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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누군가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 고 물어봤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 라고 답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출간된 그의 작품을 완독하고 책꽂이 한 켠을 바라보니 그의 책이 10권이나 되었다. 특히 그의 장편이 발표되었을 때 서점가 들썩이듯이 나 역시 항상 그 작품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어쩌면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힘이 아닐까. 작품을 통해 먼저 좋아하게 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수필집이라던가,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서 그들을 조금 더 알고 싶어지는데, 이제는 '무라카미 하루키' 에 대해서 찾아볼 시간이 다가온 듯 하다.


『기사단장 죽이기』 는 1권 '현현하는 이데아' 는 거의 열흘에 걸쳐서 짜투리 시간이 생길 때 마다 한 장 한 장 읽어갔고, 2권 '전이하는 메타포'는 주말 하루동안 깊숙이 빠져들어서 읽어버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특히 그의 장편소설은 '이야기의 힘' 이다. 초반 부터 인물을 차곡 차곡 쌓아가고, 풀어야 할 미스테리를 다시 얽히고 설키게 만든다. 그리고 궁금하게 만든다. 내가 읽는 이야기가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다시 한 단계 더 깊이 어둠 속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인지 긴장된다. 어쩌면 '쫄깃쫄깃하다' 라는 표현이 이런 때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인 나는 어느 날 아내인 유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다. 유즈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차를 몰고 여기저기를 떠돈다. 그러던 중 한 레스토랑에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그녀는 자신을 아는 척 해달라 한다. 그리고 레스토랑에 들어온 인물이 누구인지 알려달라 한다.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를 타고 온 남자를 그려서 그녀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녀와 하룻밤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녀는 마조히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한다.


그리고 친구인 '아마다 마사히코'가 아버지인 일본의 화가 '아마다 도모히코' 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머물게 되면서 아버지가 살던 산 속의 집을 관리할 겸 나에게 그곳에서 살아도 된다는 권유를 한다. 일본의 대 화가의 집과 그의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나의 하루하루의 삶은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 집의 천장 쪽으로 이어진 조그만 방에는 한 작품이 고이 포장되어 있었다. 제목은 '기사단장 죽이기' 였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사건들이 하나씩 일어난다.


잘 모르던 어떤 이에게 제안이 들어온다. 고액의 사례가 있을 테니 자신을 직접 모델로 세우고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것이다. 그는 '와타루 멘시키'라는 인물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작품이 '와타루 멘시키'라는 인물을 불러들인 것일까? 그리고 어느 날 새벽 평소 울던 풀벌레 소리는 들리지 않고 종소리가 들려온다. 그 종소리는 정원의 뒤 편에서 시작되는데 멘시키와 그가 그 종소리의 위치를 찾으면서 3미터 가량의 깊이의 구멍에 사면이 촘촘한 돌로 메꾸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 작품을 끌어가는 주요 매개는 '그림' 이다. 주인공인 내가 친구의 집에서 발견한 그림과 그곳에서 그리기 시작한 새로운 나의 작품들 속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고, 그 이야기가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내가 친구인 '아마다 마사히코'와 '아마다 도모히코'의 요양원에 가서 '지하세계?' 로 들어가서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부분이다. 무언가 갑자기 맥락에 맞지 않은 이야기가 나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설에 맥락을 생각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는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밝혀지지 않았던 '멘시키'라는 인물이다. 그가 소설 속에서 분명히 마지막에는 어떤 역할을 할 줄 알았다.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를 등장시키면서 이야기가 이어졌고, 갈등과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는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무언가 풀리지 않은 응어리를 남겨둔 느낌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다. 바로 소설 속의 음악 찾기다. 한때 그의 아내와 재즈 카페를 운영했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던 그이기에 언제나 작품 속에 음악에 등장하는 것이다. 한 번씩 찾아서 들어보려고 하나씩 적어두었다. 이런 것도 책 읽는 쏠쏠한 재미다. 최근에 클래식을 하나씩 찾아서 듣고 있는데, 클래식을 들어야지 하면서 찾는 것 보다 이렇게 우연하게 만나는 인연들이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이끌어 준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라 보엠>

베토벤 <현악 4중주>

슈베르트 <현악 4중주>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베르디 <에르나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이번에는 음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차(Car) 도 등장한다. 나는 차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많은 남자들이 자동차에 대한 나름의 로망이 있지 않은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 속에 다양한 차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인 내가 처음에 몰던 '도요타 코롤라 왜건'

