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산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점점 산에 가고 싶어하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무릎관절이 많이 좋지 않으셔서 한약, 양약도 먹어보고 하였는데 쉽게 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치료약은 산에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산에 오르시면서 무릎 근처의 근육을 강화시켜주었는지 모르겠으나 등산을 한 이후부터는 신기하게 그동안 아파왔던 무릎이 괜찮아지셨습니다.

사람들의 몸에는 산, 바다 등과 같은 자연에 대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속의 콘크리트와 각종 석유 화학 제품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쩌면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건강이 좋지 않을 수록 그래서 자연스레 산과 바다로 자연 속으로 우리의 몸이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귀소본능처럼 자연으로 돌아가 치유하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생명, 환경,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때로는 알고 있지 못하던 사실을 알게 되고 때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만행에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자연을 살리려는 노력에 희망을 걸어보게도 합니다. 그렇게 자연 속에는 궁금증을 담은 이야기, 아픔에 대한 이야기, 희망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이제 하나씩 그 이야기의 장이 펼쳐집니다.


이 책에서는 크게 여섯가지 이야기 속에 67가지 개별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연의 놀라운 발견', '진화의 수수께끼', '동물도 사람처럼 느낀다.', '사람이 바꾸는 자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미래', '이야기를 품은 우리나라의 숲'이 여섯가지 큰 이야기입니다.


모기는 왜 배터지게 피를 빨까?

술 찾는 초파리, 꽁초줍는 참새

마다가스카르 동물 표류기

늑대는 왜 개가 되었나?

개는 하품한다. 고로 공감한다.


소주제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의 제목 몇가지입니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 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선택할 가치는 있어보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자연의 일상적인 일인데 너무나 신기합니다.

과연 모기는 왜 배터지게 피를 빨까요?



프랑스 곤충학자들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얼룩날개모기가 흡혈 도중 꽁무니로 신선한 혈액이 들어있는 액체를 배출하는 현상을 적회선 촬용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랬더니 온혈동물의 피를 빨면서 급상승하던 체온은 꽁무니에 붉은 액체방울을 매달면서 2도가량 떨어졌다. 대조적으로 설탕물을 섭취하도록 한 모기한테서는 이런 체온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마신 피를 배설할 만큼 체온조절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변온동물인 모기가 항온동물의 '뜨거운'피를 마시는 것은 치명적 고온 스트레스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모기 숙주의 체온은 최고 40도에 이른다. 이런 고온상태에서는 곤충의 생리기능이 일부 마비될 수 있다. 특히 흡혈곤충은 열로 먹이를 찾기 때문에, 높은 체온을 유지하면 먹이로 착각한 다른 흡혈곤충의 공격을 부를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초파리는 왜 술을 찾고 참새는 꽁초를 주을 까요?


참새와 되새류는 진드기의 감염을 줄이기 위해 담배꽁초를 둥지 재료로 쓴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러면 꽁초 속에 니코틴이 진드기를 쫓아준다. 놀랍게도 이런 행동은 곤충 가운데도 널리 퍼져있다. 초파리는 기생 말벌을 아주 무서워한다. 자기 새끼가 말벌의 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에머리 대학 과학자들은 초파리가 주변에 기생 말벌이 얼씬거리는 경우 고농도의 알코올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데, 이것이 자식의 안녕을 위한 행동임을 밝혔다. 기생 말벌은 알코올을 싫어하지만 초파리 애벌레는 발효가 진행되는 썩은 과일에서 자라기 때문에 알코올에 잘 견딘다. 따라서 기생 말벌의 습격에 노출된 초파리 알이라도 알코올 농도가 높은 곳이라면 무사히 자라날 수 있다.


이렇게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행동 하나하나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스토리가 숨어져 있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바꾸는 자연'이라는 소주제 속에는 샥스핀의 저주, 고래사냥 잔혹사 같은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마지막 장은 '이야기를 품은 우리나라의 숲'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다. 내가 특별히 산을 좋아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모르는 유전자가 내 몸속에서 꿈틀거린 듯 하다. 하나하나 모두 의미있고 나중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 소주제를 모두 소개할까 한다.


양떼가 만든 지리산 바래봉 산철쭉 군락

대나무의 역설, 부산 기장 아홉산숲

지뢰밭이 지킨 평화의 숲, 철원 소이산

보부상 노래 깃듯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황무지를 숲으로 가꾸다. 대관령 특수조림지

540여 년 지켜온 숲의 바다 광릉숲

물길 바람길 다스리는 나무 병품 마을숲

천년숲 제주 비자림, 인간의 보살핌은 약일까 독일까

죽은 왕들이 노니는 종묘숲

300년간 모래바람 막아준 해안솔밭, 관매도 솔숲


이 숲들은 자연의 있는 그대로가 보존되어 있는 곳도 있고, 사람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잘 관리되어 자연환경을 극복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도 건강한 숲을 위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항상 그 관심의 정도가 문제이지요.


숲은 나무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여기서도 저는 나무라고 했습니다. 나무는 수많은 나무 종류들에 대해서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그저 '사람'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무엇인가 서운하고 아쉬울거 같습니다. 저에게는 나름의 이름이 있으니까요.
김춘수의 시 '꽃'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과연 산에 가서 나무를 보면 어떤 나무인지 알 수 있을까? 라는 자문을 해보았습니다. 답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어쩌면 하나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나무도 그저 은행잎이 달렸을 때 알게 됩니다. 벚꽃나무도 그저 봄에 휘날리는 벚꽃을 봐야지 알 수 있습니다. 동백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 알고있는 나무 종류도 몇가지가 되지 않더군요. 이제는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사람, 인간이지만 그렇게 불리어지기 보다는 제 이름이 좋은 듯이 하나의 몸짓에 지나기 보다는 꽃이되고 싶듯이 그렇게 저도 나무들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길을 걸으면서 나무들의 이름을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역사, 전쟁, 인권 관련된 책을 자주 읽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기분전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나무에 대해서 조금 알기 위해 책을 한 권 찾았습니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입니다. 기대되네요.
오늘은 주말인데도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가까운 광교산에 잠깐 올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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