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계단』을 읽고 나서는 평소에 서평을 쓰는 형식으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그 속에 의미있는 글귀를 한 두 문장씩 적어놓는 것은 왠지 의미가 없어 보였다. 대신 '과연 나는?' 이라는 질문이 수 없이 떠올랐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로 했다.


최근 3년 정도 지금도 여전히 그 연장선 상에서 나는 강박관념에 쌓여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어야만 한다. 나는 성장해야 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빈틈이 보여서는 안 된다. 나는 상처받지도 않는다. 남에게 상처주지도 않는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아야 한다. 나는 모든 면에서 나아 보여야 했고, 나는 항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엄격한 기준에 무언가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면 스스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너무나 그것에 신경쓰였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에 신경이 과민하게 쓰였던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우고 싶은 갈증,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 직장 생활에서 무언가 이루고 싶은 욕망과 내 일을 찾아서 이루고 싶은 소망들이 '나'라는 한 몸에서 서로 뒤엉켜 있다. 이런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에 교통 통제가 중요하다. 한 쪽 부분에 매몰되다 보면 분명히 다른 부분이 소홀해진다. 어딘가 소홀해지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기를 원하는 나에게는 그것이 아픔이고 쓰라림이다. 그래서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톱니바퀴가 하나만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상처하나 없는 톱니바퀴 조차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무엇이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 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서 현명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다. '명상'과 '운동'이다.  이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땀을 내는 운동일 것이다. 나는 유난히 정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운동량이 부족하다. 그리고 운동을 지금껏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에 그것에 대한 기쁨과 쾌감을 알지 못한다. 운동을 하자. 그리고 무엇이든지 효과를 얻어내려면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자. 때로는 그냥 걸어보고 또 뛰어보고 해서 내 몸과 친해지자.


다음은 '명상'이다. 스스로 조용히 새벽과 저녁에 차분하게 마음을 달래고 싶다. 무언가를 시작을 하고 마무리를 지을 때 차분히 머리를 비우고 하루에 대해서 조용히 정리하고 싶다. 쓰라렸던 가슴도 달래주고, 복잡했던 머리도 차분하게 감싸주자.


운동. 명상.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그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하나씩 차분하게 배우자.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습관을 만들자.

습관. 습관으로 만들자. 몸에 체화되는 그 순간 내 것이 되는 것이다.


...


책의 작가인 채사장은 문학, 기독교, 불교, 철학, 과학, 이상, 현실, 삶, 죽음, 나, 초월 이라는 계단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자신에게 불편했다던 것을 하나씩 찾아서 이어갔다. 그 불편한 것들은 그가 이전에 이해한 다른 분야와는 변증법적으로 어울려 새로운 정(正)을 만들었다. 그 역시 표현으로는 계단으로서 한 계단을 오르고 그 다음으로 오르는 것으로 표현을 했지만, 아마도 그 역시 마치 복잡계처럼 서로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여기저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의 결과 끝에 나름 대로 그의 머릿속에서 나름의 체계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 무언가 새로운 창조물이 나오기에는 내 머릿 속에서 서로 융합할 재료는 부족하다. 그리고 아직 불편한 것에 새롭게 발을 내딜 용기 또한 부족하다. 어쩌면 이번에 운동, 명상이 그 불편함일지도 모른다. 또 다시 글로만 머문다면 오늘 여기까지 적어온 것은 또한 허공에 버려지는 것일 뿐이다. 아무런 의미없이 글 연습만 하는 것이다. 


'부디 용기를 내달라' 내 자신에게 간절히 바랄 뿐이다.

2017년 2월 5일 오후 11시 33분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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