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지 않은 책에서 우리 가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대서사시를 만날 수 있었다.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만수의 가족을 통해서 일제강점기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과 우리의 삶의 단편을 보여주면서 큰 흐름으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만수네 가족들을 간단히 소개해보려한다. 아마 가족을 소개하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읽는 이에 따라 작중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은 그 때의 아련한 생각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김용식 (만수의 할아버지)

- 낙동강 유역에 있는 상산군의 큰 부잣집 삼대독자. 어렸을 때 신식 학문을 배우고, 서울로 가서 고등보통학교, 경성제대 예과에 들어갔다. 예과를 마치고 나서 전공으로 법문학부 철학과를 택했고. 당시 친구들과 독서회를 만들었다. 그 독서회는 해외의 독립운동단체에 협력했다며 일본 경찰에 붙들력 가기도 했다. 후에 집안은 풍파가 일어났다. 후에 빚을 피해서 가족들을 이끌고 '개운리'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군다.


만수의 할머니

- 김용식과 중매를 통해 결혼을 하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그리고 아들인 사대독자 충현을 키우며 살아가며 편안한 생활을 하지만, 남편의 독립운동 혐의 이후에 힘든 삶을 살아간다.


김충현 (만수의 아버지)

- 아버지와는 다른 성격이었고, 그래서 아버지와는 항상 갈등을 겪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다른 일들에 관심이 많았고 화전민의 딸인 아내와 결혼해서 억척같이 일하며 농사꾼으로 살아간다. 스무살때부터 가장이 되어 3남 2녀의 자식을 두고 살아간다.


백수 (김용식의 첫째 아들)

- 백살까지 살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태어날 때 부터 영특하게 태어나고 할아버지에게 배우면서 장남으로서 한 기대를 받으며 살아간다. 공부를 잘해서 중학교부터 다른 도시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한다. 후에 우리나라의 최고의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된다. 집에서는 소를 팔아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주고,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 일을 하고 피를 팔기도 한다. 결국에는 월남전에 지원입대를 하고 안타깝게 그곳에서 죽게 된다.


만수

- 태어날 때 부터 힘들게 태어나서 자라면서도 남들보다 늦고 어리숙하게 자라난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굳은 일을 거의 맡아서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와 다니던 회사의 노동자들을 위해서 투쟁을 하고 자신보다는 가족과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다. 후에 자신의 친구는 노동운동으로 경찰에 잡혀가고 그와 인연이 있던 진주의 힘든 사정을 봐주다가 결혼을 하고 연탄가스를 마시고 장애가 생긴 동생 명희와 석수의 아들 태석을 키워며 함께 살아간다.


금희 (만수의 큰 누나)

- 어렸을 때는 엄마와 함께 집안 살림을 하면서 살아간다. 시골에서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 없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가 당시 열악한 환경의 재봉공장에서 취직을 해서 일하게 된다. 후에 오빠가 사준 재봉틀로 일을 해서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마련해주고, 결혼을 해서 시부모님을 모시며 살아간다. 결혼을 해서 마음놓고 친정을 도와주지 못하는 마음이 쓰리기만 하다.


명희 (만수의 둘째 누나)

- 어려서 언니와 함께 집안 살림을 하고 후에는 언니를 도와 일을 합니다. 그러다 어느날 저녁에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버린다. 정신연령이 어린 아이가 되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석수 (만수의 남동생)

- 어려서 부터 어리숙한 만수를 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수는 동생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해준다. 석수는 군대문제 때문에 일단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공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공활을 하면서 영주를 알게 되고 동거를 한다. 영주는 운동권의 핵심 멤버 였고, 석수 역시 그렇게 간주되어 정보기관에 끌려와 고문을 받고 나중에는 정보기관의 편에 서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주는 석수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들 태석을 자신의 앞 날을 위해 석수의 형인 만수에게 맡긴다.


옥희 (만수의 막내 여동생)

- 오빠인 만수의 지원으로 국립대를 졸업한다. 야학을 하면서 노동을 운동을 하던 강철원을 만나게 되고, 강철원의 강제적인 겁탈에 의해 임신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후에 오빠의 지원으로 식당을 하게 되고, 식당으로 큰 돈을 번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하던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자신이 번 돈으로 예전에 인연이 있는 여자와 외도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태석 (석수의 아들)

- 어려서부터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내적 반항심이 가득한 아이로 커 나간다. 자기 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고, 이로 인해 길러주는 엄마 진주의 말은 듣지하고 반항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친구들의 집단괴롭힘으로 결국 자살을 택하게 되고, 자신의 장기 신장을 그의 어머니에게 기증한다는 유서를 남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소개만으로 이야기의 얼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소설이지만 우리와 부모들의 삶을 그린 글이기에 이야기는 자연히 우리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내가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어른들에게 들었던 사연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옛 방송들의 그림들이 그려진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요사건들과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일제강점기의 모습, 6.25전쟁, 군사정권, 여자들의 방직공장에서의 고된 노동, 우골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의 모습, 군사정권에 대한 학생운동, 노동운동, 월남전참전과 DDT에 대한 피해, 군사정권 시대의 고문, 기생충검사, 잡곡혼식, 구속과 억압의 여성들의 삶, 자본가들의 욕심, 노동자들의 투쟁과 절규, 과도한 사교육, 학교폭력


이렇게 하나 하나 만으로도 사연이 깊게 베어있는데 <투명인간>에서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서사시를 완성시켜준다. 그리고 제목인 <투명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작 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떻게 평범한 이들인데, 그들의 삶에는 아픔과 시련이 그대로 베어 난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삶의 굴곡이라고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작품 속에 그리고 실제로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은 개인들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물질만능주의 팽배가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투명인간은 어쩌면 이런 사회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소외되고,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있는 힘과 자존감의 상실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분명 개인에게도 이러한 책임은 있지만, 그 배경에 펼쳐져 있는 사회적 모순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어떤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회적 맥락이라는 틀을 통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투명인간은 개인의 자존감 확보와 불합리한 사회적 원인들의 개선이 있다면 점차 그 투명함은 사라지고 개개인의 독특한 삶으로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바꾸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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