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교수의 책으로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을 읽고 나서, 이번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세 책은 저자의 하나의 생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사실 중복이 되는 내용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또한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강조하고 싶은 것을 제시하고 나서, 관련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대해서 논하는 책인데 주제 자체가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것이기에 실제로 어떻게 하면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갈증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지금 사는 삶을 관심있게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나 역시 그동안 내 '생각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 내가 걷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한 생각과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수 없이 다짐하고, 아침마다 앞으로의 길을 상기시키고, 

이렇게 틈이 날때 마다 글을 반복적으로 남기면서 그 전환점에 다가가기를 희망한다.



#1.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장자의 제물론 편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승 남백자기에게 안성자유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안성자유가 어느 날 자기 스승을 보니 앉은뱅이 책상에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선생님 모습이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는 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모습이 꼭 실연당한 사람 같습니다."


우리가 실연을 당하면 어떻게 됩니까? 일단 어깨가 축 쳐지죠. 짝을 잃은 사람은 불 꺼진 재나 마른 나무처럼 풀기가 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다 타고난 재는 불이 꺼진 후 겨우 형태만 남아 있다가 손만 대면 으스러지지요. 안성자유가 봤을 때 예전의 스승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실연당한 살마처럼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있었던 것이지요. 이 말에 스승 남백자기가 제자를 칭찬하면서 말합니다.


"안성자유야, 너 참 똑똑해졌구나,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고는 분명한 어조로 결론을 맺듯이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나는 나를 장례지냈다' 라고 합니다. 

스승은 그 동안의 자신의 모습을 장례 지냅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 육체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바로, 지금까지의 삶의 태도, 삶의 자세, 정신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단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언가 잘못된 삶의 자세를 조금씩 고쳐가는 것이 아닙니다.

마치 새로 태어나듯이, 마치 빅뱅이 일어나듯이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조금씩 개선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게으름과 간절함의 부족 때문인지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장자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 역시 스스로 장례를 지내야 했습니다.

어쩌면 스승 백남자기 처럼 완전하게 스스로를 죽이지는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분명한 느낌은 받았습니다.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겁니다.

서른 여섯 살의 이 날은 분명 제 삶의 중요한 한 지점이 될 것입니다.



#2.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습니다. 내가 한 인간으로 잘 살고 있는지, 독립적 주체로 제대로 서 있는지, 누군가의 대행자가 아니라 '나'로 살고 있는지, 수준 높은 삶을 살고 있는지,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높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 확인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입니다.


일상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에 매몰되는 순간, 생각이 멈춰버립니다.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생각에 대한 생각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는지? 내가 하는 행동으로 인해 내 삶과 내 가족과 타인들의 삶에 영향이 어떻게 미치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잠시라도 생각을 할 시간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입니다.


그 생각 중에서 몇 가지 질문을 우선 순위로 두고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될 거 같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


이 두 질문을 글로 적고 있는데 가슴이 너무나도 두근거립니다.

평범한 두 질문일지 모르지만, 분명 이 질문을 매일매일 곱씹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제 조금 더 저와의 대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이 변환점의 시기라는 게 계속해서 느껴집니다.

이 가슴 뛰는 시기를 절대 아깝게 놓치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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