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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거인, 현대 철학의 문을 열다 - 임마누엘 칸트

Broaden 2025. 6. 25. 18:23

이성의 거인, 임마누엘 칸트 - 현대 철학의 문을 열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
이 엄격하고도 강력한 문장은 근대 철학의 정점이자 현대 철학의 문을 연 거인, 임마누엘 칸트(1724-1804)의 '실천이성비판'에 등장하는 '정언명령'입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통해 서양 철학의 흐름을 바꾸고,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바라도 좋은가?'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자 했던 칸트, 그의 심오한 철학 세계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규칙적인 삶의 대명사, 쾨니히스베르크의 철학자

칸트는 1724년 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나 80년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삶은 매우 규칙적이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서는 칸트의 모습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시계를 맞추었다는 일화는 그의 성실하고 엄격한 성품을 보여줍니다.

마구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경건주의 신앙이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 아래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에서 철학, 수학, 자연과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가정교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습니다. 이후 모교에서 교수가 되어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가르치며 평생을 학문 연구에 헌신했습니다.


칸트 철학의 3대 비판서 - 이성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다.

칸트의 핵심 사상은 그의 '3대 비판서'인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 저서들을 통해 이성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이전까지의 철학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철학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1. 순수이성비판 :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칸트 이전의 철학은 '인식'이 외부 대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험론) 혹은 이성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합리론). 하지만 칸트는 이러한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그는 우리의 이성이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관적인 형식(시간, 공간, 범주)을 통해 대상을 구성하고 인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그 안경의 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인간은 누구나 '인간'이라는 안경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철학의 중심을 외부 세게(객관)에서 인간의 주관으로 옮겨온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불립니다. 이를 통해 칸트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의 세계와 결코 알 수 없는 '물자체'의 세계를 구분하고, 이성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독단을 경계했습니다.

2. 실천이성비판 :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보편적 도덕 법칙, 정언명령


인식의 한계를 규정한 칸트는 이제 윤리의 영역으로 나아갑니다. 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감정이나 상황, 결과에 따라 변하는 가짜 도덕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보편적인 도덕 법칙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정언명령' 입니다.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라는 첫 번째 정식과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결코 한낱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 라는 두 번째 정식은 칸트 윤리학의 핵심입니다. 즉, 어떤 행동이 나에게만 허용되는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인간을 그 자체로 존엄한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존업성의 확고한 철학적 기반을 제시했습니다.


3. 판단력비판 : "우리는 무엇을 바라도 좋은가?" - 미의 목적의 세계


칸트는 『판단력비판』을 통해 인식(앎)의 세계와 도덕(당위)의 세계를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미'에 대한 판단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순수한 만족감을 주는 것처럼, 자연 세계 속에서도 어떤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차가운 이성의 세계와 엄격한 도덕의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인간이 자연 속에서 조화를 발견하고 궁극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현대에 살아 숨 쉬는 칸트의 정신

철학은 서양 지성사에 거대한 분수령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사상은 헤겔, 쇼펜하우어 등 후대 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법학, 정치학, 미학 등 학문 전반에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존업성, 자유, 민주주의의 이념적 토대에는 칸트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힐 때, 칸트의 엄격한 목소리는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깊은 울림과 지침을 줍니다. 이성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고자 했던 칸트의 철학적 여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근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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