나중에 새로 바꾸게 된 '빨간색 푸조 205해치백'

어느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된 남자의 차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

내가 나중에 초상화를 그리게 될 아키가와 마리에의 고모 아키가와 쇼코에의 '파란색 도요타 프리우스'

멘시키가 그의 집에 초대할 때 보내준 '닛산 인피니티'

나의 유부녀 여자친구가 타고 오는 'BMW 미니'

아키가와 쇼코에의 아버지의 추억 '재규어 XJ6 (시리즈 Ⅲ)'

멘시키가 가지고 있는 차들 '은색 재규어 쿠페, 재규어 E타입 (시리즈 Ⅰ 로드스타), 레인지로버, 미니쿠퍼'



마지막은 소설 속의 마지막으로 대신한다.


"기사단장은 정말로 있었어." 

나는 옆에서 곤히 잠든 무로를 향해 말했다.

"너는 그걸 믿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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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우리 동네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새로 생겼다. 한 동안, 온라인 서점 중심으로 재편되던 국내 도서시장에 오프라인 서점이 하나 둘 씩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소규모 책방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가수 요조와 방송인 노홍철도 소규모 책방을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조용히 알려지게 되었다. 이런 시류에 편승하듯 아니면 이들이 먼저 그 시류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대형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과  'YES24' 에서도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하나 둘 씩 늘려가면서 독자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고 있다.


집 근처에 생긴 중고서점을 반가운 마음에 빈 가방을 하나 메고 간다. 많은 책들을 손에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다, 한 권의 책만을 가방에 넣고 돌아왔다. 바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았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를 적어보라면 나는 서둘러 이 두 명의 이름을 남길 것이다.

'알베르 카뮈' 그리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을 읽었을 때는 무언가에 홀린 듯 하며 읽었었다.  아마도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를 빼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홀로 수없이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다. 이 한 권의 책 만으로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접한 그의 다른 책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었다.  여전히 나는 바다로 다시 나가는 플렌티노 아리사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 까지"


이렇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만나고 나서,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그와 관련된 사소한 것들도 관심이 생겨난다. 그의 작품, 그의 삶, 그의 이야기. 나에게도 행운이다.



이번에 만나게 된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은 한 노인의 생(生)과 성(性) 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1927년 생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2004년에 발표한 작품이니 77세의 나이에 집필한 책인 것이다. 어쩌면 작품 속의 한 노인 속에는 그의 내면의 모습도 어느 정도는 투영되지 않았을까.


아흔 살이 되는 날, 나는 풋풋한 처녀와 함께하는 뜨거운 사랑의 밤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고 싶었다. 


소설의 시작이다.  소설 속의 나는 아흔 살이다.  그는 아흔 살이 되는 날에 갑작스런 결심을 한다.  그동안 비밀의 집 여주인인 로사 카바르카스가 '새로운 것' 이라는 말과 온갖 음탕한 유혹을 했지만 그는 넘어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 일까? 아흔 살이 되던 날 갑자기 마음 속에 어떤 내적 갈등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처녀와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로사 카바르카스는 열 네살의 한 소녀를 소개한다. 소설 속의 나는 그녀를 '델가디나'라 부른다.


아흔 살의 나는 매일 저녁 로사 카바르카스가 마련해 놓은 유곽의 델가디나의 방으로 향하고, 그녀의 방에 그림을 가져다 두고, 그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씩 가져다 놓는다. 나는 델가디나의 방에 저녁마다 찾아가지만, 그녀를 실제로 탐하지 않는다. 낮에 바느질을 하며 피곤에 찌든 델가디나를 그저 바라보고 아침에 그녀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자리를 뜰 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델가디나가 어느 사건에 의해서 처녀성을 잃어버렸다고 오해한 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소설의 마지막으로 향한다. 나는 그 사건이 오해임을 알게 된다. 


"소녀가 따를 거라고 생각하오?"

"아, 나의 서글픈 현자 양반, 늙는 것은 괜찮지만 멍청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로사 카바르카스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 불쌍한 아이는 당신을 미칠 정도로 사랑하고 있어요."


