번거로워서 황토에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기 쉽다. 그러면 황토는 호흡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반환경적이 된다. 자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친환경, 반환경적인 측면을 갖게 된다.

 p164
건축가 김진애는 <이 집은 누구인가>(샘터사, 2006)에서 부억이 여러 사람이 오고가는 마당이 되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비가 오는 데 집안에 있으면서 바깥공기를 쐬며 비 맞지 않는 곳을 만들면 멋지다와 같이 쏙쏙 집어내서 적용할 거리가 있습니다. 잠자는 방은 꼭 클 필요가 없고 작아도 편안하다는 내용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p172
참 김중업 선생님께서 생전에 자주 하신 말씀이 집이란 '어드메 한 구석에 기둥을 부여잡고 울 수 잇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p192
<모형 속을 걷다>(이일훈, 솔, 2005) 이 책을 읽고 저는 건축가 이일훈을 찾아갔습니다. 장안동 동네 서점 책장 아래칸에서 찾았지요.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건축책인 줄 몰랐지요. 건축에서 전통을 계승한다고 할 때 형태를 따르기보다 공간 구성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이 깊게 와 닿았습니다. 건축가가 건축물을 설계하며 겪은 여러 일과 사색과 애환이 오밀조밀 담겨 있어서 막걸리 한 잔 마시며 포장마차에서 듣는 인생 이야기 같습니다.

p223
 자석으로 사진을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하는 벽

p227
유행 따른 건축물은 유행이 지나면 초라해 보입니다. 유행에 초연한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도 의젓한데 그 단순함을 놓치다니 안타깝지요.

p236
황토벽돌로 만든 방은 벽에 못을 박으면 안 된다고 하셨지요. 흑벽돌이 못을 견고하게 지탱하지 못하기 때문에요. 못 박을 자리를 미리 정해두고 거기에 벽돌 대신에 나무 토막을 넣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바닥에 황토를 쓰면 한지로 마감하고 콩기름 먹여야 하는데 그게 내구성이 없어 훼손되기 쉬워서 신경 쓰 일이 많도고도 알려주셨고요. 미화시키지 않고 선생님 판단을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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