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책정리


#1. 잠의 사생활  - 데이비드 랜들/해나무

잠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파고든 책이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책들은 상당히 흥미롭다. 저자는 자신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의료기관을 찾아보지만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직접 자신이 잠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책이 만들어졌다.  전기가 발명되기 이전에 사람들은 잠을 두번에 나누어서 잤다는 사실, 부부간의 침대를 같이 사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견해, 전쟁에서 수면부족이 일으키는 손실, 학생들의 수면과 성적과의 상관관계, 수면 중에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잠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는 누구나 일정시간 잠을 잔다. 그런데 그 세계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 베일에 쌓인 시간을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2.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민음사


1920년대의 미국 소설이다. 그 당시의 미국의 청년들을 흔히 'Lost Generation' 이라 한다고 한다. 전쟁 이후에 그동안 지켜왔던 수많은 사상과 철학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허무주의가 팽배해지고 목적을 상실했다. 이들의 해방구는 술과 향락, 소비문화로 이어진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미국인 작가와 작가를 꿈꾸는 언론인이 파리로 와서 생활을 하고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서 겪게 되는 일이다. 여기서 일이라고 하면 술마시고 즐기는 일이다. 읽다 보면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1920년대의 미국의 시대상을 알지 못하면 다가오는 감동이 줄어드는 작품인 듯 하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가 이 당시를 잘 묘사하고 있어서 함께 보면 어느 정도 당시 모습을 상상해보기 쉬울지도 모른다. 한가지 더 덧붙이면 1920년대 파리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도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3. 어떻게 말할 것인가  - 카민 갤로/알에치코리아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생겼었다. 내가 가장 먼저 하고 다음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말하는 법 좀 배워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득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서 '말'과 관련된 책을 뒤적이다 이 책이 눈에 들었다. 이 책은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연사로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사람들의 말하는 모습을 분석해서 과연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하는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내어 알려준다. 여기에는 말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TED의 내용도 조금씩 포함되어 있는데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진심으로 말하라', '스토리를 가지고 말하기', '유머를 잃지 마라', '연습만이 살길이다' 등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질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반응이 좋았던 TED 에 대해서는 제목과 연사를 소개시켜주기에 영상을 통해 실제 Speech 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더 얹어 준다.


#4.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 정덕현/중앙books


예능PD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의 나영석,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슈퍼스타K>의 신원호, <응답하라1994>의 신형관, <무한도전>의 김태호. 이렇게 6명의 예능PD 들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그 영업비밀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리한 부분은 세 군데다. '낯섦의 경험', '적극적인 경청', '일과 놀이의 경계를 허물기' 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어떻게 생각하면 뻔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책이었다.

 

#5. 고종석의 문장  - 고종석/알마

한국일보 기자 시절부터 한겨레신문의 김훈과 함께 글 잘쓰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분이다.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항상 남아있기에 관련 책은 유심히 보는데 서점에서 몇 장을 읽고 난 후에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글에서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에는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조언 뿐만 아니라 역사, 언어학, 철학적인 요소들 또한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이런 부분에서도 수없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썼던 글을 제시하고 어색하거나 수정할 부분을 조모조목 설명해주면서 첨삭을 해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첨삭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 A4용지 10장 분량으로 다시 뽑아내었다. 이제는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는 데 신경좀 써야 겠다. 내 서재에는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 십여권이 꽂혀있는데 단연 그 중에서 첫번째로 이 책을 꼽는다. <고종석의 문장> 두 번째 책도 늦지 않게 읽어봐야 겠다.

 

#6.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최진석/위즈덤하우스

최진석 교수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한달 전 쯤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그의 특강에 참석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노장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 특강을 듣고 나와 이 책을 구입해 저자의 싸인을 받고 나서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한 번은 정독하고 다시 한 번 빨간 펜을 들고 줄을 그어가면서 읽었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자극을 받았다.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개념을 만든다면 그 무엇인가는 그 정의와 개념에 갇혀버린다. 이런 개념, 신념들이 정의되면 옳고 그름이 갈리고 그곳에서 차별과 구별이 생겨나고 갈등이 생긴다는 말에는 상당부분 공감한다. 그리고 이전에 알고 있었던 무(無)의 개념에 대해서는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았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도덕경>을 읽기 시작했다. 노자를 시작으로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져보자.



#7.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민음사

예전부터 서재에 꽂혀있던 책이다. 이런 책은 처음 손에 잡기가 어렵다. 그런데 한 번 손에 잡혀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몇일 사이에 읽어버린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금방 다시 손을 잡는다. 소설은 워더링하이츠와 드러시크로스 두 저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 남자 히스클리프의 복수극을 그린다. 히스클리프의 냉혹하면서도 지능적인 복수극에 몇 번이나 혀를 내둘렀는지 모른다. 이 책을 개인적으로 정유정의 <7년의 밤>과 더불어 복수극의 정수로 뽑고 싶다. 하지만 히스클리프가 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는 단순히 악인으로 취급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선악을 한 인물에 투영시킴으로써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폭풍의 언덕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스토리의 구성을 치밀하게 짜놓으면서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표현해 낸 점이다. 이 책은 오래 기억될 책이다. 잊기 전에 서평을 통해 글을 남겨야 겠다. 그 감동의 여운이 흐려지는게 안타깝다. 


 


#8. 외투  - 니콜라이 고골 소설,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문학동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라고 했다. 그만큼 러시아문학에 그가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니콜라이 고골은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가이다.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만나서 벌써부터 걱정이다. 다음에 읽을 그의 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외투>는 제목 그대로 외투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단편이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외투를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맞춘다. 하지만 새롭게 맞춘 외투는 강도들에게 빼앗긴다. 빼앗긴 외투를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고관에게 청을 넣으러 가는데 관료체제에서의 권위주의로 뭉쳐진 고관에게 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병을 얻는다. 이런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삶의 목적이 단순히 '외투'인 소시민적인 삶에 대한 생각과 사람을 존재자체가 아니라 지위, 우월로 따지는 고관을 통해서 안타까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엿본다. 거의 200년 전의 작품인데 그 시간적 장벽은 무시한채 여과없이 뇌리에 꽂히는 훌륭한 단편이었다. 더불어 책 표지와 속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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