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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 않는 '존재'를 말하다: 파르메니데스의 철학

Broaden 2025. 6. 5. 11:00

변치 않는 '존재'를 말하다 - 파르메니데스

고대 그리스 철학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으려는 여정이었습니다. 앞서 헤라클레이토스가 '만물은 유전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면, 기원전 5세기경 활동한 파르메니데스(Parmenides)는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입니다.

'존재'와 '비존재'의 구분

파르메니데스는 자신의 철학을 '진리의 길'과 '의견의 길'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 진리의 길: 오직 이성적 사유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이 길에서 파르메니데스는 '존재(being)'는 영원하고 불변하며, 하나이며, 분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 즉 '비존재(non-being)'는 생각하거나 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만약 비존재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곧 존재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 의견의 길: 감각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길입니다. 파르메니데스는 감각이 우리에게 '변화'와 '다양성'을 보여주지만, 이는 환상에 불과하며 진정한 실재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감각은 우리를 속여 진정한 '존재'의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것이죠.

그의 논리에 따르면, 만약 세상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이 '존재했다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꽃이 시든다는 것은 '싱싱한 상태'에서 '시든 상태'로 변화하는 것인데, 이는 곧 싱싱한 상태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파르메니데스에게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변화는 환상일 뿐이며, 진정한 '존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변화와 운동의 부정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은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모든 변화와 운동을 부정했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매우 엄밀했습니다. 그는 오직 '존재'만이 진실하며, '비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하여, 논리적으로 변화나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후대의 철학자들에게 '존재'와 '변화'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파르메니데스의 제자인 제논(Zeno of Elea)은 그의 스승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유명한 역설(예: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역설, 화살의 역설)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설들은 감각으로 인식하는 운동과 변화가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함을 보여주려 한 시도였습니다.

 

서양 형이상학의 토대

파르메니데스의 철학은 서양 형이상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는 '존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심오한 탐구를 시작했으며, 이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많은 철학자들이 그의 존재론적 질문에 답하려 노력했습니다.

  • 플라톤: 파르메니데스의 '불변하는 존재' 개념을 수용하여 '이데아'라는 영원불변한 세계를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각 세계의 변화와 다양성도 인정하려 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가능태'와 '현실태'의 개념을 도입하여 변화를 설명하면서도,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형상)을 주장하며 파르메니데스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페르메니데스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상이 아니라 이성으로 파악하는 진정한 실재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겉으로 보기에 고집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논리적 엄밀성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한 선구적인 시도였습니다. 그의 질문은 오늘날까찌도 철학의 중요한 화두로 남아 있습니다.


[고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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