이 소설의 마지막은 아흔 살의 노인에게는 분명히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을 덮은 뒤에도 여전히 궁금하다. 과연 열 네살의 소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소설 속의 소녀는 실제 그녀의 입으로 어떤 의사를 표출한 적이 없다. 로사 카바르카스의 입을 빌려 그녀가 표현될 뿐이다. 소설 속의 그녀는 실제 아흔 살의 나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그 반대의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과연 아흔 살의 노인과 열네 살의 소녀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냥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 뿐이다. 


이른 일곱살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소설을 예전부터 구상을 하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를 읽고 작품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고양한 짓은 하나도 할 수 없습니다." 여관 여주인이 노인 에그치에게 경고했다.

"잠자는 여자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도 안 되고, 그와 비슷한 어떤 짓도 해서는 안 됩니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잠자는 미녀의 집』


어쩌면 그는 남자의 욕망과 노인의 삶을 조금 더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는 아흔 살의 노인과 열 네 살의 소녀라는 극단적인 인물 창조를 통해 조금 더 거칠게 그리고 조금 더 절제하며 삶을 그려낸다.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믿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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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선택

'더 좋게' 보다 '다르게' 틀을 짜는 능력

메타선택을 앞에 둔 리더의 자질


-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 DRB  No230 에서 발췌)



리더는 단순히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선택을 위한 선택, 선택 위의 선택', 즉 메타선택을 하는 존재다.

예를 들면 직원을 선발할 때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것은 인사 담당 직원의 몫인 반면 어떤 인재를 언제, 어떻게, 왜 뽑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메타선택을 위해서는 어떤 사고가 필요한가. 일반적인 선택상황에서 주로 활용되는 사고 과정과 리더가 메타선택 상황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사고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리더들의 메타선택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대상으로 하며 초점은 '패러독스 사고'다. 덧셈이 아니라 뺄셈식 사고, 단순히 더 좋게가 아니라 '다르게' 틀을 짜는 능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에는 '여유'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에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혜로운 생각을 선택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을 위한 선택'을 '메타선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메타'라는 표현은 특정한 개념에 똑같은 개념 그 자체를 반복해서 적용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접두어이다.


메타선택을 위해서는 언어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업무 관련 암묵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 관련 암묵적 지식이 언어로는 전달되기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자전거 타는 기술을 예로 들어 보겠다.


언어적으로 표현을 할 경우, 자전거 타는 기술은 안장에 올라탄 다음에 자전거가 왼쪽으로 기울면 무게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또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무게중심을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아이가 이러한 설명 만을 듣고서 자전거를 곧바로 타게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전거 타는 기술은 말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몸에 배는 것이 중요한 기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서브루틴' 은 전체 프로그램 속에서 반복 사용되는 일부 프로그램으로서 그 자신이 독립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없고 메인루틴, 즉 메인 프로그램과의 관계 속에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한다.


서브루틴이 문제 되는 상황은 왕위를 비롯해 모든 것을 상속받은 철부지 왕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만약 그 철부지 왕이 국가 운영을 위해 몇 명의 신하가 필요하고, 농부의 수는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며, 군사의 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전혀 정보가 없다고 해보자. 과연 그 철부지 왕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 이글먼의 대답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의 경우 왕을 대신해서 신하들이 알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왕들은 그런 정보에 관해 어둡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왕으로서 알 필요도 없고, 또 왕이 전모를 파악해 낼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 마빈 민스키는 <마음사회>라는 저서에서 인간의 마음이 일종의 서브루틴 체계들이 기계처럼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한 평생 살아가면서 수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여행지에서 머무를 해외 호텔을 선택하기 위해 그러한 해외 호텔을 추천해주는 여행 대행사들을 고르는 것이 바로 메타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해외 호텔을 선택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준과 여행 대행사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해외 호텔을 선택할 때는 호텔의 위치, 등급, 가격, 시설 등을 고려하는 반면 여행 대행사를 선택할 때는 예약 절차에서의 편의성과 신뢰도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메타선택 과정에서는 원래의 선택 상황에서 다루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정보를 다루게 된다.



