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림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림에 동화가 되어 버린다. 서양화와는 다르게 먹으로 표현되는 색의 풍미와 시, 글, 그림이 하나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시서화의 묘미는 그림을 읽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2>에서는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마상청앵도>, 정선의 <금강전도>,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민영익의 <노근묵란도>, 작자 미상의 <이채 초상>을 소개한다. 작가 오주석이 읽어주는 그림은 그림에 당시의 시대상과 이야기까지 가미하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을 빠짐없이 채워준다. 특히 이번 2편에서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표현한 <송하맹호도>, <이채 초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이 그림에는 과연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 <송하맹호도>, 김홍도, 비단에 채색, 90.4x43.8cm, 호암미술관 소장

 

<송하맹호도>를 보면 감탄만 나올 뿐이다. 어떻게 호랑이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작가의 말대로 아마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훌륭하게 호랑이를 표현해낼 그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호랑이 털의 하나하나 가는 붓 터치는 사싨감을 극에 다르게 하고 전체의 구도와 여백과의 균형은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랑이의 앞 뒤 발은 자연스럽게 전체를 1/3씩 나누어준다. 여백은 앞발을 중심으로 뒷발 쪽으로 점점 크게 여백이 드러난다. 이와 비슷한 구조로 호랑이 위의 소나무 가지를 보자. 오른쪽 나무 가지사이의 여백도 세 군데로 나뉘어져서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크게 여백이 드러난다. 꼬리를 중심으로 S자 형태의 여백은 호랑이를 더욱 동적으로 표현시켜준다. 처음에는 훌륭한 사생 능력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전체적인 균형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송하맹호도>는 말그대로 소나무 아래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다. 바로 소나무와 호랑이가 주요 소재다. 여기서 호랑이는 김홍도가 그렸다. 그리고 소나무는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1712~1791)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오주석은 이 소나무는 당시 김홍도와 절친했던 이인문이라 한다. 이인문은 당시 소나무 그림의 명수였으며 표암이라는 글씨 자리가 찢겨져 보이고 표암답지 않은 졸필이라는 이유로 강세황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호랑이를 단순한 동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여겼다. 건국신화에서 결국 곰처럼 사람은 되지 못했으나 건국신화때 부터 등장하기 시작하고 우리나라 지도 모양을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있는 거라 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역시 호랑이였다. 지금은 아쉽게 북한을 포함한 우리나라에 호랑이는 멸종되었다고 하지만 호랑이는 여전히 우리 민족에게는 신화같은 동물이다.
우리가 동물원에서 볼 수 밖에 없는 호랑이는 과연 어떤 동물일까?호랑이는 전체 길이 3m에 무게 250kg에 가까운 덩치로 평지에선 5m를 펄쩍 뛰어오르고, 가파른 절벽은 10m나 뛰어내리며, 한 번 내달으면 하룻밤에 100km 이상을 주파한다고 한다. 힘 또한 엄청나서 큰 송아지를 한입에 덥석 물고 담장을 훌쩍 뛰는다고 한다.
우리 나라 지도 모양을 호랑이라고 하는데 언제 부터일까? 일제 때 어떤 용렬한 일본인이 우리 민족을 모욕하려고 한반도를 힘이 약한 토끼 모양으로 그렸다. 그러자 최남선은 이를 바꾸어 오히려 만주를 향해 펄쩍 뛰며 포효하는 씩씩한 호랑이의 형상으로 고쳐 그렸다. 당시 일본은 자기네 나라에는 없는 호랑이를 1917년에서 1920년 까지 전국적으로 조직적인 박멸 작전에 나서면서 그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게 만들었다. 안타까울 수 없다. 당시 일본인들은 모든 분야에 깊숙히 우리의 혼을 빼내려고 했었다.

 

 

▲ <이채 초상>, 작가 미상, 1802년, 비단에 채색, 99.2x5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채 초상>을 바라보면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초상화에는 사실적인 묘사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선비의 생각과 인품까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이 보인다. 이게 바로 우리 나라 초상화의 깊은 매력이라 한다.

 

조선시대의 옛 그림 가운데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이 바로 초상화라 한다. 왕조 국가를 기반으로 하기에 왕의 초상화는 당연히 중요시여기며 유교국가로서 스승과 조상들의 초상도 정성으로 제작해서 극진히 모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왕의 초상은 한 점도 전해지지 않는다. 전하는 말로는 많은 어진을 일제 강점기까지도 잘 보관하고 있었으나 6.25 전쟁 당시 부산 피난처에서 뜻밖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재 절도범들이 고의로 낸 소문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기에 왕의 초상은 더 안타까울 뿐이다.
저자 오주석은 말한다. <이채 초상>은 한 인물을 핍진하게 묘사한 초상화지만, 동시에 조선시대 전형적인 선비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영원함을 보여준다. 초상 작가의 묘사 능력은 너무나 탁월해서 정면상을 그린다는 작업상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조금도 느낄 수 없게 한다. 더구나 그는 세련된 기법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상의 본질을 향해 은은한 관조의 빛을 던짐으로써 초상 인물의 고매하고 반듯한 정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다.

 

저자 오주석은 안타깝게 2005년도에 고인이 되어 그의 새로운 책은 만날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책들은 모두 찾아서 읽어볼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옛 그림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이렇게 관심의 장을 열어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미술작품들은 실제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아직은 그럴 기회가 많지가 않다. 하지만 이렇게 그림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역사들을 알아가며 우리의 옛 그림을 볼 때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닌 홀로 깊은 감동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우리 문화재와 미학에 대해 한 발자국 더~


■ 우리 문화재 그리고 미학 - http://zorbanoverman.tistory.com/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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