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몰아쳐가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 한 3년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책 읽는 재미에 빠졌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어야 겠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세계문학전집에서 하나 둘 찾아 읽었습니다. 분명 재미있었고 많은 걸 배웠지만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다 읽었던데, 누구는 <데미안>을 백번도 넘게 읽었다더라. 하면서 읽어갔습니다. 그렇게 1년에 백여권 씩을 읽었네요.


처음에는 양적으로 우선 많이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특히 인문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라' 로 귀결되는 듯 합니다. 그럴려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책을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고, 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제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재료만 많이 사다놓고 결국은 많은 재료를 바라보고, 다 지어진 집을 상상하며 홀로 기뻐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고 싶었죠. 

중국 송나라 때 문인이자 정치가인 구양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라고 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도 제가 쓰는 글은 깊이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답답했습니다. 가끔 다른 이들의 글을 보면, 평소에 보이는 삶을 색다르게 표현한 걸 보기도 하고, 보이는 것의 이면에 담겨진 의미를 절묘하게 해석하는 잡아내는 것에 부러움과 시기를 감출 수 없습니다.


저는 다독이 답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문, 다상량은 그동안 많이 놓쳐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읽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회사에서도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되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사소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서 제대로 바라볼 필요를 느꼈고, 혼자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방안에 둘러보았습니다. 무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때 망설임 없이 예전에 읽었던 故구본형 선생의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예전에 밑줄 그은 부분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보았지요. 자기개발관련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분의 글은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몇 번을 읽어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 뻔한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들을 이 책에서도 합니다.

누구나 아는 뻔한 그 말들 다시 한 번 몇 자 적어봅니다.


질문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해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수십 번 수백 번 보았지만 제대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산다. 그러나 언젠가 한 번 제대로 보는 순간 우리는 느닷없이 재미있는 세상으로 인도된다. (p33)


"꿈을 꿀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러나 그 꿈을 실천할 때는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 (p51)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p95)


삶은 뜨거운 것이다. 살아봐야 삶이 된다. 사랑은 쳐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마주 보고 키스하고 안아주고 뒹굴며 섹스하는 것이다. 삶을 사랑하라. 헉헉거리며 사랑하라. (p107)


여행은 단순한 놀이나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그 이상이다. 직장인들이 여행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그저 얼마쯤의 휴식의 상실이 아니다. 현실에 묶인 것이고, 두려움에 묶인 것이다. 빠듯한 돈에 대한 두려움, 컨베이어벨트에 따라잡아야 하는 종종걸음의 두려움, 바쁨의 고리에서 빗겨난 후 불협화음에 대한 두려움, 휴가의 반납을 열정의 증거로 보는 상사의 눈초리에 대한 두려움, 다시 다른 사람과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두려움이 삶을 지배한다. 꿈 따위는 두려움에 가려 힘을 쓰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아직 중요한 인물이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이다. (p158)


인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스스로 모색하여라. 헌신하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러나 그 길이 아니라 해도 실망하지 말거라. 앞에 다른 길이 나오면 슬퍼하지 말고 새 길로 가라. 어느 길로 가든 훌륭함으로 가는 길은 있는 것이다. (p194)


뻔한 말들 입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글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그런데 어쩔때는 뻔한 글귀하나가 자꾸만 마음을 건드립니다. 사소한 것들이 가슴을 울리기도 합니다. 이 책을 지금 세번째 읽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 저는 위로를 받습니다. 역시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전히 제가 종이책을 고집하고 읽는 책들을 모두 소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마음이 끌려 책을 선택하고, 예전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보아가며 지금의 감정과 비교해볼 수 있는 묘한 쾌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 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짧은 옷을 입다가 몇 주 사이에 사람들의 옷이 확연히 바뀐 걸 느낍니다. 이런 때는 감기몸살을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환절기에 많이 아프죠. 어쩌면 지금 제가 심적으로 약간 환절기가 온 거 같습니다. 이번 환절기도 잘 버텨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의 심리적 환절기를 겪어왔는데, 이걸 잘 겪어내면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기를 바랄 뿐입니다.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좋은 책도 읽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제가 좋아하는 따뜻한 토마토수프 레시피를 찾아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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