메타선택 상황에서의 사고의 특징


1.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 리더


셜록 홈즈의 <실버 브레이즈> 이야기는 왜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실버 브레이즈'는 유명 경주마인 실버 브레이즈의 실종과 그 말의 조련사인 존 스트레이커가 살해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로스 대령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셜록 홈스에게 물었다. "뭔가 짚이는 것이 있소?" 그러자 셜록 홈스가 "그날 밤 사건 현장에 있던 개의 반응이 매우 흥미롭군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로스 대령이 반문했다. "그날 밤 개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소." 그 얘기를 들은 셜록 홈스가 대답했다. "바로 그 점이 흥미롭다는 겁니다." 뒤이어 홈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분명 한밤중의 방문자는 그 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존 스트레이커가 왔기 때문에 개가 전혀 짖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마구간에서 실버브레이즈를 끌고 황무지로 나간 사람은 바로 스트레이커입니다.



2. 패러독스 사고


스콧 피츠제럴드는 "최고 수준의 지성은 두 개의 상반된 아이디어를 동시에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능력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위 명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모조품과의 전쟁을 일삼는다. 통념상 명품 제조사들에 모조품의 존재는 경영상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샤넬은 통상의 디자이너들이 모조품들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모조품들을 제작하는 것을 즐겼다. 샤넬은 세계 최초로 모조 보석장식이 달린 브로치 같은 환상적인 액세서리들을 제작했는데 그 이유는 모조품들이 진짜보다도 더 살마들의 신데렐라 신드롬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진품에 대한 동경심이 더 높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넬은 이것은 단순히 대차대조표에 숫자로 기록되는 것 이상의 가치로 보았다.



3. 뺄셈식 사고


사우스웨스트사는 가급적 많은 노선에 취항하고자 하는 다른 항공사들과는 다르게 주로 이익이 많이 나는 노선에만 선택적으로 취항했다. 또 항공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기내식 서비스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이처럼 뺄셈식 전략을 통해 사우스웨스트 사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4. 다르게 틀 짜기(framing)


그들은 로버트 나델리가 조금 더 싼 차를 조금 더 빨리 생산함으로써 크라이슬러의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했던 것을 비판하면서 "크라이슬러 차를 살 만한 뚜렷한 이유가 있으면 한 가지만 대보라"고 반문했다. 왜냐하면 당시에도 이미 크라이슬러의 차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경쟁사들의 차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은 '다르게 틀 짜기'의 중요성을 다시감 상기시켜준다.



5. 최적화가 아닌 잉여와 여유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최적화를 추구하는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외부의 충격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모름지기 리더라면 최적화를 피하고 잉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블랙스완에 당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실 100년 기업이 드문 이유는 블랙스완과 같은 불확실성 문제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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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아이디어를 눈으로 보라



시각적 사고 프로세스


① 살펴보기

② 인식하기

③ 상상하기

④ 제시하기



[살펴보기] = 수집하기와 예비심사


'살펴보기' 단계에서의 질문

- 무엇이 있는가? 많이 있는가? 무엇이 없는가?

- 얼마나 멀리까지 볼 수 있는가? 내 시야의 끝은 어디인가?

- 무엇이 보이는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 눈앞의 광경이 내가 기대했던 모습인가? 그 광경을 빨리 이해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살펴보기' 단계에서의 활동

- 광경을 전체적으로 훑어본다. 거시적으로 조망하며, 숲과 나무 그리고 잎의 존재를 알아본다.

- 어디까지 보이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위인지 파악한다. 시야 범위와 기본적인 좌표를 확인한다.

- 1차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와 가치 없는 정보를 가려낸다.


[인식하기] = 선별하기와 그룹화하기


'인식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전에도 본적이 있는가?

- 어떤 패턴이 보이는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이 있는가?

-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패턴이나 우선순위 혹은 상호 작용을 찾아낼 수 있는가?

- 내가 본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각적인 정보를 수집했는가? 아니면 되돌아가서 더 살펴보아야 하는가?


'인식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관련 있는 정보들을 추려낸다. 자세하게 조사할 가치가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분리한다.

   (나중에 되돌아와서 다시 한 번 체크한다.)

- 분류하여 구분짓기 위해 가치 있는 정보를 유형별로 범주화한다.

- 패턴을 찾아내고 창의적으로 그룹화한다. 인식한 정보 사이에 시각적인 공통점, 범주 사이의 포괄적인 공통점을 찾아낸다.



[상상하기] = 보이지 않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


'상상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예전에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 내가 본 패턴들을 배열할 좋은 방법이 있는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패턴들을 재배열할 수 있는가?

-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보이도록 패턴들을 배열할 수 있는가?

