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라즐로 네메스 / 헝가리

출연 : 사울 역 (게자 뢰리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수용소 아우슈비츠에 대한 영화다. 최근에 한참 동안 '팔레스타인'에 대한 책을 읽었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았었다.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과 고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들의 행위에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이들의 어떻게 신이 선택한 민족이란 말인가? 라고 뱉어내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한 지원과 원조라는 든든한 보호막으로 지금의 행위들을 용인받아 왔다. 또한 그들에게는 민족의 역사를 돌이켜보았을 때, 자신들은 언제나 박해받아왔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무려 600만 명이라는 사람들이 마치 동물들이 살처분 되듯이 무차별하게 학살받아온 기억을 몸과 마음의 구석구석에 지워지지 않게 새겨져 놓았을 수도 있다.


지금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습들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우슈비츠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내릴 수 밖에는 없다. 인간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사울의 아들』은 존더 코만도(Sonderkommando)를 처음 다룬 영화라고 한다. '존더 코만도' 그들은 강제 수용소 내에서 특수 수용자 집단을 지칭하던 용어로 "비밀운반자"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은 학살될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가스실로 유도한다. 그리고 샤워를 하는 것이라며 말한다. 문이 닫힌다. 그리고 가스가 새어나온다. 사람들이 벗어 놓은 옷에서 시계, 반지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아서 감독관에게 바친다. 문이 열린다. 수많은 사람들은 샤워실 아니 가스실 내에 모두 알몸인채 서로 뒤엉켜 숨을 거두었다. 그들은 다시 그 시체들을 소각장에서 불태운다. 그리고 가스실에 있는 수많은 죽음의 흔적들을 고개를 숙여가며 원래의 상태로 청소를 한다.


다른 장소에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노역자들은 사람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를 소각하는 소각장과 시체 소각장의 불을 태우기 위해 석탄을 나른다. 시체 소각장에서 나온 뼛가루를 마치 모래인 양 강가로 버린다. 이런 일이 수 없이 반복된다. 정말 잔인하다. 거의 모든 학살을 독일인들은 유대인 동료들의 손으로 직접 하도록 만든 것이다. 거친 욕을 내뱉을 수 밖에 없다.


『사울의 아들』은 존더 코만더 일원이었던 사울이 어느 날 가스실에서 한 아이가 숨진 것을 본 후의 이야기다. 사울은 말한다. 그 아이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작품이 끝날 때 까지 정말 그 아이가 사울의 아들이라는 것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사울의 동료 중 한명은 사울에게 너는 아들이 없다 라고 계속 추궁한다. 그 아이는 아들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울은 그 아이는 자신의 아들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소각장 속에서 불태워지듯이 보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그 아이의 시체를 몰래 감춰두고, 랍비를 찾아 나선다. 이유는 아이를 소각장이 아닌 땅 속에 묻으려고 했던 것이고, 랍비는 유대인들의 장래절차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전개 된다.


그 아이가 아들이었는가 아니었는가? 그것이 궁금한 이유가 있다. 만약에 아들이었다면 엄청난 환경 속에서 아들의 죽음을 지키려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 작품을 관통한다. 하지만 만약 아들이 아니었다면 인간에 대한 인간의 마지막 배려,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 남은 희망을 어쩌면 인간의 모습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아이가 아들 임이 명확하지가 않자, 그 두 가지를 모두 보는 이에게 전달 할 수 있었다. 그 부분이 어쩌면 이 작품의 압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직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면서 눈에 띄는 두 가지 부분이 있었다. 두 가지인 동시에 하나일 수도 있겠다. 작품을 보면 끔찍한 장면이 곳곳에 나타난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부분을 선명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주로 사울을 중심으로 선명한 영상을 보여주지만 그 외의 부분, 특히 끔찍한 부분에서는 흐리게 표현하면서 사람들을 배려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는 사울의 일인칭 적인 측면을 주로 부각한다. 그러기에 사울의 얼굴이 부각되는 장면이 계속 등장한다. 카메라가 사울의 정면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듯한 모습 또한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너무나도 묵직하게 들어온 영화였다. 한 밤 중에 홀로 앉아 두 손으로 올려 세운 무릎을 꽉 잡고, 몸을 움츠리고 짧은 숨을 반복해서 내 쉬며 본 영화였다. 『사울의 아들』이라는 영화에 대한 깊은 인상과 동시에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 간다. 이제는 책과 함께 영화도 같은 흐름 속에 놓아야 겠다.




반응형



반응형

'■ 책과 영화 >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테랑』,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꿈꾸며  (0) 2016.07.28
부러진 화살  (0) 2014.10.05
더 콘서트  (0) 2014.10.05
행복을 찾아서  (0) 2014.10.05
광해  (0) 2014.10.0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