- 내가 본 모든 것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어떤 숨겨진 틀이 있는가?

  그 틀을 이용하면 내가 본 다른 것들을 하나로 끼워 맞출 수 있는가?


'상상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시각적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있는지 본다.

- 유사한 경험을 찾아낸다. 예전에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해 보고 과거에 유사한 상황에서 사용했던 방법이 이 새로운 상황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상상해 본다.

- 패턴들을 재정렬한다. 그림들을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뒤집어 보고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바꾸어 본다. 새로운 무엇인가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

- 명백해 보이는 것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른 동일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시도해 본다.


[제시하기] = 모든 것을 명확히 하는 단계


'제시하기' 단계에서의 질문

- 내가 상상했던 모든 그림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그림은 무엇인가?

-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시각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 내가 본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시할 시각적인 틀은 무엇인가?

- 처음 살펴보았던 것을 다시 살펴본 뒤에도 지금 내가 제시하려고 하는 것이 여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고 청중에게 이렇게 묻는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까?" 여러분도 같은 생각입니까? 아니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제시하기' 단계에서의 활동

- 당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 중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도록 모든 시각적 아이디어에 순위를 매긴다.

-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적합한 시각적 틀을 골라서 아이디어를 종이 혹은 화이트보드에 기록한다.

- 육하원칙이 잘 나타나 있는지 확인한다. '어떻게'와 '왜'를 아이디어의 핵심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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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역사 -  

최종정리(p106~109)


우리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쌓기 위한 첫 여행지로 역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시간에 대해 알아보았다. 시간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구분된다. 각각의 시간관은 진보적 역사관과 순환적 역사관이라는 사관으로 발전했다. 그 중 우리는 진보적 역사관, 즉  역사가 점진적으로 발전해간다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기반으로 역사를 설명하기로 했다.


역사가 발전한다는 전제에 따라, 우리는 역사를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원시 공산사회,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가 그것이다. 이 다섯 단계를 둘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까지의 역사와 근대, 현대의 역사로 말이다. 


우선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는 생산수단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변화한다. 생산수단은 생산물을 발생시키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소유한 사람은 부를 가진 것이며, 이는 곧 권력의 획득을 의미했다.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권력을 가진 것이다. 원시 시대에는 생산수단이 없었고, 따라서 원시 사회는 평등했다. 고대의 생산수단은 토지와 영토였고 왕이 이를 소유했다. 중세에는 장원이 생산수단이었고 왕과 영주가 소유했다.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 생산수단이었으며 부르주아가 이를 독점했다.


마르크스는 다가올 다음 시대에는 누가 어떤 생산수단을 소유할지 예측하려 했고, 이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 시대에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계급은 노동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공산주의 사회가 역사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고려할 때, 공산주의 혁명은 실현되지 않았다. 후쿠야마의 말대로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경제체제는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궁극의 체제는 아니겠지만, 유연하고 단순한 특징으로 인해 그나마 인류가 찾은 최선의 체제일 수도 있다.


원시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에 이어 근대와 현대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근대의 산업화는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의 특성이 근대와 현대의 역사를 이끌었다. 자본주의의 특성은 공급과잉이었다. 공급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려야 했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우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는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는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세계대전의 표면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었고, 근원적 원인은 식민지 경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경제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적 침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 이후는 자본주의가 독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역사를 움지이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 이 두 개념이 역사를 움직여왔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은 공통점이 있다. 두 개념 모두 경제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이 '경제' 인 것이다. 


제국주의 시대(19세기 말 ~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1914 ~ 1918)

경제대공황 (1929~ )

제2차 세계대전 (1939 ~ 1945)

냉전시대 (1945~1991)

신자유주의 (1991 ~ 오늘)


경제


중간 정리


우리가 경제체제로서 사회민주주의를 다루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사회민주주의는 경제체제라기보다는 정치체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민주주의는 정치 파트에서 다룰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낯설다. 북유럽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가 선택하고 있는 체제인데도 말이다. 어쩐 일인지 한국인들에게 경제체제는 두 가지밖에 없어 보인다. 양극단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자본주의라 할 때 그것이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고, 공산주의라 할 때 그것이 지시하는 것은 북한의 왜곡된 파시즘 체제다. 경제체제는 종교가 아니고 선악의 문제도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효용과 이익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경제체제가 나와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체제는 이념과 종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현 체제를 비판하거나 다른 체제의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종교재판을 받는 것은 합리적인 현대인들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까지 알아본 네 가지의 경제체제 중 오늘날 한국 사호에서 가장 뜨겁게 논쟁되고 있는 두 가지는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다. 초기 자본주의가 말하는 완벽한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생각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은 한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극단적인 체제는 오늘날 설득력을 상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한국 사회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후기 자본주의 체제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 두 체제는 오늘날 성장과 분배의 문제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최종 정리


경제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먹고사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차라리 경제에 대한 이론적 측면은 생계와는 무관하다.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경제가 역사를 움직이는 토대가 되고,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근간이 되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았고, 이제는 정리해볼 차례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서의 경제는 단순하게 두 가지의 입장 대립으로 구분된다.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는 입장과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는 입장이 그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세금을 인하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복지도 줄어든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면 세금이 인상되고 규제가 강화되며 이에 따라 복지가 향상된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태동하던 초기에 발생한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시장에는 자기 조절 능력이 있어서 별다른 개입은 필요 없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공황을 거치며 자유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자유 시장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결국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서 시장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장기 불황은 세계적인 불만을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부 개입을 대표하던 소련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세계는 차라리 시장의 자유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확산되었다. 그 결과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세계를 다시 장악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 오늘날 논쟁의 중심에 선 경제체제는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다. 어떤 사람들은 각 체제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그나마 복지를 통한 분배를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세금 인하를 통한 성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현 시점에 필요한 체제라고 여긴다.


현재의 한국을 고려할 대, 당신은 어떤 체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체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은 정치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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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알쓸신잡' 에서 김영하 작가가 故박완서 선생님의 말씀이라며 소개한 한 문장이 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글이라는 것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문장을 말할 수 있는 법인데.

저렇게 사람의 가슴 속까지 파고 들어가며, 생각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김영하 작가는 프로그램 속 작은 수목원에서 꽃을 보며, 다음 포털의 꽃이름 검색 서비스로 이름을 확인한다.

하나 하나 궁금해 한다. 작가는 단순히 '꽃이 예쁘다' 라고 쓰는 이가 아니기에 그는 사물의 이름을 찾아 간다.


그의 소설은 예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한 번 읽었고, 『보다』 라는 산문집을 접해본 적이 있다. 

국내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보통 한 작가에 빠지면, 그 작가가 발표한 책을 모두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책은 흥미롭게 읽었지만, 이후 다른 작품은 찾아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하나씩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에 지난 7년 동안 발표했던 중단편을 모은 『오직 두 사람』 을 출간했다.

몇 일에 걸쳐서 단편을 하나씩 읽어가는데, 

읽을 때 마다 수없이 감탄하며, 

'김영하 작가가 이 정도 였구나!' 느끼며 그동안의 무지에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 라고 했던가.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에 수록된 모든 단편을 읽은 후에는 알게 된다.

"작가는 사람의 어두움을 아는 자" , "작가는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는 자" 


이번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 특히 <아이를 찾습니다>, <옥수수와 나>는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 <아이를 찾습니다> 를 읽을 때는 수 없이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았다.

모든 게 수없이 끔찍했다.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되어 본다.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가 되어 보고, 아이를 잃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하게 된 엄마가 되어본다.

아들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한다. 더 복잡해진다. 엄마라고 생각했던 이의 죽음, 엄마가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이었다.  

다시 찾게 된 진짜 엄마와 아빠. 하지만 더 낯설다. 마치 새롭게 납치당한 듯이.


<옥수수와 나> 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배경 설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 설정부터 남녀 간의 치정, 소설가의 창작, 

자신은 옥수수며 닭들이 자기에게 달려든다는 정신 질환의 요소들까지 나에게는 신선한 요소들이었다.


이전에도 그의 작품을 읽었었지만, 이번에 정말 나는 새롭게 김영하 작가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 번 작품을 쓸 때 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간의 관계를 이어준다.


그러기에 세상을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슬픔과 어두움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 작품들에서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 어두움을 건들여 주었다.

사람들이 숨기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작품으로라도 이해해준다는 손짓을 내민다는 것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어두움을 말하려 하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아물지도 모르겠다.


■ 책갈피


언니, 제가 좋아하는 농담이 하나 있어요. 전에 어떤 일간신문 만화에서 본 건데요. 어떤 남자가 교통방송에서 뉴스를 들어요. 고속도로 어느어느 구간에 역주행을 하는 승용차가 있으니 일대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모두 주의하라는 거예요. 그는 문득 그 방면으로 출장을 간 친구가 떠올라서 전화를 걸어요. 야, 그 부근에 역주행을 하는 미친놈이 하나 있대. 조심해.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한둘이 아니야. 얼른 전화 끊어. 

- '오직 두 사람' 中


그 순간에도 나의 손은 그녀의 몸 곳곳을 애무하면서 해독 불가능한 문장들을 무수히 그녀의 몸에 입력해 넣었다.

- '옥수수와 나' 中


나는 쥐가 돌아다니는 집에서 아랫배가 뻐근해질 때까지 글만 썼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미친듯이 써나가는 가운데 내 영혼과 육체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 모든 창작자들이 애타게 찾아 헤맨다는 에피파니의 순간일지도 몰랐다. 뮤즈가 강림한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작가가 됐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 '옥수수와 나' 中


"완벽한 알리바이? 그거야말로 허상입니다. 반드시 허점이 있게 마련이죠. 작가들도 말이죠. 구상 완벽하게 하고 작품 시작하는 사람들치고 별 볼일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겁니다. 실패한다는 거죠. 써나가보면 인물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돼버리거든요. 내가 볼 때 당신을 강박증이에요. 계획한 대로 다 돼야 한다고 믿는 어린애란 말입니다. 자, 총 내려놓으세요. 살인이라는 건 말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거예요. 그런 짓을 함부로 저지르면 안 돼요. 인생이 무슨 게임입니까?"

- '옥수수와 나' 中


그가 처음으로 킬킬 웃었다. 농담은 죽음의 공포를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 것이 커트 보니것이었던가 

- '슈트' 中


태준씨, 그 분노와 좌절은 곧 체념과 우울로 바뀌어요. 정은은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세계에 짙은 먹구름과 안개가 끼는 거예요. 그리고 그 먹구름과 안개는 영원히 걷히지 않을 것만 같죠. 그런데 정은은 태준의 처지를 동정하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떤 새로운 힘이 밀고 올라오는 기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혼자 떠안고 있던 우울과 무기력의 부채가 남자들이 당한 끔찍한 일로 인해 모두 탕감된 것 만 같았다. 

- '신의 장난' 中


"불안은 영혼을 먹어치운다. 는 아랍 속담이 있더라고요. 몇 년 전 엄마가 수술을 받게 됐어요. 우리 가족은 엄마와 나뿐이거든요. 병원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다섯 시간이면 끝난다는 수술이 열 시간이 돼도 안 끝나는 거예요. 혹시 읽을까 싶어 책을 가져갔는데 펴보지도 못했어요. 보니까 대기실 사람들이 다 그래요. 모두 YTN 뉴스만 보고 있는 거예요. 본 걸 또 보고, 또 보고. 그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어요."

- '신의 장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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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7년 동안 하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오던 방식과 기술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은 되지만, 그렇게 큰 역할은 하지 못하네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설득하는 일을 차근차근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라는 건, 제가 배울 때 까지 기다리지 않는 법이지요.

새롭게 시작한 지 6주 정도 된 거 같은데, 평소 같지 않게 한 숨이 자주 나오고 스트레스성 증상들이 하나 둘 생겨납니다.


그 동안은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 누적되어 왔던 거 같습니다.

하루가 힘들었을 때 그걸 잘 풀고 새로운 하루를 마주해야 하는데, 푸는 방식은 자기 전에 캔 맥주 2캔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떠는 건 그렇게 큰 효과가 없습니다. 조용히 어떤 책을 집중해서 읽어내고, 잔잔한 음악 조차 배제하고 단지 백색 소음 속에서 조용히 제 머릿 속의 생각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토해내는 것이 저를 다시 차분하게 해주고, 가슴을 달래주는 듯 합니다.


제대로 저를 달래주지 못하다보니, 괜한 짜증과 스트레스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스런 목소리와 상처주는 말을 뱉어낼 때도 생겼습니다. 뒤늦게 다시 미안한 마음에 달래도 보고, 스스로 자책도 몇 번이고 해봅니다.


이번 주말은 온전히 하루 동안 저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그냥 책만 읽으려고 합니다. 우선 손에 잡은 책은 그동안 이름만 수 없이 들었던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 입니다. 책상 의자에 앉아 보다가, 쇼파에 누워서 읽고, 바닥에서두  발을 모으고 책을 잡은 손으로 무릎을 감싸면서도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휴~' 그냥 오랜만에 한 권을 단 숨에 읽어버린 것이 기쁘네요. 이런 게 저한테는 무엇보다 큰 위안입니다.


『댓글부대』는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 부대를 1세대로 보고 있으며 그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설을 읽으면서 제가 불현 듯 생각난 게 있었습니다. 예전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생각은 국정원에서 댓글 부대를 운영한단 말이야 하는 역할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댓글 부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과정이 궁금해졌으며,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더 소름이 돋아났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어떤 제안을 하거나 일을 할 때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합니다. 댓글 부대를 만들 때도 누군가는 제시를 했겠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주제의 글에 어떤 댓글을 남길 경우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며, 그런 댓글을 반복적으로 남긴다면 그건 분명 여론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여론이 생기고 대중의 의견이 되면, 저희가 모두들 알 듯이 우리는 그 대세라는 곳에 편승해서 자신의 의견없이 그저 몸을 싣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석과 대중의 심리를 파악하고 누군가는 이런 방법을 제시하고 실제 국정원을 통해서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제가 사는 세상을 낯선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네요.


인터넷신문사 중에 돈 받고 기사 실어주는 데들 많아요. 뒷거래고 뭐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런 인터넷언론 홈페이지 가면 첫 페이지에 그냥 써 있어요. 기사 게재 문의는 어디로 하라고.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이게 신제품 홍보인지 기사인지 모를 뉴스들 있잖아요. 보도자료 그대로 올려놓은 거. 그게 다 그렇게 올리는 거예요. 별로 비싸지도 않아요. 30만원 정도? 그 인터넷신문이 네이버뉴스에 등록이 돼 있냐 안돼 있냐, 기사에 '이 기사는 광고 기사입니다' 라고 쓰느냐 마느냐, 기자 이름 적느냐 마느냐 그런 거에 따라 가격은 좀 달라지지만.

그렇게 기사 올린 다음에 실시간검색어 순위를 올리면 누리꾼들이 알아서 다 퍼가요. 내용만 있으면 (중략)

조금 있으면 큰 언론사에서도 퍼가요. 언론사에 닷컴부서라고 인터넷뉴스만 따로 만드는 팀들이 있거든요. 그런 데는 실시간으로 클릭수랑 유입량 체크하고 그걸로 광고 팔아서 돈 버니까 조금만 화제가 된다 싶으면 다 퍼가요. 팩트 확인하고 그런 거 없어요.

그러면 살마들이 웃기는 게, 신문사 닷컴 사이트에 기사가 오르면 그게 실제로 그 신문에 난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신문에 실렸으니 이건 진짜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 P165


장강명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11년간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했네요. 그래서일까요? 무언가 하나의 사건을 파헤쳐가는 것에서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짜임새 있게 이어갑니다. 제 성향도 나름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몰라도 이런 흐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사이버 상에서 의도적인 목적으로 심각하게 댓글을 조작하고, 그걸 넘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획에서 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런데 그게 정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속의 내용은 마치 취재를 해서 적어놓은 듯 느껴집니다. 


오늘 아내와 무슨 대화 중에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보, 아이를 낳고 나이가 점점 들어가다 보니까 정말 사는 게 더 무서워진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냥 저만 열심히 하면 모든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다 보니, 예전에 인정하지 않았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고, 어떤 것은 그건 내가 바꿀 수 없는 무엇으로 고정시켜버리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그저 세상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그저 멍하니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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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문학 속의 문장 -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안나 카레니나 - 레프 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개츠비 - F.스콧 피츠제럴드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 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은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화실은 짙은 장미향으로 가득했고, 

가벼운 여름 바람이 정원의 나무들 사이를 휘젓고 지나가자 

라일락의 짙은 향기나 

연분홍 꽃이 피어 있는 가시나무의 더욱 섬세한 향기가 

열린 문을 통해 들어왔다.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제인 에어 - 샬롯 브론테


그날은 산보가 가당치 않은 날씨였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 가브리엘 가브시아 마르케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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